00097 히든리거 =========================================================================
“삐~익! 삐익!”
-전반전 경기가 끝납니다. 국방부FC는 전반5분과 9분에 두 골을 넣어, 2대 0의 스코어로 전반전을 마칩니다!-
선수들은 기쁜 표정을 지은 채, 라커룸으로 들어섰다. 아직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마치 경기를 승리한 듯한 표정들이었다.
“후반전도 잘하자, 그리고 후반전에 교체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교체할 것이야. 그것으로 서운해 하지 말았으면 한다.”
세령은 선수들에게 미리 말해주었다. 지금 전반전을 뛴 선수들은 충분히 최홍표에게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교체멤버로 자리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고자 하는 세령이었다.
선수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 그 누구하나 표정을 구기는 인물이 없었다. 자신들의 실력을 더 보여주고, 태극마크를 꼭 달고 싶어 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그런 이기심은 보이지 않았다.
-후반전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전반전을 우수하게 마친 국방부 선수들이 다시 들어서자, 관중들의 환호성은 더욱 더 커졌다. 주중 경기며, 오후 두 시 경기라 관중들이 적을 것이라 여겼지만, 어느새 5천 관중은 넘어서, 1만 관중 가까이 보이는 듯하였다.
“아주 좋아. 첫 시작에 대한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일단은 출발이 성공적이라 말 할 수 있을 것 같군.”
장관이 관중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챌린지 리그이며, 유명한 선수 한 명 없는 국방부의 경기를 그 누가 보러 올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홈 세 경기에서 이미 관중 수는 4만 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비록 클래식 무대의 명문구단간의 경기로 보면, 단 한 경기에 4만 명도 넘게 들어갈 수 있지만, 챌린지 리그에서 이정도의 관중을 보기에는 쉽지 않았다.
“최홍표 감독이 아직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연동훈은 관중석 한쪽으로 앉은 최홍표를 보며 말했다.
“그러게. 보통은 전반전을 끝내고 대부분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경기를 모두 볼 참인가 보다.”
세령의 눈에도 최홍표는 잘 보였다. 그는 계속하여 뭔가를 기록하고 있었고, 그라운드 위에 오른 국방부 선수들을 보며 옆에 앉은 코치에게 손가락으로 어떤 특정한 선수를 가리키며 대화를 하는 것도 보였다.
하지만 그가 누구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양 팀 모두, 후반전 교체선수 없이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물론, 시흥도 교체선수는 없었다.
후반전 시작 후, 10분이 지나는 동안 두 팀의 공방은 대부분 미드필더 진영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간간히 상대 진영으로 파고들어 슛을 날렸지만, 골대를 완전히 벗어나는 슛이었다.
-시흥의 서지민 선수! 다시 공을 잡았습니다. 서지민 선수의 드리블 능력은 정말 수준급 입니다!-
서지민은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추강을 제치고, 곧바로 붙은 우동화는 물론, 중앙 수비수 우근우와 민철환까지 따돌리며, 골대를 정면에 두고 섰다.
“이번에도 막을까…….”
아주 좋은 슛 찬스였다. 양쪽 사이드백이 시흥의 양쪽 윙어들을 막기 위하여 퍼져있었고, 중앙은 비어있었다. 골대를 정면에 두고 있었고, 거리는 약 17미터 정도였다.
-서지민 선수! 단독으로 공을 몰고 갑니다!-
이미 페널티 박스 안까지 들어왔다. 서둘러 우근우와 민철환이 따라 붙었고, 양쪽 사이드를 맞고 있던 장강식 도 붙었다.
“장강식! 자리를 지켜!”
장강식이 중앙으로 붙자, 장강식이 커버하던 시흥의 윙어가 자유롭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위험지역인 페널티박스 안까지 들어온 시흥의 공격수를 본 이태성이 소리쳤다.
‘탁’
“!!!”
역시였다. 서지민은 완벽한 찬스라 여기고 있었던 슛찬스를 슛으로 연결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붙은 세 명의 수비진을 등지며 따돌린 후, 곧바로 혼자 자유롭게 된 시흥의 윙어에게 공을 밀어주었다.
‘펑!’
-최 민 선수! 슛!-
‘탁!’
‘팅!’
“젠장! 저것도 안 들어가네!”
최민의 슛은 골대와 약 45도 각도를 유지한 채, 골대 반대방향으로 날아갔다. 골키퍼와의 거리가 7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페널티킥보다 더 빠른 공이었지만, 그 반대방향으로 날아가는 공을 용지현은 빠른 반사 신경으로 몸을 날려, 살짝 건드렸고, 공의 방향이 약간 틀어지며, 공의 회전이 제대로 먹히지 않아, 골포스트를 맞고 다시 반대편 사이드로 흘러갔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탄식과 환호성을 질렀다. 시흥의 감독은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소리쳤고, 시흥쪽 관련 인물은 모두가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들이었다.
이는 최홍표도 마찬가지였다. 진정 골키퍼가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만에 하나 반응을 보이더라도, 공이 이미 지나쳐 간 후에 몸이 떠올랐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용지현은 그 상황에서도 날아오는 공을 건드렸고, 방향을 바꿔 놓았고, 공의 회전마저 없애버렸다.
-여민호 선수! 공을 잡아 곧바로 중앙선을 향해 길게 차올립니다!-
흘러나온 공은 국방부의 사이드백 여민호가 잡았고, 그는 중앙선 인근에 서 있는 전철민을 보며 길게 패스를 하였다.
정확한 패스는 아니었지만, 이미 시흥의 공격수가 모조리 국방부 진영으로 넘어와 있는 관계로 전철민은 자신에게 정확히 날아온 공은 아니었지만, 몸을 움직여 공을 받아내었고, 그 즉시 수비에 가담한 후, 공격으로 움직이고 있는 추강을 향해 패스한 후, 자신은 시흥진영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추강은 공을 받은 후, 라이트윙인 설태구에게 스루패스를 찔러주었고, 빠른 발과 개인기가 우수한 설태구는 자신의 앞쪽으로 길게 들어오고 있는 공을 향해 전력질주로 달렸다.
“저 작은 선수도 꽤 빠른데요.”
국가대표의 코치가 설태구의 움직임을 보며 말했다. 추강의 패스가 조금 빠르면서 앞쪽으로 길게 들어가는 바람에 모두는 공이 라인을 벗어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설태구는 공을 놓치지 않았고, 그 공을 잡은 후, 곧바로 시선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돌렸다.
‘펑!’
이태성이 수비수 두 명과 있는 것을 보았지만, 정확히 그의 머리를 겨냥한 듯 센터링을 올렸다.
-설태구 선수! 센터링! 이태성 선수! 뛰어 올랐습니다! 헤딩!-
‘펑!’
-아! 이태성 선수의 머리에 닿기 전, 시흥의 골키퍼 조형민 선수가 펀칭으로 멀리 쳐 냅니다!-
아까운 순간이었다. 공은 아주 제대로 이태성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고, 이태성이 수비수 두 명과 함께 뛰어 올랐다. 하지만 공이 이태성의 머리에 닿기 바로 직전, 시흥의 장신 골키퍼 조형민이 먼저 뛰어올라 공을 쳐냈다.
-흘러나온 공은 전철민 선수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갑니다. 아! 그 뒤로 추강 선수입니다! 추강!-
전철민이 조금만 더 늦게 페널티박스로 달려들었다면, 골키퍼 없는 골대를 보며 쉽게 공을 차 넣을 수 있는 순간이 되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약 반박자 빠르게 들어서며 슛 할 타이밍을 놓쳤고, 모두의 시선이 전철민을 지나친 공을 향해 돌아섰을 때, 추강이 육중한 몸을 이끌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전철민과 이태성은 자연스럽게 몸을 숙이는 행동을 취하였다.
-먼 거리! 추강 선수! 그대로 슛!-
25미터 정도는 더 떨어진 거리였다. 추강은 골키퍼가 쳐낸 공이 몇 번의 바운드를 통해 바닥에 거의 붙으며 굴러 나오자, 그 공을 그대로 때렸다.
“와우!”
‘철렁!’
-골! 입니다! 추강 선수! 후반 30분. 국방부의 세 번째 골을 성공시킵니다! 정말 보면 볼수록 놀라운 추강 선수의 슛입니다! 여전히 추강선수의 전매특허라고 볼 수 있는 비행기 이륙 슛을 또 다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추강이 슛을 때리자마자, 최홍표의 감탄사가 절로 나왔고, 그 공은 추강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비행기가 이륙하는 듯 한 슛이 또 다시 나왔다. 그리고 공은 아주 정확하게 시흥의 골키퍼를 지나쳐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가 이미 다시 자리를 잡긴 하였지만, 육중한 체중을 실어 날린 슛은 가히 그 스피드가 엄청났다. 시흥의 골키퍼인 조형민이 어찌 손 쓸 틈도 없이 공은 그의 시선보다 더 빨리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추강은 자신의 앞에 있는 전철민을 안으며 환호성을 질렀고, 곧 이태성을 비롯하여 선수들이 다가서며 그의 어깨를 톡톡 치고 있었다.
“이건…….챌린지 리그에 머물 팀 경기가 아닌 것 같다. 진정 군인들의 실력이 이 정도였어? 내가 지금까지 많은 클래식 경기를 보았지만, 이처럼 화끈한 경기를 본 적은 없네.”
최홍표의 눈은 조금 전, 추강의 슛을 기억하고 있는 듯, 계속하여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은 아주 빠르게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스코어 3대 0이 됩니다. 진정 챌린지 리그의 최대 복병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국방부FC입니다!-
남은 시간은 15분이었다. 국방부는 3골을 몰아넣으며, 시흥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국방부FC 선수교체가 있습니다.-
후반 15분을 남기고, 경기가 재개되기 전, 세령은 선수교체를 단행하였다.
-이태성 선수와 추강선수, 그리고 전철민 선수를 빼고, 원톱에 연태민선수, 그리고 쉐도우로 장만식 선수를 넣습니다. 또 한 추강선수의 자리에는 마철수 선수를 넣는군요.-
세 명의 선수를 단 번에 다 교체하였다. 그리고 마철수는 엄청난 키에 거구의 몸을 지닌 중앙미드필더로, 경기에 처음 출전하는 선수였다.
“선수 교체를 이상하게 하는군. 한꺼번에 세 명을 다 바꿔 버리면, 만에 하나 그라운드 위에 있는 선수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저 국방부 감독의 의중을 모르겠군.”
최홍표는 세령의 선수교체에 대해 의구심이 생겼다. 지금까지의 선수들도 모두 잘하고 있었고, 또 별다른 체력적 문제도 없어 보였지만, 세 명을 모두 교체하였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것은 한 번에 세 명을 모두 교체한 것이었다. 이는 지금까지 프로리그 역사상 당연히 처음 있는 일이라 여기고 있었다.
부상자나 기타 경고로 인하여 선수교체를 하는 경우에 세 명을 모두 교체하는 상황도 벌어지겠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는 상황에서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하는 것은 역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나저나, 진작 교체를 단행해야 할 곳은 시흥인 듯한데, 이미 선수 두 명이 다리를 절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교체가 없네요.”
최홍표의 시선이 국방부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코치의 시선은 시흥 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시흥 쪽에는 미드필더 두 명이 심할 정도로 다리를 절룩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