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96화 (96/163)

00096  히든리거  =========================================================================

“오후 두 시에 열리는 경기인 만큼 관중은 많이 없을 것이야. 하지만 명심해. 모두 알다시피 오늘은 국가대표 선발을 위한 감독님이 직접 관전하신다. 어찌 보면 국방부 장관께서 보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야.”

경기 시작에 앞서, 세령은 선수들에게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다시 말해주었다. 비록 자신에게는 큰 이득이 없는 상황이라도, 선수들에게 다시 찾아오기 힘든 기회이기에 강조하고 있는 것이었다.

-챌린지 리그 제 4라운드 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주중 경기라 너무나 빨리 다음 경기가 치르지는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 경기가 끝나면 주말에 또 다시 5라운드 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체력안배도 중요하였다.

“시흥은 확실한 골게터가 없고, 수비진도 다른 팀에 비해 느슨한 편이다. 이번 경기에서 꼭 승리하여 승점을 쌓도록 한다.”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로 나서기 전, 선수들에게 연동훈이 말했다. 선수들은 국가대표 감독이 보고 있는 자리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싶어 하는 마음들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경기에 임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선발 라인업 11명과 교체멤버 7명만이 감독의 눈에 들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 것이었다.

이번 경기에 세령은 그 어떤 때보다 선수선발에 많은 고심을 하였다.

“모두…….그라운드를 밟도록 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다는 것은 너희들도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러니…….혹시 이번 경기에서 경기에 뛸 수 없다고 너무 낙심하지마라. 비록 이번 경기에서 너희들의 실력을 보일 수 없더라도, 기회는 많다.”

세령은 선발 라인 및, 교체멤버로도 기용되지 못한 선수들을 미리 위로하고 있었다.

선수들도 그녀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축구의 룰을 잘 알고 있기에, 23명 모두가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시흥FC에 이어 국방부 FC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포메이션은 4-4-1-1이며, 최전방에 역시 이태성 선수가 섭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전철민 선수가 나왔군요. 이는 지난 3라운드 때의 실력이 입증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최전방에는 역시 이태성이 섰다. 연태민은 교체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쉐도우 자리에는 전철민이 섰다. 아나운서의 말대로 3라운드 때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 효과 일 것이다.

-그리고 의외로 중앙미드필더에 추강 선수가 섰습니다. 그리고 우동화 선수가 역시 선발로 출전하였고, 양쪽 사이드로는 설태구 선수와 박철강 선수가 섰습니다. 박철강 선수 역시 3라운드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미드필더진도 소개되었다. 전철민에게 쉐도우 자리를 양보한 추강이 중앙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사령관 역할을 맡았고, 그의 옆을 받쳐 줄 인물로 우동화가 섰다. 또 한 양 쪽 사이드로는 정확한 패스로 이름난 설태구가 섰고, 박철강의 센터링을 믿는다는 듯, 자로 잰 듯한 센터링을 올리는 박철강이 사이드로 섰다.

-포백으로는 여민호와 장강식, 그리고 우근우와 민철환이 섰습니다. 3라운드와 1라운드때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었던 선수들로 구성된 듯합니다. 그리고 골키퍼로는 용지현 선수가 나왔군요.-

아나운서는 정확히 보았다. 세령이 이번 경기 선발로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2라운드 광양 전을 제외하고, 1,3라운드 때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던 선수들로 구성하였다.

이는 꼭 경기를 이기겠다는 것에 집중된 라인업은 아니었다. 이들에게 전반전을 맡기고, 후반전에 또 다른 선수를 기용할 요량이었다,

교체멤버로 이름을 올린 선수들 또 한, 단 몇 분이라도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도록 해주려는 그녀의 마음도 있었다.

-이번 경기는 최홍표 감독이 직접 관전하고 있습니다. 곧 있을 국가대표 평가전 때, 새로운 선수를 선발하기 위하여 근래 처음으로 챌린지 리그를 방문한 것인데요. 국방부와 시흥. 이 두 곳에서 최홍표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선수가 있을지, 그 또 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전광판에는 최홍표 감독의 얼굴이 잡혔다. 그가 화면에 나오자, 약 5천 명 정도 모인 관중들은 그에게 그저 박수만 보내고 있었고, 국가대표를 맡은 감독치고는 관중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듯하였다.

-경기! 시작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제 4라운드가 시작되었다, 국방부FC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는 경기 시작과 함께 매서운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국방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아주 무섭게 시흥진영을 파고듭니다! 우동화 선수! 공을 잡고 다시 추강 선수에게 공을 연결합니다!-

우동화의 패스도 정확하였다. 평소보다 더 떨리는 마음은 있었지만, 약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둔 패스는 정확하게 추강의 발에 와 닿았고, 추강은 공을 잡은 후, 전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추강 선수! 전방을 주시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추강이 시흥 진영으로 들어서자, 미들진들이 곧바로 수비를 하기 위하여 달려들었다.

‘펑!’

-추강! 아주 긴 패스로 반대편에 있는 설태구 선수에게 넘겨줍니다!-

공중으로 띄운 패스는 설태구에게 정확히 연결되었다. 그리고 설태구는 공을 잡은 후, 자신의 앞에 있던 시흥 수비수를 아주 간단한 개인기로 따돌린 후, 빠르게 골대를 향해 돌진하였고, 이태성과, 전철민이 함께 전진하였다.

‘툭!’

-설태구선수! 페널티박스 가운데로 들어서는 이태성 선수에게 아주 정교한 스루패스를 연결해 줍니다!-

설태구 앞에 두 명의 수비수가 있었다. 하지만 설태구는 그 두 명의 수비수 다리 사이로, 아주 정교한 스루패스를 찔러주었고, 오프사이드를 뚫고, 절묘하게 안으로 들어선 이태성의 발 앞으로 공이 와 닿았다.

‘탁!’

‘철렁!’

-이태성 선수! 골입니다! 설태구 선수가 찔러준 스루패스를 받아, 방향만 살짝 틀어놓는 슛으로 아주 간단하게 시흥의 골문을 엽니다!-

그 누가 봐도 너무나 쉽게 첫 골이 들어갔다. 그것도 경기 시작 후, 단 5분 만에 첫 골이 나왔다. 시흥은 마치 국방부FC가 첫 경기를 치를 때, 첫 골을 허용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공을 잡아본 적이 없었던 것을 떠 올릴 듯, 그들도 첫 골을 내어주고 난 뒤에야, 처음으로 볼 터치를 하고 있었다.

“챌린지 무대에서도 훌륭한 선수가 많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보니, 클래식 무대에서 뛰어도 손색이 없을 선수가 꽤 있는 듯 하군.”

최홍표는 전반 5분 만에 아주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자랑하며, 선취득점을 일군 국방부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언제나 해외파와 클래식 무대를 누비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국가대표 선발을 진행하였으니, 그 외, 챌린지 리그나, 대학리그에서 뛰는 뛰어난 선수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홍표의 옆으로 앉은 수석코치가 그의 말을 듣고, 메모지에 몇 가지 메모를 하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 하였던 것이 바로 해외파였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인정받고 해외리그에서 뛰고 있기에, 특별한 검증 없이도 그들의 실력을 지레짐작 하는 경우였다.

그리고 다음으로 국내 리그에서 1부 리그인 클래식에서 뛰는 선수들을 선발하였다. 당연히 국내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뛰고 있다는 클래식 무대이기에, 그들의 실력 또 한 2부 리그격인 챌린지보다 우수하다고 여기기에, 항상 그렇게 진행해 왔었다.

해외파와 클래식 무대에서 선수 선발을 마친 후, 서브타이틀로 챌린지 리그에서 선수를 선발하고, 인원수를 맞추는 경우도 있었다.

-시흥FC 역습 찬스를 맞았습니다! 전철민 선수에게 이어지는 패스를 차단한 최강호 선수. 서지민 선수에게 곧바로 연결합니다!-

한 골을 허용한 후, 곧바로 찾아온 득점 기회였다. 빠르게 이어지던 국방부의 공격을 차단하였고, 이미 시흥 진영으로 올라선 국방부 선수들이 수비로 전환하기 전에, 시흥의 빠른 역습이 이어지고 있었다.

-서지민 선수! 골대를 향해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대로 슛!-

‘탁!’

“!!!”

서지민의 슛은 놀라웠다. 아주 정확하게 발등에 꽂혔고, 공은 추강의 주특기인 중거리 슛처럼 비행기가 이륙하듯 낮게 깔리며 날아가다, 골대 앞에서 왼쪽으로 심하게 휘어졌다.

-용지현 선수! 그 공을 또 잡아냅니다! 용지현 선수의 선방입니다!-

모두가 막을 수 있는 공이라 생각지 않았다. 현재 국가대표를 맡고 있는 골키퍼도 그대로 허용할 것 같은 슛이었고, 해외 빅클럽의 수문장도 막기 힘든 슛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 공은 용지현의 뛰어난 반사 신경에 의해 그의 손끝에 걸렸고, 손에 맞아 방향이 더 틀어진 공은 골포스트를 넘어 골라인 아웃되었다.

최홍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멍하니 용지현을 보았다. 지금까지 국가대표의 고질병이던, 수문장의 자리에 딱 맞는 인물을 찾은 듯, 멍하니 그의 시선은 용지현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자네…….봤나?”

그리고 코치에게 물었다.

“네. 진정 믿기지 않는 선방입니다. 공의 속도고 그렇지만, 엄청난 회전력으로 휘어진 공을 정확하게 캐치하고 그 곳으로 몸을 날린 점프력도 대단합니다.”

코치의 눈동자도 미세하게 떨리며, 용지현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시흥의 코너킥! 아…….공은 그대로 용지현 선수의 손에 잡힙니다. 용지현 선수! 빠르게 공을 던집니다! 또 다시 그 놀라운 스로잉을 보여줍니다!-

“저건 또 뭐야!”

최홍표의 놀란 눈동자는 잠시도 쉴 수 없었다. 조금 전의 선방에 대한 놀라움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 용지현이 중앙선에 있는 추강을 향해 던진 공을 보며 놀란 눈은 공을 따라간 후, 곧바로 다시 용지현에게로 돌아갔다.

-추강 선수! 공을 잡아 곧바로 앞쪽으로 들어가는 전철민 선수에게 스루패스를 찔러줍니다!-

역습의 차이는 달랐다. 조금 전, 시흥의 역습도 꽤 빠른 편이었지만, 국방부의 역습은 차원이 달랐다. 골키퍼 용지현이 던진 공을 받은 추강은 전철민에게 바로 연결하였고, 전철민 그 공을 또 다시 몇 드리블도 하지 않은 채, 페널티박스 안으로 돌아들어가는 이태성을 향해 찔러주었다.

-이태성! 슛!-

‘탁!’

‘철렁!’

-골! 골입니다! 이태성 선수, 전철민 선수가 찔러준 공을 보며, 오프사이드를 절묘하게 피한 뒤,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기는 로빙슛으로 국방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킵니다!-

두 번째 골의 주인공도 이태성이었다. 이태성은 첫 번째 골과 비슷하게 강한 슛이 아닌, 골키퍼 키만 살짝 넘기는 로빙슛으로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후, 전철민을 향해 두 손을 뻗어 가리켰다.

국방부선수들은 얼싸 안으며 기뻐하였고, 시흥 선수들과 벤치에 앉아 있는 감독 및 코치진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태성 선수! 홀로 두골을 뽑아냅니다!-

관중들도 환호하였다. 이는 확실히 광양전의 졸전을 완전하게 잊도록 만드는 경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또 한, 최홍표의 시선에 몇 국방부 선수들의 움직임은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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