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95화 (95/163)

00095  히든리거  =========================================================================

“삐익! 삐익!”

-경기 끝납니다! 국방부FC 창단 이후, 첫 승을 신고합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더 들떠 보였다. 아나운서는 엉덩이를 떼고 자리에서 일어나 쇳소리와 같은 음성으로 말했고, 관중들은 국방부FC를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주었다.

선수들은 모두 VIP석 앞으로 다가가 국방장관 및, 군 관련자들을 향해 힘찬 경례를 하였고, 곧바로 사방 천지에 앉은 관중들을 향해 힘찬 경계를 하였다.

관중들의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그들도 국방부의 첫 승에 대한 감격을 계속 누리고 있는 중이었다.

선수들은 곧바로 그라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가장 먼저 세령의 앞에 서서 그녀를 향해 힘찬 경례를 하였다. 그 모습은 관중들에게 또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들은 군인이라는 느낌. 우리나라 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이 아닌, 나라 자체에서 운영하는 구단. 그리고 군인. 조금 전, 선수들이 세령을 향해 힘찬 경례를 하자, 이런 생각들이 관중들의 머릿속을 스쳐가고 있었다.

“잘했어! 아주 잘했다 내새끼들!”

세령은 또 다시 선수들을 안아주었다. 비록 지난 광양 전에서 이렇게 포근하게 안아주지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때 안아주지 못했던 포근함까지 더해, 더 포근하게 안아주고 있었다.

“오늘 경기 아주 마음에 들었네. 그리고 이강수 대위는 왜 아직 오지 않은가? 내가 분명 업무기록일지를 가지고 오라고 말했는데…….”

국방장관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흡족한 미소를 지은 뒤, 말하였고, 곧 이강수를 찾았다.

이강수는 경기초반 국방장관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한 탓에 자신의 업무일지를 모두 국방장관에게 보여야 할 처지가 된 것이었다.

“젠장…….그 동안 정리한 것이 없으니 답답하군.”

같은 시각. 이강수는 국방부가 2대0으로 이긴 경기를 관전하지 못한 채, 국방장관에게 보일 업무일지를 정리하며 홀로 중얼거렸다.

“이강수 대위! 왜 아직 오지 않은 건가!”

이강수가 급조하여 만든 업무일지를 검토하고 있던 중, 정책기획관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는 곧바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가, 정책기획관 앞에 섰다.

“왜 이제야 오는가?”

“마저 정리할 것이 있어서 좀 늦었습니다. 그보다…….경기는 어찌 되었습니까? 이번에도 수중전이라…….”

“2대 0으로 끝났네.”

“당연한 결과라 봅니다. 이감독이 특별히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고는 힘든 경기일 것입니다. 그래도 지난 광양 전에 비해서는…….”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했군. 우리 국방부가 서귀포를 2대0으로 제압하고, 시즌 첫 승을 신고하였네.”

“네!”

이강수는 놀란 눈을 한 채 물었다. 당연히 국방부가 두골을 내어주고 패배한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정 반대였다. 국방부가 첫 승을 일궈냈다는 말에 그는 멍하니 서 있었다.

“따라오게. 장관님께서 이 업무일지에 대한 의견도 듣고 싶어 하시니, 그에 대한 것도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이네.”

막막하였다. 급조하여 만들었기에, 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내용이 없었다.

국방부FC는 모처럼 잔치 분위기가 되었다. 첫 승을 신고하고 그 기쁨을 라커룸에서 즐기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특별히 고기를 먹는다. 장관님께서 지난 수중전이 끝나고 체력적인 소모가 심했을 선수들에게 사주고 싶어 하셨지만, 너무 늦게 서울로 오는 바람에 먹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늘! 우린 오후 두 시 경기를 치렀고, 지금 시간은 오후 네 시가 좀 넘었다. 충분히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남았고, 우린! 배고픔을 고기로 달랠 충분한 자격을 얻었다!”

연동훈이 큰 소리로 말했고, 그 순간 모두가 또 다시 환호성을 질렀다. 군인들에게 고기반찬보다 더 좋은 반찬은 없었다. 그것도 군대에서 지급되는 고기반찬이 아닌, 국방장관이 직접 선사하는 고기라 그 질이 매우 다를 것이라 여겼다.

모든 선수들이 샤워를 마쳤고, 오후 5시 30분. 국방부FC의 전용 버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앞으로 쓸데없는 일에 너무 열중하지 말게. 자네를 선출한 이유는 이 국방부FC를 잘 이끌어가고, 모든 행정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뽑은 것이지, 감독을 경질할 빌미를 찾아오라는 뜻으로 선출한 것은 아니네.”

“네…….알겠습니다.”

같은 시각. 이강수는 군 수장인 국방장관에게 거의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꾸지람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국방장관이 시계를 본 후, 그의 꾸지람을 멈추었고, 곧바로 정책기획관을 본 후,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젠장. 어찌 이긴 거야? 분명 비도 왔고, 또 서귀포라면 충분히 국방부를 완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이강수는 여전히 국방장관의 말뜻을 새겨듣지 않고 있었다.

6시가 다 되어서야 국방장관이 나왔고, 국방장관과 정책기획관이 버스에 오르자, 모든 선수들도 버스에 올랐다.

“오늘은 내가 특별히 자주 가는 곳으로 안내 할 테니, 마음껏 먹어봐.”

국방장관의 인심이 후하였다. 그는 국방부FC의 23명선수 모두에게 주말 외출증을 허락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직접 데리고 자신이 알고 있다는 식당으로 향하였다.

차량이 도착한 곳은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식당이었다. 직접 소와 돼지를 길러, 그 자리에서 판매하는 곳이었다. 즉…….신선도와 가격 면에서 따라올 곳이 없는 곳이었다.

선수들은 평생 먹을 고기를 지금 다 먹는 듯, 그 자리에서 돼지 한 마리와 소 한 마리는 거뜬히 해치운 듯하였다.

“오늘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니십니까? 이놈들 젊습니다. 먹는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내 월급을 다 털어서라도 한 번은 먹여야겠다고 생각하였네. 그리고 그 날이 오늘이 된 것이고, 오늘 첫 승까지 거뒀으니, 내 월급 두 달 치를 다 먹어치운다고 해도, 웃으며 사주고 싶네.”

“와! 감사합니다! 장관님!”

장관의 말이 끝나자, 가장 반긴 인물은 추강이었다. 추강의 몸만 보아도 혼자 돼지 한 마리는 거뜬하게 먹을 듯 보였다.

“내가 처음 이 선수들을 볼 때, 가장 의심이 갔던 친구가 바로 저 친구일세. 그런데 역시 이 감독의 눈은 정확해. 그 누가 저런 몸으로 축구를 할 수 있다고 보겠는가? 하지만 아주 완벽하게 축구를 하고 있어. 아주 좋아.”

장관은 추강을 보며 말했고, 곧 세령에게 소주 한 잔을 따라주며 웃었다.

그렇게 국방부FC는 첫 승에 대한 선물로 고기를 한 없이 먹을 수 있는 특혜를 누렸다.

다음 날. 선수들의 표정이 무척 밝았다. 첫 승에 대한 기쁨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걱정하였던 수중 전에 대한 긴장감을 떨쳐버릴 수 있었던 경기였다.

“4라운드의 경기는 시흥전입니다. 시흥은 현재 8위로 2무 1패의 성적을 가지고 있으며, 3득점에 5실점입니다.”

연동훈은 4라운드 대전 상대인 시흥에 대한 분석 자료를 들고 세령을 찾았다.

세령도 시흥 전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고, 연동훈이 준비한 자료를 더 추가하여 4라운드 경기에 맞는 전술을 생각하려 하였다.

“정말입니까?”

한 편. 국방부 스포츠회의실에서는 정책기획관과 체육부대장, 그리고 장두관과 함께, 이강수, 서용식이 자리하고 있었고, 조금은 들뜬 표정으로 장두관이 물었다.

“그러네. 5월 중순에 열리는 국가대표 평가전을 대비하여, 현 국가대표 감독인 최홍표 감독이 직접 4라운드 경기를 관전한다는 내용을 보내왔네.”

모두가 놀란 눈이었다. 대부분 국가대표는 클래식 무대를 밟고 있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선발하였다. 그들의 실력이 챌린지보다는 우세하기에, 항상 그렇게 진행했었다.

또 한, 해외파를 먼저 점검한 후, 클래식 무대까지 보았고, 되도록 챌린지리그까지 관전하여 선수를 선발하는 감독은 극히 드물었다.

더군다나, 국방부FC는 모두가 군인이다. 군대스리가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도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 이감독도 함께 있어야 하지만, 어제 장관님과의 식사에 이은 휴식을 주고 있기에, 일단 우리가 먼저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자리를 만든 것이네.”

정책기획관이 마저 말하였다. 그리고 장두관은 입이 근질거리는 듯, 한시라도 빨리 세령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 하였다.

“장소령.”

“네.”

“이 감독을 서둘러 만나보고 싶어 하는 눈치인데, 먼저 가보게.”

“네. 감사합니다.”

정책기획관은 그의 표정만으로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아는 듯, 그를 회의실에 나가도록 하였고, 장두관은 그 길로 곧장 세령에게 향하였다.

“모두 주목!”

장두관은 선수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큰소리로 말했고, 선수들은 모두 그를 향해 시선을 집중하였다.

“이 감독은 어디에 있나?”

선수들만 있는 것을 본 장두관이 물었다.

“충성. 저를 찾으셨습니까?”

곧 그의 뒤에서 세령이 경례와 함께 물었다.

“그래. 마침 잘 왔네. 모두 모여 보게.”

장두관은 세령을 비롯하여 코치진들과 선수들을 모두 숙소에 모이도록 한 뒤,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보았다.

“무슨 일이신데…….”

“이번 4라운드 때. 최홍표 감독이 직접 우리 경기를 관전한다.”

“네? 최홍표 감독이라면, 설마…….”

“그래. 국가대표 감독님이지. 그 감독님이 직접 우리 국방부와 시흥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하여 국방부 홈을 찾는다.”

모두는 멍하니 있었다. 홈 2연전을 치르는 경기이며, 시흥은 비교적 다른 팀보다 쉬운 상대로 지목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국가대표 감독이 직접 관전하며, 선수들을 체크한다는 말은 그 어떤 방향으로 해석해도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기회가 되는 것이었다.

“모두 잘 알지? 국가대표다. 그것도 군인 신분으로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단다. 그전에도 상무에서 국가대표로 뛴 선수는 많다. 하지만 현역 군인이 뛰게 된다면, 그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여전히 장두관의 목소리는 들 떠 있었다. 선수들의 표정도 점차 들뜬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직 선수선발을 한다는 확정도 없지만, 국가대표 감독이 보는 앞에서 공을찰 수 있다는 것은 이들에게 아주 큰 영광이기도 한 것이었다.

모두는 지난 3라운드 때와는 달리, 더욱 더 강한 훈련을 하고 있었고, 시흥전의 필승을 다짐하며, 꼭 국가대표 감독의 눈에 들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는 듯 한 표정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4라운드는 주중에 열리기에 연습 시간이 많지 않았다. 주말 경기를 치른 후, 수요일 제 4라운드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화창하네.”

주말과는 달리 수요일 오전은 아주 화창하였다. 맑은 날씨에 봄기운이 가득 담긴 기온까지, 선선한 바람마저 불어 선수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시흥팀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기에 경기 당일 국방부FC의 홈구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시흥팀 역시 국방부의 홈구장은 처음 방문하는 터라, 낯선 잔디에 적응하고자, 도착 후, 곧바로 그라운드를 밟았고, 간단한 체력 훈련 등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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