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4 히든리거 =========================================================================
새롭게 첫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들은 비가 오는 것이 중요치 않았다. 바로 자신에게 주어진 첫 무대이자, 마지막 무대가 될 수 도있는 경기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장형도와 박철강은 그녀의 뜻에 확실한 보답을 해 주었고, 무엇보다 의기소침해 있던 전철민의 중앙 미드필더 부활이 최고로 반가운 순간이었다.
-1대 0으로 앞선 국방부FC의 공격은 여전히 매섭습니다. 하지만 2라운드 동안 단 한골도 허용하지 않았던 서귀포 수비진들의 수비를 쉽게 뚫지 못하고 있습니다.-
“삐익! 삐익!”
1대 0으로 전반전이 끝났다. 전반 20분에 얻은 전철민의 선취득점으로 기선제압을 하였고, 그 후로도 몇 번의 좋은 찬스를 맞이하였지만, 서귀포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잘했어. 전반전 경기 대체적으로 아주 마음에 든다.”
전반전을 끝내고 라커룸으로 들어온 선수들을 격려하며, 세령은 한 명 한명 안아주었다. 그리고 연동훈은 선수들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모두가 걱정하였던 수중 전이었고, 전반전 초반부에는 완전히 밀리는 경기를 하였었다. 하지만 점차 선수들은 제자리를 찾아가며, 결국 전반 20분에 전철민의 골로 인하여 기분 좋은 전반전을 마쳤다.
“하지만. 마음 놓지 마라. 광양 전에서도 2대2까지 아주 좋았었다. 하지만 막판에 실수와 함께 극심한 체력저하로 후반 5분을 남겨두고 세 골을 내주었다. 비록 광양과의 악몽과 같은 경기를 머릿속에 담아두지 말아야겠지만, 그 경기에서 느낀 점은 꼭 기억해둬라.”
이민우가 말했다. 모두는 그의 말을 듣고, 광양 전을 다시 떠 올렸다.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막판 5분. 누군가 말했었다. 축구는 시작 후 5분과 끝나기 전 5분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방부FC는 끝나기전 5분에 대해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던 광양 전이었다.
“후반전에도 제대로 달려보자!”
연동훈이 파이팅을 외쳤고, 모두 손을 모아 힘찬 파이팅을 외쳤다.
-전반전 경기는 대체적으로 국방부FC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광양전에 보여주지 못했던 패스 워크나, 기타 공격 및 수비전환도 빨랐고, 무엇보다 선수들이 자신감에 찬 드리블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나운서가 전반전에 대한 간략한 평을 내 놓았다. 전반전 경기를 관람한 모두가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후반전을 시작하기 위하여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오고 있었다.
“와아~!”
그러자 관중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선수들은 관중석을 보았다. 전반전 시작하기 전에 약 5천 명 정도의 관중이 모여 있었지만, 현재 국방부 홈구장에는 그 두 배정도인 약 만 명 정도가 들어서 있었다.
“비가 그치면서 관중이 모이고 있는 듯합니다.”
연동훈의 말처럼 전반전에 내리던 비는 후반전 시작하기에 앞서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였고, 이제 한, 두 방울 정도만 내리고 있는 듯 보였다.
-후반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양 팀 모두 전반전 라인업에 변화를 주지 않은 상태입니다.-
두 팀 모두 선수교체는 없었다. 특별히 지쳐 보이는 선수도 없었으며, 부상선수도 없었기에, 두 팀 모두 전반전에 뛰었던 선수들을 그대로 내 보냈다.
“강석중. 후반전엔 한 골 넣자.”
서귀포의 한 선수가 강석중을 보며 말했다. 그는 강석중이 다른 경기에 비해 제대로 뛰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국방부의 선축으로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이태성이 밀어준 공을 잡은 추강은 전철민에게 패스를 해주었다. 추강이 쉐도우로 내려와 있는 경기를 할 때는 추강이 지금 전철민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포메이션은 4-4-2. 즉 추강이 공격으로 편성되어 있기에, 중앙 허리부분 조율은 전철민이 하고 있었다.
추강에게서 패스를 받은 전철민은 자신의 양 사이드와 함께 전방을 주시하여 보았다. 또 한 자신에게 달려오는 서귀포의 공격수도 함께 보았다.
전철민은 우근우에게 공을 패스하였고, 우근우는 중앙선 인근으로 움직이고 있는 지형구를 향해 패스하였다. 지형구 역시 이번 경기에 처음으로 나온 선수였다.
“와우!”
-우근우 선수! 개인기가 화려합니다. 서귀포의 미드필더 두 명을 제친 후, 곧바로 서귀포 진영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근우는 자신이 들고 있는 공을 뺏기 위하여 다가서던 서귀포 선수 두 명을 가볍게 제친 후, 곧바로 빠르게 움직였고, 최전방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태성을 보며 땅볼 스루패스를 연결하였다.
-우근우선수! 아주 정확한 패스입니다!-
관중석에 앉은 관중들이 모두 엉덩이를 들고 일어섰다. 우근우의 패스를 받은 이태성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수 두 명을 등지고 서 있었고, 곧바로 자신의 반대방향에 자리하고 있던 추강을 보며 공을 내주었다.
‘촤아아아!’
공이 그라운드에 딱 붙으며 빠르게 추강을 향해 다가오고 있을 때, 서귀포의 수비수가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하였고, 그 공은 수비선수의 발끝에 맞으며 공의 방향이 바뀌었다.
-공의 방향이 바뀌며, 공은 다시 서귀포의 장충호 선수에게 갔습니다. 장충호 선수! 중앙으로 아주 빠르게 들어서고 있는 강석중 선수를 보며 길게 패스해줍니다!-
“대단한 패스다.”
서지후가 놀란 눈으로 보았다.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잡은 공을 땅볼로 아주 빠르게 패스한 것이. 그라운드 위에 있는 모든 선수들 사이를 교묘하게 지나가며, 국방부진영 중앙에서 페널티박스에 조금 더 가깝게 서 있던 강석중에게 그대로 연결되었다. 거리상으로는 거의 50미터는 될 법한 아주 긴 장거리 패스였다.
-강석중 선수. 공을 받은 후, 곧바로 치고 들어갑니다!-
공을 받자마자, 몸을 돌려 수비수를 제친 후, 빠르게 자세를 잡았고, 정확히 골문을 향해 시선을 돌린 뒤, 그대로 슛을 때렸다.
-강석중 선수! 슛!-
‘펑!’
-아! 골대로 그대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던 공을 용지현 선수 펀칭으로 쳐 냅니다!-
“와! 저걸 막내!”
비가 그치자, 용지현의 방어력은 만 렙이 된 듯 한 분위기였다. 관중석에서 나온 말처럼 공은 골키퍼가 서 있던 자리에서 거의 반대로 날아갔다. 그렇다고 느린공도 아니었다. 아주 빠르게 골대를 향해 들어갈 듯하였지만, 용지현의 빠른 움직임에 막혔다.
서귀포의 벤치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고, 반대로 국방부의 벤치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정말 대단한 골키퍼네.”
서귀포의 코치진들도 용지현의 선방에 놀란 눈들이었다.
-서귀포의 코너킥!-
코너킥을 아주 빠르며, 골라인을 따라 날아오다, 골대에 도착하기 전, 아주 심할 정도로 회전을 보이며 휘어졌다.
‘펑!’
‘탁!’
-강석중 선수의 헤딩 슛! 아! 용지현 선수! 이번에도 막아냅니다!-
“미치겠다. 저 골키퍼 대체 뭐야?”
이번 슛은 거의 골이라 여겼다. 아주 정확하게 강석중의 머리에 맞았고, 골키퍼와의 거리는 약 5미터도 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공은 막혔다. 너무나 정확하게 맞은 공은 용지현의 점프에 의해 그의 가슴팍에 그대로 안착하였다.
서귀포 선수들은 멍하니 서 있었다. 머리를 감싸며, 아쉬워 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냥 믿지 못할 선방일 뿐이었다.
-용지현 선수! 공을 멀리 던집니다!-
“또 나왔다!”
용지현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공을 중앙선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관중석에 앉은 한 관중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는 1라운드 때 용지현이 한 번 보인 적이 있었다.
용지현이 던진 공은 중앙선 인근에 있던 전철민의 발에 그대로 떨어졌다. 그 순간 서귀포의 모든 선수들이 놀란 눈으로 빠르게 수비로 돌아서고 있었다.
이미 공격 진영으로 서귀포 선수 일곱 명이 넘어가 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역습을 맞이한 것이었다.
용지현이 던진 공을 받은 전철민은 몸을 돌리자마자, 오른쪽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는 지형구에게 연결하였다. 지형구는 그 공을 잡고, 몇 발자국 앞으로 다가섰고, 자신에게 수비가 붙자, 추강이 홀로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형구는 수비수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찼고, 그 공은 정확히 추강을 향해 뻗어가고 있었다.
-추강 선수! 그대로 슛!-
추강은 자신에게 오는 공을 잡지 않고, 그대로 다이렉트 슛을 때렸다.
‘철렁!’
-골! 골! 골입니다! 전반 전철민 선수의 득점에 이어, 후반 20분! 추강 선수의 추가골이 터집니다!-
추강은 두 팔을 벌려 지형구를 향해 다가섰다. 그리고 그를 꽉 안아주었다.
“하하하하”
그러자 그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대형 전광판에 보이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관중들이 웃었다.
추강의 몸은 120kg이 넘는다. 하지만 지형구는 설태구와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체구였다. 추강이 다가가 그를 꼭 안으니, 지형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관중들이 웃은 것이었다.
국방장관도 웃었고, 정책기획관 및 군 관련자들도 모두 웃었다.
-2대 0으로 국방부FC가 다시 한 골 달아납니다! 단 한골도 허용하지 않았던 서귀포가 이번 경기에서 두 골을 내주며, 수비력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수비라면 모든 팀들 중에서 단연 돋보였던 팀이 서귀포였다. 하지만 그들은 전철민의 아주 강력한 헤딩슛과 추강의 논스톱 슛을 막아내지 못하고 두 골을 내주었다.
-서귀포FC. 역시 공격력 부재를 절실히 드러내고 있는 경기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석중 선수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공격자원이 없기에, 너무 한 선수에게 치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로 인하여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듯합니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후반 20분이 흐르는 동안 서귀포의 모든 공격은 강석중의 발에 맞추고 있었다. 항상 강석중이 슛을 때리고, 그가 슛을 때린 후, 튀어나오거나, 옆으로 흐르는 공을 같은 팀 선수가 줍기라도 해야 하지만,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후반전에도 역시 서귀포의 공격은 강석중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추가시간을 1분 주는군요.-
어느덧 정규 경기 시간은 다끝나가고 있었다. 선심은 추가시간 1분을 알리는 팻말을 들고 섰고, 국방장관의 심장은 아주 크게 요동치고 있는 듯하였다.
이는 국방장관 뿐 아니었다. 군 관련자들은 모두 자신의 심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듯 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바로 1승. 세 경기 만에 첫 승을 따내는 순간이며, 신생팀으로 올 시즌 첫 리그에 도전한 이후, 첫 승을 올리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