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3 히든리거 =========================================================================
-두 팀. 선수 입장을 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멘트를 듣고, 관중들은 입장하고 있는 국방부FC선수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홈구장에서의 두 번째 경기를 맞이하는 국방부FC의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2라운드를 잊고 좋은 경기를 바란다는 홈팬들의 뜻이 담긴 박수라 생각됩니다.-
아나운서는 듣기 좋은 말솜씨로 잘 포장하여 말하고 있는 듯하였다.
-현재 리그 3위인 서귀포와 리그 8위인 국방부. 오늘 경기로 충분히 순위에 변화를 줄 수 있듯이, 중요한 경기가 될 것입니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경기초반에는 승, 무, 패에 의해 순위변동이 참 많은 시기다. 아직 승점이 많이 쌓이지 않았기에, 이기면 순위가 올라가고, 패배하면 그 즉시 내려앉게 되는 경기 초반이었다.
-서귀포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중앙선에서 공을 밟고 있는 선수는 강석중이었다. 그는 국방부의 이태성을 보며 미소를 지어주었고, 곧 추강을 보고서도 미소를 주었다.
추강과 이태성도 그의 미소에 답하듯, 미소를 보내주었다.
“집중해라 강석중. 친분으로 경기를 치르는 것은 없다. 지면 내려앉는 것이고, 이기면 1위까지도 넘볼 수 있다.”
“알겠습니다.”
강석중의 미소를 본, 서귀포의 선수가 그에게 말했고, 강석중은 그 즉시 입가에 미소를 거두며, 매서운 눈빛으로 변한 채, 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삐익!”
-경기 시작됩니다!-
3라운드 경기가 시작되었다. 촉촉하게 내리고 있는 비는 국방부 선수들의 마음마저 적셔 놓는 듯, 맑은 표정을 싹 거두어가고 있었고, 반면에 서귀포선수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서귀포는 여느 지역에 비해 비가 자주내리는 지역이었다. 그로인하여 수중 전에는 광양보다 더 강한 면모를 보이는 팀이기도 하였다.
“선수들 표정이 이미 굳어있습니다. 또 다시 광양과의 경기를 기억하고 있는 듯합니다.”
연동훈이 세령을 보며 말했다. 세령의 눈에도 선수들의 표정은 너무나 잘 보였다.
“하지만…….우리 선수들은 이겨 낼 것 같다. 그냥…….그런 느낌이 들어.”
연동훈의 걱정과는 달리, 세령은 편한 마음을 가진 듯, 벤치로 이동하여 장두관의 옆으로 앉았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장두관이 그녀의 얼굴 표정을 보며 말했다.
“그렇게 보이십니까? 맞습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이렇게 빨리 지난 광양전의 아픔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와서 기쁩니다.”
그녀는 장두관을 보며 웃었다. 장두관은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며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녀의 긍정적 마인드. 모두는 가장 최근의 아픔으로 인하여 되도록 수중전이 빨리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었다. 하지만 세령은 달랐다. 아픔 과거를 빨리 잊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을 오히려 반기고 있는 듯하였다.
-서귀포의 공격이 매섭습니다. 중앙은 물론, 양 쪽 사이드를 적절히 이용하며 국방부의 골문을 향해 다가서고 있습니다.-
서귀포의 공격은 강석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만큼 확실한 골게터가 강석중 뿐이라는 결론이었다.
-강석중! 그대로 슛! 아…….골문을 훌쩍 넘어가는 슛입니다.-
전반 5분여만에 첫 슈팅이 나왔다. 강석중이 사이드에서 받은 공을 골대와의 거리 약 20미터 정도를 두고 지른 슛은 골문을 훌쩍 넘어 골라인 밖으로 나갔다.
-경기 초반, 서귀포의 공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국방부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반 5분 만에 첫 슛이 나왔지만, 그 시간동안 공은 모두 국방부진영에서 돌고 있었다. 그만큼 볼 점유율이 서귀포 쪽에 완전히 쏠려 있는 경기 초반이었다.
“비가 내리고 있지만, 이정도의 비는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선수들이 지난 광양 전에 비해 볼을 다루는 자세가 편해 보입니다.”
연동훈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비록 비는 내리고 있지만, 광양 전에서 보여주었던 엉거주춤은 없어 보였다. 이렇다 할 공격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지만, 패스미스라던지, 볼을 다루며 실수를 범하는 행동은 아직 없었다.
-국방부FC! 우동화 선수가 볼을 차단하여 역습 찬스를 맞이합니다! 공은 곧바로 전철민 선수에게로 패스됩니다!-
우동화가 인터셉트한 공은 곧바로 전철민에게 패스되었다. 그 순간 벤치에 앉아 있던 세령은 물론, 연동훈과 이민우도 자리에서 일어나 전철민을 보았다.
이는 무의식중에 나온 모두의 행동이었다. 바로 광양 전에서 수많은 실수를 범한 것으로 인한 행동들이었다.
-전철민 선수, 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서귀포의 정 중앙으로 들어서는 추강선수에게 스루패스를 연결합니다! 아…….정말 딱 맞는 패스입니다!-
지난 광양전의 실수는 보이지 않았다. 전철민은 공을 놓치지도 않았고, 전방을 향해 뛰어들고 있는 추강의 앞으로 이어지는 정교한 스루패스를 아주 완벽하게 성공시키고 있었다.
-추강! 골대를 향해 시선을 돌립니다! 그대로 슛!-
‘팅!’
-아! 아깝습니다. 거의 20미터 정도를 날아간 공은 골포스트 모서리를 맞고 골라인 밖으로 나갑니다.-
아주 아슬아슬하였다. 언제나처럼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과 같이 바닥에 붙어 서서히 떠오른 공은 골대로 그대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하지만 골포스트 모서리를 적중시키고 골라인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까비!”
관중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까움을 나타냈고, 모두 자신들의 머리를 감싸며 다시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훌륭한 슛이었어.”
이태성이 다시 수비를 하기 위하여 중앙선 부근으로 내려오며, 추강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서귀포 골키퍼가 찬 공은 중앙선을 넘어 국방부 중앙까지 넘어왔고, 원바운드 된 공은 국방부 수비수를 등진, 강석중 앞에 떨어졌다.
강석중은 수비수 두 명을 등지고, 공을 자신의 발아래 두었고,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다. 좌측과 우측으로 서귀포 선수들이 빠르게 들어서는 것이 보였지만, 어느새 두 선수들 앞으로 국방부의 미드필더가 따라 붙고 있었다.
-강석중 선수! 마땅히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한 듯, 공을 다시 뒤로 돌리고 있습니다.-
강석중은 양쪽 사이드가 아닌, 중앙선 부근에 서 있는 서귀포의 미들진에게 패스하였고, 미들진쪽으로 이동한 공을 따라, 추강과 전철민이 함께 압박수비를 하기 위하여 붙었다.
앞에서는 전철민이 다가서고, 뒤에서는 추강이 다가서고 있는 것을 본 서귀포 미드필더는 좌측 끝으로 빠르게 달리고 있는 서귀포 선수를 보았고, 곧 그를 향해 길게 공을 패스하였다.
‘탁!’
공이 서귀포 선수의 곁으로 가기 전, 이번 시즌에 첫 출전한 국방부의 포백 중 레프트백인 장형도가 날아오는 공을 점프하여 공중에서 가슴트래핑으로 잡은 뒤, 곧바로 전방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그 즉시 아주 길게 공을 패스하였다.
“와우!”
-장형도 선수! 아주 완벽한 인터셉트입니다. 뒤로 넘어갈 뻔 한 공을 차단하여 곧바로 아주 길게 패스를 시도하였고, 공은 역시 이번 경기 첫출전한 박철강 선수에게 연결됩니다!-
아나운서는 물론, 관중들도 놀란 눈을 하였다. 공을 가로챈 기술도 놀라웠고, 거의 40미터가 넘는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박철강에게 넘겨준 패스 또 한 일품이었다.
이는 지난 광양 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최고의 패스 워크이었다.
-박철강 선수! 오른쪽을 치고 들어갑니다. 아주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입니다. 벌써 서귀포의 수비진 세 명을 따돌리고 코너부분까지 이어갑니다!-
환호성은 절로 나오고 있었다. 많은 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중 전이었다. 공의 속도와 잔디의 성향을 잘 파악하지 않으면, 치고 달리는 것이 어려운 경기가 바로 수중 전이었다. 하지만 박철강은 길고, 짧은 드리블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자신에게 붙은 세 명의 수비진을 다 따돌린 후, 서귀포의 코너부분까지 움직였다.
‘펑!’
-박철강 선수! 센터링!-
공은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펑!’
‘철렁!’
-아! 골인입니다!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떨어지는 공을 향해 고공 점프를 시도하며, 헤딩슛으로 첫 골문을 열고 있는 전철민 선수입니다!-
전철민이었다. 박철강의 센터링은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날아오다, 다시 페널티박스 외부로 휘어졌다. 그로인하여 중앙에 서 있던 이태성과 추강의 뒤로 공이 전달되고 있었고, 이태성과 추강에게 이미 많은 수비진이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또 한 모두가 놀란 것은 페널티 박스 외부에서 날아오는 공을 헤딩슛으로 연결한 전철민의 능력 때문이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도 헤딩으로 골을 연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물며, 페널티박스 바로 밖에서 달려오며 강하게 헤딩슛을 날렸고, 그 공은 거의 다이렉트로 쭉 뻗어나가, 서귀포 골문의 왼쪽 모서리로 빨려 들어갔다.
“와우!”
장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고, 국방부 벤치에서도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비가 오는 가운데 홈구장을 찾은 약 5천명의 팬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전반 20분! 국방부FC의 선취득점이 나왔습니다. 또 한! 2라운드까지 무실점으로 선방쇼를 펼쳤던, 서귀포의 수비진과 골키퍼 최만호선수는 3라운드 만에 첫 실점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선취득점을 먼저 올린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서귀포의 무실점 행진을 저지한 것도 국방부가 처음이었다. 또 한, 이 모든 것이 취약하다고 여겼던 수중 전에서 나온 결과였다.
“이 감독의 전술이 먹혔다고 볼 수 있는 건가?”
장관은 흥분된 기분을 잠시 가라앉히며 정책기획관에게 물었다. 하지만 정책기획관은 이 모든 것이 세령이 의도한 것인지 알 수 없기에 확실한 답을 주진 않았다.
세령은 수중전이라는 것을 알고, 경기 전 선발명단을 다시 수정하여 주최 측에 알렸다.
공격진까지 모두 바꾸고 싶어 하였지만, 연태민이 부상 중이고, 또 이태성과 추강은 지난 광양 전에서 각각 전반전과 후반전을 소화하였기에, 체력적인 면에서는 아직 건장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혹시나 수중 전에 대한 부담감을 다시 안고 뛸 수도 있다고 여겨, 기
존 선수들을 대부분 제외시킨 그녀였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선수선발이 제대로 먹히고 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