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90화 (9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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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자. 춥다.”

세령이 먼저 일어났다. 그리고 곧 전철민도 일어섰다. 전철민은 아주 작은 체격에 비를 홀딱 맞아 더 작아 보이는 세령을 내려 보았다.

“전철민!”

“네!”

곧 연동훈의 악마와 같은 음성이 들렸고, 세령의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전철민이 놀란 눈을 하며 큰 소리로 답했다.

“감독님 감기 걸리면 모두 네 책임이다! 그러니…….감독님 감기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라커룸으로 향하고, 샤워해라!”

전철민은 연동훈의 말을 들은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비를 피해 라커룸으로 이동했지만, 세령과 연동훈은 자신의 곁에 함께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그는 세령을 다시 보았다. 그녀의 코가 빨개지고 있는 듯 보였다.

“알겠습니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전철민은 비를 맞으며 빠르게 라커룸으로 향하였고, 연동훈은 그제야 우산을 펴 세령의 머리 위를 덮어주었다.

“감기 걸립니다.”

“이 정도로 감기 걸리면, 나도 체력 단련을…….에취!”

연동훈은 세령을 빤히 보았고, 세령도 그를 빤히 보았다. 그리고 연동훈은 세령을 향해 손가락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뭐…….뭐해!”

자신의 코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연동훈을 보며 세령이 소리쳤다.

“콧물 나왔습니다. 이제 침에 이어 콧물까지…….”

“이놈이! 그럼! 이 추위에 비를 맞았는데, 콧물 정도는 나와야 오히려 정상 아니야!”

세령은 자신의 코를 한 번 스윽 닦으며 소리쳤고, 곧바로 라커룸으로 향해 달려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연동훈은 미소를 지었고, 곧 그도 라커룸으로 향하였다.

“그래? 5대 2로 패했어?”

같은 시각. 2대2까지의 내용을 전달받은 후, 다시 전달받은 내용은 5대2라는 스코어였다. 국방부장관은 쓴 미소를 한 번 지은 뒤, 자신의 책상위에 놓인 서류철에 사인을 한 후, 그치기 않고 내리는 비를 보며 창가를 향해 섰다.

“선수들이 돌아오면 많이 피곤 할 테다. 각별히 신경 써주도록.”

“알겠습니다. 장관님.”

국방부장관은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굵직하게 쏟아지고 있는 비에 선수들의 표정들도 저 하늘의 검은 먹구름과 같을 것이라 여겼다.

“모두 다 탔어?”

경기를 끝내고 국방부FC는 다시 서울로 올라갈 채비를 하였다. 세령은 차량안을 훑어보며 물었지만, 누구하나 시원스럽게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다 탔습니다.”

연동훈이 그녀의 물음에 답했고, 세령은 힘없는 표정으로 모두가 차창 밖을 보고 있는 선수들을 본 뒤, 힘없이 자리에 앉았다.

스포츠에서 패배도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처음으로 패배란 것을 맛봤다. 그 맛은 무척 쓴 맛이었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에게 처음 맛보인 패배는 모두의 머릿속에 너무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었다.

서울로 향하는 그 긴 시간동안 선수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분위기 전환을 위하여 세령이 휴게소에 들릴 때마다 선수들을 만나 농담도 던졌지만, 그저 건너간 농담일 뿐이었다. 그녀의 농담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선수들은 그녀를 향해 어설픈 미소만을 지어줄 뿐이었다.

“아주 호되게 당하고 오는군.”

비가 오는 도로에는 차가 무척 많았었다. 광양에서 서울까지 오는 시간은 무척 길었다.

저녁 6시 경기였기에, 늦은 시간 출발하는 것보다, 그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출발하는 것이 오히려 더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국방부FC는 군인들이었다. 원정경기는 일종의 장거리 훈련을 나간 것과 같은 것이었다. 훈련을 마쳤으니, 부대 복귀는 당연한 것이었다.

아주 늦은 새벽에야 국방부 정문을 통과하고 있는 차량을 보며, 이강수가 비웃는 듯 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는 국방부장관의 말을 듣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생했어. 모두 숙소로 돌아가고, 내일아침 점호는 없다. 조식 전까지 모두 일어나고, 조식에는 단 한명도 열외가 없어. 모두 참석한다.”

세령은 선수들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고, 선수들은 하나같이 기죽은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숙소로 향하였다.

“이 감독 수고했어. 나도 가서 좀 쉴게.”

소재은은 하품을 하며 말했고, 곧 고개를 반쯤 숙인 채, 자신의 숙소로 이동하였다.

세령은 힘없는 모두를 고루 보았다.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될 일이야.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고 했어. 이놈들에게 패배의 쓴 맛을 보여주었으니, 다음부터 이런 맛을 보지 않으려 더 뛰어다니겠지.”

세령의 옆으로 장두관이 서며 말했다. 그는 모든 행정을 책임지는 인물답게 선수들의 모든 경기는 단 하나도 빠짐없이 현장에서 관람한다. 그리고 몇몇 문제점을 지적하고, 또 축하할 일이 있으면 가장먼저 축하를 해준다.

“장소령님도 들어가 쉬십시오.”

연동훈이 장두관을 보며 말했다.

“이거. 고생 많으셨습니다. 늦은 시간인데 서둘러 들어가 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두관이 연동훈의 말을 들은 후, 숙소를 향하려 할 때, 이강수가 모습을 보이며 경례한 후, 말했다.

“아직 취침하지 않았었나?”

장두관이 그를 보며 물었다.

“저도 자야하는데, 장관님께서 굳이 선수단 들어오는 것 보고 자라고해서 말입니다. 지금 졸려 죽겠습니다.”

이강수는 세령을 보며, 장두관의 물음에 답하였다.

“어서자게. 광양과의 경기를 분석해서, 다음부터는 이런 패배를 맞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 아닌가.”

“네. 자야죠. 자야하는데,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록 제가 광양과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지는 않았지만, 관련 영상을 접하고 난 뒤, 무슨 결정을 내려야할지 생각도 해야 하니 말입니다.”

이강수는 여전히 세령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장두관의 말에 답하고 있었다.

“푹 자두게나. 이 감독. 오늘 있었던 경기 분석이 끝나면, 아마 감독 자질도 한 번 따져봐야 할 것 같으니 말이야.”

“이제 두 경기 뛴 것이네, 그 경기만으로 무슨 감독자질을 운운하는가. 그 말도 되지 않는 말은 그만하고 들어가 자!”

이강수는 세령의 바로 앞에서 그녀의 기를 팍팍 죽여 놓을 말을 던져주었지만, 이내 장두관의 날카로운 목소리로 들리는 말에 이어, 큰 목소리는 이강수의 눈동자를 떨리게 만들고 있었다.

“이감독도 들어가고, 연중사도 들어가! 힘들게 경기를 끝내고 온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도…….너도 들어가!”

장두관의 거친 말은 끝나지 않았다. 계속하여 이강수를 보며 큰소리쳤고, 그의 큰 목소리에 국방부의 야간 근무자들이 모두 그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비는 그쳤다. 하늘을 덮고 있던 검은 구름들이 물러나며, 그 속에 숨어있던 밝은 달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세령은 달을 보았다. 무척 밝아 보이는 달이었다. 연동훈은 달을 보고 있는 그녀를 보며 자신도 시선을 돌려 달을 보았다.

“5대2가 말이 됩니까? 이건 1라운드 경기를 그저 운이 좋았던 경기라 스스로 말하고 있는 꼴입니다.”

아침부터 국방부 스포츠단 회의실에서는 이강수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었다. 비록 국방장관은 자리하지 않았지만, 정책기획관과 체육부대장, 그리고 일부 관계자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에서 대위의 계급으로 너무나 큰 소리를 치고 있었다.

“고작 두 경기를 치룬 상황에 너무 몰아세우고…….”

“몰아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입니다. 1라운드에서 3대 3이란 성적을 거두었을 때, 많은 축구팬들이 놀라워했습니다. 그런데 2라운드에 5대2라는 참패를 당했습니다. 이는…….”

“그만하게 이 대위.”

장두관이 두 경기의 결과로 모든 것을 다 바꾸려는 듯 한 억양으로 말하고 있는 이강수에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보자는 뜻으로 말을 건네려 하였지만, 이강수는 그의 말을 자르며 다시 한 번, 2라운드 경기를 상기시키는 말을 하였다. 하지만 곧바로 체육부대장이 이강수의 말을 잘랐다.

“자네의 말처럼 2라운드는 참패를 당했어. 그리고 장소령의 말처럼 이제 두 경기를 치룬 상황이야. 한 번의 대패로 모든 것을 바꾼다면, 지금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프로구단의 감독들 명줄은 오로지 1주일 밖에 되지 않겠지.”

체육부대장은 이강수를 보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구상에는 아주 많은 축구 구단이 있다. 유럽의 명문구단도 참패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그렇다고 감독을 경질하는 경우는 드물다. 적어도 시즌의 반은 소화한 뒤, 경질에 대해 논한다.

“앞으로 남은 경기가 무려 36게임이네. 하다못해 반시즌인 19게임이라도 치른 후에 모든 것을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야.”

이강수의 표정은 굳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앉은 또 한명의 행정담당인 서용식은 아무런 말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똑똑’

아침 회의부터 조금은 격한 반응들이 오고가고 있을 때, 회의실 노크소리가 들린 후, 문을 열고, 세령이 들어섰다.

그녀가 들어서자, 이강수는 더욱 더 쓴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보았고, 정책기획관과 체육부대장. 그리고 장두관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반겼다.

“어서 앉게.”

장두관이 자신의 옆 자리 의자를 밀어주며 말했다.

“새벽에 도착하여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런지 얼굴이 말이 아니군.”

그녀의 표정을 본 정책기획관이 말했다.

“아닙니다. 잠은 잘 잤습니다.”

“그런 시합을 하고 잠이 와? 제정신이야?”

“이 대위! 그만하라고 했지 않은가!”

결국 장두관의 큰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렸다. 세령은 큰 두 눈을 깜빡거리지도 않은 채, 멍하니 있었고, 모두가 그녀를 향해 보고만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죄송하다는 말은 아직 일러. 남은 경기가 많다. 앞으로 더 발전하면 되는 거야.”

세령의 힘없는 목소리에 체육부대장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1라운드 4위에서 2라운드 경기를 마치고, 곧바로 8위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이래서야 어디 다음 시즌에 클래식 무대를 밟기나 하겠습니까?”

이강수는 여전히 세령을 더 몰아세우고 있었다.

“이 대위.”

“네.”

정책기획관이 그의 말을 듣고, 이강수를 불렀다.

“자네의 의중이 뭔가? 지금이라도 이 감독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다른 감독을 앉혔으면 하는가? 그게 이 대위가 원하는 스토리인가?”

정책기획관이 말을 돌리지 않고, 곧바로 물었다. 그러자 막상 멍석을 깔아주니 이대위의 표정이 멍한 상태로 변하였고,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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