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89화 (89/163)

00089  히든리거  =========================================================================

-국방부의 선수교체입니다. 아…….이태성선수와 마형식 선수가 나가고, 중앙미드필더인 전철민선수와 라이트윙인 설태구 선수가 들어옵니다.-

아나운서도 약간은 의아한 듯 한 선수교체라 여기고 있었다. 스트라이커 없이 경기를 진행한다는 말이기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던 것이었다.

-곧이어, 광양FC도 선수교체가 있습니다.-

광양도 선수교체를 하였다. 국방부는 앞 서, 연태민과 추강의 교체가 있었기에 추가로 두 명을 더 교체하였지만, 광양은 아예 세 명의 선수를 한꺼번에 모두 교체해버렸다.

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승부를 보겠다는 양 팀의 전술이며, 막판에 이기고 있다고 하여, 선수교체로 인하여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기도 하였다.

“남은 시간은 고작 15분정도. 그 시간 안에 승부를 보려면 공격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입니다.”

김철남은 수비를 보강하는 것이 아니라, 미드필더를 더 보강한 세령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광양은 닥공 스타일인 김철남 답게, 수비수를 과감히 줄이고, 미드필더 한 명으로 더 올렸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도 모두 공격적인 미드필더로 교체하였다.

이는 세령과는 반대로 남은 시간동안 모두 공격에 치중하겠다는 김철남의 뜻이었다.

-선수교체가 있은 후, 양 팀 모두, 경기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교체된 선수들의 움직임이 빨랐다. 국방부에서는 설태구의 움직임이 가장 돋보이고 있었다. 작은 체구에 이리저리 훌륭한 볼 컨트롤로, 상대 미들 진들을 따돌린 후, 전방으로 길게 뻗어 올려주는 패스는 진정 일품이었다. 하지만 전철민의 움직임이 1라운드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 단점이었다.

수중 전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겠지만, 광양 홈구장 잔디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탓도 컸다.

그로인하여 이태성을 대신하여 스트라이커 자리로 올라선 추강에게 쉽게 공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다.

-국방부. 계속하여 공을 뺏기고 있습니다. 중앙 허리부분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여 계속된 역습찬스를 놓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국방부의 포백은 광양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역습으로 상황을 전환시켰지만, 전철민의 컨디션이 너무나 저조하였다.

전철민은 공을 잡고도, 양쪽 사이드는 물론, 최전방으로 움직이고 있는 추강에게 제대로 된 패스를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전철민의 실수가 너무 많습니다.”

연동훈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전철민을 보며 말했다. 세령은 이미 선수교체 전, 전철민의 몸 상태를 본인에게 직접 물었었다. 그리고 문제없다는 말을 들었기에, 그를 교체선수로 내보냈다. 하지만 결과는 엉망이었다.

컨디션 난조로 인하여 전철민은 제 역할을 단 하나도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말씀드리는 순간! 이민호 선수 중앙으로 아주 빠르게 돌파합니다!-

전철민과 같은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 이민호는 더욱 더 날아다녔다. 체력이 다 소진되어 진정 걸어 다니기도 힘든 상황이겠지만, 이민호의 공격침투는 처음처럼 그대로 날카로웠다.

-이민호 선수! 슛!-

또 다시 이민호의 중거리 슛이 나왔다. 거의 20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서 때린 슛은 왼쪽으로 완전히 휘어지며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펑!’

-용지현 선수! 펀칭으로 공을 쳐 냅니다!-

골대 모서리로 향한 공을 용지현은 몸을 달려 쳐냈다.

-쳐낸 공은 다시 서용호 선수에게로 향합니다! 서용호 슛!-

‘철렁!’

-골! 골인입니다!-

용지현이 쳐낸 공은 또 다시 불운을 담은 듯, 많고 많은 국방부 선수들 곁이 아닌, 달랑 혼자 서 있던 서용호에게 떨어졌고, 서용호는 그저 자신의 앞으로 떨어진 공을 가볍게 차 넣었다.

용지현이 제 아무리 빠른 움직임을 가졌다고는 하나, 점프하여 공을 막아낸 후, 곧바로 일어 다시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코어는 3대 2가 됩니다! 다시 광양FC가 앞서갑니다!-

남은 시간은 5분여를 더 남기고 있었다. 광양의 몇 차례 이어지는 공격을 잘 막아내었지만, 그 역습 기회를 살리지 못하였고, 결국 매서운 광양의 공격에 한 골을 더 내어주고 말았다.

“이대로라도 제발 경기가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연동훈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라운드를 향해보며 말했다. 그가 그 말을 한 이유는 모두의 눈에도 너무나 잘 보였다. 교체하여 들어간 추강은 전철민의 패스미스로 인하여 쓸데없는 움직임을 너무나 많이 한 탓과 무거운 체중을 이겨내지 못하고 헉헉거리고 있었고, 역시 교체하여 들어간 설태구는 자신의 앞으로 공격이 이어지는 광양의 공격을 잘 차단하며, 곧바로 역습 상황을 만들어 위하여 패스를 시도하였지만, 그 패스를 받는 전철민의 실수로 인하여 제대로 역습을 하지도 못하였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를 들어낸 전철민. 수중전의 적응에 완전 실패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마인드를 도저히 찾지 못하고 있었고, 패스미스는 물론, 공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고 있었다.

-또 다시 이어지는 광양의 공격입니다!-

남은 시간이 고작 5분이었지만, 광양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경기 초반 첫 번째 골을 성공시켰던 광양의 서민수 선수가 중앙을 매섭게 파고든 후, 전방으로 빠르게 들어서는 이민호과 서용호를 보았고, 골대와 약 25미터 정도의 거리에 접어들자, 곧바로 슛을 때렸다.

-서민수 선수! 슛!-

‘팅!’

“막아!”

교체하여 그라운드를 나온 이태성이 소리쳤다. 서민수가 찬 공은 25미터를 정말 잘 미끄러지듯이 땅 위에 바짝 붙은 상태에서 날아왔고, 몇 번의 원바운드가 되었지만, 그때마다 오히려 공의 속도는 더 붙는 듯 빠르게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용지현의 공을 보며 점프를 하였지만, 그의 손이 공에 닿기 전, 공은 용지현의 손을 지나쳐갔다. 하지만 다행히 공은 골포스트를 맞고 그대로 정면으로 다시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용호 선수! 공을 향해 달려갑니다!-

서용호가 튕겨 나온 공을 향해 달려갔고, 용지현이 빠르게 일어섰다. 그리고 수비수들도 서용호를 향해 모두 움직였다.

“중앙이 비었잖아!”

그 순간 연동훈이 큰 소리를 외쳤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선수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연동훈의 말처럼 팅겨나온 공을 향해 서용호가 다가서자, 근처에 있던 국방부 수비수 다섯 명이 한꺼번에 그에게로 몰려버렸고, 그로 인하여 페널티박스 끝부분에 홀로 남은 이민호는 단독찬스를 잡고 있었다.

‘툭!’

아니나 다를까. 서용호는 공을 살짝 밀어 이민호에게 패스하였다.

-이민호 선수! 슛!-

거의 페널티킥과 같은 상황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의 슛이었다. 골키퍼와 이민호의 사이에는 그 어떤 선수도 없었다. 이민호는 서용호에게서 받은 공을 곧바로 골대 모서리로 가볍게 방향만 바꾸며 차 넣었다.

-골인입니다! 후반 44분! 이민호선수의 추가골입니다!-

국방부 선수들은 더욱 더 거친 호흡을 내쉬고 있었다. 경기 5분을 남겨두고, 또 다시 한골을 더 허용하였다.

-4대2가 됩니다.-

2대 2 상황까지는 좋았었다. 하지만 막판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또 한 전술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는 바람에 연이어 두 골을 다시 내어주었다.

-정규시간은 이미 지났습니다. 심판은 3분의 추가시간을 더 주고 있습니다.-

추가시간 3분이 주어졌다. 한 골이라도 더 만회하고자, 국방부의 선수들이 서둘기 시작하였다. 설태구는 공을 잡은 후에 자신의 뛰어난 드리블 능력으로 광양진영으로 직접 파고들었고, 전철민도 지금까지의 실수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고자,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추강의 움직임도 지쳐있지만, 나쁘다고 볼 정도는 아니었다.

-설태구 선수. 전철민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아! 전철민 선수 공을 잡자마자 곧바로 다시 뺏깁니다!-

“어서 뛰어!”

연동훈이 다시 소리쳤다. 전철민은 설태구에게서 받은 공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한 채, 광양의 서민수에게 공을 뺏겼고, 서민수는 그 즉시 이민호에게 공을 바로 연결하였다,

이민호는 뛰어난 개인 돌파능력으로 국방부 중앙을 모두 휘젓고 다닌 뒤, 골대를 향해 돌아들어가는 서용호를 보며 로빙패스를 시도하였다.

“아…….”

패스는 땅으로만 온다고 그 순간 생각하고 있었던 국방부 포백이 완전히 무너졌다. 공은 모두의 머리 위를 지나, 페널티 박스 안으로 떨어졌고, 그 자리에는 어느새 서용호가 달려 들어가고 있었다.

‘펑!’

-골! 골입니다! 서용호 선수! 앞 선 1라운드 두 골과 함께, 이번 2라운드에서 해트트릭

을 성공시킵니다!-

또 다시 한 골을 허용하였다. 이로써 스코어는 5대2가 되었으며, 후반 막판에 세 골을 허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서용호에게만 세 골을 내주며, 이번 시즌 첫 해트트릭을 내준 팀이 되었다.

세령은 전광판을 향해 보았다. 어느덧 이미 주어진 추가시간 3분도 끝나 있었고, 그 아래에는 스코어 5대 2라는 큰 숫자가 적혀 있었다.

모두의 기분은 우울해지고 있었다. 비록 첫 수중 전에 두 골을 뽑아내며 나름 선전하고 있었다고 여겼지만, 내리 3골을 다시 내어주며, 무너져 내린 국방부였다.

“삐~익!”

-네! 경기 끝납니다. K리그 챌린지리그 제2라운드 광양FC와 국방부FC의 경기가 끝났습니다. 스코어는 5대2이며, 광양이 승리하였습니다!-

아나운서는 경기가 끝난 시점에, 양 팀의 스코어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광양FC의 승리를 말하였고, 광양 선수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두 팔을 벌려 승리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반면에 국방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드러누운 선수가 꽤 많았고, 그 나마 서 있던 용지현과 포백라인을 맡았던 선수들도 하나 둘, 힘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고 있었다.

세령은 그치지 않은 비를 맞으며 그라운드에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국방부 선수들을 향해 걸어갔고, 모두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녀의 행동에 연동훈은 물론, 코치진과 소재은까지 함께 그라운드로 나서, 주저앉은 국방부 선수들을 위로하고 있었고, 벤치에 앉아 아무런 말없이 경기를 관전하던, 장두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 후, 라커룸으로 향하였다.

선수들은 축 늘어진 어깨를 한 채, 하나, 둘 라커룸으로 향하였고, 세령은 가장 오랫동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전철민의 곁에서 한 동안 그를 보고 있었다.

“전철민.”

“네.”

“누구나 실수는 한다. 넌…….실수를 한거야. 처음접해보는 환경에 실수를 한거야. 그것뿐이다. 하지만…….누누이 말했듯이, 처음뿐이다. 처음이기에 처음이라는 핑계로 포장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은 안 돼. 알지?”

세령은 주저앉은 그의 옆에 함께 앉으며 말했다. 비는 그치지 않고, 더 퍼붓고 있지만,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서로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바로 전철민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경기 전광판이었다. 5대2라는 큰 스코어차로 패배한 경기를 알려주는 내용이 너무나 밝게 빗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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