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88화 (88/163)

00088  히든리거  =========================================================================

‘팅!’

-아깝습니다! 골포스트를 맞고 팅겨나온 공. 아…….서용호 선수…….-

‘펑!’

-슛!-

“철렁!”

-골! 골입니다! 서용호 선수의 기막힌 발리슛이 나왔습니다!-

30미터를 날아온 공은 용지현이 어찌 손 쓸 틈도 없이 골포스트를 정확하게 강타하였다. 마치 빗속에서 날아오는 대포처럼 비를 뚫고 날아왔지만, 수비벽을 지나, 골대 앞까지 오고 있을 때에 용지현의 눈에 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로 인하여 용지현은 몸을 날릴 수도 없었고, 그저 공이 날아온 방향만을 보고 있었다.

운이 좋게 슈팅은 골포스트를 맞았지만, 팅겨나온 공은 오프사이드를 절묘하게 피하며, 골대를 향해 움직인 서용호의 앞으로 날아왔고, 가슴트래핑으로 공을 받은 후, 그 공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삐익!”

서용호는 두 팔을 벌려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마치 영화 쇼생크탈출에 나온 명장면을 재현하고 있는 듯 보였다.

광양의 벤치는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고, 반대로 국방부 벤치는 조용하였다.

“연태민은 지금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어. 걱정 말고 경기에 집중해.”

소재은이 세령의 옆으로 서며 말했다. 연태민과 함께 서지후가 병원으로 향했고, 그를 걱정하는 탓에 경기를 제대로 이끌지 못할 그녀를 생각하며 미리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서용호에게 두 번째 골을 내어준 후, 심판은 그때야 추강을 그라운드 위로 들어서도록 하였다.

추강이 들어서며 포지션의 변화도 일어났다. 추강은 스트라이커가 아니기에, 이태성의 바로 뒤에서 그의 공격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즉 4-4-2에서 4-4-1-1로 포지션이 변경된 순간이었다.

“삐익!”

-광양FC가 추가골을 넣어, 2대1 스코어로 경기가 재개됩니다.-

휘슬 소리와 함께, 이태성은 추강에게 공을 밀어주었고, 추강은 공을 뒤로 돌리지 않은 채, 광양FC 진영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양 쪽 윙이 공격에 가담하지 않았지만, 추강은 공을 몰고 중앙선을 바로 넘은 뒤, 다시 자기진영으로 돌아 내려오며, 중앙미더필드 설태식에게 공을 내어준 후, 다시 중앙선으로 향해 뛰었다.

“이제 교체되었다고 체력을 너무 쉽게 소비해버리는 짓이야.”

그의 행동에 김철남은 추강의 쓸데없는 행동을 지적하고 있었다.

“그게…….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자신의 옆에 있던 광양의 코치가 말했다. 그의 말에 김철남이 다시 추강을 보았다.

“생긴것과 달리 잔꾀를 쓰고 있었군.”

추강이 직접 공을 몰고 이리저리 돌고 있을 때, 광양의 최전방 공격수인 서용호와 이민호가 그의 곁에 붙었었고, 미들진들도 중앙선으로 그를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공이 설태식에게 넘어가자, 이미 최전방 공격수 두 명과 미들진 두 명이 설태식이 서 있던 국방부의 중앙지역까지 넘어와 있었고, 설태식은 공을 잡자마자 중앙선으로 이동하여 광양 진영으로 들어서고 있는 추강에게 공을 주었다.

추강은 손쉽게 공을 받았고, 이미 미들진 두 명까지 자신의 뒤에 두게 되었다.

"수비전환!“

광양의 코치가 큰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빗소리에 의해 들리지 않았고, 이미 공을 받은 추강은 빠르게 진영을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촤아아아’

단독 드리블로 공을 몰고 들어가는 추강에게 미들진 두 명이 붙을 때, 추강은 곧바로 최전방에 있는 이태성에게 스루패스를 시도하였고, 공은 그라운드에 딱 붙은 채, 아주 빠른 속도로 이태성을 향해 굴러갔다.

그 순간 광양의 포백은 일제히 손을 들어 오프사이드를 어필하였지만, 선심은 깃발을 들지 않았고, 공은 포백을 모두 지나, 아슬아슬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들어간 이태성의 앞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아! 경기가 재개된 후, 곧바로 국방부의 기회입니다! 단 세 번의 패스로 단독 기회를 잡은 이태성 선수!-

이태성은 공의 속도가 빠른 만큼 결단도 빠르게 내려야했다. 그 순간 광양의 최후방을 키는 수문장이 골대를 비워두고 이태성을 향해 달려 나오고 있었다.

‘톡!’

-이태성 선수! 로빙 슛!-

이태성의 발이 먼저냐, 골키퍼의 손이 먼저냐 하는 순간이었다. 이태성은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공을 보며 아주 살짝 힘을 주어 공을 차 올렸고, 몸을 낮춘 채, 물을 먹은 잔디를 미끄러지듯 달려오든 골키퍼의 키를 아슬아슬하게 넘기고 있었다.

‘퍽!’

-아! 차성호선수와 이태성 선수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공은 이미 골키퍼를 지나쳤지만, 미끄러져 오던 골키퍼는 자신의 몸을 멈추지 못한 채, 이태성과 부딪혔고, 이태성은 그 자리에서 한 바퀴를 앞으로 돌려 넘어졌다.

그 순간 심판의 휘슬 소리는 없었다. 공은 골키퍼를 넘어 골대를 향해 가고 있었고, 이태성은 쓰러진 후에도 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젠장.”

-아! 골라인 바로 앞에서 공이 멈췄습니다!-

‘펑!’

-그 순간 광양의 수비. 공을 멀리 걷어냅니다!-

아쉬운 순간이었다. 평소 맑은 날이었다면 그 공은 필시 골라인을 통과하였을 것이었다. 하지만 힘없이 위로 차 올려진 공은 잔디의 미끄러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통통 튕긴 후, 굴러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박힌 듯, 멈춰버렸다.

“삐익!”

-아! 주심 손을 들어 반칙을 선언합니다!-

“생각했던 부분이다. 인상들 쓰지마라.”

심판의 휘슬소리에 광양의 코치진들이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심판에게 항의하며 소리치고 있었지만, 김철남은 자리에 앉은 채 오히려 코치들을 향해 말했다.

이는 골로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 조금 전 일어난 이태성과 골키퍼의 충돌에 의한 반칙을 선언한 것이었다.

골키퍼가 공을 막아내기 위하여 몸을 낮춰 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것만으로 반칙이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몸이 계속 미끄러져 오는 탓에, 자신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공을 잡고자 팔을 위로 뻗어 올렸고, 그 때, 이태성은 골키퍼와 부딪치지 않으려 점프를 시도하였지만, 골키퍼가 뻗어 올린 손에 의해 앞으로 넘어진 것이었다.

심판은 그 당시에 골로 연결되었다면 반칙선언이 없었겠지만, 노골이었기에 지금에야 휘슬을 분 것이었다.

코치진들의 강한 항의에도 심판은 국방부에게 페널티킥을 차도록 하였다. 골키퍼의 손에 몸이 걸리지 않고, 골키퍼를 넘어갔더라면, 만약 공이 지금처럼 멈춰 섰다고 하여도, 곧바로 이태성이 다시 차 넣을 수 있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광양선수들도 계속된 어필을 하였지만, 한 번 주어진 결정은 다시 주워 담지 못하는 것이었다. 만에 하나 오심이라고 하여도,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태성이 킥커로 나섰다. 그 누구보다 정교한 슛을 때릴 수 있는 추강도 있었지만, 이태성이 페널티킥을 찰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조마조마하네.”

연동훈이 골대를 향해보며 중얼거렸다. 지난 번 전지훈련 때, 이태성은 물을 머금은 공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차지 못하였다. 그때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 것이었다.

“삐익!”

“이태성 선수. 슛!-

심판의 휘슬소리에 맞춰 이태성이 공을 향해 달려간 후, 그대로 슛을 질렀다.

‘탁!’

-아! 차성호 선수! 이태성 선수의 슛을 막아냅니다!-

‘펑!’

“철렁!”

-골! 골입니다!-

바로 이어지는 동작이었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페널티킥을 찬 이태성의 첫 번째 슛은 골문 중앙으로 날아갔고, 왼쪽으로 뛰었던 골키퍼 차성호의 발에 막혔다. 하지만 그 공은 차성호의 발에 맞고 다시 정면으로 굴러왔다. 그리고 페널티킥을 실축하였지만, 다시 굴러온 공을 이태성은 그대로 차 넣었다.

광양 수비수들이 어찌 손쓸 수도 없었던 일이며, 골키퍼가 곧바로 일어나 그 공을 잡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첫 번째 슛이 실패하자, 국방부 벤치에 앉은 모두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지만, 이내 터진 골로 인하여 함박웃음을 지으며, 벤치에서 일어나 그라운드 앞으로 뛰어올라갔다.

“삐~익!”

-이태성 선수!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습니다!-

2대 2의 상황이 되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국방부의 선전이었다. 후반들어 한 골을 내어준 후, 곧바로 다시 따라잡은 순간이었다.

“동점골이 의외로 빨리 나와서 다행입니다.”

연동훈이 세령의 옆으로 서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후반전 초반부터 한골을 내어주고, 계속 끌려간다면, 선수들의 체력소비가 더 많을 것이었다. 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따라잡았으니, 경기 조율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뜻이었다.

“지금. 국방부 선수들이 어찌 경기를 하고 있는가?”

한 편. 국방부장관은 업무로 인하여 광양으로 가지 못하였다. 그리고 보좌관에게 경기 내용을 물었다.

“네. 장관님. 조금 전 연락을 받았는데 현재 스코어 2대 2라고 합니다.”

“그래? 이런 빗속에서도 선전하고 있군. 계속 알아보고 알려주게나.”

“네. 장관님.”

업무가 우선이었다. 계속하여 전화기를 들고, 생생하게 그 상황을 실시간으로 받아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자리가 바로 자신이 앉은 자리였다.

-2대 2의 스코어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느덧 후반전도 30분이 지나쳐가고 있었다. 양 팀 모두 선수들이 어느 정도 지친 표정들을 짓고 있었고, 거친 호흡은 더욱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

“선수 교체를 준비해.”

세령은 연동훈을보며 말했다.

“포백의 움직임은 좋아, 하지만 추강을 제외하고 공격진과 미들진들이 많이 지쳤어. 이태성과 마형식을 빼고, 전철민과 설태구를 넣어.”

“네? 원톱을 빼면, 공격은 누가?”

세령의 말에 연동훈은 놀란 눈으로 다시 물었다. 이태성을 빼면 스트라이커가 없는 상황이었다. 전철민이 중앙미드필더였기에, 추강을 올리고, 그 자리에 전철민을 세운다는 계획일 수 있지만, 추강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득점 면에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지친 선수를 계속하여 그라운드에 서 있도록 할 순 없어. 이런 날씨에는 체력조절을 잘 해줘야한다.”

“그건 이 감독 말이 맞아. 그렇게 해야 해.”

세령의 말에 소재은도 거들고 나섰다. 의무장교가 직접 선수들의 체력까지 논하며 말하니, 연동훈은 별말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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