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7 히든리거 =========================================================================
‘펑!’
-연태민 선수 헤딩!-
‘철렁!’
-골! 골입니다!-
“와아아아!”
정말 모든 것이 딱 맞았던 타이밍이었다. 이태성은 몸을 돌려 다시 돌아설 수 없었지만, 마형식에게 공을 준 후, 조금은 천천히 상대진영으로 들어서던 연태민에게 그의 센터링은 아주 알맞은 속도와 높이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 순간 속도를 내며, 공이 떨어지는 지점에서 앞으로 몸을 점프하여 가속까지 붙인 상태로 헤딩슛을 날렸고, 그 공은 센터링으로 올라온 공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골대를 향해 내리 꽂혔다.
골키퍼가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완벽한 곳으로 공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국방부벤치에서도 전반전이 끝나기 전, 동점골을 넣은 것에 환호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얼싸 안았고, 김철남은 그들을 보며 그저 미소를 지었다.
“삐익!”
1대1이 되었고, 심판은 경기를 재개하였다. 첫 골을 뺏긴 후, 약 10분 만에 다시 만회골을 넣은 것이었다.
광양은 다시 빠르게 공격적으로 나서며 국방부의 골대를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국방부의 포백을 쉽게 뚫지 못했고, 공을 다시 사이드로 돌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국방부가 우리 광양의 공격스타일을 많이 공부하고 온 모양이군. 후반전에는 성향을 좀 바꿔보자.”
김철남은 중앙에서 주도하는 공격이 계속 막히는 것을 보고 광양코치들을 향해 말했다.
“삐익! 삐익!”
-전반전 경기가 끝납니다.-
전반전이 끝났다. 양 팀 선수들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훌륭한 전반전을 마무리하였다. 몸은 지쳤고, 하나같이 호흡들도 거칠었다.
“수고했어.”
세령은 돌아오는 선수들을 일일이 토닥거려주며 말했고, 그들은 지친 표정에서도 세령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다.
버거운 경기가 될 것이며, 어쩌면 대량실점으로 패배할 수 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된 경기에서 선수들은 처음 겪어보는 수중 전을 의외로 잘 소화하고 있었다.
“힘들지?”
“아닙니다.”
세령은 최전방에서 골을 넣어야 하는 주된 임무를 가진 이태성과 연태민의 곁으로 가 물었다. 그리고 이태성이 답하였지만, 평소보다 그 목소리는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목소리만으로 이미 지쳐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후반전에 선수들 좀 바꾸자.”
세령이 연동훈을 보며 말했다.
“지금 모두 잘하고 있습니다. 괜한 선수교체로 인하여 지금의 흐름에…….”
“그래. 모두 잘하고 있어. 의외로 발도 착착 맞고, 호흡도 잘 맞아. 하지만 너무 무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동훈의 말처럼 비록 힘들게 경기를 치렀지만, 전반전의 경기내용은 아주 좋았다. 선수들이 지쳐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가 들었다.
하지만 세령은 경기의 승, 패보다 선수의 건강상태가 더 중요하기에 물은 것이었다.
“괜찮아. 이놈들 젊다. 이 감독의 말처럼 모두 지쳐있긴 하지만, 그건 상대팀도 마찬가지야. 아니…….오히려 이놈들보다 더 지쳤을 것이다.”
의무담당 소재은이 직접 나섰다. 세령이 감독이지만, 선수들의 몸 상태에 대해서는 세령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진 인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인물이었다.
“아주 젊은 놈들이 고작 이거 뛰었다고 헥헥거린다면, 그놈은 필시 담배를 입에 물고 사는 놈일 거야. 그렇지?”
세령은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미소를 띤 얼굴이지만, 그녀의 말에 몇 명은 뜨끔한 느낌이 들었는지 그녀의 시선을 피하곤 하였다.
“미리 말하지만, 담배 피는 놈은 끊어라. 자신을 위한 것이며, 자신이 속한 이 국방부FC를 위한 것이다.”
소재은이 언젠가는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축구선수가 아니었기에, 담배를 태우는 이들이 분명 있었다. 다만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았기에 숨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소재은은 그런 인물들에게 자발적으로 금연하도록 부탁하는 말을 하였다. 담배를 많이 태우면 당연히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며, 다른 선수들에 비해 더 빨리 지친다는 것은 담배를 태운 사람들이 더 잘 알 것이었다.
“자자! 모두 건강상태는 좋아. 비록 추운날씨에 비까지 내리니 경기를 뛴 후에 건강상의 변화가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주 좋아. 그러니…….자신 스스로가 더 뛸 수 있다고 여긴다면 더 뛰어 봐. 그리고 정 안되겠다는 하는 사람은 감독님에게 말하고.”
소재은의 말에 세령은 선수들을 향해 시선을 돌려보았다. 힘든 표정들은 모두 같았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손을 들어 자신의 교체의사를 밝히는 선수는 없었다.
“자 됐지? 후반전 이대로 가자. 연중사의 말처럼 지금 흐름이 좋잖아. 만에 하나 경기 중, 지친 선수가 보인다면 내가 먼저 말할게. 그 때…….그 선수를 교체해주자.”
세령은 소재은의 제안을 받아주었다. 자신보다 높은 계급이라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말이 충분히 이해갔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더 선수들의 건강상태를 잘 볼 수 있는 인물이며, 무엇보다 그라운드를 직접 밟고 있는 선수들이 더 뛸 수 있다는 것을 어필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후반전도 신나게 뛰어보자!”
결국,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되는 선수는 없었다. 모두는 세령의 말에 힘찬 파이팅을 외쳤고, 짧았지만, 하나, 둘 미소를 짓곤 하였다.
-후반전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휴식시간을 마치고 다시 그라운드로 선수들이 올라섰다. 빗줄기는 여전히 굵었고, 관중들의 숫자는 더욱 더 줄었다. 곳곳에 한, 두 명씩 앉아 있는 것이 전부였다.
“삐~익!”
-광양FC의 선축으로 후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광양의 서용호는 자신의 옆에 선 이민호에게 공을 주었고, 이민호는 곧바로 중앙 미드필더에게 공을 패스한 후, 국방부 진영으로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두 팀 모두 전반전에 뛰었던 선수들이 그대로 나온 상태이며, 전술적 변화도 없었다.
“지치지 않은 팀이 결국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진다.”
세령이 벤치에 앉지도 않은 채,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선수들을 향해보며 말했다.
“괜찮아. 그리고 내가 자세히 보고 있을게. 봐서 저놈은 지쳐서 힘들 것 같다고 여긴 놈이 있다면 알려 줄 테니까. 그 때 그 선수를 교체해줘.”
계속하여 걱정하는 눈빛으로 경기를 보고 있는 세령에게 소재은이 말했다. 두 여인은 나란히 서서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는 선수들을 보며 서 있었다.
-광양FC! 국방부의 오른쪽을 완전히 뚫고 들어갔습니다. 센터링!“
국방부의 오른쪽이 모두 뚫린 상태가 되었다. 미드필더 서민구와 라이트백인 여민호가 광양의 라이트윙을 놓쳤고, 그는 빠르게 코너부분까지 접어들어 센터링을 올렸다.
‘펑!’
‘퍽!’
“!!!”
센터링으로 올라온 공은 서용호와 이민호보다 먼저 우근우의 머리에 맞으며 공이 2선으로 밀려났고, 그 즉시 광양의 중앙미드필더가 아주 빠르게 다가오며 다시 공을 세차게 찼다.
-아! 2선으로 흘러나온 공을 광양의 박민철 선수가 그대로 때렸지만, 그 공을 막기 위하여 수비에 가담하였던 연태민 선수의 복부에 맞습니다! 충격이 꽤 클 것 같은데요.-
“삐익!”
반칙이 아니기에 심판이 굳이 휘슬을 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심판은 휘슬을 불렀고, 곧 쓰러진 연태민의 곁으로 이동하였다.
충분히 광양FC의 심한 반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광양 쪽에서는 아무런 반발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쓰러진 연태민의 곁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심판은 곧 벤치를 향해 의무지원을 하라는 뜻을 보냈다. 소재은은 서지후, 태영훈과 함께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갔고, 쓰러진 연태민을 보았다.
“숨 쉬어! 호흡을 하려고 해 이놈아!”
자신의 배를 꾹 부여잡고 얼굴까지 붉어진 연태민을 보며 소재은이 소리쳤다. 하지만 연태민은 쉽게 호흡을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연태민! 숨 내 쉬어!”
소재은이 다시 소리쳤지만, 연태민은 여전히 숨을 내쉬지 않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배만 움켜쥐고 있었다.
‘퍽!’
“!!!”
그 순간 이태성이 그의 앞으로 다가가 연태민의 뺨을 내리쳤고, 심판은 물론, 광양선수들도 놀라 이태성을 보았다.
자신들도 시합 중, 마음에 맞지 않아 같은 팀 동료를 몇 번이고 치고 싶었던 기억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기 중에 같은 팀 동료를 친 기억은 없었다.
“푸하!”
그 순간 숨을 내쉬지 않고 있던 연태민이 숨을 내 쉬었다. 거친 숨을 내쉬며, 배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고, 곧 들것에 실려 그라운드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다음부터는 네가 직접 치지마라.”
소재은은 이태성을 보며 말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내린 것이지만, 자칫 문제시 될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군인이다. 군대에서 구타나 가혹행위는 엄히 다스리고 있다. 보는 사람들의 눈에 따라 다르지만, 이 역시 구타로 볼 수 있는 소지가 있기에 말한 것이었다.
“역시…….군인이라 다르구나.”
광양의 한 미드필더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의 구타로 보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심판은 물론, 국방부의 선수들, 그리고 광양의 대부분 선수들은 이 상황을 구타로 보지 않았다. 위급상황에 응급처치를 한 것이라 보고 있었다.
아픈 배로 인하여 자신의 판단을 스스로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또 다른 충격을 주어 배에만 집중된 신경을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연태민은 꾹 참고 있던 숨을 내쉬게 된 것이었다.
“삐익!”
국방부의 중앙지점에서 심판은 광양FC의 프리킥으로 경기를 재개하였다.
“추강! 들어갈 준비해!”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하여 몸을 제대로 풀지 못한 추강이 급히 들어갈 준비를 하였다.
-위급상황이 넘어간 듯합니다. 하지만 심판은 아주 좋은 위치에서 광양의 프리킥을 준 상황입니다. 거리는 약 30미터, 비가 많이 내리기에 그 거리에서도 충분히 슛을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아나운서의 말대로 충분히 슛을 지르고, 팅겨나온 공을 다시 공격으로 이어 득점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화이었다.
‘펑!’
-예상대로 이민호 선수의 강슛입니다!-
30미터의 엄청난 거리를 뚫고 공은 날아갔다. 비가 내리니 공을 자세히 볼 수 없는 용지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