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84화 (8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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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조용.”

오전 내내 수비강화에 이은 역습 찬스를 만드는 것으로 연습을 하였다. 그리고 어느덧 점심 식사시간이 다가오며 모두 연습을 중단하였고, 선수들이 모여들자, 연동훈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선수들은 그의 행동을 본 후, 시선을 돌려 벤치를 보았다. 그 곳에는 세령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잠이 들어있었다.

“일단. 식사시간이니 먼저 밥부터 먹고 온다. 그리고 돌아올 때도 조용히.”

“네.”

연동훈의 말에 모두 작은 목소리로 답했고, 곧 이민우의 인솔로 모두 식당으로 향하였다.

연동훈은 조용한 걸음으로 세령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녀는 연동훈이 자신의 옆에 앉은 것도 모른 채, 꽤 깊은 잠에 빠져든 것처럼 보였다.

연동훈은 그녀의 곁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앉은 후, 그녀의 머리를 잡아 자신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도록 하였다.

세령은 연동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계속하여 잠을 자고 있었고, 연동훈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침…….”

고개를 들어,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세령을 보자, 그녀의 입술 옆에는 한 줄기 침자국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연동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연중사가…….마음이 넓은 건지, 진정 이 소위를 좋아하는 건지…….”

그리고 두 사람이 앉은 벤치의 반대편 벤치에는 정책기획관과 체육부대장이 앉아 있었다. 체육부대장은 지난 해, 대대 체육대회 때부터 연동훈의 행동을 많이 봐 왔기에, 그가 하는 행동에 대해 말하였다.

“아무렴 어때. 두 사람이 좋아한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고, 또 좋아하면 더 좋은 거지.”

정책기획관이 두 사람의 모습을 계속하여 보며 말했다.

“그보다 어떻습니까? 첫 경기를 직접 보러오지 못했지만, 들리는 소문에는 아주 화려했다고 하던데…….”

“화려했지.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저들은 진정 승리보다 더 한, 많은 것을 관중들에게 보여주었어.”

체육부대장의 말에 정책기획관이 어제의 경기를 회상하며 답을 주었다.

“언제 오셨습니까?”

곧 장두관 소령이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장소령은 어째 이곳으로 오고 난 뒤부터 얼굴색이 더 좋아 보이는군.”

체육부대장이 그를 보며 말했다.

“그렇게 보이십니까? 사실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비록 체육부대에 있을 때보다 더 할 일이 없어지긴 하였지만, 저 놈들이 점차 커 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그냥 웃음이 나옵니다. 그래서 얼굴색이 더 좋아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장두관은 체육부대장의 옆으로 앉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도 세령과 연동훈을 보았다.

“하하…….”

장두관은 짧은 웃음을 지은 뒤, 시선을 약간 옆으로 돌리자, 이강수에 이어 이번에는 서용식이 두 사람을 향해 다가서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서용식대위! 밥 먹었는가!”

‘후다닥’

“깜짝이야.”

서용식은 세 사람을 보지 못하였고, 세령과 연동훈이 있는 곳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들린 장두관의 큰 목소리에 연동훈이 곧바로 자세를 잡아 바로 섰고, 그가 일어서면서 세령은 벤치로 쓰러지며 놀란 눈을 한 채, 벌떡 일어섰다.

“침…….침…….”

그리고 연동훈이 침이란 단어를 두 번 말하자,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입가에 묻은 침을 훔치고 있었다.

“네! 식사하셨습니까!”

곧 서용식이 반대편 벤치에 앉은 세 사람을 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그래! 밥 먹었네. 그리고 거기 두 사람도 어서 가서 밥 먹어!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밥은 먹어야지!”

장두관은 곧 세령과 연동훈을 보며 소리쳤고, 그의 말에 정책기획관과 체육부대장이 장두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네! 알겠습니다!”

곧 연동훈이 큰 소리로 답한 뒤, 세령과 함께 식당으로 향하며, 서용식에게 경례를 하였고, 서용식은 두 사람의 다정한 포즈를 포착하지 못한 채, 그의 경례를 받고 있었다.

“어찌된 거야?”

“아주 꿀잠을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어깨 좀 빌려드렸는데, 어찌 침을…….”

연동훈은 식당으로 가는 길에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해주자, 세령은 그의 어깨를 향해 시선을 돌려보았다.

“여자의 침은 피로회복제라고 하더라. 그래서 남자들이 그토록 여자와 키스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몰라.”

세령은 근거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연동훈의 어깨에는 한가득 침이 고여 있는 듯 해 보일 정도였고, 미안하다는 말 대신 진정 어디서 나온 말인지 모를 말을 한 후, 식당으로 향하였다.

연동훈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그녀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오후에는 수비에 이은 역습을 해본다. 광양이 주로 중앙을 이용한 공격을 시행하니, 중앙수비수는 물론, 중앙의 미드필더진들도 그 공격을 차단하는데 일조하고, 또 공격을 차단한 후, 곧바로 역습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연습해보자.”

점심을 먹은 후, 약간의 휴식을 취하였다. 그리고 이민우가 연동훈을 대신하여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네가 선수들을 훈련시키니 어쩐지 어색하다.”

곧 연동훈이 다가서며 말했다. 두 사람은 선수들과 달리 늦은 점심을 먹었기에 조금 늦게 도착하였다.

“내가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굳이 힘들기야 하겠습니까?”

이민우는 연동훈의 말에 답한 뒤, 그 조금 서 있었다고, 다리를 토닥거리며 벤치에 앉았다.

“저 놈은 대체 왜 여기 온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연동훈이 세령을 보며 말했다.

“나보러 온 거지. 그렇지 이민우?”

“네! 정답이십니다!”

“저 놈이…….”

세령의 농담에 이민우도 곧바로 농담으로 받아쳤고, 두 사람 사이에 선, 연동훈의 표정만 굳어지고 있었다.

광양 전을 대비한 연습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선수들은 몸이 지쳐서 그 자리에 주저앉을 때까지 뛰었고, 세령은 오전에 잠시 연동훈의 어깨에 몸을 기대 꿀잠을 잤던 탓에 피곤함은 덜했다.

“오늘도 저녁 점호는 없다. 모두가 편히 쉬고, 10시에는 잠들도록.”

세령은 숙소에 들려 선수들에게 말하고, 자신도 곧바로 숙소로 향하였다.

“오늘은 일찍 주무십시오.”

연동훈이 세령의 숙소 앞까지 따라와 말했고, 세령은 연동훈을 빤히 보았다.

“왜…….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그냥. 네가 가끔은 남자로 보여서.”

“저. 남자입니다. 대한민국…….”

“됐어. 그만 돌아가 자라.”

연동훈은 세령이 들어간 후, 닫힌 문만 보고 있었다. 진정 여자의 마음을 언제쯤 알게 될지 자신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비가내리고 있었다.

“비네…….”

세령은 일찍 눈을 떠 숙소 창밖으로 내리고 있는 비를 보며 중얼거렸다.

‘똑똑’

노크소리에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왜?”

연동훈이 서 있었다.

“오늘 아침점호는 어찌 하실 것입니까?”

“비가오니 실내점호로 하자. 인원파악하고, 아픈 사람 있는지 확인해.”

“알겠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평소의 맑은 날보다 기분은 가라앉는 사람이 많다. 세령도 그랬다. 비가 오면 이유 없이 우울할 때가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모두 숙소에 모여 있었다.

“오늘은. 우리의 최대과제인 수중 전에 대한 연습을 하자. 만약 내일도 이대로 비가 온다면 필시 수중 전을 치러야한다. 그리고 우린…….수중 전에 약하다.”

세령의 말에 모두 공감하였다. 천재적인 골키퍼인 용지현도 물을 먹은 공을 쉽게 잡지 못하였다. 또 한, 물먹은 잔디에 익숙하지도 않았었다.

선수들은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는 운동장으로 나왔다. 아직 초봄이라 내리는 비를 맞으니 곧바로 몸이 으스스한 감을 느끼고 있었다.

“춥네…….”

입김마저 나오고 있었다. 세령은 생각보다 더 추운 느낌에 선수들을 향해 보며 중얼거렸다.

“자! 모두 운동장 10바퀴를 돌고 시작하자.”

일단 몸의 체온을 올려주는 것이 우선이라 여겼다. 연동훈의 힘찬 목소리에 선수들은 운동장을 돌기 시작하였다.

“비가와도 열심이군.”

그 모습을 국방부로 들어서는 국방부장관이 보며 말했다.

“축구는 여느 스포츠와는 달리, 비가와도 경기가 취소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만약 이대로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면 아마 내일 있을 경기는 수중 전으로 치러야 할 것입니다.”

정책기획관이 그의 옆으로 서며 말했다. 정책기획관도 국방부FC가 수중 전에 약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추운 날씨에 연습하는 그들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단 볼 컨트롤부터 해보자.”

아직 제대로 된 수중 전 볼 컨트롤을 한 경험이 없었다. 비가 많이 내리며 시야가 좁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물을 먹은 공과 잔디의 습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볼 컨트롤을 익히는 것이 우선이었다.

공격진인 이태성과 연태민을 시작으로 각기 공을 몰며 움직였다.

“쉽지 않네…….”

이태성은 공을 몰고 5미터도 채 가지 못한 채, 말하였다. 그 순간에 공은 몇 번이나 제자리에 멈추었고, 몸만 먼저 앞서 가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연태민도 마찬가지였다. 공을 드리블 하면서 움직였지만, 곧 공이 먼저 멈춰버리고, 자신의 몸이 앞서 간 탓에, 다시 돌아와 공을 드리블 하기를 반복하였다.

그 뒤로 추강과 전철민, 그리고 양쪽 사이드인 마형식과 서민구도 볼 컨트롤은 매한가지였다.

곧 중앙미들과 미드필더진들이 나섰다. 우동화와 설태식, 지형구가 공을 강하게 차면서 앞서 달려다. 공을 자신이 생각한 위치를 향해 띄워서 차고, 그 곳까지 뛰어가 다시 공을 잡아 드리블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공이 잔디에 붙어서 땅볼로 이루어지는 드리블은 쉽지 않았다. 모두가 공보다 앞서가는 경우들이었다.

“제대로 좀 해봐.”

골키퍼인 용지현과 이철호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는 천재성을 보이던 용지현마저, 아주 간단해 보이는 슛도 골로 허용하고 있었고, 이철호도 의외로 쉽게 골을 내어주고 있었다.

“이거…….낭패다.”

그 모습에 연동훈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지금까지 수중전은 제대로 연습한 적이 없었다. 비록 전지훈련 때, 빙판위에서 잠시 움직인 경험은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또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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