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82화 (82/163)

00082  히든리거  =========================================================================

‘펑!’

‘팅!’

-마형식 슛!. 아…….아쉽게 골포스트를 맞고 골라인 밖으로 나갑니다.-

“휴.”

골대와의 거리는 약 13미터 정도였다. 그 곳에서 지른 마형식의 강슛은 골키퍼의 움직임보다 먼저 골대를 향해 날아갔지만, 아쉽게도 골포스트 위쪽을 맞고 골라인 아웃되었다.

그 순간 청주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큰 한숨을 내쉬었고, 곧 시선을 돌려 자신을 보고 있는 세령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어설픈 미소를 지은 뒤, 다시 그라운드 위로 시선을 돌렸다.

“삐익. 삐~익. 삐익!”

-K리그 챌린지 개막전이 끝납니다. 국방부FC와 청주FC의 경기는 3대3의 대량 득점을 보이면서 나란히 승점 1점을 확보하였습니다.-

경기가 끝나는 휘슬이 울렸다. 전반전을 보고 경기장을 나와 버린 사람들은 느끼지 못한 후반전의 짜릿한 경험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관중들은 두 팀의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다.

국방부선수들은 먼저 청주 선수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였고,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청주 선수들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그들의 행동에 어색하였지만, 기꺼이 그들이 내민 손을 잡아주며, 미소를 함께 보내주었다.

국방부 선수들은 관중석 한편으로 자리하여 앉은 국방부장관 예하 각 군 관련자들을 향해 힘찬 경례를 한 후, 그들의 박수를 받았고, 곧바로 세령이있는 곳을 향해 힘차게 달려갔다.

“잘했다 내 새끼들!”

세령은 경기를 무사히 끝내고 돌아온 선수들을 향해 일일이 안아주었다. 그녀의 그 모습은 아직 경기장을 나가지 않은 관중들은 물론, 청주 선수들에게 쇼크에 가까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녀는 선수들을 안아주며 웃었다. 선수들과 감독의 신분이라고 하지만, 세령은 여자다. 여자가 아무렇지 않게 남자를 안아주고 있는 것은 모두에게 적응하기 쉽지 않은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모습이 연 코치님과 이 코치님께서 말씀하셨던…….”

“그래. 바로 저 모습이다. 격한 포옹. 남자고 여자고 없다. 그냥 안아준다. 오로지 자신 생각대로 행동하는 것이지.”

그녀의 행동을 보며, 지난 날, 연동훈이 한 말이 떠올라 연태민이 물었다. 연태민은 아쉽게도 개막전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지만, 세령에게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진정 그녀의 맑은 모습을 보았다.

“보기 좋네. 동기부여는 둘째 치고, 저런 행동은 누구나가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냐.”

마치 경기에 승리한 것처럼 기뻐하며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그들을 보며 장두관이 말했다. 세령의 행동에 연동훈의 불만이 잔뜩 담긴 표정이 보였지만, 장두관은 나쁘게 생각지 않았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관중들은 카메라에 잡혀, 대형모니터에 보이는 세령의 모습을 보며 한 번씩 멈춰 섰고, 그녀의 모습을 본 뒤, 자신들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 관중들도 있었다.

국방부장관과 함께 군 관련자들은 오늘 치른 경기에 대해 비교적 후한 합격점을 주고 있었다. 비록 전반전 때 긴장한 탓으로 3골을 헌납하는 바람에 자칫 대량실점으로 개막전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고 여겼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창피는커녕, 후반전에 그 3골을 모두 만회하며, 따라붙었고, 결국 동점으로 무승부의 경기를 치렀다.

장두관을 비롯하여 국방부FC 관련자들도 선수들을 안아주었고, 소재은도 세령이 하는 것을 보고, 용기 내어 선수들을 한 번씩 안아주었다.

“응? 생각보다 느낌 좋은데…….”

소재은은 각 선수들을 안아주며 홀로 중얼거렸다. 비록 군대의 부하지만, 엄연한 남자로 여기고 있었던 소재은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이태성을 비롯하여 몇 명의 선수들을 안아주자, 그 느낌은 전혀 색달랐다.

남자를 안는다는 것보다, 진정 더 따뜻한 것을 안는다는 느낌을 받은 그녀였다.

“이소위…….이런 느낌이었구나.”

그녀는 세령이 지금까지 사내들을 안아주는 마음을 이제야 알게 된 듯하였다. 그저 아무런 느낌 없이 마구잡이라 안아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마음으로 안아주니, 그 느낌은 달리 느껴진 것이었다.

개막전의 흥분된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 많은 관중이 밀집되어 있었던 관중석도 모두 비었다. 곳곳에 쓰레기가 몇 보이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관중들의 기본 매너도 나쁜 편은 아니었다.

“금일. 경기에 난 8점을 주고 싶네.”

선수들이 샤워를 마친 후, 다시 라커룸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국방부장관이 말했다.

“8점이면 너무 후한 점수입니다. 이놈들 전반전을 생각하시면, 그 8점에 마이너스 8점은 주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장두관이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단 한명도 그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모두가 웃고 있었다.

말 그대로 전반전은 최악이었다. 그렇다고 전반전을 뛰었던 선수들을 나무라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긴장감에서 나온 상황으로 보았다.

하지만 곧 경기에 적응하고, 훌륭한 경기를 치른 후반전으로 인하여, 전반전의 좋지 않은 기억은 모조리 사라진 것이었다.

“앞으로 더 발전하며, 금일 전반전과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게. 이제…….처음이라는 그 핑계를 더 이상 써 먹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국방부장관은 세령을 보며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이제 긴장해서 그렇다는 말을 쓸 수 없다. 그건 진정 핑계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경기가 끝난 후,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 결과에 따라 웃고, 운다. 그것이 스포츠다. 그리고 축구에서 90분은 진정 작은 전쟁을 치르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90분 동안 골대에 공을 넣기 위하여 선수들이 모두 힘을 모은다. 그리고 수비자들은 그 골을 절대 허용치 않기 위하여 그들끼리 힘을 모은다.

하지만…….결과는 꼭 존재한다. 승과 패. 그리고 승부를 짓지 못한 무승부. 이 세 가지는 꼭 나오게 되어있는 것이 축구였다.

개막전이 있었던 날 저녁, 스포츠뉴스에서는 이례적으로 챌린지리그 개막경기에 대한 내용을 중점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방부FC가 있었다. 신생팀이며, 현역 군인들로 이루어진 팀의 프로리그 첫 경험에 대한 중점적인 분석과 함께 앞으로의 전망을 내다보고 있었다.

“장관님. 각 미디어에서 우리 국방부FC의 경기에 대한 호평이 자자합니다. 또 한 오랜만에 국방부 홈페이지에도 훈훈한 댓글들이 작성되어 있습니다.”

첫 경기가 있었던 오늘, 국방부장관은 각 선수들을 초청하여 식사를 하고 있었고, 곧 보좌관이 현재 방송중이거나, 방송되었던 스포츠매체의 내용과 함께, 국방부 홈페이지에 대한 내용을 전달해주었다.

“첫 단추를 아주 잘 꿰어주어 고맙군. 여기에 있는 모두가 하나라 생각하고, 앞으로 더 좋은 경기 부탁하네.”

국방부장관은 환하게 웃으며 오늘의 경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었다. 국방부장관은 세령을 향해 다시 한 번 부탁하면서, 각 코치진들과 관련자들 그리고 선수들을 향해 환한 웃음을 주었다.

“오늘 경기는 진짜 망신만 당하는지 알았다.”

식사를 마친 후, 선수들은 오늘 있었던 경기에 대해 연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특별히 점호 없이 10시 취침시간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진 만큼 오늘 있었던 경기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다음 경기는?”

세령은 자신의 숙소에서 연동훈과 코치진을 불러놓고 다음 경기에 대한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다음 경기는 수요일 광양FC와의 경기입니다.”

“광양…….쉽지 않은 팀이네.”

2라운드의 상대는 광양이다. 광양은 같은 날 열린 1라운드 경기에서 충청을 홈으로 불러들여 2대 0으로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광양은 챌린지 리그에 있지만, 꽤 명문 팀이다. 한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꿈나무 육성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팀이기도 하였다.

“주의해야 할 선수가 누구야?”

세령이 물었다.

“19살의 신성 스트라이커 서용호 선수입니다. 아직 어린 선수지만, 큰 키에 의해 헤딩능력은 물론, 빠른 발과 함께 슈팅력까지 고루 갖춘 선수입니다. 참고로 서용호가 충청과의 경기에서 홀로 두 골을 뽑아낸 선수입니다.”

각 팀마다 경계대상이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이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함께 쉐도우 자리에 선, 선수를 많이 경계한다.

“연코치와 함께 모두는 오늘 있었던 1라운드 경기를 다시 검토해, 난 광양의 경기를 다시 볼 테니까.”

선수들의 문제점 파악도 중요하며, 2라운드 상대팀인 광양의 분석도 중요하였다. 세령은 연동훈에게 1라운드 때 선수들의 움직임 및, 고쳐야 할 부분을 알아보도록 한 뒤, 자신은 광양의 경기내용을 분석하기 시작하였다.

첫 라운드를 치른 다음 날 아침. 그 어떤 날보다 선수들의 표정이 밝게 보였다.

첫 경기에 승리를 가져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승점1점을 챙겼고, 무엇보다 3골이라는 꽤 높은 득점력을 보이며 1라운드를 마쳤다.

“다들, 컨디션은 어때?”

세령은 밤을 지새운 눈처럼 팅팅 부은 눈으로 선수들을 향해 물었다.

“감독님께서는 컨디션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물음에 대한 답 대신 이태성이 그녀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 26살의 꽃다운 나이를 가진 여인이 화장끼없는 순수 맨얼굴에다 눈까지 팅팅 부은 채, 코치진을 합하여 27명의 사내들 앞에서도 너무나 당당하게 서 있었다.

“내 컨디션은 상관없다. 그라운드를 누빌 너희들의 컨디션이 좋다면, 난 자동적으로 함께 좋아지게 되어 있어.”

세력은 자동적으로 감기는 자신의 눈을 비비며 말했다.

“세수도 좀 하시고, 가볍게 화장이라도 좀 하십시오. 아무리 이놈들이 군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여자로써…….”

“시끄러…….여기 너 말고 나를 여자로 보는 놈은 없다.”

연동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세령은 그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톡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우리 모두 감독님을 감독님과 동시에 아름다운 여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령의 말을 듣고, 추강이 큰 소리로 말했다. 추강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세령이나, 연동훈, 이민우에게 농담이나, 기타 말을 편하게 한 적이 없었던 인물이었다.

“추강.”

“일병. 추강.”

“너. 작대기 하나 더 얹었다고 이제 말이 편하게 나오나보다.”

세령이 추강을 보며 말했다. 여전히 거의 감기다시피 하는 눈을 애써 뜨며 말하고 있지만, 그 모습이 모두에게 웃음을 자아내도록 하고 있었다.

“자자! 다들 잡담 그만하고, 오늘과 내일. 연습을 할 수 있는 날이 이틀뿐이다. 수요일은 현재 챌린지리그 1위인 광양과의 경기가 있다. 광양은…….”

“이미 연 코치님께 모두 들었습니다. 그 어떤 팀보다 공격적인 팀이며, 수비력 또 한 완벽하여, 1라운드 때,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고, 두 골을 뽑아낸 팀이라 들었습니다.”

세령이 광양에 대해 말하려고 할 때, 연태민이 연동훈에게 들었던 말을 먼저 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