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1 히든리거 =========================================================================
-다시 공은 국방부의 추강 선수에게 굴러갑니다!-
첫 골의 기억이 남아있는 아나운서는 또 다시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청주 선수들은 이미 그의 강력한 중, 장거리 슛을 눈으로 보았기에, 그에게 공이가자, 두 명의 미들진과 한 명의 중앙수비수가 곧바로 그를 향해 달려갔다.
“자리를 지켜!”
추강의 슈팅력을 미리 보았기에, 그를 막고자 하는 것은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그로인하여 세 명이 몰리는 바람에, 라이트윙인 마형식이 홀로 있게 되었다.
그를 본 주장이 큰 소리쳤지만, 추강은 이미 마형식이 골대를 향해 달려 갈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수비수들이 더 다가서기 전, 공을 마형식이 달려오는 앞으로 찔러주었다.
-추강선수! 슛이 아닌 골대를 향해 진입하는 마형식 선수에게 공을 패스합니다!-
‘펑!’
-마형식 선수! 슛!-
‘철렁!’
-골입니다! 국방부FC의 세 번째 골이며, 동점골입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었다. 추강의 슈팅력이라면 그 자리에서 충분히 또 다시 정교한 슛을 날릴 수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추강은 공을 돌렸다. 자신보다 더 좋은 위치에 서 있는 마형식을 본 것이었다.
마형식은 자신이 달려오는 속도에 맞춰 정확히 앞으로 굴러오는 공을 그대로 찼고, 공은 골대 반대반향으로 약간의 회전력을 보이며 날아가다, 골대를 맞춘 후, 골라인 안으로 들어갔다.
이 모든 것이 지난 전지훈련 때, 상무의 최감독이 알려준, 스루패스를 비롯하여 각종 패스를 배운 득이었다.
“짜릿한데!”
관중들은 이제 진정 즐거운 축구를 구경하고 있었다. 3대0의 스코어라면 그래도 잘 마무리한 첫 경기라 말해주고 싶었었다. 하지만 어느새 3대3이 되었다.
관중들은 가장 짜릿하며, 흥분된 축구라 말할 수 있는 역전극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더욱 더 가지게 되었다.
후반 3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15분.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도저히 믿기지 않을 후반전을 소화하고 있는 국방부였다.
“정신 차리자.”
청주FC의 주장이 선수들을 다독거렸다. 훌륭한 전반전 경기에 비해, 후반전은 진정으로 정 반대의 경기를 운영하고 있는 그들이 자칫, 연속된 실점으로 인하여 밸런스가 무너져 내릴 것을 염려하여 한 말이었다.
-청주FC. 다 잡은 경기라 여기고 있었던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 들어, 국방부의 맹공세에 의해 동점까지 허용한 가운데, 남은 15분 동안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청주의 공격으로 경기는 재개되었고, 그들은 차분히 공을 돌려가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고, 아나운서는 청주와 국방부의 서로 다른 전, 후반 경기스타일을 말하였다. 그리고 남은 15분, 이 15분 안에 일어날 이변도 궁금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쉽게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
청주 감독이 홀로 중얼거렸다. 모두가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미 그 짧은 시간 안에 국방부의 역습능력을 보았고, 골 결정력이 우수하다는 것도 확인하였다.
자칫 또 한 번의 실수로 인하여 역습을 당한다면, 이제는 역전패로 경기를 마감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청주FC. 쉽게 공격으로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주 선수들은 중앙선을 넘어 미들진들까지 모두 공격에 서서히 가담하기 시작하였다. 클래식무대를 아쉽게 밟지 못한 팀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기 위하여, 수비적인 면보다, 공격적인 면을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공을 돌리는 경우가 많이 보이고 있었다.
이태성 홀로 중앙선 인근에서 패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청주의 미들진을 막고자, 이리저리 고군분투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점 차 국방부진영으로 청주 선수들이 넘어오자, 지금까지 그 공을 뺏기 위하여 움직였던 이태성의 동작은 멈추었고, 그는 정확히 중앙선에 발을 얹어놓고 있었다.
이태성의 뒤를 이어 청주 공격을 막고 있는 인물은 추강과 전철민이었다. 두 사람은 중앙에서 연결되는 공을 따라 움직였고, 공이 사이드로 가면, 마형식과 서민구가 각각 그 공을 뺏기 위하여 움직였다.
“전반전에 비해, 수비력도 향상되었군. 수비를 하고자 한 곳으로 몰려드는 수비 없이, 모두가 각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어.”
세령의 눈에 보인 국방부의 선수들이었다. 공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닌, 상대 공격수의 포지션에 따라, 그 포지션에 맞는 수비들이 각기 붙기 시작하면서, 청주는 쉽게 공간활용을 할 수 없어, 공을 다시 뒤로 빼곤 하였다.
하지만 청주는 공을 뒤로 뺐다고 하여 안심할 수 없었다. 공이 뒤로 물러나자, 조금 전까지 가만히 있던 이태성이 바로 움직였다.
“신생팀이라 결코 말 할 수 없는 단합이군.”
청주감독의 말이었다. 진정 그의 눈에도 체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국방부선수들을 칭찬하고 있는 것이었다.
청주는 운동장을 넓게 사용하는 듯, 공을 반대로 보냈다. 국방부진영 왼쪽에 있던 공이 다시 오른쪽으로 아주 길게 넘어왔고, 그 순간 청주의 왼쪽을 공략하던 서민구가 곧바로 수비에 가담하였다.
‘촤아아아’
-서민구 선수, 태클!-
서민구는 청주의 오른쪽 윙어가 공을 잡기 전에,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하였고, 정확히 공을 먼저 걷어냈지만, 청주선수가 그의 위로 넘어졌다.
공은 그대로 굴러 국방부의 레프트백 여민호에게 전달되었고, 여민호는 공을 잡아 세운 뒤, 함께 넘어져 있는 두 선수를 보았다.
‘툭.’
-여민구 선수, 충분히 역습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찬스에서 공을 골라인 밖으로 차 냅니다.-
그 순간 여민호는 공을 골라인 밖으로 차 냈다. 두 선수가 곧바로 일어났다면, 굳이 공을 차내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서민구가 일어난 후에도, 청주 선수는 일어나지 않은 채,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심판이 달려갔다. 그리고 선수 상태를 확인하였다. 그 즉시 심판을 향해 청주의 코치가 격한 항의를 하였다. 태클이 깊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심판은 서민구에게 반칙을 주지 않았다. 즉. 정당한 태클이었다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청주 코치는 격하게 더욱 더 어필하였지만, 청주감독이 그를 막아 세웠다.
“감독님!”
“쓸데없는 어필은 오히려 좋지 않다. 눈에 너무 훤히 보였지 않은가. 그리고 이런 행동은 어린 선수들에게 좋지 않아. 이런 할리우드 액션을 먼저 가르쳐서 어디다 써 먹겠냐.”
의외였다. 청주감독은 서민구의 태클이 정당하다는 심판의 판정에 인정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코치진들에게 쓴 소리를 하고 있었다.
-청주FC의 드로잉.-
청주의 드로잉이 이어졌다. 드로잉을 하기 위하여 공을 잡은 청주 선수는 눈치를 보는 듯하였다.
“뭔 눈치를 봐. 국방부에게 공을 넘겨줘라.”
그가 망설이자, 감독이 뒤에 서서 소리쳤다. 그러자 그는 여민호를 향해보며 공을 던졌다.
-공은 다시 국방부FC에게로 넘어갑니다. 이 모든 것은 스포츠맨십이므로, 당연한 상황입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다. 제발…….쓸데없는 것 좀 가르치지 마라.”
감독은 코치진을 보며 또 다시 쓴 소리를 하였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경기장을 향해 돌아갔다.
세령은 그를 보았다. 자신의 팀에게 언제나 유리한 판정이 있기만을 바라는 것이 감독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청주감독은 달랐다. 유리한 판정도 좋지만,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축구를 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 말하고 있었다.
세령은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후반40분. 남은 시간은 이제 5분이다. 여민호는 자신의 발아래 있던 공을 툭툭 차며 서서히 청주진영으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국방부FC의 공격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또 한 번의 그림 같은 골을 연결할 수 있을지…….-
청주의 미들진이나 공격진이 다가서면, 그 즉시 공을 중앙으로 뿌렸고, 중앙에서 공을 잡은 전철민은 다시 라이트윙인 마형식에게 바로 전달되었다.
-국방부의 아주 빠른 공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에 청주의 미들진과 수비진들이 공을 막기 위하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마형식은 공을 잡은 후,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그의 움직임은 아주 빨랐으며, 청주의 미들진을 쉽게 따돌린 뒤, 어느새 코너부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뭣들해! 너희들도 태클이란 것을 좀 해봐!”
답답하였다. 공을 뺏고자 하였지만, 공을 향해 태클을 시도하는 선수가 단 한명도 없는 것을 두고, 청주코치가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이미 태클을 할 수 있는 때는 지나갔다. 마형식의 돌파로 오른쪽이 완전 열렸으며, 그 즉시 센터링을 올렸다.
-마형식! 센터링!-
공은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정확하게 떨어지고 있었고, 골키퍼가 나오려다말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펑’
국방부는 이태성과 전철민이 함께 떠올랐다. 하지만 수비수 두 명과 청주의 미들진 한 명이 함께 떠올라, 먼저 공을 밀어냈고, 그 공은 다시 레프트윙인 여민구에게 전달되었다. 여민구는 공을 잡자마자, 골대를 향해 보았다. 거리상으로는 약 20미터 정도 대각선이었다. 수비가 곧바로 붙었고, 여민구는 한 명을 간단하게 따돌린 뒤, 곧바로 다시 센터링을 올렸다.
-튀어나온 공을 다시 센터링합니다!-
‘펑’
하지만 이번엔 골키퍼에게 더 가깝게 공이 날아갔고, 그 공은 골키퍼가 잡기 애매한 듯 멀리 쳐냈다. 청주진영 중앙으로 떨어진 공은 추강을 향해 굴러가고 있었다.
-아! 추강선수입니다!. 추강의 캐넌 슛이 다시 나올 수도 있는 자리입니다!-
“젠장!”
그 순간 청주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격한 말이 나왔다. 바로 그의 첫 골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의 강력한 슈팅은 물론, 정확성까지, 결코 나무랄 때 없는 슛이었기에, 또 다시 그 강슛이 질러질 것을 생각하며, 무의식중에 나온 말이었다.
‘펑!’
-추강! 슛!-
“또 나왔다!”
역시나 추강의 발에 공은 아주 제대로 걸렸다. 그 순간 관중석에 앉은 관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고, 모두가 추강의 발을 떠난 공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탁!’
‘팅!’
-골키퍼의 손을 맞은 공은 골대를 맞고, 다시 팅겨 나옵니다!-
거리는 첫 골 때보다 더 멀었다. 약 30미터는 족히 될 엄청난 거리였다. 그 거리에서 추강이 지른 슛은 진정 퍼펙트 하였다.
땅에 딱 깔린 채, 서서히 떠오르며 골대를 향해 날아갔고, 골키퍼의 왼쪽으로 들어갈 듯 해보였지만, 골키퍼가 뻗은 손에 아슬아슬 걸리며, 공의 방향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 공은 골포스트를 맞힌 후, 다시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굴러갔고, 그 순간 마형식이 다시 달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