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80화 (8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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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웠던 청주감독의 표정이 굳어졌다. 청주 선수들도 조금 전, 한 골로 분위기가 변하고 있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약 3분 만에 얻어낸 만회골이라 분위기는 청주보다 국방부가 더 좋아 보였다.

-1골을 추격당한 청주FC의 선축으로 경기가 재개되고 있습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한 골을 내주었다고 청주의 공격적인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양쪽 사이드를 주로 이용하는 공격성향을 보이고 있었고, 기회가 보이면 중앙으로 공을 연결하여 골문을 공략하고 있었다.

-여전히 청주FC의 공격은 매섭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의 수비력은 전반전과 확연히 달라 보입니다. 대인마크는 물론, 자신의 자리에서 철저한 압박과 함께, 청주 선수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태성은 중앙선 인근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추강은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었다. 전반전에 추강의 자리에 섰던 장만식이 수비가담률이 낮은 반면에, 추강은 육중한 몸으로 청주 공격수들이 중앙을 쉽게 휘젓고 다니도록 놔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공격을 하지 못할 것 같아.”

청주의 스트라이커는 자신에게 공이 오기를 기다리며 수비라인을 휘젓고 다녔다. 공은 다시 왼쪽 코너부분까지 들어왔고, 그 즉시 센터링이 올라갔다.

이는 청주감독이 조금 전 했던 말이 떠오르는 상황이었다. 아주 단조로운 공격패턴이었다.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올려 진 공은 청주의 스트라이커에게 정확히 연결될 듯 하였지만, 민철환이 그의 곁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고 있었기에 자유로운 몸놀림을 구사하지 못하였다.

센터링해서 올려 진 공은 그의 머리에 정확히 맞았지만, 자세가 불안정하여 제대로 된 슈팅이 나오지 않았고, 공은 힘없이 굴러 떨어져, 용지현의 손에 잡혔다.

-청주FC의 센터링에 이은 공격이 힘없이 국방부FC의 골키퍼 용지현 선수의 손에 잡히고 말았습니다.-

용지현은 공을 잡자마자, 빠르게 상대진영으로 오르기 시작하는 추강을 보고 그대로 던졌다.

-아! 용지현 선수! 공을 잡자마자 공을 멀리 던집니다!-

“세상에…….”

또 다시 관중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용지현이 던진 공은 중앙선을 막 지나치고 있는 추강의 옆으로 떨어지며 원바운드 되었고, 추강은 그 공을 컨트롤 한 뒤, 곧바로 최전방으로 침투하는 이태성에게 연결해 주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용지현 선수가 던진 공은 아주 정확히 중앙선을 넘고 있는 추강 선수에게 연결되며, 그대로 이태성 선수에게 연결됩니다!-

아나운서는 또 다시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며 소리쳤다.

이태성은 상대 포백라인을 아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오프사이드를 완벽하게 비켜간 후, 추강이 밀어준 스루패스를 받아 앞으로 한 번 툭 찬 뒤, 그대로 따라가 골대를 향해 슛을 날렸다.

-이태성 선수 슛!-

‘철렁!’

-골! 골인입니다!-

“와아아아아!”

“미치겠네!”

청주 감독은 선 자리에서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이태성의 왼 발등에 정확히 꽂힌 공은 거의 회전 없이 골대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가다, 골키퍼 앞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스스로 틀며, 골키퍼의 눈을 희롱하듯 날아갔다.

골키퍼는 자신의 눈앞으로 오는 공을 보면서도 그 공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며 그대로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군대스리가가 이리 대단했어?”

첫 골의 주인공인 추강에 이어, 두 번째 만회골을 넣은 이태성의 슛 또 한, 클래식 무대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대단한 슛이었다.

후반전이 시작된 후, 단 10분 만에 두 골을 만회하였다. 이는 전반전 15분 안에 두 골을 내준, 것보다 더 빠른 득점력이었다.

“이러다 역전하는 거 아냐?”

은근한 기대감이 관중들 사이에 나오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국방부장관의 표정은 입이 서서히 귀에 걸리고 있었다.

야유를 퍼 붓던 관중들도 이제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진정으로 전반전과는 완전히 다른 축구를 보여주고 있는 국방부FC에게 관중들은 연신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고 있었다.

스코어 3대 2까지 따라붙은 후, 후반 10분이 지나갔고, 청주의 선축으로 다시 경기는 재개되었다.

-정말 대단합니다. 후반 10분 만에 3대 0이었던 스코어를 3대2까지 따라붙고 있는 국방부FC입니다!-

“이대로 물러나면 쪽팔리다!”

아나운서의 멘트를 들으며, 청주 코치는 선수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연동훈이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패배가 쪽팔리면, 축구는 물론, 사회에서 그 어떤 것도 못합니다. 패배도 스포츠에서 승부의 하나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것이라면, 패배 또 한 기꺼이 박수 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연동훈의 말을 들었다. 청주 코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보았지만, 감독은 그를 향해 웃어주었다.

“맞는 말입니다. 스포츠란 원래 그런 것이지요. 최선을 다했으면, 기꺼이 박수를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청주 선수들은 국방부 선수들을 너무 무시하였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대가를 지불받고 있는 것입니다. 즉…….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한 패배가 있을 시, 쪽팔리게 된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코치의 말과 감독의 말은 달랐다. 감독은 연동훈의 말에도 기꺼이 그의 말을 모두 인정해주면서, 공손하게 자신의 뜻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세령도 그를 보며, 미소를 지어 주었다.

청주감독은 경기 초반에 군대스리가를 무시하였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 또 한 스포츠 인으로써, 지금 국방부 선수들의 대단한 패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대로 추가골이다.”

-청주FC의 역습입니다!-

두 감독과 코치가 서로를 보며 대화하고 있을 때, 청주의 기회가 찾아왔다. 미들 진들의 공격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중앙은 물론, 양쪽 사이드에 공간이 많이 확보되었고, 공은 아주 빠르게 패스되면서 페널티박스 안까지 진입하였다.

‘펑!’

-슛!-

수비수 두 명이 붙었지만, 청주의 스트라이커는 가볍게 두 사람을 등지며, 따돌린 뒤, 곧바로 터닝슛을 때렸다. 공은 골대 모서리를 향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탁!’

“저걸 잡네!”

-용지현 선수! 골과 다름없다고 여긴 슛을 막아냅니다!-

모두가 골인이라 여겼다. 비록 빠른 슛은 아니었지만, 골대를 넘길 것 같은 포물선을 그리며 뚝 떨어지는 공은 정확히 모서리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국방부의 수문장은 용지현이었다. 물을 먹은 공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공을 다 막아내는 철벽수문장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골인과 다름없는 완벽한 공을 쳐내지 않고 잡아냈다. 그의 점프력도 대단하였으며, 큰 키를 이용하여 쭉 뻗은 두 팔은 골인과 같은 공을 막아 낸 후, 또 다시 전방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젠장! 모두 수비전환!”

이미 한 차례 당한 기억이 있었다. 그가 던지는 공은 중앙선까지 한 방에 날아간 것을 보았었다. 그리고 청주의 주장 눈에 빠르게 중앙선을 넘어가고 있는 추강이 보였다.

데자뷰라고 여길 정도로 두 번째 골을 내준 것과 흡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그러기에 모든 선수들에게 소리쳤고, 그 순간 공격을 하기 위하여 최전방까지 오른 청주의 공격수나 미들 진들이 빠르게 수비로 전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지현은 공을 멀리 던지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공이 그대로 들려 있었고, 그 자리에 선 채, 전방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저 놈. 의외로 프로 같은데.”

장두관이 홀로 말했다. 그리고 세령도 그의 말에 공감하는 듯하였다. 용지현은 추강과 설태구를 비롯하여 팀의 막내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경기를 조율하고 있었다.

서둘러 공을 던져, 두 번째 골과 같은 상황을 충분히 만들 수 있었지만, 그는 추강과 이태성을 제외하고는 양쪽 사이드로 공격을 주도할 마형식과 서민구가 아직 상대진영으로 넘어가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을 보았고, 그 즉시 추강에게 던져주려던 공을 자신이 붙잡고만 있었다.

용지현은 공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중앙수비수인 우근우에게 주었고, 우근우는 공을 잡은 후, 곧바로 자기진영 중앙에 있는 미드필더 전철민에게 패스해 주었다.

전철민은 중앙미드필더로, 시야가 넓다는 평을 받은 인물이었다. 그는 공을 몰고 천천히 오르면서, 양쪽으로 미드필더 두 명을 보았고, 곧 양쪽 윙어들도 서서히 공격에 가담하기 위하여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보았다.

청주의 주장은 그의 눈을 보며, 선수들에게 손짓으로 이리저리 지시를 내렸고, 그 즉시 선수들은 양쪽 윙어들을 수비하기 위하여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씨익”

그 순간 전철민은 웃었다. 그리고 자신의 발아래 있는 공을 앞으로 툭 찬 뒤, 조금씩 더 전진하였고, 청주의 최전방 공격수가 다가오자, 그대로 아주 빠르게 공을 찼다.

“중앙이다!”

-전철민 선수. 자신의 앞쪽에 있는 추강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전철민의 눈길에 속은 것이었다. 전철민은 양쪽 사이드를 향해 눈길을 주었지만, 정작 자신이 공을 패스해 준 사람은 추강이었다. 청주의 최전방 공격수 바로 옆으로 아주 빠르게 뻗어간 공은 추강에게 그대로 전달되었고, 추강이 공을 잡자, 그 순간 청주의 중앙미드필더와, 우측 미드필더가 동시에 그의 곁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펑!’

-공을 이어받은 추강 선수, 곧바로 서민구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두 수비수가 다가오자마자, 추강은 레프트윙인 서민구에게 바로 공을 패스해 주었고, 사이드를 따라 어느 샌가 청주진영 깊숙이 들어간 그에게 공은 아주 정확히 전달되었다.

“또 다시…….같은 방식이냐…….”

청주의 주장은 첫 번째 골이 나왔을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사이드로 공을 치고 간 후, 센터링이 아닌 다시 추강에게 공이 갔었다. 그리고 25미터가 넘는 장거리 슛을 질렀었다.

주장은 미들진 중, 두 명에게 손짓하며, 그들을 추강의 옆에 붙어 있도록 지시하였고, 수비수들은 공을 가지고 있는 서민구에게 다가섰다.

‘펑!’

-센터링!-

그 순간 서민구도 곧바로 공을 차 올렸다. 이번에는 추강에게 가는 공이 아닌, 페널티 박스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태성의 머리를 향해 정확히 올렸다.

‘펑!’

-골키퍼 펀칭으로 먼저 공을 걷어냅니다.-

하지만 센터링 된 공은 이태성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청주의 골키퍼가 펀칭으로 멀리 쳐냈고, 그 공은 추강에게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젠장!”

결국 같은 상황이 되었다. 비록 센터링을 올려, 그 공이 골키퍼의 펀칭으로 밀려난 것이지만, 결론적으로는 다시 추강에게 공이 간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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