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78화 (78/163)

00078  히든리거  =========================================================================

-또 다시 공은 자기진영으로 돌고 있습니다. 국방부FC의 공격력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지금 많은 축구팬들이 신생팀인 국방부FC의 군대스리가 축구를 보고 싶어 하는데, 그 군대스리가가 아직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나운서는 또 다시 공을 후방으로 돌리며, 자기진영에서 상대진영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국방부의 경기운영방식에 쓴 소리를 던지고 있었다.

“답답하네! 군대스리가가 고작 그 정도였어!”

결국 한 관중이 큰소리를 쳤다. 약 30대 중반 정도를 넘긴 사내는 자신이 경험했던 군대스리가를 기억하는 것 마냥, 현재 군대스리가를 대표하여 발탁된 선수들에게 실망한 듯, 소리치고 있었다.

“진행이 답답한 것은 맞아. 이 감독. 뭔가 변화를 줘야하지 않을까?”

장두관은 관중들이 내뱉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귀를 만지작거린 후, 세령에게 말했다. 하지만 세령은 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의 시선은 현재 그라운드 위를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아. 또 다시 공을 뺏기는군요. 국방부FC는 아직 제대로 된 공격을 해보지도 못한 채, 계속된 청주의 압박에 의해 다시 공을 넘겨주고 있습니다.―

경기 재개 후, 약 10여분이 넘는 시간동안 제대로 된 공격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었다. 중앙선을 넘어와서도, 전방으로 공을 뿌려주지 못하였고, 공은 다시 자기진영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에 청주FC에서도 초반과는 달리, 중앙선을 넘어 다시 자기진영으로 돌아간 공을 애써 뺏기 위하여 뛰어야하는 체력소모를 줄이고자, 중앙선을 쉽게 따라 넘어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공이 다시 중앙선으로 넘어올 때, 청주의 미들진 두 명이 공을 잡은 전철민을 향해 다가섰고, 갑작스러운 압박을 가하자, 전철민은 또 다시 공을 뒤로 돌리려다, 패스미스로 청주의 스트라이커에게 공을 넘겨주고 말았다.

“또 들어갈 것 같다.”

전반 30분, 공을 잡은 청주의 공격수는 잠시 한 템포 쉬어가는 듯, 공을 끌며 뒤로 약간 돌아섰고, 그 즉시 국방부FC의 왼쪽을 파고들고 있는 선수에게 연결해준 후, 자신은 아주 빠르게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갔고, 곧 공을 잡은 청주 선수는 길게 센터링을 올렸다.

-왼쪽 코너부분에서 센터링입니다.―

이철호는 공을 보며, 공이 떨어질 부분을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철호! 들어가라!”

그 순간 이태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이미 이철호는 페널티박스 중앙까지 나와 버렸다. 공을 보고 계속하여 움직인 것이, 골문을 완전하게 비워두게 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아. 골대를 너무 많이 나왔는데요, 골문이 비었습니다.―

정확히 아나운서도 이태성의 말을 멘트로 내 보내고 있었다.

“젠장…….”

이철호는 이태성과 장내 아나운서의 말을 들었지만,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공이 페널티박스에 접어들며, 외곽으로 휘어지자, 자신이 자리 잡은 곳과 더 멀어지는 것을 보고 격한 말을 내 뱉었다.

‘펑!’

‘철렁’

-또 다시 골인입니다!―

세 번째 골이 터졌다. 왼쪽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올라온 공은 골대 반대반향으로 완전히 휘어서 들어왔고, 이철호가 공의 낙하지점이라 여기고 있었던 곳에서도 이미 2미터 이상은 더 휘어졌다.

이철호가 그 즉시 다시 골문으로 돌아가려 하였지만, 공이 떨어지는 부분에 서 있었던 청주의 FW가 다이렉트로 슛을 날렸고, 그 공은 골망을 찢을 듯, 아주 강하게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3대0이 되었다. 청주 선수들은 이제 세레머니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 가볍게 손바닥만을 마주치며, 살짝 미소를 짓는 것뿐이었다.

-전반 30분 만에 벌써 3골을 허용하고 있는 국방부FC입니다.―

“경기가 안 되네. 뭘 준비해서 나온 거야?”

관중들의 혹평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전반 30분. 어찌 보면 긴 시간이지만, 또 한 편으로 짧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벌써 3골을 내 주었다. 단 한골이라도 만회하려면, 공격이란 것을 해야 하지만, 그 공격은 아직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국방부였다.

“삐~익!”

이태성의 세 번째 볼터치였다. 그 세 번의 볼터치는 자신이 중앙선에서 자기진영으로 넘겨주기 위하여 받은 볼터치였다.

경기가 재개되었지만, 공은 단 30초 정도 국방부 진영에 머물고 난 뒤, 다시 청주 선수의 발아래로 들어갔다.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니며, 그저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고 있었지만, 그 순간에도 압박을 가하는 청주 선수들을 단 한명도 따돌리지 못하고, 공을 바로 빼앗기고 만 것이었다.

-공은 다시 청주FC에게 넘어갔습니다. 이미 볼 점유율이 80%와 20%인데요. 그 만큼 청주FC의 경기흐름이 더 좋다고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대형모니터에는 두 팀의 볼 점유율이 보여지고 있었다. 80대20, 이 20%도 어찌 보면 자기진영에서 연신 공만 돌렸던 그 10분에 의해 오른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촤아아아!’

청주의 중앙미드필더가 공을 인터셉트한 후, 조금씩 골대를 향해 내려갈 때, 이태성이 정확히 공을 보며 태클을 시도하였고, 그의 발아래 있던 공만 살짝 빼 내오는 아주 교과서적인 태클을 보여주었다.

“!!!”

-정확한 태클입니다! 이태성 선수의 태클로 인하여 공은 다시 국방부에게로 돌아갔고, 공을 뺏은 이태성 선수가 자기진영으로 몸을 돌린 후, 청주FC의 수비를 따돌리고 있습니다.―

갑자기 아나운서가 흥분한 듯 높은 톤의 음성으로 말하였고, 그 순간 관중들도 전반 40여분이 지나는 동안, 국방부의 첫 인터셉트에 놀라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태성은 공을 뺏은 후, 멍하니 서 있는 국방부 선수들을 향해 노려본 뒤, 다시 시선을 청주진영으로 돌렸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공을 드리블하며 점차 오르기 시작하였다.

“중앙선을 넘었네.”

공을 직접 몰고 중앙선을 넘어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경기가 시작된 후, 약 40분 만에 처음으로 국방부FC의 공격이 중앙선을 넘고 있는 것을 보며, 관중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그래! 이참에 너희들도 슛 한 번 때려!”

곧 그 옆의 관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고, 이태성은 자신에게 다가서는 청주의 미들 진들을 하나, 둘 제친 뒤, 점차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다.

-전반 40분 동안 보지 못한 국방부의 움직임입니다. 이태성 선수의 개인기에 청주FC 미들진이 당황한 듯 보입니다. 이태성 선수. 그대로 공을 몰고 청주진영으로 더 들어서고 있습니다!―

아나운서는 의자에서 엉덩이를 살짝 떼며, 여전히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반대!”

그 순간 라이트윙인 마형식의 큰 목소리가 들렸다. 이태성이 순식간에 세 명의 미들 진들을 제친 후였지만, 당당히 버티고 있는 청주의 포백라인을 뚫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때 들린 마형식의 목소리. 그 순간 이태성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하였다.

-이태성 선수, 마형식 선수에게 아주 정확한 패스를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이태성은 그 즉시 마형식에게 공을 패스하였다. 정확히 그의 발 아래로 공이 전달되었고, 마형식은 공을 받은 즉시, 청주의 왼쪽을 뚫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중앙선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며,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몰고 가, 사이드 깊숙한 곳에 선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골대 앞 쪽으로 서 있는 이태성과 장만식, 그리고 그 뒤로 서 있는 전철민까지 고루 보았다.

-전반전! 국방부FC의 첫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진정 첫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40분 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진정 허접한 축구를 하고 있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종료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간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축구를 보여주고 있는 것에 아나운서는 물론, 관중들도 하나, 둘 자세를 바로잡아 보고 있었다.

‘펑! “

-마형식 선수의 센터링!―

마형식은 자신의 앞에 있던 청주 수비수를 의외로 쉽게 따돌린 뒤, 곧바로 센터링을 올렸고, 그 공은 골대 반대방향으로 강하게 휘어 들어왔다.

‘펑!’

“띵!”

“아! 아까비!”

-아! 아깝습니다! 골대를 맞고 공은 골라인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청주의 골키퍼가 공을 보며 나오려 하였지만, 그라운드 안쪽으로 휘어들어온다는 것을 확인한 후, 재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이태성과 장만식의 옆에서 청주수비수들이 공을 차단하기 위하여 함께 뛰어 올랐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에게도 공은 맞지 않았고, 그대로 흘러간 공은 레프트윙인 서민구에게 연결되었다. 서민구는 자신의 발 앞쪽으로 떨어지는 공을 잡아 세우지 않은 채, 그대로 슛을 때렸고, 그 공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골대를 강타하고 골라인 밖으로 나갔다.

이에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큰 아쉬움이 담긴 말을 뱉은 후, 다시 한, 두 명씩 자리에 앉았다.

“이번 것은 아주 좋았어. 그래…….군대스리가는 그런 거야. 안되는 게 어디 있어! 그냥 밀고 나가는 거야!”

한 관중의 말처럼 조금 전, 공격은 아주 좋았었다. 이태성 태클로 공을 뺏은 후, 드리블하며 중앙선을 넘자, 조금 전까지 멍해있던 국방부의 미들진들과 양쪽 윙어가 순식간에 움직였다.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에 공격이 이루어졌고, 센터링도 아주 일품이었다. 마지막 슈팅이 골대를 맞고 골라인 밖으로 나가기는 하였지만, 지금까지 수비만 겨우 하고 있었던 국방부의 첫 공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쳐 주었다.

“조금씩 긴장이 풀리고 있는 건가?”

전반 40분 동안 굳어있던 장관의 표정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단 한 번의 공격이 있었지만, 그 공격은 지금까지 야유만 퍼 붓던 관중들에게 시원한 장면하나를 연출해 주었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국방부를 무시하였던 청주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상황을 연출해 주었다.

“삐~익!”

-전반 45분 경기가 끝났습니다.―

전반전이 종료되었다. 청주는 전반전에 여섯 번의 공격이 있었고, 4번의 유효슈팅에서 3골을 만들어냈다. 반면에 국방부는 전반 종료를 5분 남기고 첫 공격을 보였다.

장두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라커룸으로 향했고, 세령은 전반전을 끝내고 들어서는 선수들을 격려하며 그들과 함께 라커룸으로 향했다.

전반전을 끝내고 들어서는 선수들은 모두 세령의 표정을 본 후, 연동훈을 보았다. 그의 표정은 세령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였다. 진정 그가 누누이 말하는 한 따까리 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뭐가 문제냐?”

역시였다. 라커룸으로 들어서자마자 연동훈은 모든 선수들을 고루 보며 인상을 찌푸린 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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