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6 히든리거 =========================================================================
장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라운드 위로 올랐고, 곧 많은 관중들을 박수를 받았다. 중앙선에 위치하여 선 후, 공을 보았고, 일반적인 정장이 아닌, 군복차림에 전투화를 신고 시축을 하였다,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국방부장관이 시축을 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무엇보다 군복에 전투화를 신고 시축을 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러기에 큰 웃음도 선사하였으며, 2016 K리그 챌린지 리그의 시작도 알렸다.
-양 팀 선수 입장이 있겠습니다.―
시축에 이어, 아나운서의 멘트에 의해, 입장코너에서 양 팀의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로 오르고 있었다. 수많은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입장하고 있는 국방부FC선수들은 여느 때의 경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속에서 고무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간 떨리네…….”
이태성이 가장 앞쪽에 섰다. 그는 주장이면서, 최고선임이었다. 하지만 이런 큰 무대를 처음 밟은 것에 그의 심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선발라인 구성은 잘 한 것 같은가?”
세령은 감독 자리에 앉아 있었고, 곧 옆으로 장두관 소령이 다가서며 물었다.
“네. 실력을 떠나,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로 구성하여 출전시켰습니다.”
세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기며 말했고, 곧 장두관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
“와아아아!”
갑자기 관중들의 큰 함성소리가 들렸다. 세령은 그들이 지르고 있는 함성의 이유를 알 수 없어, 그라운드 위를 주시하였지만, 별 다른 것은 없었다.
“감독님. 저기…….”
그러자 연동훈이 그라운드 모서리에 장착되어 있는 대형 모니터를 가리켰다.
그녀의 모습이 찍히고 있었다. 세령은 순간 멍하니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멍한 모습에 관중들은 큰 소리로 웃으며 다시 한 번 큰 함성을 질러 주었다.
“유명 스타군.”
국방부장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많은 관중들의 함성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었다. 바로 역대 K리그 감독들 중, 유일하게 여성이다. 그리고 예쁘기까지 하니, 그녀에 대한 수많은 남성 팬들이 마치 군대처럼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대단하군. 여성감독이라고 해서, 만만히 볼 것이 아닌가보다. 홈그라운드의 이점도 있지만, 이건 거의 홈 몰표수준이다.”
상대팀 감독인 청주의 감독은 세령의 모습이 단 한 번 비춰진 것에 모든 관중들이 큰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 아닌 난리가 있는 것을 보며 말했다.
양 팀은 관중석을 향해 섰다. 그리고 그들의 앞으로 카메라가 이동하며, 일일이 선수 한 명씩 카메라에 담고 있었고, 그 화면은 그 즉시 대형모니터에 비춰지고 있었다.
-국방부FC의 선발라인업입니다. 먼저 포메이션은 3-5-1을 들고 나온 이세령 감독입니다. 원톱으로는 이태성 선수가 섰습니다. 그리고 FW는 장만식 선수, 중앙미드필더는 전철민 선수가 섰군요. 양쪽 윙으로는 마형식선수와 서민구 선수가 각각 자리하였습니다.―
카메라에 비춰지는 선수들을 보며 아나운서가 각 선수의 이름과 포지션을 설명하고 있었다.
-전철민 선수의 밑으로 미드필더 우동화 선수가 있으며, 포백으로는 여민호, 장강식, 우근우와 민철환 선수가 섰습니다. 그리고 수문장은 이철호 선수가 선발로 나왔습니다.―
국방부FC의 선발라인업이 알려졌다.
-이에 맞서는 청주FC는…….―
곧 청주의 모든 선수들도 소개되었고, 두 팀의 주장이 팀 기를 교환하며, 서로 악수를 나눈 뒤, 공, 수선정을 마치고 양 팀 각 11명의 선수들이 각기 자신들 진영에서 가벼운 몸을 풀기 시작하였다.
“긴장되네…….”
7개월간 준비한 선수들의 성적표를 받을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세령은 그 어떤 때 보다 긴장한 표정을 하며, 두 손을 꼭 모아서 중얼거렸고, 또 다시 그녀의 모습이 전광판에 보이자, 여지없이 관중들의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삐~익!”
드디어 첫 K리그 챌린지 무대를 밟는 순간이 되었다. 여느 때의 휘슬소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고, 그 휘슬소리에 국방부FC 선수들의 표정은 더욱 더 긴장된 듯 한 표정들이었다.
청주FC는 경기시작 전, 아나운서의 말대로 지난 시즌 아쉽게 클래식에 오르지 못한 팀이었다. 즉 그들의 실력은 챌린지리그가 아닌 클래식리그의 실력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청주는 경기 시작과 함께 자기진영에서 공을 돌리며, 국방부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무턱대고 공격으로 전향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였다. 아직 단 한 번도 국방부의 축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비록 상무와는 FA컵에서 맞대결을 펼친 경험이 있지만, 그들과 이들의 차이는 분명 있다고 여기기에, 초반에 국방부의 움직임을 확인해 보려는 청주감독의 전술이기도 하였다.
-청주FC는 2016 K리그 챌린지리그를 마지막으로 반드시 2017K리그에서는 클래식 무대를 밟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신생팀인 국방부FC는 이번 챌린지리그는 물론, K리그 전체에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로 리그에 임하고 있습니다.―
청주 선수들이 공을 돌리고 있을 때,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 전, 두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고 있었다.
“선수들이 너무 긴장했어.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
코치 석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던 장두관이 홀로 중얼거렸다. 그의 말은 세령과 연동훈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의 말처럼 두 사람의 눈에도 선수들의 긴장된 모습은 너무나 잘 보였다. 비록 경기 시작 초반이지만, 청주FC에 비해 국방부선수들의 움직임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평소 긴장감과 거리가 멀다고 여겼던 이태성이나 장만식마저도 움직임이 무뎌 보였다.
“긴장 풀어!”
연동훈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선수들 모두의 시선이 연동훈에게 돌아갔다.
“환장하겠군.”
연동훈의 한 마디에, 국방부의 11명선수 전원의 시선이 돌아가자, 청주 감독은 어이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즉시 그라운드 위를 향해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펑.’
신호가 들어가자마자, 한 동안 자기진영에서 나오지 않았던 청주 선수들이 빠르게 국방부진영으로 오르기 시작하였고, 공을 가지고 있던 미드필더가 왼쪽 사이드를 치고 올라가는 선수에게 긴 패스를 하였다.
-청주FC의 빠른 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금은 느슨한 경기초반을 이끌어가던 청주의 갑작스러운 공격전향에 아나운서의 멘트가 나왔고, 그 즉시 국방부의 수비는 공격을 저지하기 위하여 움직였다.
“정교하네.”
청주의 패스는 아주 정확한 패스였다. 원바운드도 없이 정확히 해당 선수에게 공이 전달되자, 장두관이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붙어!”
코치석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연동훈은 해당선수의 곁으로 움직인 마형식에게 소리쳤다.
같은 포지션의 두 선수가 공, 수 맞대결을 벌이는 과정이었지만, 청주소속 선수는 마형식을 너무나 쉽게 따돌린 후, 곧바로 더 치고 올라갔다.
-지태호 선수! 마형식 선수를 제치고 빠르게 돌진합니다!―
“뭐해! 포백의 균형이 깨지잖아!”
마형식이 뚫리자마자, 라이트백(오른쪽 수비수)인 여민호가 상대의 왼쪽 공격수를 맡기 위하여 움직였고, 그 뒤로 곧바로 중앙수비수 민철환까지 움직이자, 연동훈이 큰 소리를 쳤다.
-아…….국방부FC의 수비수들의 의견이 맞지 않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한 선수에게 수비수
가 너무 많이 붙고 있네요.―
연동훈의 생각을 아나운서가 대신 말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라이트백이 수비에 가담하며, 비워진 자리에는 라이트 윙이 자리를 채워야했다. 중앙수비수가 중앙을 버려두고 함께 수비에 가담한다면, 골대를 정면으로 두고 있는 상대 스트라이커나 포워드에게 직접적인 슈팅 찬스를 너무나 쉽게 내어주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상황이 일어난 것이었다.
다행히, 연동훈의 큰 목소리에 민철환이 다시 자기 포지션으로 돌아갔고, 그 때 여민호마저, 상대 공격을 막지 못하자, 청주의 레프트 윙은 페널티 박스 안까지 공을 몰고 너무나 쉽게 들어와 버렸다.
‘픽!’
골대를 대각선으로 둔 후, 슛을 할 자세를 취하다말고, 수비수가 다시 붙자, 공을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뿌려주자, 중앙에 서 있던 스트라이커는 공을 받은 후, 다이렉트로 방향만 돌리며 골대를 향해 공을 찼다.
‘출렁!’
-골! 입니다! 전반 5분여만에 이번 시즌 첫 골이 청주FC의 민수현 선수의 발에서 나왔습니다!―
아나운서는 전반 5분 만에 터진 개막전 첫 골의 주인공으로 청주FC의 스트라이커 민수현선수의 이름을 불렀다.
너무나 단조로운 공격이었다. 이런 공격에 한 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청주 선수들은 물론, 감독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한 골이 들어갔다. 골키퍼 이철호가 몸을 날리려 하였지만,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바로 같은 팀 수비수들 간에 신호가 맞지 않아, 서로 포지션이 겹쳐지면서, 이철호의 시야를 모두 가려버린 탓이었다.
“삐~익!”
골이 인정되는 심판의 휘슬소리였다. 청주감독은 그저 헛웃음만 지었다. 반면에 세령과 연동훈을 비롯하여 국방부쪽 사람들은 그 헛웃음마저 나오지 않았다.
-아직 국방부FC선수들이 서로 충분히 연습할 수 있었던 시간이 부족한 탓도 없지 않아 있겠습니다만, 이런 기초적인 수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첫 시즌부터 고전을 면치 못할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의 멘트는 직설적이었다. 비록 공격수가 너무나 쉽게 페널티박스까지 들어왔고, 또 수비수들이 각자의 자리를 비우면서 일어난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자리에서 너무나 직설적으로 멘트를 날리고 있었다.
“다들 정신 차려!”
중앙선에 선 선수들을 향해 연동훈이 다시 외쳤다. 그리고 똑같이 모두가 그를 보았다.
“너무 긴장했어. 저런 단순한 공격에 어이없는 실점을 너무나 빠른 시간에 내 줘 버렸다.”
세령은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단 한 번의 공격에 선취점을 허용한 것이었다. 그것도 공격해오던 청주 선수들을 제대로 막지도 못했으며, 무엇보다 경기 시작 후, 국방부FC선수들은 공을 단 한 번도 터치하지 못한 채, 선취점을 내 준 것이었다.
1점을 허용한 뒤에야 중앙선에 선, 국방부FC 이태성의 발아래 축구공이 놓여 있었다. 리그 처음으로 공을 발아래 두게 된 이태성이었다.
“젠장…….”
기분 좋은 첫 볼터치를 기대하였다. 하지만 제대로 한 방 먹고 난 뒤에야 첫 볼터치를 하는 것에 이태성의 표정은 구겨지고 있었다.
-이태성 선수가 국방부FC선수들을 향해보며 쓴 표정을 짓고 있는데요. 이 역시 군인들이라, 일종의 계급텃세 일수도…….―
“저 아나운서 누구야? 왜 거기서 군인들 계급이 나와?”
아나운서는 국방부FC가 전체 군인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두고, 계급에 따라 위압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뜻으로 말을 하다말고,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을 느끼며 말을 잘랐지만, 이미 그의 말은 국방부장관의 귀에 들어갔다.
“저, 모든 말들을 깰 수 있는 방법은 패하더라도 좋은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 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우리 국방부FC는 상무와는 달리, 모두가 현역이라는 것을 국민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계급 운운하며, 얼차려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라 봅니다.”
정책기획관은 비록 말실수이긴 하였지만, 아나운서의 멘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나이 서른을 넘긴 남자라면 거의 대부분이 경험한 군대이며, 군대에서 축구 패배로 얼차려를 받은 경험은 모두, 한, 두 번은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