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5 히든리거 =========================================================================
“책임감이 팍팍 몰려오지?”
정책기획관이 그들을 보며 물었다. 진정 책임감이 어깨에 몇 백 톤의 무게로 내려앉는 듯 한 느낌이었다.
“한 번 해보자. 이제 물러날 수도 없고, 다시 군대로 돌아갈 수도 없다.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골인지점을 향해 달려보자!”
곧바로 세령의 힘찬 멘트가 나왔다. 선수들은 크게 함성을 질렀고, 그 모습은 저 멀리 국방부로 들어서는 국방부장관의 눈과 귀에도 들어가고 있었다.
“이제 일주일 남은건가?”
“네 장관님. 우리 국방부FC가 이번 챌린지리그 개막전에서 뛰게 되었습니다. 챌린지리그 첫 무대를 밟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의 옆에서 보좌관이 답했다. 국방부장관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결과가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결국 탄생시킨 구단이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자네들은 협회 및 기타 이번 챌린지리그에서 필요한 모든 행정업무에 단 하나의 오점도 남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하네.”
장두관 소령은 이강수와 서용식에게 각별히 당부의 말을 전했다. 첫 출전이며, 이 두 사람이 행정업무에서는 최고라 하지만, 두 사람 역시 축구행정은 처음이었다. 그로 인하여 필시 미비한 점이 발견되겠지만, 그 미비한 점이 최소화되도록 부탁하는 말이었다.
“자네는 어떤가?”
소재은을 보며 물었다.
“다행히 선수들이 크게 다치거나, 특별히 아픈 장병은 없었습니다. 개막식 때 모든 선수들이 최대한의 컨디션을 지니고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소재은도 모든 준비는 철저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다시 그라운드를 향해 돌아섰다.
“K리그 챌린지에는 총 열 개의 팀이 있다. 지난해까지 총 여덟 개 팀이었지만, 올해 두 개의 팀이 신생팀으로 합류하였다. 바로 우리 국방부FC와 진주FC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챌린지 리그에 속한 팀들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다시 한 번 일러주고 있는 세령이었다.
“너희들. 설마 클래식리그의 팀들만 다 알고, 챌린지 리그의 팀들은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
두 개의 신생팀이 창단되었다는 말을 하였지만, 선수들의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 세령이 모두를 향해 물었다.
“다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뛰어야 할 리그인데, 상대팀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태성이 자신 있게 답했다.
“그래. 내가 괜한 헛소리를 한 것 같다. 개막식이 다가오니, 머리가 복잡해서 그래.”
“아닙니다. 이참에 다시 한 번 알려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각팀의 특색도 다시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세령의 말에 연동훈이 나섰다. 그는 선수들을 보며 챌린지리그에 속한 팀들을 분석한 자료를 들고 섰다.
이미 팀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지만, 연동훈은 작년까지 각 팀들의 장, 단점을 잘 파악한 자료를 들고, 선수들에게 해당 팀의 장점과 단점을 다시 말해주려 하였다.
“먼저, 앞서 말했듯이 K리그 챌린지는 총 10개 팀으로 되어있다. 이들 중, 우리와 개막전을 치를 청주FC는 지난 시즌 아쉽게 챌린지리그 준우승에 그치며, 클래식 무대를 밟지 못한 팀이다. 그만큼 이 팀은 강팀이다.”
연동훈은 개막전 때, 국방부FC가 상대해야 할 팀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의 말처럼 개막전부터, 2강에 속하는 청주FC와 신생팀인 국방부의 시합이 잡힌 것이었다.
“올해 챌린지리그는 흔히 2강 4중, 4약이라 말하고 있다. 2강에는 청주FC와 광양FC가 자리하였고, 4중에는 서귀포, 강릉, 충청, 경기FC다. 그리고 4약으로는 우리 국방부FC를 비롯하여 신생팀인 진주FC, 그리고 시흥과 여수FC다. 이렇게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신생팀이라고 왜 무조건 약체로 들어가야 합니까?”
연동훈의 말에 연태민이 손을 들어 물었다.
“말 그대로 예상이다. 전문가들이라고, 모든 경기의 승, 패를 다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없다. 신생팀이 약체인 것은 아직 그 팀의 경기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하였기에 임의적으로 하는 말이다. 그러니 이 통계에 큰 신경을 가지지 마라.”
연동훈이 답해주었다. 보통 모든 스포츠에는 전문가의 의견이라는 것을 내세우며, 그 경기의 승, 패에 대해 논한다. 하지만 그 어떤 전문가라고해도, 모든 경기의 승, 패를 확실하게 다 맞추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스포츠의 변수는 많고, 약팀이 강팀을 잡는 경우도 꽤 많다.
“우리가 주시하여야 할 것은 청주FC와 광양FC. 그리고 서귀포와 경기FC다. 이 네 팀은 서로간의 승률도 비슷하다. 또 한 이들의 공통점도 있다. 바로 강팀에 강하지만, 약팀에 또 약한 면이 있었던 지난 시즌이었다. 올해는 어찌 변했을지 모르지만, 우린…….이 네 팀은 물론, 나머지 다섯 개 팀과의 시합에도 최선을 다한다.”
연동훈은 시즌에 돌입하기 전, 각 팀들에 대한 몇 가지 전할 말을 전해주었다.
모두가 잠시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강팀과 약팀, 정확히 그 분류를 어찌 하는지 알지 못한다. 매번 이기면 강팀이며, 매번 패배하면 약팀이라 말한다. 하지만 약팀이 강팀을 잡는다고, 그 약팀이 강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강팀은 몇 번의 패배가 있어도, 다시 순위를 박차고 올라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여 강팀이라 말하고, 몇 번의 승리가 있었지만, 순위가 곤두박질 칠 우려가 확연히 보이는 팀을 약팀이라고 말한다.
그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다. 그냥. 전문가들이 말한 내용대로 그 내용을 각 스포츠매체는 전할 뿐이었다.
“자! 각자 자신의 옆에 있는 동료를 보고, 또 자신과 언제나 경쟁을 해야 하는 동료를 봐라. 그리고 미소를 지어라.”
연동훈의 말이 끝난 후, 이민우가 모두를 보며 말했다, 그의 말에 선수들은 각기 자신의 옆에 있는 동료를 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이들은 11명이 나설 수 있는 그라운드를 서기 위하여 서로간의 경쟁도 해야 한다. 그래야 11명의 엔트리 안에 들고, 선발이라는 명예를 얻어, 그라운드 위를 처음부터 밟게 되는 것이었다.
일주일이 남은 시간동안, 세령과 연동훈은 선수들의 조합을 여러 차례 변형시키면서 연습게임을 실시하였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하여도, 동료선수들과 서로 호흡이 맞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이들은 함께 생활하며, 서로 발을 맞춰본 세월이 얼마 되지 않는다. 서로 뜻이 맞지 않고, 사인이 맞지 않아, 경기 중, 필시 실수가 연발될 것이 자명하였다.
세령은 그 실수를 최소한을 줄이기 위하여, 서로가 서로를 잘 알 수 있도록 연계플레이를 중점으로 연습하였고, 또 각기 다른 선수들과도 함께 그라운드 위를 뛰는 경험도 하게 하였다.
경기 중, 선수교체가 있으면, 그 선수 하나로 인하여 전술도 바뀔 경우가 많다. 전술이 바뀌면 지금까지 움직였던 모든 것도 다 바꿔야 하는 것이었다.
세령은 그에 대한 연습도 충분히 하고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처음 그 포메이션 그대로 가면 그다지 큰 문제는 없겠지만, 게임 중, 공격과 수비에 더 많은 인원을 배치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그에 따른 선수교체로 인하여, 전술이 바뀌고, 그 바뀐 전술에 선수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계속 같은 훈련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있었다.
“드디어 내일이네.”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연일 지속된 강행군속에서도, 선수들은 그 훈련을 잘 소화하였다. 그리고 시즌 개막을 하루 앞 둔, 오늘. 세령은 달력을 보며 서서 홀로 중얼거렸다.
“떨리는가?”
곧 장두관이 세령이 선 옆으로 함께 서며 물었다.
“아닙니다. 아니…….떨립니다. 하지만 기대감에 의한 떨림입니다. 결코…….두려움이나, 긴장으로 인하여 떨리는 것은 아닙니다.”
세령은 장소령을 보며 답했다. 언제나 긍정마인드인 그녀의 표정에서 긴장감도 함께 보이는 듯 하였지만, 그 표정은 긴장감이 아니라, 기대감이었다.
“오늘은 모든 선수들에게 간단한 스트레칭 외에는 별다른 훈련을 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 그건 자네의 몫이니 자네가 알아서 해야지.”
세령은 감독이다. 자신이 충분히 선수들의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비록 전체적인 권한이 아닌 일부적인 권한이지만, 조금 전처럼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거나, 훈련에 관한 것은 전적으로 감독인 세령의 권한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강수나 서용식이 한 말이 떠올라 장두관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었다.
이강수와 서용식은 자신들의 위치가 충분히 선수들은 물론, 코치를 넘어 감독마저도 모조리 다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남겼기에, 세령은 여린 마음에 그 말을 담아두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 잘 자. 푹 자고 내일…….진정 후회 없는 시합을 하자.”
어느덧 개막전을 앞 둔, 마지막 밤이 찾아왔고, 점호를 마친 후, 모두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이태성이 선임답게 모두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네. 알겠습니다. 모두 편히 주무십시오.”
추강이 답했다.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다. 쉽게 잠도 오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려야 하지만, 단 한명의 코고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운명의 시간은 찾아왔다. 아침식사도 어찌 하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축구복와 축구화등, 진정 축구시합을 치르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어느새 자신들도 모르게 라커룸에 모두 모여 앉아 있었고,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챌린지리그의 개막을 알리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운동장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곳은 신생팀인 국방부FC의 홈구장입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K리그 챌린지리그의 대장정의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될 이곳은 신생팀 국방부FC와 지난 시즌 아쉽게 클래식무대를 밟지 못했던 청주와의 경기가 있을 예정입니다.”
비록 국방부 내부가 공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민들은 첫 국군 핵심부대를 방문하는 것에 이색적인 경험을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관중이 많습니다.”
국방부FC가 만든 홈구장은 2만 관중을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정책기획관은 국방부장관의 옆에 앉아 있었고, K리그 클래식이 아닌 챌린지리그에 관중석이 거의 다 꽉 찬 것을 보며 말했다.
“이럴 때, 우리 국방부FC의 실력발휘가 된다면, 서울시민들은 기꺼이 챌린지리그를 보기 위하여 이곳을 찾을 것이네.”
국방부장관은 만원관중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클래식 무대가 아니기에, 홈 개막전이지만, 몇몇 군인들로만 관중석이 차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일찌감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군대스리거들의 축구실력을 보기 위하여 찾은 관중들 대부분이 일반인들이었다. 군인신분을 가진 사람들은 국방부소속 장성들 몇 명과 장교들, 그리고 현역 군인들 일부였다.
“장관님. 홈 개막전 시축을 하셔야 합니다.”
곧 보좌관이 다가서며 말했다. 축구도 야구와 함께 시축이 있다. 그리고 첫 개막전 시축을 맡은 인물이 국방부장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