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74화 (7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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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오랜만이야! 잘 들 지냈어?”

소재은이 다가왔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세령에게 먼저 말을 걸었고, 곧 연동훈과 이민우를 보았다.

“너희들은 이소위가 좋아서 아예 군인으로 다시 못 박았다며? 대단해.”

그녀의 반가움과는 달리 두 사람은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어설픈 미소만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왜 이래? 내가 생각했던 환영식과는 너무 다른데?”

소재은은 잠시 후, 자신을 반기지 않는 듯한, 그들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 미소를 짓고 있지만, 마치 무언가에 의해 짓눌려 있는 듯 한 표정들처럼 보였다.

“무슨…….일 있어?”

다시 물었다.

“아닙니다. 반갑습니다. 너무 반가워서 행동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그렇습니다.”

세령이 그녀의 앞에 서며 말했다. 세령은 뒤에 선 두 사람에게 되도록 소재은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녀의 앞에 선 것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들은 조용하였다. 조금 전까지 기선제압을 하는 듯, 모두에게 공포감 조성을 한 인물들이었지만, 소재은에게는 의외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어…….”

세령이 애써 그녀의 앞을 막고 있었지만, 소재은이 먼저 그들을 보았다. 그리고 조금은 놀란 듯, 짧게 한마디 한 뒤, 세령을 지나쳐 그 곳으로 가고 있었다.

“젠장…….직접 찾아가시네…….”

연동훈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되도록 정책기획관이 다시 오기 전까지 눈이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였었다.

그런데 가만히 있던 두 악마의 앞으로 소재은이 직접 다가서고 있는 것이었다.

소재은은 두 사람의 앞에 섰다. 모두의 시선이 그 곳에 집중되었다.

“너희들…….웬일이야?”

“!!!”

그녀의 한마디. 그 한마디에 모두의 눈동자가 커지고 있었다. 진정 생각지 못한 전개였다. 소재은은 조금 전까지 악마라 여겼던 이강수와 서용식의 앞에 서서 두 사람을 보며 물었고, 그 두 사람은 그녀의 앞에서 멍하니 서 있기만 하였다.

“소…….대위님께서는 여기에…….설마 국방부FC 팀닥터로 지정되신 분이…….”

“그래 나야. 내가 이 팀의 팀 닥터야.”

이강수가 말을 더듬거리며 물었고, 소재은은 반대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주 자랑스럽게 답했다.

“내 아이들이 여기 수두룩하잖아. 그래서 직접 그 놈들과 만나고자 왔지. 그런데 너희들은? 설마 이 팀의 행정담당?”

“네…….뭐…….그렇게 됐습니다.”

두 사람은 악마 같은 음성을 모조리 치운 채, 잘 길러진 강아지마냥 묻는 말에 부드러우면서도 더듬거리는 답변을 하였다.

“대충…….저 놈들이 왜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는지 알 것 같다. 이소위나 연동훈, 이민우가 나를 보고 저토록 멍하니 있을 인물들이 아니지…….너희둘이 만든 분위기냐?”

소재은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며, 곧 시선을 돌려 세령과 연동훈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연동훈은 진정 복수를 바라는 듯 한 눈빛과 미소로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니들…….아직 그 버릇 가지고 있어? 옛 기억 한번 되살려줄까?”

“아…….아닙니다!”

소재은의 표정이 변하였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매에서 나온 말에 두 사람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을 한 채, 자세를 고쳐 잡으며 소리쳤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딱보니 그 버릇 나온 듯한데. 내가 누차 말했지? 새로운 물에서 놀 때는 그 물에 적응하라고, 그런데 무슨 객기로 그랬어?”

소재은은 두 사람의 앞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물었지만, 두 사람은 쉽게 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대위 왔는가?”

“충성. 대위 소재은.”

곧 정책기획관이 다가왔다. 그리고 두 사람을 세워두고 훈계라도 하는 듯 보이는 소재은에게 말했고, 소재은은 장난스러운 행동으로 정책기획관을 향해 경례하였다.

“이 놈들 아직 그 버릇이 있는 것 같은데, 모르셨습니까?”

소재은은 정책기획관을 보며 물었고, 그녀의 물음에 세령을 비롯하여 모두가 정책기획관을 보았다.

“알고 있지. 그걸 왜 모르겠어. 하지만 자네가 오기 전까지 이들도 자신들의 힘을 짧은 시간이나마 과시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할 것 같아서, 그냥 두고 보고 있었네. 자네가 오면 다 정리될 테니 말이야.”

정책기획관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세령을 보며 살짝 윙크를 하였다.

자신이 직접 만든 구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국방부FC를 처음부터 삐거덕 거리게 만들 위인은 아니었다. 세령이 감독으로 있지만, 세령을 휘어잡을 인물을 곁에 두는 것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강수와 서용식은 정말 행정면에서는 전 군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인물들이었다. 꼭 필요한 인물들이었고, 그들을 발탁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한. 그들을 발탁하는데, 오랫동안 고민하였던 정책기획관의 고민을 한 번에 날려준 인물이 바로 소재은이었다.

소재은이 이 팀의 팀 닥터로 자진하여 온다고 하였기에, 이 두 사람의 발탁에 대한 고민은 그 순간부로 사라졌다.

정책기획관 역시, 소재은과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분위기 잘 보며 살자. 그리고 쓸데없이 내 새끼들에게 계급자랑하지말자. 우린…….한배를 탔고, 그 배를 잘 움직여야 하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들이니 말이야.”

소재은은 두 사람을 바로 세워두고 말했고, 이강수와 서용식은 큰 소리로 답했다.

소재은은 그 즉시 다시 세령이 있는 곳으로 간 후, 처음에 느끼지 못하였던 환영식을 제대로 받고 있었다.

세령은 물론, 연동훈과 이민우, 그리고 추강과 설태구, 용지현은 물론, 악마 같았던 이강수와 서용식을 잘 잡은 그녀에게 모든 선수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진정으로 환영해주고 있었다.

“난감하군. 하필 소대위라니…….저런 악마의 여신과 어째 생활하나…….”

“그래도 아직 비밀의 소령님이 있지 않은가. 그 소령님이 아마 이 구단에서 가장 높은 계급이라고 하니, 그 소령님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면, 제 아무리 악마의 여신인 소재은이라도 꼼짝할 수 없지.”

이강수의 중얼거리는 말에, 서용식도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답하였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분이 오시는 것 같군.”

곧 한 대의 차량이 들어섰다. 그 곳에서 내리는 인물은 필시 마지막 인물이며, 소령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모두가 자세를 바로잡아 섰다.

그리고 차량에 탄 인물이 내리자, 소령의 계급을 본 듯, 이강수와 서용식이 아주 빠르게 다가서며, 그의 가방을 들어주려 하였다.

정책기획관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저 웃고만 있었고, 소재은과 세령은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와 함께 걸어오며, 연신 뭔가 조잘거리는 듯 말을 하고 있었고, 해당 인물은 그들의 말을 듣고, 연신 웃고 있었다.

“저 분이…….마지막…….”

“그렇네. 비록 최소한의 인원으로 시작되지만, 이제 우리 국방부FC의 초대인원이 다 모이게 되었군. 그리고 자네에게도 참 좋은 인연이 될 듯 하고 말이야.”

정책기획관은 세령의 말을 듣고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세령도 미소를 지었다. 이강수와 서용식이 연신 소령에게 뭔가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이 분이, 앞으로 우리 국방부FC의 모든 것을 총괄하실 분이십니다. 모두 인사하십시오.”

소령이 다가섰다. 그리고 그를 가리키며, 이강수가 기선을 다시 잡았다는 듯, 소재은을 향해 보며 말했고, 세령과 연동훈, 그리고 이민우가 그 소령 앞으로 다가섰다.

“설마…….이렇게 오실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

이강수는 아주 당당하게 소령의 앞으로 다가선 후, 그것도 환한 미소까지 지으며 묻고 있는 세령을 보며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내가 깜짝 선물을 주지 않았더군. 그래서 이렇게 직접 왔네. 어떤가? 선물이 마음에 드는가?”

“네. 장소령님.”

그는 체육부대 행정장교 장두관 소령이었다. 이미 세령은 물론, 연동훈과 이민우, 그리고 국방부FC선수들과는 안면이 있었으며, 이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되었던 인물이었다.

이강수와 서용식은 이미 두 사람이 친분이 있다는 것을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자신들의 계획이 모두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그보다…….이 두 놈은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너무 간신배들이지 않습니까?”

장소령은 정책기획관에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 누구도 하지 못하고 있던 말을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알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실력이 인정된 놈들 아닌가. 그러니 자네가 잘 조율 좀 해주게.”

정책기획관은 장소령을 보며 그의 말에 답했다. 이는 조금 전 소재은을 발탁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이미 장소령은 세령의 국방부FC가 처음 체육부대에 왔을 때부터, 이 팀을 돕고 있었다.

그리고 정책기획관이 그에게 이 팀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기를 부탁하였고, 그는 세령에게 주는 선물로 정책기획관의 부탁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로써 1차적인 모든 인원은 다 모이게 되었다.

제대를 앞 둔, 선수들을 대신하여 전군을 돌며, 새로운 축구천재를 찾아 나설 인물로 서재호가 내정되었고, 팀 닥터로는 소재은이 임명되었다.

그리고 행정업무를 중점으로 볼 인물로, 이강수와 서용식이 정해졌고, 이 모든 것을 총괄할 인물로 장두관 소령이 정해졌다.

비록 아직도 더 보강하며, 맞춰나가야 할 것이 많지만, 국방부FC는 이 최소한의 인원으로 첫 출격을 대비하고 있었다.

어느덧 맹추위를 과시하던 겨울이 물러나고 있었다. 서서히 봄기운이 맴도는 듯, 아침햇살도 따뜻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제법.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향상된 것 같습니다.”

이제 프로리그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섰다. 많은 준비를 거치며, 장병들을 선출하고, 국방부FC라는 팀을 만든지도 어느덧 7개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정책기획관은 선수들의 기량이 진정 프로답게 변한 것을 두고 세령의 곁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군인정신 아니겠습니까?”

세령은 그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녀의 미소는 항상 모두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하였다.

“모두 집합!”

세령은 그라운드 위에서 맹훈련을 하고 있던 모든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 일주일후면, 너희들은 군대스리거로써 진정한 축구실력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보이게 되며,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전 세계의 그 어떤 스카우트도 보지 못했던 진정한 군대스리가의 위엄도 보여주어야 한다.”

세령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그 동안 군대라는 한정된 곳에서만 볼 수 있었던 군인들의 축구를 전 세계에 내놓는 시간도 다가왔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지금 국방부FC에 속한 23명의 장병들은 63만 군 장병을 대표하여 팀에 합류한 선수들이다. 그들의 축구실력이 군대스리가를 대표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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