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72화 (72/163)

00072  히든리거  =========================================================================

제대를 앞 둔, 선수들의 자리를 다시 채울 인물을 찾아야 하는 스카우트. 그리고 각종 조직위원회에서 모든 업무를 총괄할 인물들. 또 한 경기 중, 다치거나 몸이 아픈 선수들을 치료해 줄, 팀닥터가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금 세령의 손에 들린 서류에는 그에 대한 기록이 모두 적혀 있었다.

“정말…….이분들께서 국방부FC에서 합류하시는 것입니까?”

세령은 서류를 보면서 점차 눈동자가 커지고 있었고, 곧 놀란 눈을 그대로 한 채, 정책기획관에게 물었다.

“그래. 나도 의아해. 그 사람들 보면, 고작 자네와의 인연이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자네를 돕고자 스스로 손을 든 사람들이네.”

정책기획관이 세령을 보며,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여겼던 부분이었다. 그녀를 따라 진로를 변경할 정도의 인물이 있다는 것은 사실 생각지 않았었다.

하지만 가장 첫 번째로 연동훈과 이민우가 자신들의 진로를 변경하였다. 그 때 까지만 해도 젊은 사내들이 아리따운 여장교를 보고 싶어 괜한 지원을 했을 수도 있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그들뿐만 아니라, 그녀를 처음부터 싫어했던 인물들도 지금은 그녀를 돕고자 나선 것이었다.

“서류에 보면 처음 보는 이름도 있지만, 스카우트에 익숙한 이름이 있지? 바로 자네가 있던 4대대의 1소대장 서재호 중위다. 중위로 제대할 것 같았는데, 아예 못 박을 놈처럼, 자네 일을 돕고자 보직변경을 요청하였고, 난 그 제안을 받아주었네.”

정책기획관의 말처럼 축구를 그 어떤 것보다 좋아했던 1소대장 서재호였다. 그는 신병이 오면, 그 어떤 소대장보다 먼저 행정반으로 향한 뒤, 축구를 잘하는 인물을 그 즉시 빼가곤 하였다.

“하지만 스카우트는 그 어떤 누구보다 정확한 눈이 있어야 합니다. 서재호 중위님은 작년에 축구를 좋아하며, 공을 좀 차 봤다는 말 만 듣고, 신병을 인도해 갔습니다. 그로 인하여 진정 축구 천재라 생각할 수 있는 추강과 용지현, 설태구가 저에게로 오게 되었지만, 서재호 중위님의 눈은…….의심을 해 봐야 합니다.”

세령은 서재호가 스스로 이 구단에 합류하고자 보직변경을 요청했다는 말은 고맙지만, 그렇다고 그의 뜻을 곧바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나 또 한, 그 이야기는 들어서 잘 알고 있네. 자네 말처럼 스카우트는 진정 매의 눈보다 더 정확한 시선을 가지고 있어야하지. 겉모습과 말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진정 숨겨진 실력을 보고, 선수를 데리고 올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지. 하지만. 서재호 중위, 많이 변했네. 그 후에도 신병들이 몇 왔지만, 지난 과거에 자네에게 간 그 세 명의 축구천재를 놓친 것에 의해, 모든 것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고 하더군.”

변화란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서재호의 그런 변화에 대해 세령은 긍정적인 표정을 지었다.

군인이지만, 축구에 더 미쳐있는 인물이 바로 서재호였다. 그에게 지난 과거, 축구천재를 선발하지 못한 실수로 인하여 축구천재인 세 명의 장병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세령은 정책기획관의 말을 들은 후, 흔쾌히 서재호를 국방부FC스카우트로 임명하는 것에 찬성표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팀닥터. 이건 뭐…….완전 자네 열성팬이더군.”

정책기획관의 말에 세령은 웃었다. 그가 말한 열성팬. 바로 소재은 대위였다. 그는 4대대에서 의무장교였다. 가장먼저 세령과 친해진 인물이며, 그 누구보다 세령을 걱정해주고, 감싸 주었던 인물이었다.

그녀가 국방부FC의 첫 팀닥터로 임명된 것에 세령은 입가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녀도 소재은을 보고 싶어 하였던 사람이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해 주었던 수많은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고 있었고, 웃음이 절로 나오고 있었다.

서재호와 소재은이 국방부FC 구단에 합류한다는 것은 세령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껄끄러운 인물을 만나지 않은 것이 좋았다.

비록 두 사람 모두 세령보다 계급이 높긴 하지만, 그 두 사람이 계급으로 세령을 몰아세울 정도의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분들은 처음 뵙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구단의 행정업무를 봐 줄 인물들이 기록된 내용을 보며 말했다. 총 세 명이었고, 그들은 협회는 물론, 구단운영에 있어 필요한 모든 행정업무를 볼 인물들이었다.

두 명의 얼굴은 사진과 함께 계급 및 중요 프로필이 적혀 있었지만, 가장 위에 기록된 인물은 계급만이 등록되어 있었다.

“그 사람들은 각기 다른 부대에서 올 사람들이네. 자네도 알다시피 국방부FC가 그냥 만들어진 팀은 아니지 않은가. 아무래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단이다 보니, 그에 맞는 최고의 행정가들을 뽑아야하고, 이들은 전군에서도 각기 자신들이 속한 부대에서 뛰어난 행정업무를 보이는 장교들이네.”

뛰어난 인물들인 것은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계급이었다. 아직 이들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 그런데다 계급도 한 명은 소령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대위였다. 즉. 세령이 알고 있는 국방부FC의 모든 인물들 중, 가장 높은 계급의 인물이 한 명 있는 셈이었다.

"그래도 걱정 말게. 두 대위가 계급이 높은 것은 그 만큼 확실한 행정업무를 보기 위함이지, 결코 자네를 속박하거나, 강압적인 내용으로 구단을 운영해 나갈 인물들은 아니네. “

말은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집단을 보아도, 노, 사의 마찰은 있기 마련이었다. 국방부FC를 하나의 회사로 보면, 행정업무를 담당한 인물들이 사측이 되는 것이고, 열심히 뛰어다니며 현장을 누벼야 할 세령과 선수들이 노동자가 되는 것이었다.

즉. 마찰이 없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였다.

“정.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인물들을 새로 뽑도록 하겠네.”

“아닙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구단을 운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정책기획관님께서 잘 알아서 하셨을 테니, 전 그 뜻에 따라 선수들을 지휘하겠습니다.”

세령은 자신에게 언제나 유리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두는 정책기획관의 말이 고마웠지만, 자신 혼자만의 생각으로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마찰이 있더라도, 그 마찰을 잘 이겨내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여기 계급이 소령이라고 되어 계신 분은…….”

“그 사람이 좀…….특이해. 그렇지만, 행정에 관해서는 진정 전군인들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이니, 결코 방해가 되지는 않을 거야?”

정책기획관은 세령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령은 내일 있을 대대적인 개편에 앞서, 중요한 몇 가지를 먼저 들었다. 기분이 묘하며, 기대감도 있었지만, 한 편으로 는 굉장한 압박감과 함께 긴장감이 있었다.

비록 완벽한 보강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초기에는 최소한의 필요인원만으로 구단이 운영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차후에 인원을 더 보강하며, 구단운영에 있어, 더 완벽한 구성원을 갖출 예정이었다.

일주일간의 전지훈련을 보내고 난 뒤, 국방부로 돌아와 충분한 휴식을 취하였다.

다음 날.

일주일 동안 듣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모처럼 들리는 아침 기상나팔 소리에 몸은 자동적으로 반응하였고,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부비며, 전투복을 입기 시작하였다.

그 동안 운동복을 입고, 아침점호를 받았기에, 전투복은 의외로 어색하였다. 군인이라 전투복을 입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보직이 있기에, 전투복과 운동복을 아주 적절하게 번갈아 입고 있었다.

군 입대 후, 언제나 겪는 것이지만, 점호는 쉽지 않았다.

“모두 적응하기 힘들지?”

곧 정책기획관이 점호를 마치고, 함께 모여 있는 선수들 틈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아닙니다.”

이태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와 함께 답했다.

“오늘. 새로운 모든 것이 다 갖춰지면, 너희들은 이제 국방부의 아침 점호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너희들의 모든 것은 이제 구단 홈구장 안에 있는 숙소로 옮겨지고, 그 곳에서 감독과 코치진에 의해 점호를 받게 된다.”

모두의 표정이 환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사병들은 물론,  장교급 인상의 인물들과 함께 점호를 받았기에,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힘든 점호가 오늘아침에 한 것으로 끝난 것이었다.

“이제부터는 국방부FC의 단독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비록 국방부소속이긴 하지만, 모든 것은 자치적인 형식을 가진다. 그러니…….이 구단의 최고 보스가 오면…….그 분의 말을 잘 듣고 움직여라.”

자치라는 말까지는 참 좋았다. 하지만 이제 세령이 진정 수장이 아니란 말이었다. 정책기획관의 보스라는 말에 모두의 표정이 조금은 굳어졌다.

지금까지 세령의 지도하에 아주 자유롭고 마음 편하게 지내왔다. 하지만 하나의 자유가 주어진 만큼, 또 다른 큰 압박을 함께 가져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식을 끝낸 후, 모두는 정책기획관의 말처럼 숙소를 국방부 외곽에 위치한 구장 내에 마련된 숙소로 옮겼다. 진정 이 곳은 자신들 외에 그 어떤 군인들도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오늘부터 여기서 모든 생활을 한다.”

정책기획관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선수들도 모두 환하게 웃었다.

“오셨습니까?”

정책기획관의 뒤로, 세령과 코치진들이 모두 다가서며 말했다. 이들은 먼저 이곳에 도착하여 몇 곳을 더 둘러보고 있었고, 정책기획관이 직접 선발한 제1기 국방부FC선수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 인솔해보고 싶다고 하여, 그로 하여금 국방부에서 이곳까지 인솔하도록 해 준 것이었다.

“올 때가 되었는데…….”

잠시 동안 몇 대화를 나눈 후, 정책기획관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운동장 한 편으로 차량이 들어서고 있었고, 모두의 시선은 그 차량을 주시하고 있었다.

“에…….”

차량이 정차한 후,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본 연동훈과 이민우는 자신들의 눈을 몇 번이나 비비며 다시 보았다.

서재호였다. 그토록 자신들을 못 살게 굴었던 서재호가 차에서 내렸고, 모두를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어찌…….된 일입니까?”

연동훈이 매서운 눈빛을 한 채 물었다.

“눈빛 풀어. 너 제대하면서 그 동안의 악감정 모두 버렸잖아. 서재호 중위님도 그 감정 모두 버렸고, 지금은 우리 국방부FC만을 위하여 이곳을 찾아오신 것이다.”

연동훈의 매서운 눈빛만으로 연동훈과 이민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세령은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미리 자신이 하고자 한 말을 다 하였다.

“충성!”

그가 다가서며 정책기획관을 향해 인사하였고, 곧 모두를 향해 진정 들 뜬 기분의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모두 반갑다!”

그는 연동훈과 이민우, 그리고 추강과 설태구 및 용지현을 차례로 격하게 안으며 소리쳤고,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코치들과 선수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보았다.

이내 세령은 서재호에 관한 짧은 말을 해주었고, 그 때야 선수들과 코치들이 서재호에 관하여 알게 되었다.

하지만 세령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였다. 바로 연동훈과 이민우를 죽도록 못살게 굴었던 장본인이라 말하였고, 그 말로 인하여 연동훈과 이민우의 매력에 빠져있는 선수들은 서재호를 매서운 눈빛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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