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70화 (70/163)

00070  히든리거  =========================================================================

“물이 많이 고여 있을 때는 한 번에 동료 선수에게 제대로 된 패스를 전달할 자신이 없을 시에는 되도록 긴 패스보다 짧은 패스. 그리고 짧은 패스보다 안전하게 공을 드리블하며 움직인다. 또 한. 잔디가 고루 잘 관리되어 있고, 그라운드 사정이 좋은 구장에서는 물을 먹은 잔디위에서의 패스는…….”

‘촤아아아’

“와우!”

최감독은 공을 잡고 미들진에게 패스를 직접 선보였다. 그가 찬 공은 잔디위를 마치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며, 정확히 미들진에게 연결되었다.

“잔디가 미끄럽고, 공도 물을 머금고 있기에, 공은 평소보다 더 빠르게 뻗어나간다.”

마찰력이 줄어든다는 말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후, 모두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공을 주시하였다. 높이 차 올리는 공이 아닌, 거의 바닥에 딱 붙는 듯 한 패스로 미들진에게 첫 패스가 이어졌고, 그 후로도 패스는 척척 서로에게 연결되고 있었다.

요령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찬 공보다. 요령을 알게 된 후, 차는 공은 조금 서툴기는 하였지만, 의외로 패스가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펑!’

네 번의 패스를 거쳐, 공은 이태성에게 왔다. 이태성은 공을 잡은 후, 앞으로 약 4미터 정도를 드리블 하였고,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곧바로 골대를 향해 슛을 질렀다.

‘탁.’

“어라…….”

용지현은 공이 날아오는 부분을 정확히 캐치한 후, 몸을 날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공을 쳐 내는 것이 아닌, 공을 잡아냈지만, 그 공은 용지현의 손에서 미끄러지며 뒤로 빠졌고, 곧 골라인을 통과한 후, 떨어졌다.

용지현은 멋지게 슬라이딩하여 잘 잡았지만, 공이 자신의 등 뒤에서 골라인을 넘어가 있는 것을 본 후, 멍하니 공을 본보고, 다시 자신의 두 손을 보았다.

“물을 먹은 공을 잡는 것은 곧 위험지역에서 실수를 연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며, 지금처럼 골을 허용할 수도 있다.”

최감독의 말에 용지현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 후, 다시 골라인을 넘어가 있는 공을 보았다.

“잡는 것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쳐 낸다. 그것도 골라인 밖으로 쳐낸다. 코너킥이 될지라도 그 공을 밖으로 쳐 내는 것이 현명하다.”

곧 상무의 골키퍼 코치가 설명을 더 하였다. 공을 그라운드 안으로 쳐냈을 경우, 자칫 그 공은 멀리가지 않고, 혼전중인 페널티 박스 안에서 그냥 뚝 떨어질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상대 공격수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꼴이기에 외부로 쳐 내라는 뜻이었다.

“다음. 이철호가 서봐.”

또 다른 골키퍼인 이철호에게 골문을 지키도록 한 세령이었다.

이철호의 테스트도 용지현과 같은 방향으로 시작하였다. 포백에서 시작된 패스로 미들진을 거쳐, 공격진까지 공이 연결되었고, 센터 중앙에 선 추강이 공을 잡은 후, 골문을 지키고 있는 이철호를 향해 보았다.

‘펑!’

‘탁!’

추강은 축축한 그라운드 위를 아주 강하게 밟은 뒤, 그대로 슛을 질렀다. 추강의 발끝을 떠난 공은 물이 사방으로 튀며 골대를 향해 날아갔고, 이철호는 굉장한 스핀으로 물을 뿌리며 다가오고 있는 공을 본 뒤, 몸을 날려 외부로 쳐냈다.

‘펑!’

‘철렁!’

그리고 그 공은 곧바로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이 태성에게 연결되었고, 이태성은 그대로 슛을 때려 골로 연결시켰다.

“아주 좋았어!”

최감독이 소리쳤다. 그와 함께 세령도 그라운드 위를 올라 선수들 사이로 섰다.

“중앙에서 슛을 지른 추강도 괜찮았고, 그것을 쳐 낸 이철호의 선방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흘러나온 공을 잘 마무리 한 이태성이 좋았다.”

최감독은 조금 전 일어난 상황에 대해 말해주었다. 추강과 이태성은 자신의 발에 제대로 걸린 느낌이 들었던 공의 감각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 하였지만, 이철호는 표정이 밝지 않았다.

비록 최감독의 칭찬이 있긴 하였지만, 결론적으로는 골을 허용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상무 코치가 말한 내용이 지금 나온 것이다. 공을 왜 밖으로 쳐 내야 하는지 이제 모두 알겠지? 날아오는 공을 앞으로 쳐 냈을 시에는 상대 공격수의 발에 그대로 갈 때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해당 공격수는 이미 한 번의 방어로 균형을 잃은 골키퍼가 없는 골대에 공을 밀어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태성의 골에 대한 말이었다. 그의 말처럼 이태성은 아주 편하게 골 문안으로 공을 넣었다. 제대로 맞은 감을 느끼긴 하였지만, 그래도 골키퍼가 자리 잡기 전, 빈 골대를 향해 제대로 찬 것이었다.

물을 먹은 공과 잔디의 적응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 공의 속도 조절도 어려웠고, 컨트롤은 더욱 더 어려웠다. 골키퍼도 마찬가지였다. 잡을 수도 없었고, 무턱대로 쳐 낼 수도 없었던 상황이 많았다.

오후 내내, 수중경기에 대비한 연습은 한창이었다.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하였지만, 이들의 문제점이 또 하나 나오고 있었다.

“힘들지?”

바로 체력적인 문제였다. 맑은 날 공차는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이상의 체력이 소모되는 듯하였다.

미니게임도 아니며, 전력질주로 공을 향해 달려가는 연습도 아니었지만, 이들은 쉽게 지쳐가고 있었다.

“수중전은 그만큼 힘들다. 공을 컨트롤 하는 것도 힘들며, 공격과 수비도 힘들다. 그 만큼 체력적이 소비가 많다.”

최감독은 국방부FC선수들을 다독거리며 말했다. 프로무대를 한 참 뛴 선수들도 수중전은 언제나 힘들었다. 상무는 그 힘든 경기를 이미 수차례 겪어 보았기에, 국방부FC선수들의 지친 표정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강추위로 인하여 꽁꽁 얼어버렸던 그라운드를 모두 녹였다. 물이 고인 곳은 어느새 진흙탕처럼 되어 있었고, 선수들의 이마에는 땀이 고여 있었다.

“모두! 지금 즉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난 뒤, 식사집합을 한다.”

시계를 본 후, 최감독은 큰 소리로 외쳤다. 그제야 선수들은 연신 뛰어다니던 움직임을 멈추었다. 몸은 지치고, 심장은 터져버릴 정도로 거칠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모두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쳤고, 최감독의 말처럼 따뜻한 물을 마시며 체온유지를 하고 있었다.

“오늘. 연습은 어땠어?”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숙소를 들어선 세령이 모두를 향해보며 물었다.

“힘들었지만, 전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태성이 답했다. 세령은 그를 본 후, 숙소에서 따뜻한 물을 마시고 있는 선수들을 보았다.

모두가 밝은 표정들이었다. 얼굴이 조금씩 붉게 보이기는 하였지만, 표정들은 진정 밝아보였다.

저녁을 마친 후, 취침까지 역시나 자유 시간을 주었다. 오전, 오후의 고된 훈련으로 인하여 자유 시간에 잠을 청하는 선수들도 있었고, 또 다시 게임기 앞에 앉아 축구게임을 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내일은 선수들의 체력단련을 실시하겠습니다.”

자신의 숙소에서 선수들에 대한 몇 가지 추가내용들을 정리하고 있던 세령에게 다가선 연동훈이 말했다.

“그래. 오늘 보니 체력단련은 필수겠더라. 그래…….생각해 둔 곳은 있어?”

“네.”

“그래? 그럼 내일은 네 뜻대로 하자.”

세령은 연동훈의 의견을 받아주었다. 그녀는 오늘 연동훈의 멘트에 몇 가지 토를 달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답하고 있었다.

지친 몸을 자리에 누우니 선수들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점호를 끝내고 난 뒤에 곧바로 취침을 하였고, 불과 1분 사이 여러 곳에서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오늘은! 체력단련을 하겠다!”

다음 날. 어제의 강추위와는 또 다른 기온을 보여주는 아침이었다. 마치 봄처럼 포근하면서, 햇살도 따뜻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어디로 가려고?”

최감독이 연동훈의 옆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네. 남해쪽으로 올라가면, 보리 암이란 절이 있더군요. 그래서 그 쪽 일대를 보니, 남해 금산을 오르며 체력단련을 실시할까 합니다.”

“보리암…….좋지. 나도 꽤 많이 올라갔었는데…….그 곳에 가면 남해바다를 향해 꼭 한 번 봐라. 아주 장관이다. 그리고 소원도 빌고…….”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최감독은 이제 연동훈에게 말을 편하게 한다. 거의 아들이나, 조카정도로 여길 수 있는 두 사람의 나이차였기에, 편하게 지내게 된 것이었다.

국방부FC선수들은 모두 차량에 승차하였고, 차량은 남해 금산을 향해 움직였다.

“정말…….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니…….”

이동하는 중, 모두의 시선은 마치 외국의 그 어떤 관광지보다 더 좋은 남해바다의 풍경을 보며 절로 감탄을 하고 있었다.

심심하지 않게 주위를 구경하며 왔었고, 곧 차량은 남해금산 아래에 도착하였다.

“보리암?”

이태성이 금산 입구에 적힌 절의 이름을 보며 홀로 중얼거렸다.

“이 보리암에 오르면, 남해바다의 최고 절경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남해 금산의 등산로를 오르며, 오늘 체력단련을 실시하겠다. 모두! 간단히 몸을 풀어라!”

연동훈이 이태성의 뒤로 서며 말했고, 곧 모두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그 어떤 것을 하더라도 스트레칭은 기본이었다. 산을 오르던, 수영을 하던, 기본적으로 몸의 근육이나, 신경들을 깨워,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마친 후, 모두 남해금산 입구에 섰다.

“감독님께서 선발대에 서십시오.”

“내가?”

“네. 그래야 선수들이 따라가지 않겠습니까?”

연동훈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니, 그의 말이 꼭 악마의 미소에서 나오는 악마의 음성처럼 들려온 세령이었다.

세령과 연동훈이 가장 앞쪽으로 서고, 그 뒤로 이민우가 섰다. 또 한 그 뒤로 선수들이 모두 줄을 맞춰 섰고, 가장 뒤쪽으로 서지후와 태영훈이 섰다.

“너희둘은 뒤로 쳐지는 선수들을 잘 보살펴라.”

“네 감독님.”

세령은 태영훈과 서지후를 보며 소리쳤고, 곧 앞을 올려다보았다.

“경치는 좋네.”

산을 올려보니, 마음은 편하였다. 하지만 이 산을 오르기 위해서 고생할 자신의 두 다리를 보았다.

“걱정 마십시오. 가다 지치시면 제가 업고라도 올라가겠습니다.”

연동훈이 그녀의 표정을 본 후 말하였고, 곧 정상을 향해 먼저 움직였다. 세령은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한 후, 그대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 연동훈을 보았다.

“감독님. 오르십시오.”

이민우가 가만히 서 있는 그녀에게 말했고, 곧 세령은 가벼운 움직임으로 후다닥 올라 연동훈의 옆으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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