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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69화 (6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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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준비하라고 말만한다고 되겠어? 이놈들이 언제 이런 환경에서 공을 차 봤어야 알지. 감독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세령은 연동훈의 말을 듣고도 움직이지 않는 선수들을 본 후, 연동훈의 앞으로 다가가 말한 뒤, 곧 최감독을 보며 웃으며 부탁하였다.

최감독은 그녀의 미소를 본 후, 곧바로 시선을 상무소속 코치진과 선수들을 향해 돌렸다.

“모두 지원!”

최감독의 말 한마디에 코치진과 선수들이 모두 빠르게 움직였다. 이는 국방부FC선수들과는 차이가 많았다. 이들은 모두 지금과 같은 경우를 경험해 본 것이었다.

꽁꽁 얼어붙은 잔디위에 공이 놓여졌다. 그리고 상무의 골키퍼 코치는 이민우를 데리고 한쪽으로 이동하였고, 이민우는 국방부FC의 두 골키퍼 이철호와 용지현을 데리고 그를 따라 갔다.

“먼저. 우리 선수들이 시범을 보여주겠다.”

최감독은 상무선수들을 먼저 서도록 하였다. 그들도 꽁꽁 얼어붙은 운동장에서는 움직임이 무디었다. 공을 차기 위하여 모두 자리 잡아 섰지만, 그 자세는 엉거주춤 이었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이태성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런 경험을 해 본 선수들마저도 빙판위에서는 서 있기가 힘들었다.

“실시!”

하지만 그의 말은 최감독의 귀에 들렸을지언정, 선수들을 멈추게 하지는 않았다. 최감독의 말에 상무 선수들이 먼저 공을 차기 시작하였다.

‘펑 펑 펑펑’

연달아 공격수 및 미들진들로 구성된 선수들이 공을 찼다. 그 순간 모두가 멍하니 있었다.

불과 조금 전까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선수들이 공은 아주 제대로 차고 있었다. 비록 차고 난 뒤에 넘어지고 공이 원하는 대로 가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공은 뻗어나갔다.

“수중경기를 많이 접한 선수들마저도 힘든 것이 우천 시 경기다.”

최감독은 시범을 보인 후, 몸을 털고 일어서는 자신의 선수들에게 어깨나 등을 쳐주며 말했고, 곧 세령은 국방부FC선수들을 향해 보았다.

“너희들도 해봐. 비록 수중경기에 비해, 그 난이도가 더 높겠지만, 어느 정도는 느낌을 알아두어야 하지 않겠어?”

이태성과 추강, 그리고 연태민과 마형식등 주로 공격을 이끌어야 할 선수들을 먼저 앞으로 서도록 하였다.

먼저 공을 차기 위하여 자리를 잡은 선수들은 긴장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저 연습이긴 하지만, 진정 처음 접해보는 방식의 연습인데다. 상무선수들의 모습을 먼저 보았기에 망신살 뻗치는 경우는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마음만이 우선이었다.

“이태성 먼저.”

“네? 함께 차는 것이 아닙니까?”

상무 선수들은 모두 함께 공을 찼다. 하지만 세령은 그들과 같은 방식이 아닌 한 명씩 차례로 공을 차도록 하였다.

“너희들은 처음이잖아. 공을 차는 모습을 자세히 보고 싶어서 그래. 그래야 뭐가 문제며, 어디를 고쳐야 할 것인지 알 것 아니야.”

세령은 한 명, 한명씩 모두 자세히 보고 싶었다. 공을 차기 위하여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디딤 발의 위치, 공을 차내는 발의 각도 등 많은 것을 집중하여 보려 하였다.

이태성은 공을 주시하여 보았다. 진정 그냥 서 있기도 불편하였다. 하지만 우천 경기가 이정도의 느낌과 비슷하다면, 꼭 익혀두어야 할 부분이었다.

‘펑!’

이태성은 평소의 동작보다 조금은 어설프게 움직였고, 곧 공 가까이 다가선 후, 아주 강하게 슛을 때리는 듯, 공을 찼다. 그리고 그 순간. 차마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모두가 눈을 감았다.

“처음치고는 괜찮다.”

최감독이 말했다. 이태성이 찬 공은 아주 제대로 맞은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위로 뜨지도 않았고, 땅을 툭툭 치며 그냥 굴러가는 듯하였다.

이태성은 자신이 찬 공을 멍하니 보았다. 진정 제대로 찼다고 여겼지만, 공은 멀리 날아가지도 않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도 않았다.

“다음 추강.”

모두가 추강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육중한 몸이라, 만에 하나 넘어지면 그건 대형사고로 이어질 것이라 여겼다.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넘어졌을 때, 팔목이나 발목의 부상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추강은 공을 주시하여 보았다. 그리고 평소와 같은 움직임으로 공을 향해 달려갔다.

‘꽈당!’

“괜찮아?”

모두가 놀랐다. 세령은 곧바로 그의 곁으로 다가가 안부를 물었다. 추강은 공을 차기도 전에 몸이 공중에 거의 뜨면서 넘어졌다. 몸 전체가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기에 충격에 의한 부상이 우려되었다.

“괜찮습니다.”

추강은 몇 번 휘청거린 뒤, 다시 일어서며 말했다.

“잠시 쉬어. 넌 마지막에 하자.”

“아닙니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세령이 걱정되어 말했다. 하지만 추강은 다시 공을 노려보며 답했다. 평소와 같은 잔디라 여기면 진정 큰 부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까지 한 상태였다.

다시 한 번 공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이번엔 넘어지지 않고 공을 그대로 찼다.

‘펑!’

“와우!”

그 순간 최감독과 상무의 코치진, 그리고 세령과 연동훈이 놀라 소리쳤다.

공은 아주 높이 떠올랐다. 그리고 꽤 멀리도 날아갔다.

“역시…….슈팅능력에서는 추강이 국방부FC에서는 최고인 듯합니다.”

최감독도 일찍이 추강의 슈팅능력을 알고 있었다. 아주 정교하며, 정확하게 골대를 향해 차올리는 것을 몇 번이고 보았다. 그리고 육중한 체중이 실린 강력한 슛은 그야말로 캐논 슛이라 일컫는 슛이라 할 수 있었다.

추강의 슈팅에 이어, 연태민과 우동화등 공격수와 미들진의 슈팅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태성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디딤 발입니다. 공을 차기 위해서 디딤 발이 잘 지탱해 주어야 하는데, 그 발이 힘을 받지 못하니, 공을 제대로 찰 수 없는 경우입니다.”

몇 명의 선수들을 체크한 후, 최감독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모두가 디딤 발이 불편하다는 말을 하였다.

“일단! 이 얼음판을 좀 녹인다. 그리고 정식으로 물 먹은 잔디를 밟고, 물먹은 공을 차본다!”

세령은 국방부FC선수들을 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얼음판을 어찌 녹입니까?”

이민우가 그녀의 말을 들은 후, 멍하니 서 있는 선수들을 보고 다시 세령에게 물었다.

“간단하잖아. 그냥 뛰어.”

참 간단한 답이었다. 뜀박질로 열을 가해, 얼어버린 운동장을 녹이겠다는 것이었다.

세령은 그냥 미소를 지으며 선수들을 향해 보고 서 있었다. 그러자 이태성이 먼저 운동장을 뛰기 시작하였고, 그 뒤로 연태민과 추강, 우동화와 설태구가 뛰기 시작하였다.

“너희들도 뛰어.”

“네? 저희들은 굳이…….”

“뛰어. 체력단련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뛰어.”

최감독은 가만히 서 있는 상무선수들에게도 눈치를 주며 말했다. 그러자 코치중 한 명이 다른 말을 하려다, 체력단련이라는 최감독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상무 선수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곧 모든 선수들을 대동한 채, 운동장 구석구석을 다 뛰기 시작하였다.

“저 놈들에 비하면 너희들은 행운아다.”

이민우는 상무의 골키퍼 코치와 함께, 용지현, 이철호를 데리고 운동장 한편으로 갔었다. 그리고 그 곳은 잔디와 함께 얼어붙은 얼음이 녹아내려 그저 물먹은 잔디로 되어 있었다.

“우린 얼음이 다 녹은 잔디위에서 물 먹은 공을 잡는 연습만 하잖아. 저 놈들처럼 뛰어 다니지 않아도 되니 편하지?”

용지현과 이철호는 운동장을 이리저리 뛰고 있는 선수들을 보았다. 진정 얼음판에서 뛰어다니는 강아지들처럼 얼어붙은 운동장을 녹이려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 참을 뛴 것 같았다. 아주 단순하며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꽁꽁 얼었던 운동장의 얼음이 대부분 다 녹았다.

선수들은 모두 기진맥진한 듯, 가픈 숨을 내쉬고 있었다.

“수고했어. 이제 얼음이 녹았으니, 진정 이 그라운드는 비가 온 후, 물기를 잔뜩 머금은 운동장과 같은 느낌을 줄 것 같다. 다시 연습해보자.”

세령은 연신 가픈 숨을 내쉬고 있는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그들의 눈빛이 연동훈에게 향하였다. 진정 잠시만이라도 쉬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는 눈빛들이었다.

“10분간 휴식!”

연동훈은 그들의 눈빛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듯, 모두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고, 그 즉시 하나, 둘 바닥이 젖지 않은 곳을 찾아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군인이고 젊다지만, 30분을 쉬지도 않고 뛰어다녔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연습을 외치면 저 놈들 반항하게 됩니다.”

연동훈은 세령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그러자 세령은 연동훈을 노려보았다.

“왜…….그러십니까?”

“그래…….넌 천사고 난 악마…….”

“네? 그런 말씀이 어디 있습니까? 난 그냥…….”

“됐어.”

연동훈은 멍하였다. 진정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 이는 모든 남성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이해하지 못할 세령의 행동이었다.

10분간의 휴식을 끝내고 다시 운동장에 모였다. 선수들은 조금은 질퍽한 느낌이 드는 운동장을 밟으며 전혀 색다른 느낌을 전해 받고 있었다.

“연습은 간단하다. 자기진영에서 시작된 패스를 이어받으며, 최전방 공격수는 그 공을 골대 안으로 넣으면 된다. 자! 용지현과 이철호! 골대 앞으로 간다!”

세령은 이민우와 상무의 골키퍼 코치에게 전담교육을 받고 있던 두 명을 불렀고, 곧바로 두 명은 골대 앞으로 가서 섰다.

“우선. 용지현부터!”

용지현이 골문을 지키기 위하여 자리하였다. 그리고 최전방 공격수로 이태성과 연태민, 그리고 추강과 장만식이 골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포백에서부터 공은 패스되기 시작하였다.

“뭐야…….패스가 왜 그 따위야!”

연동훈이 첫 패스를 보며 소리쳤다. 포백에서 미들진으로 이어지는 첫 패스는 아예 전달조차 되지 않고, 그 중간에 멈춰 서 버렸다.

“제대로 해!”

다시 한 번 연동훈이 소리친 후, 처음부터 시작하였다. 하지만 변함이 없었다. 공은 원바운드 될 듯 하였지만, 그 자리에서 마치 땅에 박히듯 떡하니 붙어 버렸다.

“비록 월드컵 구장이나, 기타, 관리가 잘 된 구장에서는 이런 웅덩이가 생기지 않겠지만, 그래도 잔디가 물을 많이 먹고 있으면, 공은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최감독이 다시 나섰다. 그는 연동훈의 옆으로 서며, 이런 상황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말해주었다. 잔디가 물을 먹고 있기에, 굴러가는 것은 의외로 잘 굴러가지만,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은 그라운드의 경우, 공중에서 떨어지는 공은 그냥 바닥에 꽂히는 듯 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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