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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68화 (68/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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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그래도 그냥 놀고먹는 놈들은 아니었군.”

그들의 모습에 연동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민우와 태영훈, 그리고 서지후도 그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온이 뚝 떨어졌지만, 눈이 아닌 비가 내리고 있기에, 모두는 숙소에서 비가 내리고 있는 운동장을 향해 보고 있었다.

“밥 먹었는데, 비가오니 마땅히 할 것이 없네.”

이태성이 점점 더 강하게 내리고 있는 비를 보며 말했다.

“우천경기를 대비한 연습이라도 해볼까?”

숙소앞을 지나던 연동훈이 이태성의 말을 듣고, 숙소 안으로 들어와 물었다. 그러자 모두의 표정이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데도 말입니까?”

이태성이 다시 물었다.

“야구는 몰라도, 축구는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이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부나…….일정대로 진행된다. 할 일 없어 빈둥대는 것이 싫은 모양인데, 이참에 우천경기를 대비한 제대로 된 연습한 번 하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말 한마디에 지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우천경기를 대비한 것도 좋지만, 선수들 몸 관리도 잘 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야.”

곧바로 세령이 들어서며 말했다. 그녀의 말이 선수들 모두에게는 마치 천사의 음성처럼 들려왔다.

“이 놈들 너무 한가한 말들을 해서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기온에 이런 날씨에…….연습도 좋지만 애들 잡을 일 있어? 오늘은 그냥 개인적인 휴식을 취하도록하자. 선수들도 각 개인이 개인의 몸을 관리해야 하지만, 코치진들도 신경을 잘 써줘야 한다.”

세령은 연동훈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한 뒤, 숙소를 나갔다.

“그 보십시오. 선수들 몸관리가 우선이라고 감독님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이태성이 세령의 말에 힘을 얻어 연동훈을 향해 보며 말했다.

“몸관리가 우선이라…….그래 좋은 말이다. 그럼 몸관리 좀 하자. 모두 복도로 집합.”

연동훈이 말한 의도를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비가오니 외부에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 이런 복도에서 공을 차며 연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국방부FC소속 선수들이 모두 복도로 나오자, 상무팀선수들은 뭔일인가 싶어 고개를 내밀어 복도를 보았다.

최감독도 세령과 몇 말을 나누다 선수들이 나오는 것을 보며 두 사람도 아무런 말없이 보고만 있었다.

“우린! 지금까지 3일 동안 이곳에서 잘 먹고 잘 잤다. 그리고 오늘은 비가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냥 놀고먹을 것이다. 해서! 이참에 우리에게 이런 귀중한 장소를 제공해주신 고마운 분들을 위해 대청소를 실시한다. 모두 먼지하나 없도록 깨끗하게 쓸고 닦는다. 실시!”

연동훈의 말을 듣고, 국방부CC선수들은 인상을 구겼다. 하다못해 이런 것으로 체력단련을 시키려는 연동훈을 보며 못 마땅한 눈빛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 좋은 생각이네.”

곧 최감독이 복도를 나서며 말했고, 그도 상무소속 선수들을 모두 복도로 나오게 하였다.

상무는 괜한 불똥이 튄 격이었다. 잘 쉴 수 있는 기회였지만, 이태성의 말 한마디로 빚어진 일에 의해, 때 아닌 청소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대걸레 빗자루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분교였던 곳이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규모가 좀 있는 편이었다. 선수들은 각기 청소구역을 나눠 청소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거 꼭…….초등학교 다닐 때 느낌이 나네.”

추강이 대걸레를 들고 이리저리 닦으며 말했다. 그의 한마디에 모두가 갑자기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는지, 자신들이 들고 있는 빗자루나 청소도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폐교를 관리하는 부부는 요란한 소리에 복도를 보았고, 곧 선수들이 웃으며 대청소를 하고 있는 것에 자신들도 자연스레 미소가 생겨나고 있었다.

전지훈련 4일차는 그렇게 지나갔다. 두 사람이 청소하기에는 너무나 광범위한 폐교를 선수들이 모두 깔끔하게 청소해주었고, 그로 인하여 두 부부는 몸의 편함과 함께, 시간적 여유까지 가진 하루가 되었다.

전지훈련 5일차 아침이 밝았다. 지난날 밤늦게까지 내린 비로 인해 운동장의 잔디는 젖어있었고, 새벽부터 급속도로 떨어진 온도에 의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모두 집합.”

아침 6시, 현역의 점호시간에 맞추어 연동훈의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하나, 둘 추위에 이불을 꽁꽁 둘러메고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어서 일어나! 벌써 6시가 넘었다. 그리고 기억해라! 너희들은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군인이다. 군법을 적용받는 놈들이니, 점호는 칼같이 한다. 모두 운동장으로 집합!”

모두 잠에 취해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하지만 연동훈의 악마의 음성이 들리자, 눈은 자동으로 아주 번쩍 떠지고 있었다.

“어째…….연코치님은 악마가 되었다가, 천사가 되었다가…….도통 감을 잡을 수 없네.”

우동화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리고 모두는 하나 둘, 옷을 챙겨 입고 운동장으로 내려갔다.

“어라…….미끄럽네.”

계단을 내려올 때도 느꼈지만, 운동장에 내려와 잔디위에 섰는데도 바닥은 꽤나 미끄러웠다.

“날씨 좋지?”

연동훈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모두의 표정은 그다지 웃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기온은 뚝 떨어져 엄청난 추위가 느껴지고 있었고, 바닷바람마저 아주 강하게 불어오니,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설마…….이런 날씨에 알통구보…….”

“모두 상의탈의!”

우동화가 연동훈의 악마와 같은 표정을 보며, 설마라는 단어와 함께 나온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려하였던 그 말이 연동훈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진정 모두의 표정은 난감한 표정들이었다. 옷을 겹겹이로 껴입고 있어도 살을 파고드는 추위는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상의탈의를 하면, 말 그대로 그 자리에서 동태가 될 듯하였다.

“뭣들해! 너희들이 좋아하는 알통구보다! 어서 실시!”

연동훈은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곧 어제보다 더 두껍게 옷을 입고 나오는 세령을 모두가 보고 있었다.

“감독님. 이런 날씨에 알통구보는 자칫 감기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시끄러. 코치가 하라면 하는 거야. 어제 하루 도와주었으면 됐지. 얼마나 더 도와줄까?”

믿었던 세령은 연동훈의 편을 들었다.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하나, 둘 상의를 벗기 시작하였다. 옷을 하나씩 벗어낼 때마다 살들은 마치 살려달라는 듯, 바르르 떨고 있었고, 그 요동치는 살들에 의해 심장마저 엄청난 떨림을 주고 있는 듯하였다.

“난 알통구보 안한다. 그러니 난 옷 입고 있어도 돼지?”

세령은 연동훈의 옆으로 서며 말했다. 그 누구보다 자신이 알통구보 하는 것에 반대했던 인물이니, 굳이 알통구보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강제로 말하지 않을 것 같아서 물은 것이었다.

“깔깔이라도 입고하십시오. 선수들 사기도 있고하니, 어느 정도는…….”

“이 놈이. 너 왜 자꾸 이랬다저랬다 해! 어제는 하지 말라며? 그런데 오늘은 또 하라고 하고. 내가 네 애인이냐? 너 말을 그대로 들어야하게?”

세령은 연동훈의 눈을 보며 말한 뒤, 그대로 폐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의 행동에 코치진과 선수들은 얼떨떨하였지만, 연동훈의 입가에는 미소가 있었다.

“뭣들해! 어서 뛰어!”

연동훈은 그 즉시 상의탈의를 한 후, 운동장으로 내려갔고, 운동장을 먼저 뛰기 시작하였다. 그의 행동에 코치진은 물론, 선수들도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라 모두 뛰기 시작하였다.

“우린…….아침식사나 먹으러가자.”

국방부FC의 아침 점호를 본 후, 최감독은 침낭을 똘똘 싸매고서는 창밖을 본 후, 시선을 돌려 상무소속 코치진들에게 말했고, 코치들은 곧바로 선수들에게 식사하라는 말을 전하였다.

“오늘은 상무팀 점호를 하지 않는 것입니까?”

연동훈의 옆에서 그와 발을 맞추며 뛰고 있던 이태성이 물었다.

“상무는 상무감독님이 알아서 하시는 거다. 우리가 신경 쓸 것은 없어. 그러니 넌…….그냥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뛰면 된다.”

말해봐야 본전도 얻지 못한 이태성이었다. 하지만 연동훈의 말이 맞는 말이었다. 상무는 감독이 따로 있다. 감독이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으니, 굳이 이 추운 날, 바닥이 꽁꽁 얼어붙은 이 곳 위에서 상의탈의를 한 채, 뛸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국방부FC소속 선수들이 모두 아침 점호를 마치고, 진정 꽁꽁 얼어버린 옷을 입고 있을 때, 상무소속 선수들은 태연스럽게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부럽다…….”

지금까지 상무가 부럽다고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순간만은 진정 상무선수들이 부러워 보였다.

그들은 민간인을 감독으로 모시고 있기에, 굳이 군법대로 모든 것을 진행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불평불만으로 시작된 아침 점호를 마친 후, 식사를 끝내고 국방부FC와 상무가 모두 운동장으로 모였다. 아직도 운동장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미끄러워서 축구연습하는것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민우가 세령에게 말했다.

“우천경기를 연습한다는 것은, 비로 인하여 시야확보가 어려워지는 것과, 또…….공이나 잔디가 물을 먹어, 평소보다 더 무거우며 미끄러운 것에 적응하기 위하여 우천연습을 것입니다.”

최감독이 이민우의 말을 듣고, 잔디가 꽁꽁 얼어붙어, 손으로 꺾으니 끊어져 버리는 잔디를 꺾으며 말했다.

“설마…….이런 바닥에서 축구를…….”

“여기서 축구하면 큰일 난다. 자칫 미끄러져 이미 살생용과 같은 아주 뾰족한 상태로 변해버린 잔디에 살이라도 날아가면, 그 뒷감당은 어찌하라고…….”

천만다행이었다. 이태성은 최감독의 말을 듣고, 얼핏 이곳에서 축구연습을 하라는 뜻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곧바로 최감독은 이태성에게 현재 잔디의 위험성을 말해주었다.

그의 말처럼 잔디는 아주 뾰족해져 있었다. 진정 넘어지면 그 즉시 살에 꽂힐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왜 그런 말씀을…….”

이태성이 다시 물었다.

“오늘은 이 꽁꽁 얼어버린 운동장을 녹이는 것으로 연습한다.”

“네? 이 운동장에 꽁꽁 얼어버린 잔디를 녹도록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

이민우가 최감독을 보며 물었다.

“그래. 잔디를 녹인다. 공을 차며, 이리저리 가벼운 움직임만 해도 잔디는 녹는다. 그리고 얼어붙은 잔디를 비가 내리거나, 내린 후의 잔디라 생각하고, 얼마나 미끄러운 곳에서 공을 찰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해보도록.”

최감독의 말을 듣고 모두가 멍하니 서 있었다. 진정 물을 먹은 잔디위에서 공을 찬 경험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물이 묻은 공을 찬 경험도 없었다.

“자! 다들 연습할 준비한다!”

연동훈이 멍하니 있는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선수들은 좀 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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