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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64화 (64/163)

00064  히든리거  =========================================================================

상무팀도 전반전과 같은 4-4-2를 들고 나왔다. 이는 세령이 테스트 해보려는 것과 달리, 2군 선수들의 능력을 보기 위한 최감독의 전술이었다.

앞 서 말했듯이, 곧 1군에서도 제대자가 나온다, 그들은 제대와 함께 상무를 떠나야 하기에, 그 자리를 채울 2군 선수를 보기 위함이었다.

후반전이 시작된 후, 그 어떤 선수들보다 상무2군팀 소속 선수들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였다. 그들은 진정 1군으로 오르기 위한 지금의 기회를 절대 놓치려 하지 않았다.

과감한 태클은 물론, 패스미스나 기타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두 감독에게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국방부FC도 마찬가지였다. 11명의 선수들은 비록 2군으로 쫓겨 날 염려는 없지만, 벤치에만 앉아서 제대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원톱으로 나선 추강은 거의 독보적이었다. 뚱뚱한 몸이지만, 진정 믿을 수 없는 그의 움직임은 같은 포지션 경쟁자인 이태성마저도 혀를 찰 정도였다.

그런 몸으로 나오기 힘든 날렵함이나, 정교함, 그리고 슈팅력은 진정 국보급이라 할 수 있었다.

후반 30분 동안 두 팀은 맹렬한 공격과 함께, 안정된 수비까지 보이고 있었다. 진정 꼬투리를 잡을 만한 실수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던 두 팀이었다.

추강의 슈팅은 정교했지만, 죽을힘을 다해, 그의 공격을 막은 2군 소속 포백선수들에 의해 번번이 막혔다. 또 한 상무의 공격은 설태구라는 엄청난 스피드를 지닌 인물에게 공을 뺏기기는 하였지만, 전술에 맞는 공격을 잘 소화하였다는 평이었다.

무엇보다 상무의 매서운 공격은 절대수문장이라는 별명이 생겨버린, 용지현을 뚫지 못하였다.

진정 골인이라 말할 수 있는 그 어떤 공도 용지현의 손을 통과하여 골망을 흔들지 못하였다.

“삐~익!”

경기는 끝났다. 후반전에는 두 팀 모두 단 한골도 뽑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전반전보다 더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말을 두 감독이 동시에 하였다.

“모두! 서로를 보고 악수한다!”

경기가 끝난 후, 최감독은 양 팀 선수들을 모두 모와 놓고, 외쳤다. 모두가 웃으며 악수하였고, 모두가 이 짧은 경기로 인하여 많은 도움이 되었기를 진정 바라는 눈빛들이었다.

“너희들도 많은 의견 좀 나눴어?”

세령이 연동훈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아침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듯, 세령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않은 채, 인상을 구기며 이민우에게 자신이 기록한 이번 경기의 소감을 건네주었다.

“저 놈. 대체 왜 그래?”

이민우에게 물었다.

“오늘 아침 감독님의 알통구보를 유일하게 반대한 인물입니다. 딱 보면 척이지 않습니까?”

이민우는 모두가 들리도록 조금은 큰 소리로 말했고, 그 순간 모두의 눈빛이 연동훈에게 향했다.

“내…….내가 뭘! 그리고 이민우! 너 쓸데없는 말하면 오늘 밤 모두 집합한다!”

연동훈은 이민우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모두의 눈빛은 더욱 더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듯 보였다.

“내가…….옷 벗고 뛰니까 마음이 설렜어?”

“네? 그…….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리고 말 좀 제대로 하십시오. 아무리 감독이지만, 여인의 입에서 옷을 벗고 뛴다는 말이 그리 쉽게 나옵니까!”

연동훈은 세령의 말에 얼굴이 붉어지며 버럭 소리친 후, 홀로 씩씩 거리며 폐교 안으로 들어갔다.

“하하하!”

그 순간 모두가 자신을 비웃는 듯 한 목소리가 들렸고, 연동훈은 더욱 더 인상을 찌푸린 채, 귀까지 막고 뛰었다.

“아무래도 우리 연동훈 코치가 감독님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놈. 저 좋아하는 것 맞습니다.”

“네?”

최감독이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다. 하지만 세령은 진심을 말하였다. 그녀의 말에 모두가 놀라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이민우나 추강,설태구와 용지현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이 네 사람은 이미 3소대 시절, 연동훈의 마음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정말입니까?”

최감독이 다시 물었다.

“나를 좋아하여 이런 결정까지 내린 놈입니다. 저기 있는 이민우도 마찬가지고요. 저 두 놈은 나를 소대장이자, 감독이자, 또…….여자로 보는 놈입니다.”

“왜…….저까지 끌고 들어가십니까?”

괜한 불똥이 튄 격이었다. 이민우는 세령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도 나오자, 당황하며 물었다.

“그럼. 넌 여기 왜왔어? 진짜 축구하러? 너같이 움직이기 싫어하는 애가 어찌 축구를 해.”

그냥 단 숨에 정곡을 찔러버리는 그녀의 말이었다. 그리고 제대 전, 이민우는 세령에게 한 말이 있었다. 세령의 나이가 그 때 25살이었다. 그리고 이민우는 23살이었다. 사회에서 만났다면, 그냥 이름을 불렀을 것이라 말했었다. 그리고 제대하면, 면회를 오겠다는 말까지 하였다.

세령은 그 당시 부대를 향해 소변도 보지 말라는 농담을 하였다. 하지만 연동훈과 이민우, 고작 세령과 3살 차이며, 2살 차이다. 충분히 소대장이나 감독이 아닌 남녀로서 좋아할 수 있는 나이였다.

문제는 세령이었다. 그런 말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모두가 모인 앞에서 해 버린 것이었다.

그녀의 당돌함은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새삼 다시 느끼고 있는 모두였다.

세령은 이민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어깨동무를 하였다.

“민우야.”

“네?”

이민우는 얼굴이 빨개지고 있었다. 항상 이병장이라 불러주었던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나른하게 부르자, 가슴이 쿵쾅거린 것이었다.

“보세요. 얼굴 빨개지잖아요. 저를 감독으로 인정했다면, 얼굴이 빨개질 리 없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만 딱 말하고 끊었으면, 모두가 진정 세령의 말을 믿고 있었을 것이었다. 연동훈과 이민우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말을 믿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의 행동으로 그 말은 그냥 무시해야 하는 말이라 여겼다.

“저기…….이 감독. 사실 말입니다.”

최감독이 그녀의 행동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 행동만으로 모두가 이감독을 좋아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은 큰 오산인 듯합니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이렇게 명백한 증거를 보여주려 행동한 것인데요.”

최감독의 말뜻을 알지 못하던 그녀는 다시 한 번 이민우의 어깨를 더 잡아당겨 안았다.

“이 감독 같은 여인이 이런 무식한 놈들을 끌어안는데, 어떤 놈이라고 얼굴이 빨개지지 않겠습니까? 사실 나라도 얼굴이 빨개질 것입니다.”

“네? 감독님 농담도 잘하십니다.”

세령은 최감독이 자신에게 농담을 하는 것이라 여겼다.

“아닙니다. 진실입니다. 감독님은 제발…….저희가 누차 말씀드렸듯이, 사내들에게 아무런 감정 없이 어깨동무나, 안아주는 것 하지 말라고 전한 말 좀 잘 들어주십시오.”

이민우가 세령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세령은 이민우를 올려보았다.

“내가…….뭘? 모두 내 새끼 같아서 안아주는 건데, 그게 나빠?”

“나쁜 것이 아니라, 보시면 알겠지만, 이놈들 모두 늑대입니다. 오늘 아침! 연중사님이 왜 화가 났겠습니다. 이런 늑대들 앞에서 웃통을 까 버렸으니, 화가 난 것입니다.”

‘퍽!’

이민우가 세령의 말에 확실한 답변을 하였다. 그리고 그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세령은 이민우의 어깨에 올려진 손을 내리며, 그의 복부를 가격하였다.

그 순간 모두가 놀란 눈으로 세령을 보았다.

“자식…….웃통을 까? 말을 해도…….여자한테 웃통을 깐다는 말이 그리 쉽게 나와?”

세령은 다시 이민우의 정강이를 살짝 걷어찬 후, 폐교를 향해 걸었고, 모두는 그녀의 행동을 도대체 이해 할 수 없는 듯 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자신은 여인으로써 해야 할 행동을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모두에게는 여인으로 대해주길 바라는 말이었다.

“뭣들해! 정리하고 점심먹자. 그리고 이 감독님의 말이 모두 맞다. 자식들 아주 예쁜 누님이 관리해주니, 행복에 겨워가지고 말이야! 모두 정리하고, 오후에는 더 빡센 연습을 해 보자.”

최감독이 곧 세령의 뒤를 따라 움직였고, 코치진들은 모두 이민우의 곁으로 움직였다.

“예전 소대장님으로 계실 때도 저랬습니까?”

태영훈이 물었다.

“말도마라.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살짝 손만 올리는 어깨동무를 하였지만, 예전에는 그냥 사내들끼리 포옹하는 듯, 격하게 안아주었다.”

“네!?”

진정 상상이 가지 않는 그의 말이었다. 아무리 군인이지만, 여군이며, 장교였다. 그런 인물이 아무렇지 않게 사병을 안아주는 것은 그 어떤 이유에서든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모두의 눈빛이 마치 버터를 잔뜩 바른 눈빛으로 변했고, 표정 또 한 그리 변해갔다.

“지금부터 상상하는 놈은 죽는다.”

이민우의 이 한마디에 상무팀 코치진은 물론, 선수들과 국방부FC소속 인원 모두가 입을 꽉 다물었고, 표정도 다시 변화시켰다.

“모두 정리하고 들어가 밥 먹어.”

이민우도 마저 명령을 내린 뒤, 폐교로 향하였다.

“그런데…….우리도 저 코치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거였나?”

이민우가 폐교로 향한 뒤, 2군 감독이 상무팀 전원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서로 다시 멍하니 보았고, 이내 그냥 어색한 미소만 살짝 지었다.

점심 식사 후, 모든 선수들이 다시 운동장에 모였다.

“오후에는 셋트피스 연습을 할 것이다. 프리킥은 물론 코너킥으로 득점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연습을 할 것이며, 공격과 함께, 세트피스에 대한 수비수의 자리와 그 행동요령도 말해 줄 것이다.”

최감독은 아직 세령이 겪지 않은 여러 가지 프로무대에서의 득점 기회를 알려주려 하였다.

축구에서 프리킥이나 코너킥을 무의미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제대로 된 코너킥과 프리킥을 구사하려고 하겠지만, 가만히 서 있는 공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것이었다.

아주 노련한 프로선수라도 실축이란 것을 하며, 또 한 골대와 거리가 멀지 않은 프리킥 찬스에서도 어이없는 홈런을 날리는 경우가 많다.

이 또 한 수많은 연습을 자행하고서도 일어나는 일이기에, 오로지 연습으로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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