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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63화 (63/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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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참 미련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서로가 필요한 것을 채워줘야하니,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전술적 방식을 그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최감독은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코치진들도 서로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을 열심히 주고받고 있었다.

4-4-2로 시작된 상무의 전술은 3-5-2로 바뀌고 있었다. 그 전술적 변화에 세령은 놀란 눈으로 보고 있었다.

“어째서…….”

“지금까지의 경기를 보시면 잘 아실 것입니다. 지금 허리부분 경쟁이 심합니다. 허리를 뚫지 못하면, 후방의 최종수비수들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즉. 허리를 뚫고 전진하면, 상대의 수비수에 대응할 수 있는 그 만큼의 공격자원이 함께 움직일 수 있기에 무리한 전술이긴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은 충분히 적용해 볼 만한 전술이기도 합니다.

수비수를 네 명두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래서 포백라인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몇 몇 구단은 수비수 세 명을 두는 경기를 한다. 수비수를 줄이고, 미들 진을 강화하며, 그에 맞는 공격진이 단 한 번의 패스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었다.

최감독의 전술적 변화는 빠르게 적용되고 있었다. 전반 15분이 지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슛이 없었던 두 팀이었다. 하지만 공격진 두 명은 그대로 두고, 수비진에서 미들 진으로 한 명을 올리자, 공격자원이 늘어나, 국방부FC의 허리를 뚫고 상대진영으로 빠르게 오를 수 있었다.

“공격수가 많다.”

세령이 상무팀을 보며 홀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처럼 이미 공격수가 여섯 명이 올라와 있었다. 세 명의 수비진을 제외하고, 중앙선에 미들진 한 명이 대기한 채, 나머지 여섯 명은 상무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었다.

국방부FC의 수비진들은 각기 자신의 앞에 있는 선수들을 마크하기 위하여 빠르게 붙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과히 놀랄 만한 움직임이었다.

공이 없더라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경우가 없었다. 계속하여 움직이며, 자신의 체력을 소비시키는 것만큼, 수비의 체력도 함께 빼 내고 있었다.

‘펑!’

왼쪽 사이드 코너 부분까지 공이 올라왔고, 상무팀의 왼쪽 공격수가 중앙을 본 후, 수비수 한 명을 앞에 두고, 센터링을 올렸다.

‘펑!’

페널티 박스 안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공은 정확히 상무팀 공격수 머리에 겨냥되었고, 방향만 살짝 바꾸어 골대로 공이 향하게 하였다.

하지만 국방부FC의 또 다른 장신 골키퍼 이철호 상병은 강력한 펀칭으로 공을 아주 멀리 보냈다.

“역습이다!”

그리고 그 공은 정확히 국방부FC의 미드필더인 마철수에게 전해졌다. 마철수의 체력 또 한 거구의 몸이다. 하지만 추강처럼 그저 뚱뚱한 몸이 아닌, 키도 크며, 체격도 건장하여, 무척 커 보이는 스타일이었다.

마철수는 공을 잡은 후, 빠르게 상대진영으로 올랐다. 곧바로 이태성에게 공을 전달해 줄 수 있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피하기 위하여 자신이 직접 끌고 오르는 것이었다.

상무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기에, 상무의 수비진들도 모두 중앙선 인근까지 와 있었다. 그 와중에 공을 받았다고 하여, 곧바로 이태성에게 전달하면, 공격수의 본능상, 골대를 향해 달리는 습성 때문에 거의 대부분이 오프사이드에 걸려든다. 마철수는 그런 함정에 걸리지 않기 위하여 자신이 어느 정도 공을 몰고 간 후, 이태성과 수비수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역시…….많이 늘었네.”

마철수의 행동을 보며 최감독이 말했다. 군대스리가의 습성이 남아 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곧바로 이태성에게 공을 전달해 주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군대스리가에만 허용되는 패스였다. 프로리그나 정식 룰을 정해놓고 하는 경기에서는 십중팔구가 오프사이드에 걸린다.

상무팀은 공격에 힘을 보탰던 미들진들이 빠르게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국방부FC의 미들진들도 빠르게 상대진영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이는 공격이 이루어졌을 때, 공이 후방으로 다시 도는데, 다리 역할을 해 주기 위함도 있었고, 빠른 패스로 인하여,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놓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공격수 다섯 명에, 수비수 여덟 명이었다. 하지만 수적 열세에도 국방부FC의 공격은 아주 빠르게 전개되고 있었고, 사이드에서 공을 몰던 마철수는 곧 중앙미드필더인 전철민 상병에게 공을 전달하였다. 전철민은 추강과 함께 겹쳐지는 포지션 경쟁자였다. 쉐도우와 함께 중앙미드필더 역할을 소화한다. 말 그대로 멀티 플레이어다.

마철수에게 공을 전달받은 전철민은 골대를 주시하였다. 하지만 거리가 꽤 멀었다. 슛을 때릴 수 있는 거리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슛이 그 정도의 강력함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골대로 향하는 슛대신,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수 두 명과 붙어 있는 이태성에게 공을 뿌려 주었다.

“저 상황에서 공격수에게 공을 전달하면, 자칫 공격수가 부상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두 명의 수비수가 붙어 있는 그 곳으로 공을 보내면, 공을 잡기도 전에 수비수가 이미 격한 몸싸움을…….”

최감독이 전철민의 행동을 지적하였다. 그의 말처럼 수비수가 이미 붙어 있는 공격수에게 공을 주는 것은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어라…….”

하지만 전철민이 이태성을 향해 뿌려준 공은 이태성이 아주 쉽게 받았다. 그리고 최감독이 눈을 껌벅거리며 말했다.

보통 선수들은 자신에게 패스가 오면, 수비수를 등지거나, 또는 다가오는 공을 보며 몸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이태성은 그렇지 않았다.

수비수 두 명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상황에, 공이 전달되어 오니, 그 자리에서 곧바로 공이 오는 방향으로 달렸다. 수비수 두 명도 예측하지 못한 그의 행동이었다.

항상 누누이 소리치고 말하는 것이었다. 공을 기다리면 뺏긴다고 수차례 말한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공이 다가오면 기다려지게 된다.

그리고 이태성은 그들과 달리 움직였을 뿐이었다. 바로 모든 감독이나, 코치진이 요구하는 것, 공을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서라. 이 말을 이태성은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었다.

이태성은 공을 잡자마자, 곧바로 몸을 돌렸다.

“설마…….”

최감독이 다시 놀란 눈으로 이태성을 보았다. 다가오는 공을 기다리지 않고 마중 간 것도 대단하였지만, 그 자리에서 공을 잡자마자 수비수가 붙기 전에 몸을 돌렸던 것이었다.

‘펑!’

‘철렁!’

“!!!”

“와아아아!”

이태성은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국방부FC 선수들은 함성을 질렀다. 공은 어느새 상무팀 골대 안에서 데구루루 구르고 있었다.

“저 상황에서 터닝슛을? 과연 물건이네요.”

최감독은 잠시 멍하니 있은 후, 곧 박수를 치며 말했다.

골대와의 거리는 약 17미터 정도였다. 공을 마중 갔으니, 그 거리만큼 수비수와 벌어져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을 잡아 세운 후, 몸을 돌리며, 골대를 향해 다시 시선을 주고 공을 차면, 이미 수비수는 어느새 붙어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태성은 이 모든 번거로운 행동을 생략하였다.

공을 잡자마자 자신이 어디 위치에 있었던 것인지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곧바로 몸을 돌린 후, 수비수가 붙기 전, 그대로 골대를 향해 슛을 질렀다.

이태성의 한 템포 빠른 공격 성향은 상대의 수비수는 물론, 골키퍼마저도 당황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하였다.

공을 잡고, 자세를 바로 잡은 뒤, 골대를 주시하는 것이 보편적이라 여기고 있는 골키퍼나 수비수들은 그 상황에서 절대 슛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지레짐작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대의 생각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공격수는 언제나 수비수들과 골키퍼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었다.

국방부FC선수들은 여전히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얼싸 안았다. 그렇다고 상무팀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거나,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경기 전, 이미 수차례 일러둔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형제이며,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을 가르치는 친선경기이기에, 도움이 될 것은 도움을 받고, 도움을 줄 것은 충분히 주라는 양 쪽 감독의 말이 이들에게 이런 표정을 짓도록 만들었다.

이태성의 공격은 상무팀 공격수에게 도움을 준 것이며, 수비수나 골키퍼에게도 도움을 준 것이었다. 이런 불완전한 자세에서도 충분히 슛을 때릴 수 있으며, 슛이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수비수나 골키퍼는 항상 위험지역에서 공을 잡은 상대선수를 예의주시할 것이며, 공격수는 이런 방식을 다른 경기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었다.

친선경기라 경기 시간은 전, 후반 각각 30분씩이었다. 전반 25분 정도가 지났을 때, 국방부FC의 첫 골로 1대0이 되었고, 그 스코어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삐~익!”

전반전을 끝내는 휘슬이 울렸다. 두 팀은 곧바로 서로 악수하며, 웃었고, 감독들 앞으로 다가섰다.

“잘 했어. 전반전에 전술적 변화에 따른 각자의 포지션 이해도는 물론, 그런 변화를 잘 대응한 선수들도 모두 훌륭했다.”

먼저 세령이 자신이 본 전반전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해주었다.

“이태성의 공격은 좋았으나 그의 이타적인 공격에 잘 대응하지 못한 상무의 수비진과 골키퍼의 행동이 아쉬웠으니, 후반전에 똑같은 일이 번복되는 것은 없도록 한다.”

이어 최감독이 자신이 본 전반전경기에 대한 소감을 말해주었다. 세령은 보편적으로 양 팀에 대한 훌륭한 면을 말했지만, 최감독은 역시 프로무대를 꽤 겪은 인물답게, 장점과 함께 단점을 바로 집어내어 말해주었다.

“후반전에는 선수교체를 하겠습니다.”

세령이 후반전에 투입될 선수들을 불렀다. 전반전에 뛴 선수를 다시 모두 불러들였고, 후반전에는 전반전에 뛰지 않았던 선수들을 모두 기용하였다.

이에 상무팀도 전반전에 뛴 선수들을 모두 불러들였고, 선수 전원을 교체하였다.

“최감독님…….진정 후반전에 이 선수들을 기용하실 것입니까?”

상무팀의 선수교체에 대해 2군감독이 최감독에게 물었다.

“왜? 2군은 평생 2군에 있을 참인가? 이들의 실력을 나도 봐야 1군으로 데리고 오던지 할 것 아닌가?”

2군감독이 물은 이유였다. 1군 선수들과 함께 2군에 있던 선수들까지 몇 명을 기용하였다.

1군 선수들과 달리, 2군 선수들은 지난해에 체육부대에서 한 차례 이들과 경기를 가진 경험이 있었다.

비록 3대1로 패하며, 그 당시에 최감독에게 쓴 소리를 들었고, 그 후에 2군 선수들은 단 한명도 최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하였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2군 선수들은 짧은 30분 안에 자신들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삐~익!”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국방부FC에서는 또 다시 3-5-1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었다. 이는 똑같은 포지션을 주고, 똑같은 환경 속에서 각기 선수들의 포지션 소화능력과 이해도를 보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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