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61화 (61/163)

00061  히든리거  =========================================================================

“세상에…….곱기도해라.”

세령의 표정을 보며 여인이 미소를 지었다. 사내들만 수두룩한 곳에서 피어있는 꽃처럼 보였을 것이었다.

“우리 감독님 너무 띄워주지 마십시오. 정말 하늘 높이 날아갈 수도 있는 분이십니다.”

여인의 말에 연동훈이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식당 안에는 한바탕 큰 웃음소리가 들렸고, 세령의 매서운 눈빛이 연동훈에게 돌아갔다.

“연중사.”

“중사. 연동훈.”

세령이 매서운 눈빛에 날카로운 음성으로 연동훈을 불렀다.

“너…….혹한기 뛰러 갈래?”

“하하…….이미 혹한기는 현역 장병시절에 두 번이나 뛰었습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지금은 국방부FC 소속이라 저 혼자 이탈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혹시…….감독님께서 함께 하신다면, 훈련 차 참가해 볼 의향은 있습니다만…….어떻습니까? 함께 하시겠습니까?”

“하하하!”

이제 세령이 연동훈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세령의 말에 연동훈은 ‘예’ 라는 답만을 하였지만, 이제는 그녀에게 농담은 기본이며, 장난도 꽤 많이 걸고 있는 상황이었다.

“연중사님. 아무리 그래도 우리 감독님에게 그러면 안 되지요. 이래봬도, 우리 이세영 감독님이 말 한마디만 국방부 측에 알리게 되면, 지금 연중사님이 앉아 계신 그 자리는 위태위태하게 되는 자리이기도 하니까요.”

“네!?”

세령이 연동훈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것을 본 최감독이 연동훈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연동훈은 놀란 눈으로 답하였고, 곧바로 세령의 매서운 눈빛을 보았다.

“자! 다들 연동훈 코치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라! 이번 전지훈련을 끝으로 앞으로 보지 못할 사람이다.”

“네! 알겠습니다. 연동훈 코치진! 그 동안 즐거웠습니다!”

최감독의 말에 힘을 얻은 세령이 선수들을 보며 말했고, 선수들도 세령의 말에 장단을 맞추듯, 연동훈에게 힘찬 경례와 함께 큰 소리로 말했다.

“이 놈들이! 당장 운동장으로 뛰어 나와! 오늘부터 혹한기가 더 쉬울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오도록 해 주마!”

연동훈은 끝내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그 어떤 선수들도 운동장으로 나서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세령을 보고 서 있었다.

“이 놈들이…….”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듯 하여 다시 한 번 큰소리를 치려하였다.

“웁!”

그 순간 세령은 맛있게 손질 된 전복을 기름장에 찍어 연동훈의 입에 밀어넣었다.

“먹어. 오늘은 이 음식을 모두 장만해주신 고마운 분을 위해서 우린 이 음식을 단 하나도 남김없이 먹는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연동훈은 자신의 입에 들어간 전복을 진정 맛있게 씹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이었지만, 전복 하나에 표정이 온화하게 바뀌고 있었다.

하지만 비단 그의 표정이 변한 것은 전복 탓만은 아니었다. 세령이 직접 싸 준, 전복을 먹고,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그였다.

“우리 감독님 뒤통수 뚫리겠습니다.”

그의 눈빛이 세령의 뒷모습에 집중된 것을 본 태영 훈이 농담을 하였고, 그 말에 또 다시 식당 안은 큰 웃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전지훈련 첫 날에 이동한 거리가 멀어 피곤한 몸들이었지만, 신선하고 푸짐한 해산물을 섭취한 것에 모두 피곤함은 잊은 듯, 하나, 둘 배가 차오른 선수들이 공을 들고 어둑해진 운동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이태성이 가장먼저 움직였고, 그 뒤로 국방부CC선수들이 줄지어 내려가고 있었다. 곧 상무팀도 이에 질세라 운동장으로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역시. 젊다는 것은 좋은 것 같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이 시설을 만든 중년 사내가 말했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 하였지만, 세령은 묻지 않았고, 그저 그의 얼굴을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너희들은 아직도 먹어?”

이제 식당안에 남은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세령과 최감독은  코치진들과 이번 전지훈련을 어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지만, 선수들은 대부분 운동장으로 나가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추강과 설태구, 그리고 용지현은 아직도 상추쌈을 크게 싸서 입안으로 넣고 있는 것을 본 최감독이 물었다.

“그래…….많이 먹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그런데 추강과 용지현은 몸집이 커니까 많이 먹어도 이해는 간다. 그런데 설태구 넌 어찌 된 놈이냐? 그 몸에 더 밀어 넣을 것이 있어?”

진정 미스터리하여 물었다. 최감독의 말처럼 추강은 아직도 한 참을 더 먹을 수 있을 듯 보였다. 용지현도 큰 키로 인하여 체격이 크니 많이 먹을 수 있을 듯하였다. 하지만 용지현과 비슷한 키를 가진 마철 수나 장만식도 이미 수저를 내려놓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그런데 설태구는 아직도 먹고 있었다.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소유하고 있는 설태구의 작은 몸에, 추강과 용지현이 먹고 있는 음식의 양이 모두 들어가고 있는 것은 실로 미스터리한일이었다.

“이렇게 먹어야 버티지 않겠습니까? 비록 몸은 작아도 위장은 큽니다.”

설태우는 먹는 속도마저도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이런 해산물을 서울에서 먹어 볼 수나 있겠습니까? 돈이 있어도 먹지 못하는 통영산 해산물을 이때라도 많이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리 있는 말이었다. 있을 때 먹어두라는 말은 참 좋은 말로 들렸다. 그리고 설태구의 말처럼 남해의 청정지역에서 잡힌 자연산 해산물은 진정 돈이 있다고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전지훈련을 온 첫날은 몇 몇 선수들 간에 몸 풀기식 축구연습으로 끝났다. 그저 오랜만에 본 반가움에 서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동장군이 다가오는 봄기운에 맞서는 듯, 더욱 더 강한 추위가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난 밤 먹었던 엄청난 양의 해산물로 인하여, 몸보신을 제대로 한 듯, 추위 속에서도 국방부CC와 상무는 군부대의 기상시간인 6시에 맞춰 눈을 떴고, 모두 운동장으로 나와 있었다.

최감독이 단상위에 올라 추위로 인하여 몸을 움츠리고 있는 선수들을 보며 섰다.

“추워?”

“아닙니다. 춥지 않습니다!”

최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큰 소리로 답했다.

“그래? 그럼 오늘 아침은 기분 좋게 알통구보를 한다. 모두 상의 탈의!”

“…….”

춥지 않다는 말은 진정 접대성 멘트에 불과하다는 것은 최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선수들에게 알통구보를 아침점호때 선사하고 있었다.

옷을 겹겹으로 입고 있어도 불어오는 남해바다의 강한 바람은 옷 속으로 스며들어, 차가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뭣들해. 감독님 말씀 들리지 않아?”

곧 연동훈이 소리쳤고, 그 누구보다 먼저 연동훈이 윗옷을 탈의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민우가 이어서 탈의하였고, 두 사람의 행동에 의해 국방부FC의 코치진인 태영훈화 서지후도 상의 탈의를 하였다.

“너희들은 왜 안 해?”

곧 최감독이 상무팀 코치진을 보며 물었다. “

“저희도…….해야 합니까?”

2군감독이 물었다.

“그럼? 자네들은 상무소속 아니야? 오늘 모처럼 옛 군부대 생각나게 해줄까? 모두 상의탈의! 단 한 명도 열외 없다!”

최감독이 상무 코치진을 보며 소리쳤고, 그들은 서로의 눈길을 주고받은 뒤, 하나, 둘 상의를 벗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최감독도 상의를 벗기 시작하였고, 선수들은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팀의 코치진들이 모두 상의 탈의를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여기며, 하나, 둘 상의를 벗기 시작하였다.

진정 추위는 최고조에 달하는 듯하였다. 상의 탈의를 마치자마자 불어오는 강추위에 살결이 떨어져 나가는 듯하였다.

“이 감독님은 열외지 말입니다?”

연동훈이 최감독을 보며 물었다.

“열외는 무슨…….난 국방부FC 소속 아니냐?”

“…….”

연동훈의 물음에 대한 답은 세령이 직접 하였다. 그녀는 어제 입었던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있었고, 정말 눈만 배꼼 내민 채, 연동훈의 뒤에서며 말했다.

“날씨가 너무 춥습니다. 그리고 …….”

“여자라서 윗옷을 벗으면 난리난다? 뭐 그런 말을 하려 한 것이야?”

연동훈이 말을 다 잇지 못하였지만, 세령이 그 말을 모두 이어 하였다. 그러자 최감독은 물론, 단상 위, 아래에 있던 모두가 세령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진정 늑대의 눈빛처럼 보였다. 그리고 연동훈은 세령을 다시 보았다.

“그만 들어가 계십시오. 선수들 오전 훈련은 저와 코치진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연동훈이 그녀를 말렸다. 무수히 많은 눈빛들이 그녀가 상의를 벗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기에, 그것만은 말리려 하였다.

“됐어. 나도 함께 뛴다.”

곧 세령은 외투의 모자를 벗었다. 아침이며, 간단하게 세수만 한 그녀의 얼굴이지만, 모든 남성들의 눈을 홀리기에는 충분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키 3분의2는 감추고 있는 외투의 지퍼를 잡아 서서히 내리기 시작하였다.

“와우!”

그 순간 운동장에 있던 선수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또 한 최감독을 비롯하여 코치진들도 놀란 눈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가 지퍼를 내리자, 그 안에는 진정 속옷만 있었다. 국방색 스포츠브라를 입었고, 그 이상의 상의는 없었다.

모두가 시꺼멓고 거친 살결이었지만, 세령의 살결은 백옥 같았고, 깨끗하였다. 작은 키지만, 정말 최고의 신체 비율과 함께 볼륨감 있는 몸은 선수들의 눈을 호강시켜 주는 대신, 연동훈의 표정은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세령은 하얀 속살을 드러내놓고 운동장으로 내려갔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고, 최감독과 코치진들도 모두 운동장으로 내려가 구보를 시작할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연동훈은 아니었다. 구겨진 표정은 여전히 더 구겨지고 있었고, 그저 세령을 매섭게 보고만 있었다.

“뭐해. 넌 안 뛸 거야?”

세령이 그를 보며 물었다. 하지만 연동훈은 그저 서 있기만 하였다.

“저 놈, 춥나보다. 우리끼리 뛴다. 모두 가볍게 운동장 열 바퀴 돌고, 맛 난 아침 먹자!”

세령은 연동훈의 마음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선수들에게 외쳤고, 곧 그녀가 가장먼저 뛰기 시작하자, 그 뒤로 선수들이 우르르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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