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8 히든리거 =========================================================================
빠른 시간 안에 창단식 대열로 갖추었고, 국방부 장관은 창단을 알리는 멘트와 함께, 간단한 인사말을 전하였다.
-다음은. 국방부FC의 초대 감독으로 임명된 이세령 감독님의 말이 있겠습니다.―
국방부장관의 인사말에 이어, 세령의 인사말이 준비 중이었다. 세령은 단상위로 올랐고, 자신을 향해 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대부분이 군인들이었지만, 일반인도 꽤 보였고, 무엇보다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는 기자들에 의해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였다.
“초대 감독으로…….이런 대단한 팀을 이끌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국방부FC는 대한민국 군인정신을 바탕으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으며,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보일 것이며, 최대한 빠른 시즌 내에…….클래식 무대에서 진정한 군대스리거들의 축구실력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짧은 인사말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아주 큰 박수를 보내주었다. 기자들은 인사말이 끝난 후, 연신 질문을 쏟아 부었다. 세령은 그들의 질문에 모두 답해주고 있었다.
“자자. 시간이 너무 지체되면 오후 일과에 지장이 생깁니다. 그리고 창단식과 함께 마련한 이벤트가 있으니, 여기에 계신 모든 분들은 그 이벤트까지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국방부장관은 세령에게 이어지는 질문이 끝이 보이지 않자, 직접 단상위에 올라 다음 진행을 예고하는 멘트를 직접 하였다. 그러자 기자들의 질문도 그 순간 멈추었고, 세령은 그제야 큰 한숨을 쉬며 다시 운동장을 향해 보았다.
“앞으로, 국방부의 제2의 팀으로 국군의 힘을 보여 줄, 국방부FC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 부탁드립니다.”
국방부 장관은 창단식을 오래 끌려하지 않았다. 딱 필요한 말만하였고, 필요한 진행만을 하였다. 그리고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창단식을 끝내는 멘트도 아주 짧게 하였다.
세령이 국방부장관을 향해 경례하였고, 이로써, 국방부에 두 번째로 프로팀이 창단되었다.
모두가 길게 시간 끌며, 힘들 것이라 여겼던 창단식은 국방부장관의 기지로 단시간에 끝났다. 모두가 그의 진행에 큰 박수를 보냈고, 진정 긴장감으로 화장실을 달려가고 싶었던 선수들에게는 더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창단식이 끝나자, 기자들은 국방부장관과 세령을 단독으로 하는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기자들이 묻는 모든 질문에 대해서 세령은 단 하나의 질문도 빼 놓지 않고 답을 주었다.
“영내에 계신 모든 분들에게 알립니다. 잠시 후, 국방부FC와 국방부 소속 장교님들의 친선경기가 있을 예정이오니, 모두 관중석에 앉으셔서 관람해 주시기 바랍니다.”
창단식만큼 긴장하고 있는 순서였다. 바로 국방부소속 장교들과 진행하는 친선경기. 이는 지난 날, 국방부장관이 체육부대를 찾았을 때, 미리 언질을 해 두고 간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어떤 누구보다 축구광인 국방부장관은 국방부 내 장교들과 국방부FC간의 친선경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세령은 선수들을 모두 집합시켰다. 그리고 코치진들도 모두 집합시켰고, 선수들에게 몇 일러둘 내용만을 전달하였다.
“군대스리가는 모두 접해봤지?”
“네 그렇습니다.”
장성들과의 경기에 앞 서, 세령은 군대축구의 기본을 말하려는 것이었다.
“축구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비록 상대가 별들이라도, 우린 축구를 하는 것이지, 그 사람들과 계급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세령은 이들에게 적어도 축구시합이 시작되는 순간만은 모든 계급을 무시하라는 말을 하였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있을 경기에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하지만…….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상병이고 병장이고는 매일같이 봐 왔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저기 보이지…….그냥 별들이다…….장교도 아닌 장성들이다. 그래서 쉽지 않겠지만, 군대스리가가 원래 이런 것입니다…….라는 것을 꼭 보여줘라!”
“네! 알겠습니다.”
세령의 말에 선수들은 큰 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힘찬 파이팅을 외친 후, 모두 운동장으로 나섰다.
먼 길을 차량을 타고 이동하였기에, 몸이 찌푸덩하였다. 하지만 여긴 군대다. 몸이 찌푸덩하다며, 일정을 미룰 수 없다. 더군다나, 친선경기를 제안한 인물이 바로 국방부장관이다. 그냥…….까라면 깔 수밖에 없는 진정한 파워를 가진 인물이 준비한 이벤트다.
운동장에 모두 들어섰다. 국방부FC는 지난 상무2군 팀을 상대하는 것과 같이 먼저 전반전을 소화할 11명을 준비시켰다. 그리고 곧 그 11명은 물론, 세령과 연동훈의 시선은 상대진영으로 자동적으로 돌아갔다.
“제대로 된 경기를 하는 것은 무리겠지…….”
세령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운동장에 들어선 상대선수들. 진정 장성들이었다. 국방부장관이 원톱으로 서 있었고, 그 뒤로도 모두 별들이었다. 공 한 번 잘 못 차면, 평생 군 생활 꼬일 수도 있는 아주 지뢰밭이 천지에 깔린 듯하였다.
“프로팀을 상대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처음인데.”
역시 군대는 짬밥 순이었다. 축구 실력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국방부장관이 원톱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국방부FC의 원톱인 이태성은 몸이 얼어붙은 듯, 군 수장을 보며 그저 멍하니 서 있기만 하였다.
“경기는 친선경기인 만큼 전, 후반 20분씩으로 하겠습니다.”
심판이 다가서며 말했다. 심판은 대령이었다. 그 어떤 군대스리가를 경험해도, 대령이 심판을 보는 경우는 볼 수 없을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네. 총 40분간만 긴장타면 되니 말이야.”
연동훈이 경기에 투입되지 않은 나머지 12명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절대 이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전반을 뛰지 않고, 후반 20분만을 뛴다고 가정해도, 이건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경기였다. 단 1분이라도 그라운드를 밟고 싶지 않은 유일한 경기일 것이었다.
“삐~익”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국방부FC의 선수들은 가만히 서 있었다. 결코 긴장해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무척 긴장하여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긴장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거…….꼭 해야 하는 것입니까?”
이민우가 세령을 보며 물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저 이민우의 물음에 어깨만 들썩거렸다.
이민우가 그런 물음을 한 이유는 모두가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건 축구라 할 수 없었다. 동네축구도 이것보다는 더 긴장감 있을 듯 보였다.
국방부장관을 비롯하여, 각 포지션에 서 있는 장성들의 움직임은 마치 노인정에서 나온 할아버지들과 같았다. 패스는 둘째 치고, 드리블도 가장 길게 하는 것이 약 3미터 정도였다. 공을 몰고 앞으로 나가는 것조차 보고 있는 사람들이 걱정하도록 만들 정도였다.
이태성은 세령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어떤 답을 원하는지 세령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세령은 자신을 보고 있는 이태성에게 상대진영 골대를 가리켰다. 이태성은 그녀의 손짓을 보고,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공은 여전히 상대진영에 있었다. 국방부FC의 선수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공은 이 쪽으로 넘어오지도 않았고, 장성들끼리 서로 공을 주고받으며 신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평소 하던 대로 하자.”
이태성이 움직였다. 그의 말에 미들진들도 움직였다. 갑자기 선수들이 움직이자, 장성들은 당황하였다. 공을 패스하는 것도 어설펐고, 잘 못 된 패스를 받으러 가는 인물도 없었다. 즉. 공은 혼자 따로 놀고 있었다.
패스미스가 일어난 공은 이태성의 발아래 걸려 있었다. 그리고 양 사이드로 빠르게 오르고 있는 마형식과 서민구를 보았다.
“저쪽으로 패스할 모양이니, 사령관이 좀 달려가 봐.”
국방부장관은 이태성의 눈빛을본 후, 제3야전사령관에게 말했다. 정말 어이없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태성은 야전사령관을 보았다. 별이 3개나 달린 인물이, 국방부장관의 말을 듣고, 마형식이 있는 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말이 뛰어가는 것이지, 그냥 걷는다고 해도 무방할 움직임이었다.
이태성은 웃을 수도 없었다. 그저 그의 모습을 보지 않으려 전방을 주시하였다. 국방부장관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고, 압박 같은 것은 애초에도 없었다.
이태성은 공을 몰고 직접 움직였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선 국방부 장관을 단 한 번의 동작으로 쉽게 따돌린 후, 그대로 앞으로 좀 더 빠르게 달렸고, 곧 페널티 박스 앞까지 다가선 후, 슛을 때렸다.
‘철렁!’
강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정교하게 찬 것도 아니었다. 그냥 골대 안에 공을 밀어준다는 생각으로 찼다. 하지만 공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삐익~”
1대 0이다. 기뻐 할 수도 없었다. 세레머니는 더욱 더 꿈꿀 수 없었다. 이런 골을 넣고 좋아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관중석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졌다. 마치 노인정에서 재롱떨고 있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삐~익”
이래저래 전반전이 끝났다. 단 20분간의 전반전이 끝났다. 그리고 스코어는 10대 0이었다. 평균으로 따지면 2분에 한 골씩 준 것이었다.
“헉 헉…….이거 나이 들어서 못하겠네.”
국방부장관을 비롯하여 여느 장성들은 얼마나 뛰어 다녔는지는 모르지만, 숨이 목 끝까지 다 차오른 듯, 가픈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후반전의 의미는 없을 듯합니다. 그냥…….”
“아니네. 군인은 포기란 없지. 후반전도 예정대로 시행 할 테니 선수들을 잘 기용해주게. 내가 특별히 준비 해 놓은 것이 있으니, 후반전에는 긴장 좀 해야 될 것이네.”
세령은 진정 그들의 건강이 염려되어 한 말이었다. 자칫 창단식날 장성들 쓰러지는 꼴을 볼 수도 있겠다고 여겼다. 하지만 국방부장관은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여전히 헐떡거리는 숨을 겨우 고르며 그녀에게 말했다.
“후반전에는 양 팀 모두 선수교체가 있겠습니다.”
심판이 후반전 시작하기 전, 선수교체를 말하였고, 세령은 전반전에 뛰었던 모든 선수들을 다 들어오게 한 뒤, 각 포지션을 모두 다 교체한 후, 후반전을 시작할 준비를 하였다.
“그럼. 우리도 선수들 입장한 번 시켜볼까.”
국방부장관은 후반전에 들어가지 않을 것처럼 세령의 옆에 떡하니 앉으며 말하였고, 곧 국방부장관의 손짓을 받은 한 장교가 선수입장 코너를 향해 다시 신호를 주었다. 그리고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응?”
세령은 그들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국방부FC선수들도 모두 그들을 보았고, 몇 몇은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프로팀과 군대스리가. 내가 꼭 한 번 매치시켜보고 싶었던 경기였네.”
국방부장관이 조금은 놀란 듯 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고 있는 세령에게 말했다. 그리고 세령은 그를 본 뒤, 다시 입장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