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57화 (57/163)

00057  히든리거  =========================================================================

“비록 연고는 다르지만, 잘해 봅시다.”

최감독은 다시 한 번 세령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 뒤 말했고, 그녀는 최감독의 손을 잡은 후, 말 없는 미소를 보냈다.

“저기 버스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장소령이 부대 정문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그 버스를 향해 돌아섰고, 그 순간 상무팀 감독을 비롯하여 코치진과 선수들이 피식거리면 순간적으로 짧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세령의 표정이 굳어졌고, 연동훈을 비롯하여 코치진과 선수들의 표정은 멍해 있었다.

“이게…….뭡니까?”

곧 자신들 앞으로 국방부에서 특별히 주문 제작했다는 버스가 도착하였고, 연동훈이 부대장을 보며 물었다.

“하하…….나도 오늘에서야 처음 보는 것이네. 나한테 묻지 말게. 그리고 팀명도 오늘에서야 이렇게 보고 알게 된 것이니, 난 모르쇠로 일관하겠네.”

부대장도 어설픈 웃음과 함께 연동훈의 물음에 답했다.

“팀명이야 무엇이든 뭐가 상관있겠어! 우린 실력으로 모든 것을 말하면 되는 거다! 그러니! 국방부에서 특별히 만든 팀명에 괜한 인상 쓰지 말고, 모두 승차한다!”

세령은 굳은 표정과 멍한 표정으로 버스를 보고 있던 모든 선수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진정 그들의 표정은 멍하며 굳어있었다.

“뭣들하나, 어서타고 가야지. 국방부 시계는 정확해야 한다. 지금 자네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국방부장관님은 물론, 전군 장성들이 아마도 거의 다 모여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기다리게 만들 참인가!”

세령의 말에도 여전히 차량에 승차하지 않은 채, 멍하니 버스 외관을 보고 있던 선수들에게 장소령이 소리쳤다. 그러자 한, 두 명씩 다시 한 번 버스 외관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 뒤, 차량에 승차하기 시작하였다.

세령을 비롯하여 모든 인원이 승차 완료하였다. 창가를 보며 상무팀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선수들이 꽤 있었고, 상무소속 선수들도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최감독은 세령에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민간인이 쉽게 하지 않는 인사법이었다. 세령은 그의 경례를 받은 후, 자신도 거수경례를 하였고, 곧 미소를 지었다.

“저 여인의 저 미소가…….훗 날 대 파란을 일으킬 문제의 미소이니, 모두 잘 기억해 두십시오.”

부대장은 그녀의 미소를 보며 말했다. 장소령은 웃었고, 나머지 인원들은 그의 말뜻을 알지 못하였다.

거친 사내들을 다루는 법은 그들보다 더 거칠게 하는 것이 아닌, 부드러운 것이 더 효과적이다.

세령은 그 부드러움으로 거친 군인들을 모두 자신의 품에 안고 있는 여인이었다. 부대장과 장소령은 세령을 잘 알고 있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

모두를 태운 차량은 체육부대를 벗어나고 있었다. 마치 자대배치 전, 연대나 사단에서 머물렀다가 자신들의 부대로 돌아가는 신병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차량이 부대정문을 벗어난 후, 시야에서 사라지자, 최감독이 부대장을 보며 말했다.

“차라리, 부대장님께서 지었다는 그 전투축구단이 더 좋다고 여겨지는데, 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모두가 부대장을 보았다. 그리고 부대장은 최감독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신생팀의 예비팀명을 만든 장본인은 부대장이었다. 그리고 그 팀명은 전투축구단이라 칭해졌다. 그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그 팀명을 듣고 비웃었다. 하지만 조금 전, 그 전투축구단을 태우고 떠난 버스의 외관에 적힌 팀명. 정말 모두가 웃을 수밖에 없었고, 그 팀명에 속한 장병들의 표정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내가 지은 전투축구단이 훨씬 좋지 않습니까? 어찌 팀명을 국방부FC로 지을 생각을 했는지…….나도 오늘 처음 보았고, 대략난감이었습니다. 국방부FC라…….허허, 참…….”

모두가 국방부에서 보낸 차량을 보며 가지각색의 표정을 지은 이유였다. 버스가 들어오고 그 버스의 양쪽에는 아주 크게 군복무늬로 된 팀명이 적혀 있었다. 바로 국방부FC. 진정 부대장이 지은 전투축구단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은 모두가 다 같은 생각이었다.

국방부에 속한 팀이긴 하였다. 그리고 창단식이 끝나면, 스포츠관련 신문이나 인터넷에 이 팀에 대해 게재될 것이고, 모두가 현역군인으로 구성된 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굳이 군인들이라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충분히 저들이 군인이라는 것을 다 알게 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제2의 팀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듯, 아주 유치하게 꾸민 차량과 팀명을 내세웠다.

체육부대를 떠난 차량은 서울로 진입하였고, 곧 국방부를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모두 떨리지?”

이제 곧. 국방부라는 대한민국 최대 군부대로 들어서게 된다. 세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보며 물었다.

모두가 그녀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잔뜩 고무된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그냥. 군대다. 군인으로써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고, 너희들은 총 대신, 축구화를 신고 공을 차면되는 것이다. 패배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 패배로 인하여 낙오자가 되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절대! 패배를 가슴에 담아두지마라! 우린…….아직 젊다!”

연동훈이 일어서며 말했다. 그리고 모두가 연동훈을 보았다.

“그런 상투적인 말 말고, 좀 더 색다르고, 뭐. 힘이 될 만한 말은 없어?”

세령이 그의 옆구리를 툭 치며 말했다. 그러자 모두가 연동훈을 보며 웃었다.

“그래. 이 모습이다. 그냥 웃어라. 군대에서 이가 보이면 안 되는 순간은 딱 한 곳뿐이다. 바로 사격장. 사격장을 제외하면 웃어도 된다. 사람이니 웃을 수 있다.”

이번엔 이민우가 말했다. 그리고 연동훈때와 같이 모두가 그를 보았다.

“그 말은 좀 좋네. 그래 웃자. 이왕 하기로 한 것이니, 즐겁게 하자!”

세령이 마저 말하였고, 모두가 힘차게 파이팅을 외쳤다.

“충성!”

차량은 이내 국방부 정문을 통과하고 있었고, 우렁찬 경례소리에 차량 안에 있던 모두가 외부를 보았다.

“이제…….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습니다.”

국방부로 차량이 들어서자, 위병소부터 쭉 줄지어 많은 인파가 마중 나와 있었고, 힘찬 경례에 맞춰, 몇 몇은 차량을 향해 경례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본 연동훈이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아 두 눈을 꼭 감으며 말했고, 이민우와 서지후, 태영훈도 두 눈을 차라리 감아버렸다.

이윽고 차량은 정차하였다. 서서히 문이 열렸지만, 그 누구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 세령이 먼저 일어났다. 그리고 열린 문을 향해 첫 발을 내딛으며, 국방부의 땅을 밟았다.

“충성!”

세령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신의 앞에 선 인물이 국방부 장관인 것을 보고 요동치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힘찬 목소리로 경례하였다.

“잘 왔네.”

국방부장관은 세령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였고, 곧 이어 내리는 연동훈을 비롯하여, 줄줄이 내리고 있는 모든 대원들의 손을 잡아주고 웃었다.

세령을 비롯하여 코치진 네 명. 그리고 총 23명의 선수들이 모두 차량에서 내린 뒤, 한 줄로 섰다. 그리고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보듯, 엄청난 군 관련 장성들 및, 장교들이 그들을 보며 박수치고 있었다.

“피곤하겠지만, 창단식 준비를 모두 해 두었으니, 창단식을 끝내고 쉬도록 하지.”

국방부 장관의 말에 세령은 큰 소리로 답하였고, 모두는 국방부 장관이 움직이는 그 뒤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가 심장이 터져버릴 듯하였다. 그 어떤 상황과도 견주지 못할 긴장감이 전해지고 있었다. 신생팀의 최고 계급은 세령이다. 그리고 소위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이 별들이었다. 진정 별들의 잔치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 인 듯 보였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봐도, 그냥 다들 별이었다. 평소에 움찔하였던 별 하나인, 소장은 이제 별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두 개는 기본이며, 세 개와 네 개의 별을 가진 인물들도 있었다.

“여기가…….자네들의 전용구장이네.”

“!!!”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따라온 듯하였다. 어찌하여 이곳까지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국방부장관의 말이 귀에 들어왔고, 모두는 그제야 정신이 다시 돌아온 듯, 자신들 눈앞에 보이는 운동장을 보며 놀란 눈들을 하였다.

운동장은 국방부 건물 외곽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국방부를 통해서도 들어갈 수 있지만, 관중들을 위하여 국방부를 지나지 않아도 들어 올 수 있는 외부출입시설도 다 갖춰져 있었다.

“언제…….이런 시설을 만드셨습니까?”

세령이 진정 놀란 눈을 하며 물었다. 비록 웅장한 관중석이나, 화려한 시설은 없었지만, 넓은 잔디구장에, 2층으로 만들어진 관중석은 정말 잘 어울리는 듯 보였다.

“이래봬도 2만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졌네. 이건 우리 국방부FC가 곧 클래식 무대를 밟을 수 있겠다는 뜻으로, 처음부터 제대로 만든 것이니, 열심히 해 보게.”

진정 클래식경기를 뛰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최고의 구장으로 보였다. 푸른 잔디도 곱게 보였고, 그 누구도 앉아보지 않은 관중석은 반짝거리기까지 하였다.

“자. 창단식 준비가 끝났으니, 서둘러 창단발표를 하고, 팀을 정식으로 운영하도록 하지.”

국방부장관이 정책기획관에게 말하였고, 곧 그는 세령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일반 사병들로 보이는 장병들이 다가와, 창단식진행에 앞서 그들을 안내하기 시작하였다.

운동장으로 내려가자, 위에서 보이지 않던 많은 기자들이 보이고 있었다. 각종 스포츠매체들은 물론, 신문사들도 대거 모여 있었다.

“심장 떨립니다.”

이민우가 말했다. 설마 이정도로 많이 모여 있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다. 기자들이 연신 눌러대는 셔터가 거의 1초에 수백 번은 눌러지는 듯 한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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