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53화 (53/163)

00053  히든리거  =========================================================================

선제골을 넣은 상무보다, 동점골을 넣은 경남팀의 공격이 더 매섭게 이어지고 있었다.

“선수들이 지쳤어…….”

세령이 그라운드 위를 어슬렁거리듯 걷고 있는 상무팀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확실하게 상무팀 선수들의 움직임이 느려졌고, 무뎌져 보였다.

부대장은 점차 굳은 표정이 되고 있었고, 한 손으로 턱을 만지며,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여러 차례 공방이 계속 이어졌다. 상무팀은 허리부분에서 경남진영으로 넘어가지도 못한 채, 계속하여 공격이 차단당하고 있었고, 경남은 중간 중간 매서운 공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5분. 이제 한 골 승부라 봐야할 시간이 되었다. 두 팀 중, 한 팀이 한 골을 넣으면, 아마 그 골이 결승골이 될 시간이었다.

“올라가!”

경남의 슛을 방어한 상무의 골키퍼가 큰 소리로 외쳤고, 그는 즉시 공을 멀리 찼다. 공은 중앙선을 넘어 상무의 쉐도우에게 정확히 떨어졌다. 쉐도우는 그 즉시 수비수를 등지며, 몸을 돌리려 하였지만, 여의치 않아, 오른쪽 사이드를 타고 빠르게 올라서는 상무 선수를 보며 공을 뿌려주었다.

정확히 자신의 발 앞으로 공이 들어서자, 오른쪽 윙어는 툭하고 공을 앞으로 더 멀리 차 두었다. 이는 공이 뿌려질 때, 경남의 수비가 태클을 시도할 것을 감안하여 미리 공을 차 놓고, 태클한 선수를 뛰어넘어 달리겠다는 것이었다.

“으아악!”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예상대로 태클이 들어왔고, 그 태클을 뛰어넘고 가려 하였지만, 경남의 태클이 조금 높게 들어오는 바람에, 정강이를 차여 그 자리에서 넘어졌다.

‘삐익!’

심판은 그 즉시 경남선수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최감독에게는 그 카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수비수를 넘었다면, 그 공은 아주 쉽게 경남진영 코너 끝까지 갈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 것에 대한 대가로 옐로카드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중앙선을 약간 넘어간 곳에서 프리킥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록 거리는 멀지만, 페널티박스 안으로 공을 뛰어준다면, 그 공을 공격수가 잘 처리하기만을 바라는 상무였다.

반대로 경남은 수비수를 믿고 있는 상황이었다.

‘펑!’

예상대로 그 곳에서 꽤 멀었지만, 공은 아주 높게 뻗어나가며,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최장신 공격수가 뛰어올랐고, 골키퍼도 뛰어올랐다.

‘펑!’

하지만 제 아무리 키가 커도, 골키퍼가 쭉 뻗어 올린 손의 높이만큼은 되지 않았다. 골키퍼의 손에 먼저 닿은 공은 저 멀리 쳐내졌고, 그 즉시 공을 잡은 경남 선수는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여 달리기 시작하였다.

거의 마지막 공격이 될 수도 있기에, 그 먼 거리에서 공을 차 올린 것이며, 상무의 수비진들도 대부분 위로 올라와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골키퍼 펀칭에 의해 멀리 날아갔고, 공교롭게도 그 공은 경남의 선수 앞에 떨어져 제대로 된 역습 찬스가 경남에게 주어진 순간이었다.

경남은 빠르게 전진하며 달려갔고, 상무의 수비진들도 우사인 볼트를 능가할 정도의 스피드로 빠르게 수비로 돌아가고 있었다.

‘펑‘

‘펑’

하지만 사람의 움직임보다 공의 움직임이 확실히 빨랐다. 사이드에서 몰고 오던 공을 중앙으로 뿌렸고, 중앙은 다시 반대편 사이드로 공을 뿌려주었다.

상무팀 수비들이 아직 자리를 잡기 전이지만, 경남의 공격진은 어느새 다섯 명까지 늘어나, 골문을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오른쪽에서 공을 받은 선수가 빠르게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치고 들어갔고, 상무의 수비들이 태클을 시도하였지만, 이미 공은 중앙에 있던 경남의 공격수에게 뿌려졌다. 그리고 패스한 선수는 수비수의 태클에 의해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넘어졌고, 공을 받은 경남의 공격수는 골문을 향해 그대로 슛을 때렸다.

‘팅!’

“젠장!”

골대와의 거리는 불과 8미터 정도였다. 그 짧은 거리에서 때린 슛이 하필이면 골대를 맞고 골라인 밖으로 나가버렸다.

‘삐~익!’

“!!!”

그 순간 심판의 휘슬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심판을 보았다. 아직 전광판의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즉 반칙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모든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령도 자리에서 일어나 휘슬을 부른 심판의 결정을 보고 있었다.

-아! 찍었습니다! 페널티킥을 선언하는 심판입니다.―

그 순간 장내 아나운서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왜? 왜? 페널티킥이야!”

이해 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태영훈과 서지후가 소리쳤다. 장병들도 모두 항의하는 듯 소리쳤다. 하지만 세령과 연동훈은 가만히 있었다.

“조금 전 있었던 태클이 문제된 듯 보입니다.”

연동훈이 말했다.

“그래. 그 태클은 확실히 반칙이었어. 하지만 공이 연결되었고, 심판은 그 순간에 반칙을 불지 않고, 어드밴티지(advantage)를 적용하였지만, 그 공이 벗어나자, 곧바로 반칙을 선언한 것 같은데…….뭐 이 또한 홈 이점이라고 봐야겠지.”

세령은 연동훈의 말을 들은 후, 자신이 본 생각을 말했다. 그리고 모두가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그라운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슛까지 날린 상황에 반칙은 좀…….”

“그러니까 홈그라운드의 이점이라고 했잖아.”

연동훈이 다시 말했다. 그의 말처럼 비록 그 순간은 반칙일지라도 공을 받은 선수가 슛까지 날렸었다. 어떤 경우에서 보면 반칙을 불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경남의 홈이다. 그 만큼 홈 어드밴티지가 적용된 것을 세령이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최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항의하였다. 하지만 이미 확정된 반칙은 다시 돌릴 수 없다. 경남의 페널티킥이 선언되었고, 그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홈 관중들의 엄청난 응원이 그 순간 멈춰 있었다. 홈팀의 페널티킥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상무에서 페널티킥을 얻었다면, 지금 이 순간 운동장은 무너질 정도로 아주 큰 소리로 울려 퍼지고 있을 것이었다.

페널티킥은 공격자 한명과 수비자 한명의 일대일 싸움이기도 하다. 즉 일기토를 벌여 골이 들어가면 공격자가 이긴 것이고, 막으면 수비자가 이긴 것이었다.

상무의 골키퍼는 글러브를 한 층 더 꽉 끼었고, 정확히 공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경남의 공격자는 골키퍼를 한 번 본뒤, 그 후로는 공에만 시선을 주고 있었다.

이는 서로간의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었다. 눈을 보고 움직이는 골키퍼가 있는 반면에, 공만 보고 움직이는 골키퍼도 있다. 또 한, 골키퍼의 눈만을 주시하며, 공은 제대로 보지 않은 채, 공을 차는 킥커도 있고, 반대로 골문을 한 번 본뒤, 그 후부터는 고개를 숙여 절대 골키퍼와 시선도 마주하지 않고, 공만을 보며 슛을 때리는 선수도 있다.

‘삐익!’

심판의 휘슬소리가 울렸다. 골키퍼는 몸을 흔들거리며 서 있었고, 공격수는 정확히 공을 본 후, 그대로 달려갔다.

‘펑!’

‘탁!’

‘통통통’

“젠장!”

최감독의 거친 말이 내뱉어졌다.

“와아아아아!”

그리고 곧바로 홈팬들의 함성이 이어졌다. 경남의 선수들은 얼싸안고 난리가 났지만, 상무팀 선수들은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다.

공격수가 지른 공은 아주 절묘하게 구석으로 잘 날아갔다. 하지만 골키퍼도 우연찮게 같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공이 빠르냐, 골키퍼의 움직임이 빠르냐가 관건인 같은 방향으로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공도 골키퍼도 빠르거나 느리지 않았다. 아주 정확한 타이밍에 공은 골키퍼의 손을 맞았다. 마치 경남 선수들은 막혔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후에 일어난 일이 상무선수들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

막기까지는 잘 하였지만, 공은 골키퍼 손을 맞고, 골대에 다시 맞은 뒤, 통통 튀기며, 골라인 안으로 굴러갔다. 골키퍼가 충분히 일어나서 다시 쳐 낼 수 있는 시간도 있었겠지만, 자신의 손끝에 정확히 맞았다고 느낌이 전해진 듯, 골키퍼는 곧바로 일어나지 않고, 그 자리에 누워 있었고, 그저 자신의 앞에서 공이 굴러 골라인을 통과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삐익!’

경기가 다시 재개되자마자, 경기는 끝났다. 역전패를 당한 상무였다. 모두가 고개 숙여 그라운드를 내려오고 있었다. 반면에 경남선수들은 그라운드를 이리저리 달리며, 홈팬들에게 인사하며 웃고 있었다.

“수고했네.”

패배하였지만,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선수들을 보며 부대장이 한마디 하였고, 그 순간 선수들은 모두 제자리에 서서 그에게 경례하였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최감독에게 인사하였다. 하지만 그는 고개만 까닥이고 들어서다 세령을 향해 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쓴 표정을 지은 채, 코치진들과 함께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오늘 패배를 그 누구보다 자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군. 내가…….괜한 짓을 한 건가.”

부대장도 그의 표정을 보았다. 그리고 세령을 보며 말했다. 이미 국방부 소속이라면 자신들이 먼저 생겨났고, 우선이라 강조한 상무였다. 하지만 이들이 보는 앞에서 패배를 보였다. 그것도 가장 억울하다는 역전패를 당했다.

세령은 경기를 끝내고 들어서는 선수들을 모두 보았었다. 하나같이 모두 고무된 표정들이었다. 마치 진짜 전투에서 적에게 패하고 진지로 들어서는 패잔병들의 얼굴 같았다.

한 편으로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진정 그들의 얼굴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젊은 나이에 패배를 너무나 많이 겪도록 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라커룸에 가 볼 텐가?”

부대장은 세령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상무선수들은 물론, 감독님도 저를 보고 싶어 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세령은 라커룸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감독과 선수들을 토닥거려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가식으로 받아 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라커룸으로 향할 자신이 없었다.

부대장은 세령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녀와 선수들을 두고, 장소령과 함께 단 둘이서 라커룸을 찾았다.

“충성.”

상무 선수들은 부대장과 장소령을 보며 경례하였다.

“하필…….왜 오늘 오셨습니까?”

선수들과는 달리 상무 감독은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매번 이기는 경기를 하는 팀은 없습니다, 심지어 매년 우승후보라는 독일의 뮌헨이나,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나, 바로셀로나, 이탈리아의 유벤투스,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빅포라 일컫어지는 팀도, 패배를 경험하며, 중, 하위에 머무르는 성적을 낼 때도 있습니다.”

부대장은 감독과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제 말은, 왜 하필 오늘 저 신생팀을 이끌고 온 것이냐 묻는 것입니다. 여느 패배 때와는 기분이 다르지 않습니까.”

상무감독은 진심으로 화가 난 듯 보였다. 그들이 보는 앞에서 상무의 강함을 보여주려 하였다. 그리고 시작부터 기선제압을 확실히 해 두려 하였다. 하지만 패배를 먼저 보였다. 그에 대해 그들이 상무팀을 비웃을 것을 미리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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