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2 히든리거 =========================================================================
“전반전 시작 시에는 원톱 밑으로 세 명의 미드필드가 섰었어. 즉 쉐도우 스트라이커 없이, 최전방 공격수 한 명만 두고, 허리부분에서부터 압박하여 공을 차단한 후, 곧바로 공격수에게 공을 뿌려주는 전술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 하지만 후반전에 들어, 중앙미드필드에 있던 선수의 위치가 전반전과 달라, 아마 더 위로 오를 것 같기도 해. 아마 쉐도우 역할을 할 모양이지, 그리고 허리부분에서 더 내려가 있던 미드필더가, 중앙으로 올라 그 자리를 메꾼다. 아마 상무감독님은 전반전과 같은 선수들로 후반전에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주문한 듯하다.”
연동훈은 물론, 그녀의 앞에 있던 부대장과 장소령도 세령의 말을 듣고, 한 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부대장과 장소령은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선수들이 서 있는 자리의 미세한 변동으로 어찌 그런 것을 감지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 두 사람이었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점 차, 세령이 말한 것을 모두가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말처럼 전반전에는 최전방 공격수 홀로 두고 미드필드 지역에서 수비와 공격을 적절하게 진행하였다. 하지만 후반전이 시작되자, 최전방 공격수 바로 아래에 쉐도우가 섰다. 그리고 미들진들이 조금 더 올라와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포백을 전적으로 믿어야만이 가능한 것이었다.
수비가담을 최소화하는 최전방공격수와 쉐도우를 항상 중앙선 인근에 있도록 하였고, 그 양 옆으로 미들진도 특별하게 위급상황이 아니고서야, 중간으로 침투하는 경남 선수들을 막고자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밀고 들어가!”
이에 경남 감독은 굳이 양쪽 사이드로 공을 돌리지 않아도, 쉽게 상대진영 중앙까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자, 곧바로 소리쳤고, 그 즉시 경남 선수들이 안으로 빠르게 들어섰다.
‘촤악!’
그 순간 페널티 박스를 약 3미터 정도 앞에 두고 다가서던 경남선수를 향해 중앙수비수가 태클을 시도하였고, 그의 태클을 피하며 공을 옆으로 살짝 밀어내고 태클을 뛰어넘었지만, 어느새 포백의 왼쪽 수비수는 그가 살짝 밀어낸 공을 그 짧은 순간에 낚아채고 있었다.
‘펑!’
공을 낚아채자마자 수비수는 왼쪽 사이드에 있는 윙어에게 공을 뿌렸고, 그 즉시 공격은 빠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최전방 공격수와 쉐도우의 자리에 선 두 선수는 상대진영에 넘어가 있었지만, 양쪽 윙어들은 자기진영에 서 있었다. 그러기에 아무리 빨리 공을 패스해도 오프사이드는 적용되지 않았고, 그 즉시 공을 몰고 상대진영으로 파고들자, 수비수들이 붙기 시작하였다.
‘펑’
수비수가 붙자, 윙어는 다시 공을 중앙으로 뿌렸다. 그리고 중앙미드필더는 앞으로 공을 몰고 갔고, 곧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움직이는 쉐도우에게 곧바로 공을 연결해주었다.
아주 빠른 패스전개였다. 경남의 수비진들이 공을 따라 움직이기 바빴다. 하지만 사람이 뛰는 속도보다 공이 굴러가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이미 중앙미드필더에서 쉐도우까지 순식간에 넘어간 공을 경남의 미드필드들이 쉽게 따라붙지 못하였고, 쉐도우는 공을 받은 후, 곧바로 골대를 보았다.
충분히 슛을 때릴 수 있는 거리, 페널티 박스에서 불과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다. 쉐도우는 경남 수비수를 앞에 두고, 발재간을 조금 보인 뒤, 골대 앞을 향해 보았고, 그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던 수비수는 그가 센터링을 올리기 전, 공을 가로채고자, 앞으로 태클을 하였다.
‘툭’
하지만 그의 태클이 들어오기 전에, 공은 이미 빠르게 쉐도우의 뒤를 따라 들어온 윙어에게 살짝 연결되었고, 공을 받은 윙어는 자신의 앞에 아무런 수비수를 두지 않은 채, 아주 자유롭게 센터링을 올렸다.
‘철렁!’
“와아아아!”
골인이었다. 수비수를 앞에 두지 않은 채, 올라온 센터링은 너무나 정교하였다. 정확히 골문 앞에 있던 최전방 공격수 머리 위로 택배크로스를 날려주었고, 공격수는 아주 편하게 머리로 공을 받아 골문을 열었다.
상무감독은 폴짝 뛰며 그라운드 앞 사이드 선까지 나와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큰 소리로 포효하였고, 상무선수들도 모두 얼싸 안으며, 선제골의 감격을 서로 나누고 있었다.
“상무 파이팅!”
그 순간 세령은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이는 많은 관중들의 귀에 들어갔다.
한골을 빼긴 경남 홈팬들은 망연자실 한 듯 응원소리도 없이 아쉬워만 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의 응원 목소리가 없으니, 세령의 목소리는 아주 크게 구장 내에 울려 퍼졌고, 상무의 모든 선수들이 그녀를 향해 보았다.
“그냥 업혀 가려는 생각마라…….”
하지만 최감독은 그녀를 보며 쓴 웃음을 지어주며 말했다. 순수하게 선제골에 대해 축하해주는 세령이었다. 하지만 최감독은 그녀의 파이팅이 가식적이라 여기고 있었다.
상무가 성공하면, 자연스레 신생팀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그냥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저…….여장교…….정말 신생팀 감독이 맞긴 맞는 모양인데.”
그녀의 파이팅에 시선을 돌린 상무선수들 중, 최전방 공격을 맡아, 선제골을 작렬시킨 선수가 말했다. 그는 세령의 옆으로 하사관들이 앉아 있었고, 그 뒤로 장병들. 그리고 그 앞에 부대장과 장소령이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라. 저 여장교가 그 뭐냐…….그…….맞아 전투축구단? 그래 그 축구단 감독이라고 하더라고.”
그들은 세령이 신생팀 감독으로 온 첫 날에도 그랬다. 별로 관심조차 주지 않았었다. 그리고 오늘. 부대장까지 동원하여 찾아온 것을 보니, 진정 감독이 맞긴 맞다고 여기고 있었다.
“잘 했어! 이대로 한 골 더 넣자!”
최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파이팅을 외쳤고, 그의 목소리를 들은 선수들도 파이팅을 외쳤다.
후반 15분 정도가 지나갔을 때, 선제골이 나왔다. 그것도 지금까지 쭉 밀리기만 하였던 상무가 첫 슈팅에 첫 골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경남 감독은 쓴 표정과 함께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줄 곧 리드를 잡고 있던 경기에서 단 한 번의 역습에 뒤통수 제대로 맞은 격이었다.
다시 경기는 재개 되었다. 경남은 선수 교체가 있었다. 미들진에서 공격진으로 선수 한 명을 교체하였다. 1점차 리드를 당하고 있으니, 따라 붙겠다는 뜻이었다.
경남의 전술은 빠르게 변화되었다. 상무와 마찬가지로 최전방에 공격수 두 명을 두었다. 그리고 미들진도 올렸다. 이는 정확히 상무팀의 전술을 따라하는 느낌 같았다.
상무팀은 중앙 허리부분부터 공격을 차단하고자, 미들진들이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경남 선수들은 미들진이 올라온 상무팀의 진영으로 쉽게 전진하지 않았다. 공은 오히려 더 뒤로 전해지고 있었고, 공격적 성향으로 전술을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수비적인 시합을 진행하자, 홈팬들 중, 일부는 야유를 보내기도 하였다.
“홈팬이면서…….야유를?”
추강은 쉽게 이해가지 않았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향해 야유를 보내는 경우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게임을 진행하지 않는 한, 극히 드문 일이었다.
“축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추강의 의문에 이민우가 입을 열었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고 있을 때, 공을 돌리며 수비적으로 나가는 것을 본다면, 오히려 그들에게 더 큰 응원을 보낸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지고 있다. 이기고 있는 게임이 아닌, 지고 있는 게임에서, 수비적이라…….홈팬들은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아. 지고 있으니, 더 공격적으로 나가라는 일종의 시위이며, 감독에게 하는 부탁이기도 하지.”
이민우의 말을 들은 후, 장병들 모두가 그라운드 위에 있는 선수들을 본 뒤, 수많은 홈팬들을 향해 다시 보았다.
“하지만. 감독의 마음도 이해 해 주어야 한다. 지고 있다고 무조건 공격성향으로 나간다면, 또 다른 실점 위기를 쉽게 내어주는 상황이 전개된다.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신중하면서도, 공격의 타이밍을 적절하게 잡아, 빠르게 전술 전환을 하려는 의도를 알아주어야 해.”
이민우의 말에 이어 세령이 답을 주었다. 그녀의 말처럼 지고 있다고, 닥공만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또 다시 실점을 허용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지금 경남 선수들의 움직임처럼, 기회를 보며 상대 선수를 더 끌어내고, 그 많은 공간이 확보되는 곳이 있다면, 그 곳을 찾아 곧바로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말씀드리는 순간. 경남의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주 빠르게 공을 몰고 상대진영으로 들어선 김민수 선수, 곧바로 중앙으로 파고드는 최호연 선수에게 공을 패스하였습니다.―
세령의 말이 끝난 후,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갑작스러운 공격진행이 이어졌다. 아주 빠르게 공은 상무진영으로 넘어왔고, 수비를 하기 위하여 다가서기 전, 공은 아무도 없는 방향으로 뿌려졌다.
하지만 그 곳에는 여지없이 경남의 선수가 아주 빠르게 따라붙고 있었고, 곧 왼쪽 사이드로 공이 뿌려지자, 또 다시 이동한 경남선수가 상무의 수비수가 다가오자, 공이 골라인을 벗어나기 전, 코너킥 부분에서 센터링을 올렸다.
‘철렁!’
“와아아아아!”
상무팀이 선제골을 넣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상무 수비수가 다가오기 전, 아무런 마크도 없던 상황에서 센터링이 올라갔고, 그 공은 정확히 190센티의 최장신인 경남의 최전방 공격수 머리에 정확히 내려앉았다.
공격수는 방향만 살짝 돌려놓는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든 후, 수많은 홈팬들을 향해 포효하며 소리치고 달렸다.
조금 전까지 야유를 보내던 관중들은 그의 동점골로 인하여, 또 다시 열띤 응원구호와 함께, 박수를 보내며,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공격이 빠르게 전개되네.”
이태성이 조금 전 일어난 경남의 빠른 공격 전환을 두고 말했다. 자신이 공격수이니, 지금과 같은 공격전환은 지켜보며 배워둘 필요가 있는 장면이었다.
“그렇지. 수비에서 공격은 아주 빠르게 이어진다. 어떨 때는 단 두 세 번의 터치로, 골망을 흔드는 경우도 많다. 그 만큼 기회가 보였으며, 그 기회를 잡는 것이 공격수가 할 일이다.”
이태성의 말을 듣고, 연동훈이 답을 주었다. 수비에 이은 공격변화. 아주 빠르게 일어났었다. 정확히 보면 단 네 번의 터치로, 센터링이 올라갔고, 마지막 공격수는 골 결정력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는 연동훈의 말처럼, 공격수가 꼭 해주어야 할 일이기도 하였다.
골은 공격수의 최종 목적이다. 골을 넣어 팀에게 승리를 안기는 것이 골게터가 할 의무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세령이 항상 강조하는 것은 멀티다. 꼭 공격수가 아니라도,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하고, 꼭 수비수가 아니라도, 골을 막을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한다.
상황은 1대1이 되었다. 남은 시간은 이제 약 20분 정도, 그 시간이면, 충분히 골이 더 나올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상무팀의 공격으로 경기가 재개되었다. 하지만 상무팀은 여전히 선수교체가 없었다. 남은 시간 20분이면, 선수들 중, 체력이 떨어진 선수가 나온다. 그런 선수를 교체해주며, 새롭게 들어온 선수가 더 많이, 더 빠르게 움직여주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교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