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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49화 (49/163)

00049  히든리거  =========================================================================

“또 다시 경험해야겠지.”

세령은 식당앞에서서 홀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네 명의 코치진은 그녀를 보았다. 총 네 번의 식사를 이곳에서 먹었지만, 결코 편한 식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밥 먹기도 전에 체하겠습니다. 마음 닫고 우리끼리 마음 편히 먹고 나오는 것이 어떻습니까?”

태영훈이 말하였다. 그의 말에 모두가 태영훈하사를 보았다.

“왜…….그러십니까?”

“아니야. 꼭…….지난 날 어떤 놈이 생각나서 말이야.”

태영훈이 말을 더듬거리며 묻자, 세령은 연동훈을 보며 말했다.

“왜? 저를 보고 말씀하십니까?”

“왜? 찔려? 뭔가 잘 못한 과거가 막 머릿속에 팍팍 떠올라?”

세령은 연동훈의 복부를 톡톡 치며 말하였고,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태영훈과 서지후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기만 하였다.

“그랬지. 과거에는 그랬지. 우리 연병장님께서 우리 소대장님을 아주 못마땅하게 여겼는데, 어디 저 매력에 넘어가지 않을 남자 있겠어? 너희들도 넘어오고 있잖아?”

“네? 그게…….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들은 처음부터 이세령 소위님을…….”

“됐다. 처음에 너희들 표정이 딱 나와 같았다. 하지만…….이중사가 한 말처럼. 이 분의 매력은 점점 더 너희들의 머릿속을 다 뒤집어 놓을 것이다.”

이민우의 말에 두 하사는 얼굴이 붉어지며 말까지 더듬거렸고, 태영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동훈은 이민우의 말을 모두 인정한다는 뜻을 보였다.

세령의 매력. 연동훈과 이민우가 넘어간 것처럼, 곧 두 하사도 넘어갈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너희들…….여자 보는 취향이 아주 독특하구나.”

네 사내의 말을 듣고 있던 세령이 그들을 향해보며, 진정 묘한 미소를 지은 채 말하였고, 그녀의 묘한 미소를 보며 네 남자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그녀의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이민우의 말처럼 세령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외모 상으로 보면, 큰 키에 늘씬한 외모는 아니었다. 작은 키지만, 몸의 균형이 정말 황금비율이라 할 수 있는 체형과 외모긴 하였다. 그리고 사회에 내 놓아도, 여느 여인들과 견주어도 결코 떨어지는 외모는 아니었다.

하지만 연동훈이나 이민우가 말하는 그녀의 매력은 외모가 아니었다. 바로 세령의 마인드였다. 그녀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 그 모든 것이 군인이라면 진정 빠져들 것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는 그녀였다. 아니. 군인이 아니어도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었다.

식당 앞에서 잠시 동안 다섯 사람이 대화를 나누었고, 곧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전쟁터를 나가기 전, 마지막 식사를 하러 들어서는 군인들의 표정과도 같았다.

“오늘 대단했어!”

“네? 아네…….감사합니다.”

잔득 긴장한 채,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다섯 사람의 귀에 들린 첫 마디였다. 오후 점심시간에 세령의 기를 죽였던 중위가 그들의 앞을 지나쳐가며 말했다. 세령은 얼떨결에 그의 말에 답하였고, 곧 식당 안을 보았다.

모두의 표정이 자신들을 향해 웃고 있었다. 몇 몇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흔들고 있었다.

오늘, 두 번의 식사시간때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뒤에 줄 선 것 안보이나? 나 경기가 끝나는 시점부터 배고팠다고 말하지 않았나?”

생각지 못한 환대를 받으며 식당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자 곧 장소령이 세령의 뒤에서 말했고, 그 즉시 모두가 일동 차렷 자세로 그에게 경례를 하려고 할 때, 조금 전 지나쳐갔던 중위가 세령의 손을 잡아 내렸다.

“적어도…….이 분 앞에서는 밥 먹을 때는 경례 없다. 그냥 밥 먹어.”

중위가 말하지 않았다면, 장소령이 그녀의 손을 잡아 내렸을 것 같았다.

모든 부대가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부대에서는 식사 시간에는 경례를 하지 않는다. 그저 선임에 대한 예의를 보일 뿐, 밥 먹다 말고 일어나 경례하는 경우는 드물다.

“나 배고프다니까!”

장소령의 고함소리에 모두가 그를 보았다. 그리고 이내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렸고, 그들의 웃음소리에 세령도 장소령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군대에서는 그런 미소 짓지마라. 남자 홀린다.”

장소령은 세령의 미소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세령은 입가에 새겨진 미소를 곧바로 거뒀다.

“그렇다고 인상을 쓸 필요는 없잖아.”

미소를 거둔 것이었다. 그렇다보니, 순간적으로 긴장하여 인상을 쓴 모양이었다. 장소령의 말에 세령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단 하나의 경기로 인하여 이렇게 대우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지 못하였다. 모두가 그 다섯 사람을 기꺼이 반겨주고 있었다. 그리고 연신 오후에 있었던 경기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간부식당에 한 한 것만은 아니었다. 사병식당에서도 사병들이 잔득 긴장하여 식당에 들어섰지만, 그 전까지 눈치를 주던 사병들이 엄지손가락을 들어주었고, 먼저 다가서 말을 건네는 장병들도 있었다.

정말 맛있는 석식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모두가 오후에 있었던 경기에 이어, 이제 대화의 화재가 바뀌었다.

바로 석식 시간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대하는 장병들의 바뀐 행동을 서로 말하고 있었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밥은 잘 먹었나?”

곧 연동훈이 숙소를 찾아들어서며 물었다.

“넵! 잘 먹었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연동훈의 물음에 장병들은 큰 소리로 답하였고, 곧 연동훈에게 같은 물음을 하였다.

“아주 잘 먹었지. 이곳에 와서 가장 맛있는 저녁을 먹은 듯하다. 그래! 기분들은 어떤가?”

“매우 좋습니다! 이런 기분이라면, 당장 프로무대에 나가 실력 발휘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우동화 일병이 연동훈의 물음에 큰 소리로 답했다. 우동화는 경기 때, 추강의 밑에 섰던 미드필더였다. 그는 전반전에 추강의 뒤를 받쳐주며, 공격을 이끌었던 인물이기도 하였다.

“오늘 경기가 너희들의 주 포지션에 대한 결정에 아주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 자신이 맡았던 포지션에 대해 적응하기 힘든 장병은 말해라. 정식으로 프로무대에 입성하기 전. 포지션 변경은 언제나 가능하다.”

연동훈도 악마의 음성이 아닌, 진정 사람의 음성처럼 들리는 목소리를 처음으로 장병들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금요일 아침이 밝았다.

이제 이곳 체육부대에서 지내는 날이 3일 남은 것이었다. 신생팀은 아침 일찍 점호를 마치고 난 뒤, 곧바로 운동장에 모여 있었다.

“다들 잘 잤어?”

세령이 물었다. 세령은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했는지, 얼굴이 좀 부은 듯 보였다.

“네! 잘 잤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장병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고, 활기차게 들렸다. 그들을 보며 세령은 미소를 지었다.

“감독님께서는 잘 주무시지 못한 듯합니다. 얼굴이 부으셨습니다. 그리고 부은 얼굴에서 지어지는 미소가 색다릅니다.”

“뭐야? 이놈들이 어디서…….”

이태성의 말에 연동훈의 악마의 음성이 아침부터 들렸다. 하지만 이내 세령의 주먹이 연동훈의 복부를 툭툭 치고 있었다.

“왜? 듣기 좋기만하네. 여자들은 말이야. 예쁘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좋아해.”

“예쁘다고 한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놈들은…….”

“됐어. 그만! 난 태성이의 말이 나를 예쁘다고 한 말로 믿고 듣는다. 그렇지?”

이태성은 그녀의 말을 들은 후, 연동훈을 보았다. 그리고 대답 대신 고개만을 끄덕거렸다.

“자자! 오늘도 열심히 뛴다. 오로지 연습만이 자신의 실력을 뒷받침 해준다.”

세령이 힘찬 파이팅으로 아침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사내들에게 활기를 넣어준다. 비록 군대이며, 상관이자, 감독이지만, 사내들로 뭉친 이 집단에 진정 하나의 큰 활력소인 것만은 확실하였다.

“어제 저 보잘 것 없는 팀에 3대 1로 무릎을 꿇었다며?”

신생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여전히 달랐다. 상무팀 감독이 2군 감독에게 말했고, 시선은 세령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없지. 2군이 왜 2군이겠어.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니 2군이지. 난 단지…….2군을 꺾었다는 이유로 우리 상무팀 전체를 우습게 볼까하여 우려한 것뿐이다.”

상무팀 감독은 처음 세령을 볼 때부터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긴 인물이었다. 마치 지난 4대대에서 1소대장 서재호와 2소대장 이연호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와 같은 분위기였다.

“우리 상무 팀과도 실력을 겨뤄보고 싶지만, 주말에는 정식 경기가 있어서 아쉽군.”

상무감독은 여전히 세령을 보며 말했다. 주말은 프로축구 정식 리그 경기가 있는 날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경기가 있으며, 언제나 매 경기마다 중요한 승점이 걸려있는 경기였다.

프로축구는 그 승점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 아무리 뛰어난 경기를 펼쳐도 지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기고 있던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되면 억울하겠지만, 한 술 더 떠 역전패를 당하면, 억울하다 못해, 죽고 싶은 심정까지 든다.

그리고 강팀이라 자부하는 명문팀을 잡았을 때의 기분. 그 기분은 진정 팀원 전체에 아주 큰 활력소 역할을 해 준다.

금요일 하루 동안 계속된 연습이었다. 선수들의 포지션 별 과제를 주었고, 그 과제를 잘 수행하는지를 체크하였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자리에 선다면, 그건 재능을 낭비하는 것이었다. 특히 골키퍼를 제외한 멀티 플레이어는 어느 팀에나 필요한 것이었다.

골키퍼라는 특정 포지션을 뺀다면, 모든 선수들이 수비부터 공격까지 두루 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예전처럼 자신이 맡은 한 포지션에만 머문다면 당장 짐싸서 원대복귀를 해야 한다. 말 그대로 멀티다. 공격과 수비. 최전방 공격수도 수비로 내려 올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하며, 최후방의 수비수도 최전방까지 올라,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력을 지녀야한다. 그것이 현대축구다.

하루 종일 연습으로만 금요일을 보냈다. 세령은 간부 숙소에서 오늘 있었던 선수들의 각 포지션별 과제 소화 능력을 체크하고 있었다.

“선수들에게 맞는 자리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연동훈이 말했다. 그는 세령을 도와 선수들의 능력치를 계산한 그래프를 만들고 있었고, 그 그래프를 토대로 세령은 선수들에게 맞는 자리를 주려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그건 축구뿐만이 아니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지. 자신의 전공이 따로 있는데, 전혀 상관없는 일을 시키면, 그건 회사로써는 인재 낭비이며, 자신에게는 재능낭비가 되는 것이지. 어쨌든 조금 더 확인해보자. 이제 월요일이면, 국방부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전에 선수들 자리는 맞춰 주어야지.”

세령은 연동훈이 건네준 그래프를 보며 말했다. 각 선수들의 능력치를 계산한 것이었고, 공격과 수비, 그리고 체력과 전술 이해능력 등. 몇 가지의 큰 틀을 두고, 그에 대한 점수를 채점한 그래프였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이지만, 세령은 각 선수들에게 맞는 포지션을 주고자, 깊은 밤을 뜬 눈으로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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