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7 히든리거 =========================================================================
“삐~익!”
골인을 인정하는 장소령의 휘슬 소리였다.
“역시 팀워크는 무시하지 못하나보군. 그 동안 1군으로 오르기 위하여 생고생을 한 저 놈들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지.”
전반 10분에 나온 첫 골이었다. 당연히 2군 팀이 승리할 것이라 믿고 있는 일부 부대원들의 말이 흘러나왔고, 세령은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나 생생하게 들리고 있었다.
“사람을 봐라. 공이 위험지역에 들어가도, 그 공을 잡을 사람을 커버한다면, 그 공은 그대로 혼자있게된다.”
이태성은 다시 중앙선으로 움직이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역시 계급은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한 골을 허용한 후, 신생팀의 공격으로 다시 경기는 시작되었다. 이태성이 밀어준 공을 추강이 잡았고, 추강은 다시 공을 뒤로 연결하였다.
그리고 그 즉시 이태성과 추강, 그리고 양쪽 윙어 두 명이 다시 상대 진영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똑같은 전술이네.”
한 골을 빼앗기기 전에 구사하였던 전술이 다시 나오자, 2군 감독은 팔짱을 끼고 세령을 보며 말했다.
네 명의 공격수가 상대진영으로 들어섰고, 공을 받은 중앙미드필더 전철민이 천천히 공을 몰고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2군 공격수와 미들진이 압박하기 위하여 앞으로 움직였고, 그 즉시 공은 포백까지 뒤로 전달되었다.
공격수들을 더 끌어내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2군 선수들은 쉽게 내려오지 않았다. 최전방 공격수 한 명만이 그 공을 따라 천천히 이동할 뿐. 미들진도 여전히 자기진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한 점차 리더로 그새 수비전형으로 나서는 건가?”
2군 팀의 움직임을 보며 부대장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자기진영을 벗어나 있는 선수는 최전방 공격수 한 명 뿐이었다.
공은 다시 중앙 미드필드인 전철민에게 뿌려졌다. 전철민은 공을 잡자마자, 또 한 명의 미드필드인 우동화에게 연결하였다. 우동화는 공을 받은 후, 그대로 앞으로 치고 나갔다.
“막아!”
2군 공격수가 소리쳤지만, 우동화의 개인기는 환상적이었다. 순식간에 두 명의 수비진을 따돌렸고, 어느새 상대진영 중앙까지 단독으로 파고들었다.
‘펑!’
꽤 먼 거리였다. 슛이라고 하기에는 공의 속도가 느리며 높았고, 패스라고 하기에는 골대를 향해 너무 가까이 가고 있었다.
“역시…….뻥축구로…….”
우동화의 패스를 보며 2군감독이 말하다말고, 멍하니 공을 보았다. 느린공은 높게 치솟아 있는 공이다. 슛이라면 골대를 향해 바로 날아가겠지만, 우동화가 찬 공은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은 공이었다.
“젠장…….공이 흔들거려.”
높이 뜬 공의 장점 중에 하나였다. 낙하지점을 정확히 계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공은 느리고 회전이 없는 만큼 이리저리 춤을 추는 듯 보였다.
“이순호! 나오지 마라!”
2군 팀 공격수이자, 최고참인 선수가 소리쳤다. 이순호는 골키퍼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공을 보고 골문을 비워둔 채, 나와 있었다.
지금의 상황에 뒤로 다시 물러나기도 애매하였다.
“젠장…….”
공을 펀칭하기 위하여 몸을 띄웠다. 하지만 공은 그의 주먹에 맞지 않았고, 아무도 없는 맨땅에 원바운드 된 뒤, 다시 높게 뛰어올랐다.
하지만 원바운드 된 공은 골대를 향해 가지 않았다. 거의 그 자리에서 다시 원바운드만 된 듯 보였고, 골키퍼는 조금 전, 펀칭 미스로 바닥에 넘어진 상태였다.
“혼전이군.”
부대장의 말대로 골문 앞 혼전이었다. 원바운드 되어 튀어 오른 공을 보며, 신생팀인 이태성을 비롯하여 2군 팀에는 수비수 네 명과 미들진 두 명이 함께 엉켜 있었다.
‘픽.’
이태성은 원바운드 된 공이 땅에 떨어지기 전, 자신을 감싸고 있는 수비들을 밀치고, 발을 뻗어 공을 어렵사리 맞췄다. 아주 아슬아슬하게 빗맞은 공이었다. 하지만 그 공은 골대가 아닌 정 반대로 향하였다.
골문이 비어 있었지만, 골대를 향해 찰 수 있는 방향이 아니었다.
‘펑!’
‘철렁!’
그리고 곧바로 출렁거리는 골망이었다. 이태성은 골대를 향해 곧바로 공을 찰 수 없다는 것을 감지하고, 무리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중앙에서 올라오는 추강을 보았다.
슛을 때릴 수 있는 아주 좁은 공간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골문이 열릴 것이라 생각하였던 그는, 넘어지면서 공을 살짝 건드렸고, 그 공은 모두가 모여 있는 곳에서 약간 비켜나,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앞을 추강이 달려들었고, 정확히 발등에 맞는 강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와우! 대단한데. 어찌 저 육중한 몸으로 저리 움직이지.”
이태성의 판단도 대단하였지만, 그 순간 빈 공간을 잘 파악하고, 그곳으로 공이 나올 것이라 믿고 움직였던 추강도 대단하였다. 또 한 그의 몸이 공중에 뜨며 아주 강력하게 내질러진 슛은 모두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잘했어!”
이태성은 몸을 일으키며 추강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주고 말했다. 그리고 곧 동료들이 달려와 추강과 이태성을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오합지졸치고는 꽤 하는군.”
조금 전의 내용은 인정할만하였다. 혼전중에 일어난 골이지만, 2군 감독은 뭐라 반박할 만한 것이 있을까도 보았다. 하지만 골키퍼 차징 외에는 마땅히 내세울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미 펀칭미스로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골키퍼를 보고서도 골키퍼 차징을 내세울 수 없었다.
스코어는 1대 1일이 되었다. 전반 30분 정도가 지났다. 아직 두 팀 모두 선수 교체는 없었다.
정식적인 경기가 아니기에, 모든 선수를 고루 기용할 수 있도록 교체인원의 제한을 두지 않은 경기였다.
11명의 선수들을 뛰게 하고 있지만, 아직 뛰지 못한 선수가 12명이 있는 상태였다.
세령은 경기가 재개되기 전, 심판에게 선수 교체의사를 밝혔다.
곧 동점골의 시발점 역할을 했던 우동화가 나가고, 그 자리에 해군출신 지형구가 섰다. 그리고 중앙미드필드에 있던 전철민이 나가고, 그 자리에 설태구가 섰다.
두 명의 선수를 교체하고 경기는 다시 재개되었다.
“저 작은 놈도 선수야? 아주 뚱보에 난장이까지 다양하네.”
설태구가 경기에 투입되자, 지난 날 대대체육대회에서 화기소대가 했던 말과 같은 말이 들렸다.
그 즉시 세령의 시선은 그 말을 한 장병에게 시선이 돌아갔고, 그녀의 매서운 시선을 본 장병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방향에는 부대장이 있었고, 부대장은 그 즉시 그를 불렀다.
“너…….가서 군장 싸라.”
단 한마디였다. 인격모독에 의해 언제나 많은 사고가 발생하였던 군대였다. 그로 인하여 그 어떤 것보다 인격을 무시하는 것에는 철저한 부대장이었다.
비록 이런 말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부대장이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명의 선수가 교체된 뒤, 신생팀의 공격은 다시 변화를 주고 있었다. 원래 포지션이었던 왼쪽 포백라인에 있었던 설태구가 중원사령탑 역할을 하기 위하여 중앙 미드필드로 섰다. 그리고 추강은 이태성과 함께 투톱으로 최전방에 서 있었다.
“4-4-2로 전술이 바뀌었군,”
정책기획관은 어째 체육부대장보다 더 빨리 전술적 변화를 꿰뚫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전술은 바뀌었다.
공격수가 두 명이었고, 양 쪽 윙어가 공격에 힘을 더하고 있으며, 중앙 미드필더인 설태구가 공격을 지원하는 형태의 전술적 변화였다.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고, 2군 팀의 패스미스로 공은 신생팀의 교체선수인 설태구에게 들어왔다. 설태구는 자신의 발아래 공을 두고, 전방과 뒤를 살폈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서고 있는 2군의 최전방 공격수를 너무나 쉽게 따돌린 후, 앞서 우동화처럼 그대로 공을 몰고 상대진영을 파고들었다.
그의 개인기는 우동화와 쌍벽이었다. 작은 체구이며, 아주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 미드필더 두 명을 뚫고 지나가는 것은 거뜬하였다. 이미 최전방 공격수를 포함한다면, 네 명의 수비를 뚫고, 어느새 페널티박스를 5미터 앞에 두고 섰다.
그리고 골대를 본 후, 슛을 할 모션을 취할 때, 상대 포백라인이 움직였다.
“안 돼!”
그 순간 2군감독이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이미 포백 라인이 무너졌다. 설태구의 훼이크에 수비수가 농락당한 것이었다.
설태구는 자신의 슛동작을 보며, 그 앞을 막기 위하여 슬라이딩 태클을 한, 두 선수를 가볍게 저친 후, 공을 앞쪽으로 살며시 뿌렸다. 그리고 그 공은 추강의 발에 닿자마자, 곧바로 방향만 돌려지면서, 추강과 약 5미터 정도 왼쪽으로 있던 이태성에게 전달되었고, 추강에게 간 공을 뺏고자, 이태성에게 붙은 수비수가 움직이는 바람에, 이태성은 바로 앞에 골키퍼를 두고 일대일 상황이 되었다.
‘톡’
‘철렁!’
“삐~익!”
골이 인정되는 휘슬 소리가 울렸다. 이태성은 추강의 공을 받은 후, 곧바로 골키퍼를 보았고, 자신을 향해 다가서는 골키퍼는 간격을 좁히기 위하여 몸을 눕힐 것을 알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몸을 눕히며 들어온 골키퍼의 머리위로 로빙슛을 날렸고, 공은 골대를 향해 통통 퉁기며 들어갔다.
“역전이네…….야 이거 의외로 재밌네.”
동점골을 넣은 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단 한 번의 패스미스로 인하여 역전골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몇 간부들은 신생팀의 실력이 예상외라 여겼다. 발을 맞춘 지 고작 몇 시간 만에 저토록 마음이 맞는 패스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었다.
2군 감독은 그저 머리만 숙이고 있었고, 선수들도 고개만 숙였다. 뭐라 마땅히 반박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냥…….한 골을 깨끗하게 준 상황이었다.
“삐익~삐익~”
다시 경기 재개되었다. 2대 1로 역전 당한 2군 팀은 매서운 공격을 여러 차례 이어갔다. 하지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삐~익! 삐익~!’
남은 시간동안 2군 팀의 몇 차례 공격이 있었지만, 결국 동점골을 만들지 못하고 전반전이 끝나는 휘슬이 울렸다.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를 내려오고 있었고, 2군 감독은 힘없이 내려오고 있는 선수들을 향해 독한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잘했다 내새끼들!”
반면에 세령은 경기를 끝내고 들어오는 이들을 한명씩 모두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