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45화 (45/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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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가 상무2팀 감독에게 말해서 시간을 잡을 테니, 그 전에 선수 구성을 마쳐주게.”

“알겠습니다.”

그 즉시 부대장은 상무2팀을 향해 걸었다. 그가 현장을 벗어나 멀어지자, 세령은 자신을 향해 보고 있는 모든 장병들을 보았다.

“겁나?”

“얼토당토않은 말씀이십니다! 어제의 그 수모를 갚을 수 있는 기회인데, 겁나겠습니까!”

세령의 말에 이태성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장병들 하나, 둘 씩 손을 높이 들어 파이팅을 외쳤다.

“저 소리 들리지? 이제 갓 만들어진 저런 오합지졸 팀이 비록 2군 팀이지만 자네들을 무시하고 있네. 혼쭐을 내줘야 하지 않겠나?”

부대장은 상무2군 팀으로 가서, 세령과함께 힘찬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는 세령의 앞에서는 상무 팀을 조롱하였고, 상무 팀의 앞에서는 세령이 맡은 팀을 조롱하고 있는 그의 행동이었다.

하지만 악의적인 발언은 아니었다. 두 팀 모두 진정으로 진검 승부를 내보라는 뜻에서 한 말이었다.

“어디서 듣도보지도 못한 팀이…….알겠습니다. 오늘 당장 시합을 주선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우리 2군 소속 팀원들이 1군에 오르려 피땀 흘려 연습한 결과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부대장님 앞에서 직접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대장의 생각은 적중하였다. 2군 감독은 잔득 인상을 찌푸리며 세령을 향해 이를 갈고 있었고, 부대장은 그의 행동을 보며 미소를 지은 채, 다시 세령의 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2군 감독이 하찮은 팀을 대상으로 게임이나 되겠냐고 하더군. 자신은 있는가?”

“네? 하찮은 팀이라 하셨습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2군 감독이 한 말이네. 어디서 공 좀 차다 온 놈들이 갑자기 뭉쳐서 뭐를 할 수 있겠냐며, 당장 시합을 잡아달라고 하더군.”

세령은 부대장의 말을 듣고, 그녀 역시 매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듯 서있는 2군 감독을 향해 보았다.

“당장 잡아주십시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중식 후에 소화 좀 시키고 난 뒤, 두 시경에 경기를 잡도록 하겠네.”

부대장은 세령의 모습을 보며, 또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장 2군 감독에게 다가가 오후 두 시에 경기를 시작하겠다는 말을 전하였고, 그대로 자신은 다시 행정반으로 향하였다.

아무런 악감정 없던 두 사람에게…….아니 두 팀에게 불을 짚여두고 유유히 사라진 것이었다.

“다들 들었지?”

세령과 2군 감독은 각기 같은 시각에 자신들의 팀원을 보며 물었다.

“비록 2군들이지만, 그 실력만은 1군 프로선수 못지않은 내 제자들을 우습게 봐? 이참에 창단식도 하기 전에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지.”

2군 감독은 여전히 매서운 눈빛을 세령에게 보내며 중얼거렸다.

“비록…….모인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2군 선수들로 모인 저들 앞에서 망신당할 필요는 없지. 창단식 전에 화끈한 신고식부터 하자.”

“네! 알겠습니다!”

세령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의 말에 모두가 파이팅을 외쳤고, 그들의 파이팅에 2군 감독도 선수들을 모아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무슨 말을 하고 오신 것입니까?”

부대장이 행정반으로 들어선 뒤, 창밖을 보고 있던 장소령이 그에게 물었다.

“그냥. 두 팀에게 친선경기를 요청했는데, 반응이 뜨겁군.”

“그냥 친선경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설마…….아직 그 버릇을 가지고 계신 것입니까?”

장소령은 부대장을 잘 아는 듯 그의 말을 듣고 다시 물었다.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마라. 우리가 항상 해 오던 버릇 아닌가. 서로에게 독기를 품게 하고, 더 독한 놈이 누군지 보는 것 말이야.”

부대장은 장소령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 두 사람도 이미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으며, 조금 전에 부대장이 말했듯이, 이미 이런 방식은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해 오던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지 않습니까. 이소위가 맡은 팀은 이제 고작 하루를 서로가 같이 보낸 사이입니다. 그에 반해 상무2군 팀은 1군으로 오르기 위하여 선수들이 이를 꽉 물고 연습하였습니다.”

장소령은 현실에 맞는 말을 하였다.

“하지만…….자네도 알다시피, 신성팀은 63만 군 장병을 대표하는 진정한 군대스리거들이네. 그들의 실력은 이미 프로선수들을 능가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월등해. 오히려 난 상무2군 팀이 좌절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하였지만, 두 팀 중, 어느 한 팀이 패배하더라도 그건 보약이 될 듯 하여 주선한 것이네.”

부대장은 창가를 통해 밖을 보며, 여전히 서로가 힘찬 파이팅을 외치며, 기선제압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오후 두시에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운동장에 모이도록 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실전에 나서서 웅성거리는 관중들 사이에서도 긴장하는 것을 고치지 않겠나.”

부대장은 모든 요소를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하게 하도록 하였다.

“고태환.”

“병장 고태환.”

부대장은 잠시 창가를 통해 밖을 보던 중, 행정병 고태환을 불렀다.

“오후 1시 30분에 전 부대에 방송해라. 오후 두시에 축구 구장에서 신생팀과 상무2군 팀의 친선경기가 있으니, 별다른 특이사항 없는 장병들이나, 간부들은 모두 운동장으로 모이라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부대장은 일을 크게 벌이고 있었다. 진정 지는 팀이 창피하게 만들 정도의 규모로 만들 생각인 듯 보였다.

자신은 패배한 팀이라도 보약이 된다고 생각하였지만, 진정 어느 한 쪽이던 패배한 팀은 보약이고 뭐고, 쪽팔리게 되는 것이었다.

프로무대에 입성하여 1군 진출을 노리는 상무2군 팀이 지면, 그들은 어쩌면 두 번 다시 1군 팀으로 오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세령이 이끄는 신생팀이 패배하면, 63만 군 장병을 대표하여 모인 그들에게 시작도 하기 전에 세금 낭비니 뭐니 하는 구설수에 오르게 되는 것이었다.

오전에 간단한 스트레칭을 끝으로 중식을 먹기 위하여 각기 식당으로 향하였다.

“두 시에 상무2군 팀과 친선전을 벌인다고?”

온 신경이 두 시에 있을 친선경기에 집중되어, 밥도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있던 세령의 옆으로 장소령이 다가서며 물었다.

“네? 아네. 그렇습니다.”

세령은 그의 말에 숟가락을 든 채, 경례를 하며 말했다.

“밥 먹을 때는 경례 같은 것 필요치 않다고 했다. 그냥 밥만 먹는 거야. 아무런 생각도 필요치 않아. 그냥…….밥만 먹어.”

장소령은 여전히 식판이 넘칠 정도로 밥과 반찬을 가득 담고서 세령의 옆에 앉았다.

“상무2군 팀. 만만찮은 팀이다. 비록 프로무대에서 뛰던 선수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상무로 입대하는 바람에 1군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선수들이 모인 집단이야.”

장소령은 역시나 한 숟가락 가득 밥을 입에 넣고서 말하였지만, 희한하게도 그의 말은 아주 정확히 귀에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것입니다. 그들이 사력을 다해 경기에 임하면, 우리도 사력을 다해 경기에 임해야 서로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세령은 필승을 다짐하는 듯, 손에 쥔 숟가락을 몇 번이나 흔들며 말했다.

“그 각오로 한다면 좋지. 하지만 아직 제대로 발도 맞춰보지 못하였고, 선수 개인의 기량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장소령은 현실적인 말을 하였다. 그의 말처럼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연습을 해 본적이 없는 팀이었다.

그런 상황에 프로선수와 별 반 다를 것이 없는 팀을 상대로 승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었다.

“오후 두시가 기대되는군. 열심히 해서, 신생팀이 얼마나 뛰어난 팀인지 모두에게 각인시켜 줘.”

“넵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네.”

“식사마저…….”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시간도 얼마 지나지 않았다. 갑자기 장소령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하자, 세령은 식사를 중간에 멈추고 그가 일어서는 것이라 여겨 말을 하다 말고, 그가 들고 있는 식판을 보며 말을 다하지 않았다.

“요즘 식욕이 당겨서 밥이 술술 넘어가네.”

그의 식판은 아주 깔끔이 비워져 있었다. 그리고 불과 어제 저녁에는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식판을 모두 비웠다. 그리고 오늘은 식욕이 당긴다며, 그 많은 밥을 5분도 채 되지 않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선 것이었다.

“부대 내에 계신 모든 장교님들과 간부님들 그리고 장병들은 오후 두 시에 있을 국방부 직할 소속 가칭 전투축구단인 신생팀과, 상무2군 팀의 친선경기가 있을 예정이오니, 특별한 사안이 없는 분들께서는 모두 운동장으로 향하여, 두 팀의 실력을 직접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대장의 말처럼 오후 1시 30분, 고태환은 행정반에서 부대 내에 방송을 내 보내고 있었다.

그의 방송을 들으며, 부대 내에 있던 각종 스포츠 특기 군인들은 의아한 듯 한 반응을 보였고, 일부 간부들과 장병들은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미치겠네. 국방부소속 직할 축구단…….뭐? 전투축구단? 아무리 팀명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투축구단이 뭐냐? 이거 누구 생각인지 머리가 어찌 된 것 아냐?”

그 방송을 듣고 일부 간부들은 신생팀이 현재 사용 중인 예비 팀명을 두고 비웃었다.

“그게 우습나?”

그리고 곧바로 그들의 뒤로 체육부대장이 운동장으로 향하는 길에 그 말을 듣고, 온화한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충성.”

“충성이고 나발이고. 그 팀명이 우스워?”

“사실…….애들 장난도 아니고, 전투축구단은 좀 그렇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그 팀을 맡은 여장교가 지은 모양인데…….”

“내가 지었다. 지금 박중사가 비웃고 있는 그 예비 팀명은 내 머리에서 나온 거다. 머리가 어찌 된 것 아니냐고? 그래 오늘 저녁에 함 보자. 박중사의 팀원들…….모조리 오늘 저녁 점호시간에 지옥을 구경하도록 해 주지.”

부대장은 처음 표정 그대로 말하였다. 온화하며, 인자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표정에서 나온 말은 절대 표정과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폭풍이 치기 전, 맑은 하늘을 보여주는 날씨와도 같아 보였다.

1시 50분 정도가 되자, 운동장의 관중석은 이미 만원이었다. 부대 내에 있던 대부분의 장교들이나 장병들이 두 팀의 시합을 보기 위하여 애초에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많네.”

그리고 그 틈으로 정책기획관이 모습을 보였고, 즉시 체육부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옆 자리를 내어주었다.

“언제 오셨습니까?”

부대장이 물었다.

“좀 전에 도착했는데, 운동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 와 본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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