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43화 (43/163)

00043  히든리거  =========================================================================

“오늘은 간단히 서로가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며, 친목을 다지는 것으로 마감할 것이다. 축구는 한 명이 아닌 11명이 한다. 그 11명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서로 한 몸과 한 뜻이 되어야 비로소 한 팀이라는 이름이 주어진다.”

세령은 장병들을 향해 말했다. 그녀의 말은 이제 장병들의 귀에 잘 들어가고 있었다. 비단 세령의 목소리가 부드러우며, 여인의 목소리라 그런 것은 아니었다. 조금 전. 상무팀 감독이 내 뱉고 간 그 말이, 이들에게 오히려 더 강한 단합을 주는 매개체가 된 것이었다.

세령은 장병들 간에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고, 추강처럼 그녀를 옹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세령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으려 더 멀리 떨어졌다. 그 모습을 연동훈과 이민우는 그저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서로 다른 곳에서 생활하며, 하나의 팀을 이루고자 모인 첫 날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 곳이 당분간 거처할 숙소입니다.”

대대 행정병이 세령과 코치진을 이끌고 금주동안 거처할 숙소로 안내해 주었다.

꽤 넓었다. 한 방에 아홉 명씩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고, 각 방마다 샤워실도 마련되어 있었다.

“애들 들어와서 쉬도록 해줘.”

숙소를 확인 한 후, 세령은 연동훈에게 말했고, 그 즉시 태영훈이 운동장에 앉아, 여태 수다 아닌 수다를 떨고 있는 장병들을 데리러 나갔다.

“힘드셨습니까?”

행정병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아. 아니. 힘들다기보다. 그냥 기분이…….그런데 그건 왜?”

행정병은 병장이었다. 그녀는 세령의 표정을 보며 물었고, 세령은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물음에 대한 이유를 물었다.

“그냥입니다. 전 여기서 1년 4개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신병들이 들어오면 그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동생 같은 장병도 있고, 형 같은 신병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모두 잘 지내고 있었던 사람들일 텐데도, 여기에 오면 모두가 갓 태어난 아이처럼 행동합니다.”

“그것이 군대아니겠어.”

세령은 그의 말을 들은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는 평소의 해맑은 미소가 아니었다.

“쉬십시오. 당분간은 제가 이소위님의 전령 역할을 해 드릴 것입니다.”

행정병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 뒤, 경례를 한 후, 행정반으로 향하였다.

“하…….자식…….꼭 오빠 같네.”

그녀는 행정병의 조목조목 설명과 함께 부드러운 어투를 들으며 꼭 오빠가 있었으면, 그와 같았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연신 수다를 떨고 모든 장병들이 숙소로 들어왔다. 그 짧은 시간에 서로 친해진 놈들끼리 한 숙소에서 지내고자 같은 숙소로 들어섰다.

“마음이 맞는 놈들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야.”

그들의 행동을 보며, 연동훈이 말했다. 이민우는 그의 말을 들은 후, 세 번째 숙소로 들어서고 있는 옛 1사단의 후임들을 보았다.

추강과 설태구, 그리고 용지현. 이 세 명은 세 번째 숙소로 들어섰다. 그리고 구민철 일병과 장형도 이병도 세 번째 숙소로 들어섰다.

“이 방은 다섯 명이네.”

이민우가 세 번째 숙소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첫 번째와 두 번째 숙소에 각각 아홉 명이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숙소에는 다섯 명이 들어섰다.

“너희 세 명은 동기니 그렇다 치고, 나머지 두 명은 어디서 왔나?”

이민우는 추강과 설태구, 용지현은 자신의 후임 병이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함께 들어선 두 명의 장병은 모르기에 물었다.

“일병 구민철. 1사단 15연대 소속입니다.”

“15연대. 어…….우리 연대네.”

“네 그렇습니다.”

“하. 이런 곳에서 보니 같은 연대 소속이라도 반갑네.”

이민우는 구민철을 보며 진정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이병 장형도. 1사단 소속입니다.”

“뭐? 1사단? 그냥  사단소속? 연대나 뭐 대대가 아니고?”

“네 그렇습니다. 1사단 행정병이었습니다.”

모두 한 숙소에 모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비록 서로 만난 적이 없지만, 1사단이라는 큰 모체를 둔 인물들이라, 의외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오늘 하루는 너희들의 단합이 우선이라 여겨, 서로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을 계속하여 가질 것이다. 곧 석식 시간이니, 석식 후, 모두 첫 번째 숙소로 모이도록.”

세령은 장병들을 모두 첫 번째 숙소로 모이게 한 뒤, 그들을 보며 말했고, 모든 장병들은 처음의 어색함을 많이 떨쳐버린 듯. 서로를 보고 웃으며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곧 석식 집합과 함께, 장병들이 식당으로 향하였고, 그들의 인솔은 장병들 중, 가장 선임이라 할 수 있는 이태성 일병이 맡았다.

“우리도 가자. 한 일도 없는데 배고프다.”

세령은 장병들이 식당으로 향하는 것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연동훈은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처음 3소대 소대장으로 왔을 때, 사병들과 함께 식사를 하였다. 서로 친해지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사병들은 사병식당으로 보냈고, 그녀는 간부식당으로 향하였다.

간부식당에 들어서자, 사병들보다 더 많은 간부들이 보였다.

“제가 식판 가지고 오겠습니다.”

연동훈이 세령의 식판을 가지러 가려 하였다.

“이소위님. 식사 준비 되었습니다.”

그가 식판을 가지러 가려 할 때, 조금 전, 세령에게 몇 물음을 하였던 행정병이 그녀의 곁에 다가서며 말했다.

“내 식사를 왜?”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소위님께서 여기에 계시는 동안 당분간 제가 이소위님의 전령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세령은 그의 말을 들은 후,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전령의 역할을 한다고 하였을 때, 그저 대대에서 전달되는 내용을 알려주는 일을 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렇게 식사까지 준비해 둘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다.

“다른 분들께서는 직접 식사를 준비해 주십시오.”

행정병은 연동훈을 비롯하여 다른 이들에게 웃으며 말하였고, 연동훈은 잠시 동안 그를 빤히 보고만 있었다.

세령은 그를 따라 움직였고, 한쪽 식당테이블 위에 적당량의 밥과 함께 반찬을 받은 식판을 보았다.

“고태환. 아주 딱 붙어살려고 하는구나.”

행정병의 이름은 고태환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 하사 두 명이 지나쳐가며 그에게 말했다.

“행정장교님께서 명령하신 것입니다.”

고태환은 그들의 말을 들은 후, 곧바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해명을 하였다.

“그래. 누가 뭐라던? 그냥 너무 붙어 있는 것 같아서 한 말이야. 아니면 말고.”

하사는 고태환에게 한 말이지만, 그 말에는 세령을 비꼬는 듯한 말도 함께 포함 된 듯하였다.

“내가…….낮에 말했을 텐데.”

그리고 세령이 그들에게 한마디를 하려는 순간, 중식 시간에 모두를 자리에 앉게 만들었던 장소령이 식판에 밥을 잔득 담아오며 말했다.

“충성.”

“식당에서는 인사하지마라. 밥 먹다 체한다.”

장소령은 자신을 보며 후다닥 자세를 잡고, 경례한 두 하사에게 말했다. 그러자 두 하사는 그 즉시 그 자리를 빠르게 벗어났다.

“밥 먹자.”

장소령은 세령의 식판 옆에 자신의 식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세령은 그가 앉은 후, 자리에 앉았고, 곧 연동훈을 비롯하여 네 명의 코치진도 식판가득 밥을 담은 후, 그녀와 마주보며 앉았다.

중식 때와는 달리 그 어떤 간부도 눈치를 주는 이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장소령 효과라 볼 수 있었다.

소령이라는 계급이 때에 따라 높고 낮겠지만, 현재 식당 안에서는 그래도 최고의 계급으로 느껴졌다.

“힘들지?”

잠시 동안 아무런 말없이 밥을 먹던 장소령이 물었다.

“아닙니다.”

“아니라는 말은 무조건 거짓말이야. 세상천지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 하물며 생판 모르는 놈들을 데리고 와서 자식처럼 키워야하는데, 힘들지 않을 수 없지. 내 자식도 키우기 힘든데 남의 자식은 오죽하겠나.”

장소령은 쉬지 않고 밥을 먹으면서도 자신이 할 말을 모두 하고 있었다. 입 안에 밥을 가득 담고 있는데도, 그의 목소리는 아주 정확히 들리고 있었다.

“이 곳에서 이번주까지 있는 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국방부로 가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지옥으로 간다고 생각지 말고, 자식들의 미래를 밝혀줄 곳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편해질 것이야.”

세령은 여전히 밥숟가락 한 가득 밥을 떠 입에 넣고 있는 그를 보았다.

그녀는 국방부를 연고로 한다는 국방부장관의 말에 충격을 받았었다. 국방부의 수뇌부들이 모두 보여 있는 곳에서 생활하려니, 겁부터 난 것이었다. 하지만 장소령의 말을 들은 후, 그 모든 것은 생각의 차이라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그리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세령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연동훈은 장소령을 보았다. 고마웠다. 잠시나마 이세령이라는 여인의 모습이 사라졌던 오늘 하루였지만, 그 하루를 마감하기 전, 이세령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에 고마웠다.

“많이들 먹게. 난 저녁이면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아서 말이야.”

장소령은 한가득 담아왔던 식판을 깨끗하게 비우고 일어서며 말했다. 그의 말에 연동훈과 이민우가 멍하니 그의 식판을 보았고, 세령은 피식하는 짧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장소령의 귀에 들어갔고, 그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식판을 들고 직접 식판을 씻기 위하여 움직였다.

석식은 중식 때와 달리 편하게 먹었다. 세령과 코치진 네 명은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있을 장병들을 보기 위하여 숙소로 향하였다.

“모두 식사는 잘 하였나!”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세령이 큰 소리로 물었다.

“네!”

“그럼 모두 첫 번째 숙소로 집합!”

식사 전, 했던 말을 곧바로 실천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 어떤 문제보다 서로에 관한 것을 먼저 푸는 것이 순서라 여겼다.

가슴에 담아두었던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필시 초반에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기에, 더 시간이 지나, 곪기 전에 터트리는 것이 옳다고 여긴 것이었다.

23명 모든 장병이 한 숙소에 모였다. 커다란 사내들이 방에 모이니, 숙소가 좁게 느껴졌다.

세령은 침상과 침상사이 가운데 섰고, 그 뒤로 네 명의 코치진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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