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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42화 (4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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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은 밥이 소화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중식을 먹었다. 세 사람은 식당을 나와 섰고, 세령은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았다.

“잘하고 있는 짓인지…….”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힘없는 목소리, 연동훈과 이민우는 다시 시선을 돌려 식당 안에 있는 그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가자. 애들 프로필부터, 정리 할 것이 많다.”

세령은 운동장으로 향하며 말하였고,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식당안의 사람들을 향해 본 뒤, 그녀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녀의 뒷모습은 슬퍼보였다. 하지만 이 또 한 자신이 원해서 앉은 자리다. 비록 군인이라는 신분에 의해, 명령이라는 하나의 뜻도 있지만, 결국 선택은 세령이 한 것이었다.

그녀가 말했었다. 장병들에게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참고 견디라 하였다. 그녀도 견뎌야한다. 이 역시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자! 모두 식사 맛있게 했나?”

세령은 식사를 마치고 운동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장병들을 향해 조금 전과는 다른 맑은 표정과 어투로 물었다.

“네.”

“힘이 없네. 모두가 처음 보는 얼굴들이라 서먹하겠지. 그럼 우리 분위기 전환도 할 겸, 서로 자신이 누군지 말하는 시간을 갖도록 할까?”

세령은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장병들의 시선을 하나하나 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

“먼저. 난 이세령이다. 계급은 다들 알다시피 소위다. 짬밥이 이등병과 맞먹는 신참 장교지. 하지만. 그래도 소위다. 전시에 지휘권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며, 지금은 너희들을 지휘할 수 있는 군법적 권한을 지닌 인물이다.”

세령은 자신을 소개하였다. 간단하면서도, 자신이 누군지, 어떤 권한이 있는지를 말했다.

“난 연동훈중사다. 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불과 몇 달 전에는 병장이었다. 그리고 여기계신 이세령 소위님…….아니 이제는 감독님이지. 감독님과는 같은 대대에서 3달간 생활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너희들의 뒤치다꺼리를 해 줄 수석코치다.”

세령에 이어 연동훈이 모두를 보며 말했다. 여전히 목소리는 악마의 음성이었다. 단지 목소리 하나만으로 23명의 장병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난 이민우 중사다. 첫 만남때 말했지만, 움직이는 것을 여전히 싫어한다. 나 또 한, 앞서 소개한 연동훈 중사님과 함께 생활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골키퍼코치로 이 자리에 섰다. 한 번 더 말하지만, 잘해라. 그 무엇보다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내가 당사자의 앞으로 직접 움직이면…….그냥 사망이다.”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눈웃음과 자신의 소개내용은 완전 달랐다. 장병들은 연동훈에 이어 또 다른 악마인 이민우를 보면서 마른 침을 삼켰다.

“난 태영훈 하사다. 비록 아직 1군,2군 나눌 정도로 많은 선수는 없지만, 난 1군 코치로 이곳에 합류하였다. 앞으로 너희들의 기량을 올리는데 노력할 것이다.”

다음으로 태영훈하사가 자기소개를 하였다. 큰 키에 완벽에 가까운 체격을 지니고 있었고, 얼굴 또 한 잘 생긴 편이었다.

“난 서지후하사다. 그리고 해병대 특전사 출신이다. 그것만으로 설명은 다 되었겠지. 하지 못할 것은 없다. 단지 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모두 못할 것 같다고 뒤로 물러나지 마라. 그 어떤 것도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게…….군인이다.”

이어 서지후하사가 자기소개를 하였다. 그 역시 탄탄한 몸이다. 해병대 특전사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그의 깡다구는 이미 인정될 정도였다.

“서지후 하사가 참 좋은 말을 해주었네. 그래 하지 못할 것은 없어. 단지 하지 않으려 하는 것뿐이지. 모두 열심히 하자. 그러면 그에 맞는 결과는 꼭 따라온다.”

세령이 서지후의 말을 빌려, 몇 마디를 더 하였다. 장병들은 서지후의 딱딱한 어투로 그 말을 들을 때보다, 세령의 부드러운 어투로 그 말을 들을 때. 더 귀에 속속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 장병들의 소개를 들어볼까?”

세령의 말에 서지후가 서류철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

“현재 자리한 23명의 명단과 전 부대의 계급 및, 보직에 관한 기록입니다.”

단 몇 시간 만에 서지후의 행동이 달라졌다. 그 역시 처음에 세령을 보았을 때, 모든 것이 탐탁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인드. 사람을 안을 수 있는 그녀의 마인드에 마음을 조금이라도 연 편이었다.

“음…….계급이 가장 높은 사람이 일병이네. 그나마 다행이기도 하네. 기록을 보니 적어도 5개월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으니 말이야.”

세령은 연동훈과 이민우를 보낼 때, 슬펐다. 그리고 그들의 뒷모습을 보지 않았었다. 3개월이란 시간동안 정든 부대원을 보내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 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함께 생활한 장병들을 보내기는 그녀에게 더 힘든 일일수도 있었다.

그리고 정식 프로무대에 모습을 보이려면 다음해를 기다려야 한다. 올해는 창단식과 함께, 내년 무대를 밟을 선수들을 미리 체크하고 가다듬는 기간이다.

그로 인하여,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상병 이상급의 인물들은 프로무대를 밟기 전에 제대를 할 수 있기에, 모든 선수들을 일병이하로 선출한 것이었다.

“이태성,마형식, 우동화, 전철민. 이 네 사람이 현재 일병이며, 호봉도 같아. 호명 된 네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봐.”

세령이 호명한 장병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가 건장한 사내들이었다. 국군전투축구단을 만들기 위하여, 전국에서 차출하였으니, 그 외모적인 것도 모두 보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전형적인 스포츠인 체격처럼 보였다.

“앞으로 너희들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 선임인 만큼 후임 병들을 잘 다독거려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급자라 막무가내 행동은 절대 용서치 않는다. 앞 서 말했듯이 평소에는 계급이 존재하지만, 시합이 시작되면, 그 때부터는 모두가 동기다. 하나하나 서로 챙겨주며, 다독거려주어야 한다. 내 말 이해하지?”

“네.”

“목소리가 작다! 더 크게 해라!”

세령의 말에 대한 답변으로 네 사람이 동시에 내뱉은 목소리치고는 너무나 작았다. 곧 연동훈이 악마의 음성으로 소리쳤고, 모두는 그를 보았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힘찬 목소리로 답하였다.

“너무 그러지 마라. 너도 나를 처음 보았을 때, 딱 이랬다. 아니…….이 보다 더했다.”

그녀의 말에 연동훈의 얼굴이 붉어지며 안절부절 하였지만, 장병들은 그녀의 한마디로 긴장이 풀린 듯, 여기저기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오곤 하였다.

“다음으로, 음…….같은 일병이지만, 이제 갓 작대기 하나를 더 얹은 인물들이 꽤 많네. 이철호, 연태민, 서민구, 마철수, 여민호, 장강식, 우근우, 구민철, 지형구, 설태식, 장만식, 이민철. 이상 일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봐.”

이등병에서 일병으로 진급한 인물이 꽤 많았다. 그만큼 어느 정도는 군 생활에 적응한 인물들이며, 앞으로 신성 축구단을 이끌 인물들이라, 많이 발탁된 모양이었다.

세령의 호명 하에 12명의 일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들 역시 건장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고, 하나같이 스포츠 인으로 보이고 있었다.

“너희들은 중간 다리역할이다. 상급자와 하급자의 사이에서 그 어떤 것보다 더 많은 역할을 소화해야한다.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일병 12명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이등병의 어설픔은 없고, 상병이나 병장처럼 나태함도 없었다.

“다음으로 이병들. 새내기이며, 보호해줘야 하는 계급이다. 추강, 설태구, 용지현, 서민후, 장형도, 민철환, 도지훈, 박철강. 이상 이병들은 자리에 일어나.”

마지막으로 대부분이 앞으로 1년 반 이상은 축구단에 몸담고 있을 이등병들이 소개되었다.

함께 생활하였던 추강부터 이제 자대배치 받은 지, 고작 2주가 지난 박철강까지. 아직 이등병이란 계급으로 인하여 뭔가 어리숙해 보였지만, 그들 역시 어디하나 손색이 없는 체격들이었다.

다만…….추강과 설태구는 예외였다. 비만에 작은 키. 축구에는 어울리지 않는 체격이지만, 그 만큼 재능이 있기에, 63만 장병들을 대표하여 선출된 인물들이었다.

“자. 이렇게 우리는 오늘부로 새로운 식구가 되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금주까지는 이 곳 체육부대에서 지낸다. 이런저런 마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참아라. 여기에 있는 모두가…….우리의 선배이며, 선임들이다.”

세령은 장병들에게 앞으로 겪을 일에 대한 조심성을 말해주었다. 그녀의 말처럼 이곳에 있는 모두는 먼저 와 자리 잡은 사람들이다. 비록 계급 면에서는 높고 낮음이 있겠지만, 스포츠만을 생각한다면, 지금 여기에 앉은 모두가 후임이 되는 것이었다.

“잘 돼 가십니까?”

세령이 장병들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을 때, 상무 팀의 감독이 다가서며 세령에게 물었다.

“아…….네. 감독님. 제가 먼저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아이고, 뭐. 누가 먼저 찾아와 인사하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난 군인이 아닙니다. 민간인이에요. 비록 내가 키우는 놈들은 군인이지만 말이에요…….”

상무팀 감독은 약 40대 중반 정도의 민간인이다. 전직 프로축구 선수였으며, 그 당시 인지도도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우리 쪽 애들은 현재 이 쪽 애들을 무척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자신들과 뭐가 다른지 궁금해 하고 있어요.”

상무 감독은 멍하니 앉아 있는 듯 보이는. 장병들을 보며 말했다.

“뭐.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군인이고, 축구를 좋아하는 공통점까지 있으니, 굳이 다르게 보실 필요는…….”

“아닙니다. 제 생각은 달라서요. 지금 이들은 군대에서 현역으로 복무하다 이곳에 온 군인들 아닙니까? 그 어디에서도 축구로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들이죠. 하지만 저희 쪽은 다릅니다. 이미 프로무대를 겪었고, 어쩔 수 없는 국방의 의무를 대신하고자 들어온 놈들이지요. 즉…….경험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세령은 상무 감독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상무 감독이 하는 말은 처음에 세령에게 물은 질문과는 다른 답이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인지…….”

세령은 그가 기선제압을 하기 위하여 먼저 말을 건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무 팀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말을 돌려 내뱉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시 물었다.

“뭐. 별 뜻은 없습니다. 국방부에서 괜한 세금낭비를 하는 듯 한 느낌이 들어서요…….그럼 열심히 해 보십시오.”

그는 전혀 도움이 될 듯 한 말 한마디 없이, 오히려 장병들의 독기만 잔득 올려놓은 채, 다시 상무 선수들이 운동하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세령은 그가 돌아간 뒤, 장병들을 향해 보았다. 모두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들었지?”

그리고 그들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세금 낭비…….참 무서운 말이다. 우리의 부모님께서 피, 땀 흘려 버신 돈으로 낸 세금이 우리에게 사용되고 있다. 자! 다들 삐딱선을 타던, 개망나니 짓을 하던, 한 번쯤은 용서한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이 낸 세금이 저 사람의 말처럼 헛되이 사용되지 않도록! 그것만은 우리가 꼭 약속하자!”

세령의 말에 모두가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몇 몇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부모님에 관한 말. 이 한마디는 여러 장병들의 눈시울을 붉히기에는 충분한 단어였다.

입대 전 불효자라도 군대오면 효자가 된다 하였다. 그만큼 곁에 있을 때는 모르지만, 멀어지면 가장 보고 싶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반성하게 만드는 사람이 바로 부모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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