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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41화 (4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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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우린 가족이잖아. 맏형인 연중사와 이 중사, 그리고 그 아래로 태하사와 서하사, 형님들이 잘해야 동생들이 보고 배운다.”

세령은 두 하사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순간 두 하사의 눈동자가 떨렸다. 비록 여인의 손길이라는 것도 있지만, 군대에서 접하기 힘든 부드러운 어투였다.

두 하사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너무 오랫동안 보고있지마라, 미인계에 홀린다.”

그리고 곧바로 연동훈의 농담이 나왔고, 두 하사는 미소를 지었다.

‘퍽!’

분위기 깨는 듯한 말을 한 연동훈에게는 여지없이 세령의 주먹이 복부를 향해 꽂혔다.

“형들이 잘해야 동생이 배운다고 했지? 잘해라 연동훈, 이민우.”

“넵! 알겠습니다!”

세령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연동훈과 이민우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대체 뭔 말들을 하는데, 저리 실실 쪼개며 웃는 거야?”

장병들은 그들의 대화를 듣지 못하였다. 세령이 웃고 있고, 연동훈과 이민우가 웃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뒷 담화를 까던 두 하사도 미소를 짓고 있는 것에 한 장병이 말했다.

“부모님께도 그런 말투로 합니까?”

한 장병의 말에 추강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뭐야? 이 새끼가 미쳤나. 대충 계급을 들어보니 다들 이등병 같던데, 어디서 짬밥도 되지 않는 새끼들이…….”

추강의 말에 그는 추강을 노려보며 말하다말고, 추강의 옆으로 앉아 있던 설태구와 용지현의 매서운 눈빛까지 함께 보며, 말을 다 잇지 못하였다.

“자자! 다들 일어서!”

곧 연동훈이 장병들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고, 모두가 일어섰다. 다른 이라면 몰라도, 연동훈의 악마와 같은 음성에는 모두가 즉각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부터 소대장님…….아니지. 이제부터는 우리 전투축구단의 감독님이신, 이세령 감독님께서 몇 당부의 말을 전하실 것이다. 모두 귀담아 듣도록!”

연동훈의 목소리는 모두의 귀에 쏙쏙 들어갈 정도였다.

“말씀하십시오.”

모두가 주목하고 있을 때, 연동훈은 세령에게 자리를 비켜주며 말했다.

“이래저래 출발부터 많이 삐거덕거리고 있는 것 같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모두 각기 다른 곳에서 생활하다 함께 모였으니, 서먹하기도 할 것이고, 사내자식들이라 기선제압도 먼저 할 것이라 생각한다.”

세령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23명의 장병들을 보며 말했다. 원래는 총 25명이 정원이었다. 하지만 아직 두 명의 선출이 늦어 23명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금주까지는 이 곳 국군체육부대에서 생활한다. 그 기간 동안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을 우선으로 하겠다.”

장병들은 세령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고 있었다.

“만약. 현재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면, 망설이지 말고 말해라. 내가 아닌 국군체육부대장님께 직접 말해도 된다. 그러면 그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다.”

세령의 말에 연동훈과 이민우가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두 사람은 아는 듯하였다.

“시스템에 문제라는 것은, 현재 이 구성원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까?”

세령의 말을 들은 후, 조금 전, 추강에게 쓴 소리를 내 뱉었던 장병이 물었다.

“물론이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말을 전하면 된다.”

세령은 말을 돌려하지 않았다. 그의 질문에 그들이 원하는 답변을 해 주었다. 그녀의 한마디에 몇 장병들의 표정은 미소를 짓기도 하였다.

“오늘은 중식 식사 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마무리 하겠다. 모두 식사 맛있게 하도록.”

세령은 짧은 말을 한 후, 몸을 돌렸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연동훈과 이민우의 표정은 굉장히 날카롭게 변하였다.

곧 두 사람의 시선은 장병들을 향해 돌아섰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들을 고루 본 뒤, 곧 세령을 따라 움직였다.

“모두 식사집합을 할 것이니, 줄 서!”

세령과 연동훈, 이민우가 운동장을 벗어난 후, 장병들의 통솔하기 위하여 태영훈 하사가 소리쳤다. 그는 장병들과 마찬가지로 세령이 감독직에 앉은 것에 반발하였던 하사였다.

“소대장님. 왜 그런 말까지…….”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기 위하여 온 놈들이야. 하지만 그런 기분을 갖지 못한다면 재능 발휘를 하지 못하겠지. 저 놈들의 앞길에 내가 방해되면 안 된다는 뜻이야. 난 공을 차기 위하여 군대에 온 것이 아니잖아.”

연동훈의 물음에 세령은 여전히 지난 소대장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어투로 답하였다.

진정으로 그녀의 행동에 적응하기 힘든 두 사람이었다.

“일단 밥 먹자. 배고프다.”

세령은 연동훈과 이민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하사님. 정말 저 사람이 감독직을 계속 맡는 것입니까?”

그녀의 행동을 뒤에서 보고 있던 장병이 태영훈 하사에게 물었다.

“말조심해라. 나 또 한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만, 여긴 군대다. 네가 하고 싶다고 되는 곳이 아니야. 언제나…….모든 것은 짬밥이 답을 준다. 그러니…….까라면 그냥 까.”

태영훈은 해당 장병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 장병의 계급이 무엇이든, 일단 소위보다는 낮은 계급이다. 당연히 저 사람이라는 단어에 화가 나야하지만, 태영훈이나 또 다른 하사인 서지후도 아직, 세령에 대한 마음을 열지 않은 인물이었다.

“잘 봤냐? 저게 현역이다. 너희들은 군인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닌 대우를 받지만, 적어도 저들처럼 단합이 뭔지 모르고 살지는 않잖아?”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상무팀 코치가 상무소속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그들 역시 군인들이다. 국방의 의무를 축구로 대신하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반 사회인이다.

“뭐. 어차피 저 놈들은 챌린지부터 뛸 것이니 우리와 만날 일은 앞으로 더 남지 않았겠습니까? 아니…….어쩌면 평생 만나지 못 할 수도 있고요.”

“하하하!”

코치의 말에 이어, 한 선수가 그들을 보며 목소리를 조금 크게 하여 말했다. 그리고 상무팀 소속 선수들 전체가 큰 소리로 웃었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오늘 처음으로 모인 전투축구단의 귀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모두가 시선을 돌려 그들을 보았지만, 누구하나 반문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저 그들을 노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젠장! 이럴 때 남자 감독님이었다면, 저 놈들에게 큰 소리라도 쳤을 것 아닙니까!”

“거기서 왜 남자감독 얘기가 나와! 말조심하라고 분명 일러주었다! 다시 한 번 그 따위 말이 나올 시에는 너부터 다시 원대복귀 시켜주겠다.”

또 다시 조금 전 장병이 투덜거렸고, 이번엔 서지후 하사가 큰 소리로 그를 나물하였다. 태영훈과는 그 목소리 톤 자체가 달랐다.

굵직하면서 위압감을 전해주는 듯 한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에 그 후로 장병들은 아무런 말없이 그저 중식을 먹기 위하여 움직였다.

“정말 여자 감독이네…….”

먼저 식당에 들어서 중식을 먹고 있던 세령과 연동훈, 이민우가 앉은 식탁 주위로 군 간부들이 몇 있었고, 새로운 축구팀 감독으로 여자장교가 내정되었다는 소문을 들은 후, 너도나도 구경하고자 그녀가 앉은 곳, 가까운 곳에 식판을 올려놓고 그녀를 보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연동훈은 손에 들린 숟가락을 꽉 쥐며 말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데 어찌 신경을 쓰지 않겠어. 그냥…….밥이나 먹자.”

어려웠다. 그 활기 넘치던 사람을 이렇게 만들고자 여기에 앉힌 것은 아닐 것이었다. 하지만 주위가 사람을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에 세령은 신기하였다. 여자축구단도 아닌, 남자축구단의 감독 자리에 여자가 앉은 것이 모두에게 신기함을 전해주고 있었다.

“젠장! 마치 동물원 원숭이 밥 먹는 것 같네!”

참다못한 이민우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큰 소리로 말했고, 그의 말에 주위에 있던 모든 간부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하사들은 그의 계급이 중사니 어쩔 수 없지만, 중사의 계급을 넘어 상사는 물론, 소위와 중위, 대위에 이어 소령까지도 간부식당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어이…….오늘 처음 보는 듯한데, 이번에 새로 창단되는 축구단 코치쯤 되는 것 같은데 말이야…….여기 너보다 낮은 계급이 많다고 여기나, 높은 계급이 더 많다고 여기나?”

그의 행동에 가까이 앉아 있던 상사가 눈에 힘을 잔득주며 말했다. 그리고 주위에 있던 모든 간부들의 시선도 이민우에게 매섭게 돌아서 있었다.

“그만 밥 먹자. 오늘 모두가 처음 보는 듯하니, 괜한 계급싸움 하지 말고 그냥 밥 먹자.”

두 사람의 신경전이 벌어지기 전, 세령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해당 상사의 옆에 함께 앉아 있던 중위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세령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마…….이 소위라고 했던가?”

“소위 이세령.”

그가 세령의 옆으로 다가선 후, 그녀의 옆 식탁에 손을 얹고서 물었고, 세령은 밥을 먹다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관등성명을 말했다.

“아아…….그냥 앉아. 밥 먹다가 무슨 인사야.”

그녀의 행동에 중위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살며시 억누르고서 말했다.

“오늘 처음 와서 잘 모르겠지. 이곳은 살벌한 곳이야. 말 그대로 스포츠를 즐기는 군인들이 모두 모였다고 보면 되지, 그만큼 성질들도 더러워. 그리고 무엇보다 땀 냄새 나는 남자들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인물로 여자는 좀 그렇지 않을까?”

중위는 세령의 어깨에 올린 손을 내려놓지 않으며 또 다시 여성을 폄하하는 듯 한 어투로 말했다.

세령은 그의 말을 듣고, 눈빛이 매섭게 변했을 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어깨를 누르고 있는 그의 손을 보았다.

중위의 행동에 간부 식당에 있는 모두가 그 곳을 집중하여 보고 있었다.

“그만해라. 이 중위.”

중위의 행동이 점점 더 대담해지는 듯 할 때, 가만히 앉아서 밥을 먹고 있던 소령이 말했다.

“앗! 장소령님께서 계신지 몰랐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그는 소령의 말에 몸을 돌려 선 뒤, 자세를 바로잡아 말하였고, 곧 자신의 자리로 향해 가 앉았다.

그리고 세령의 시선은 장소령에게 향하였다. 흰머리가 곳곳에 솟아있는 약 3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인물이었다. 그는 시선을 다른 곳에 두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식판을 향해 보며 밥을 먹고 있었다.

“비록 민간인과 함께 굴러먹는 이 곳이지만, 그래도 군대다. 계급이 있고, 그에 대한 충성심도 있어야 하는 곳이지. 이 소위보다 낮은 계급은 잔말 말고, 머리부터 숙여라. 그리고 이소위를 비롯하여 그 예하 놈들은 자신보다 높은 계급 앞에서 머리 쳐 들지마라. 그게 이 바닥 법이다.”

장소령은 여전히 자신의 식판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하였고, 세령의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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