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40화 (4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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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 야전사령관과 1사단장의 말을 듣고, 당찬 여장교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부끄럼도 있는 모양이군.”

부끄럼이 아니었다. 그냥 떨려오는 것이었다.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필요한 절차는 모두 준비되었다고 하니, 내가 마지막 창단 인사를 전하면, 그것으로 국방부의 제 2 축구구단이 탄생하는 것인가?”

“네 장관님. 이미 상무 관계자와도 모두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국방부장관은 정책기획관에게 물었고, 그는 차렷 자세로 그의 물음에 답하였다.

“그래? 그럼 정식으로 국방부의 제2 축구단 창단을 인정하네. 앞으로 우리 군인들이 더 뛰어난 실력을 보여, 프로구단을 능가하는 최고의 축구팀이 되도록 힘 써 주게.”

국방부장관은 짧은 몇 마디를 한 뒤, 세령의 앞에서 악수를 청하였다. 세령은 그가 내민 손을 보며, 가만히 있었고, 곧 체육부대장의 눈짓을 보고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여, 꼭 좋은 결과를 보이도록 해주게, 앞 서 누군가가 말했겠지만, 우리 국방부소속 구단은 어느 개인이나 기업이 자금을 출자하여 만든 구단이 아니네.”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것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졌기에, 단 하나라도 소홀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국민들의 세금이 헛되이 사용되고 있다는 말은 절대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정도 긴장감이 풀리고, 평소의 세령으로 돌아온 듯 한, 그녀의 답변이었다. 국방부장관은 그녀의 손을 다시 잡으며 악수를 청하였고, 정책기획관과 체육부대장은 미소를 지었다.

“선수들은 언제 연고 이전을 할 것인가?”

그녀와 악수를 나누고 있을 때, 국방부장관이 세령을 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의 물음에 대한 답은 그녀가 할 수 없었다. 진정 그 어떤 말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금주까지는 이곳에서 장병들의 기본 체력 및 선수 선발에 대한 오차가 없는지 확인할 것입니다.”

국방부 장관의 답은 정책기획관이 대신하였다.

“그리고. 다음 주. 모든 준비를 마친 이들은 국방부로 들어설 것입니다.”

“!!!”

세령은 정책기획관의 마지막 말에 놀란 눈을 깜빡거리지도 못한 채, 멍하니 그를 보고만 있었다.

국방부로 들어선다는 것은 하루에도 수십 번, 화려한 별들을 본다는 말이었다.

3군의 수많은 지도자들이 들락날락거리는 국방부에서 공을 찬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회장과 사장, 그리고 이사진들을 앞에 두고, 재롱잔치를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잘하면 귀엽다는 말을 듣겠지만, 못하면, 그 즉시 징계가 곧바로 내려온다는 말과도 같았다.

“남은 준비마저 잘 마치고, 국방부에서 보게나. 내 특별히 이번 축구단을 위하여 국방부 소속 장교들과 친선전을 한 번 준비할 테니 말이야.”

국방부로 들어간다는 것도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그리고 들어서자마자 화끈한 신고식을 준비하겠다는 그의 말을 들은 세령은 혼이 빠져나가버린 듯하였다.

“그럼.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겠네.”

국방부장관은 조촐한 창단인사를 보내고 행정반을 나섰다. 그의 뒤로 정책기획관과 체육부대장이 뒤 따라 나갔지만, 세령은 석상마냥 굳어버린 듯, 멍하니 서 있었다.

“정식 창단식은 국방부에서 할 것이니, 차질 없도록 준비하게나.”

“알겠습니다. 장관님.”

행정반 앞에서 들리는 말에 세령은 또 다시 더욱 더 굳어버린 듯하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몇 말을 들은 것으로 창단식이 끝난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저 국방부장관이 체육부대로 내려와 인사말만 전한 것이었다.

곧 모든 별들이 세령을 향해 보았다. 그 많은 별들이 체육부대를 찾은 이유가 세령을 보기 위하여 온 것과 같았다. 하지만 진작 당사자는 멍하니 서 있기만 하였다.

“뭐하는가! 이 소위. 장관님 배웅은 하지 않을 텐가?”

가만히 서 있는 그녀에게 체육부대장이 말하였고, 그 때야 세령은 혼이 없는 걸음걸이로 그들을 배웅하기 위하여 나섰다.

“충성!”

체육부대 건물을 나서자마자, 힘찬 경례구호가 들렸다. 건물 앞을 지나쳐가던 상무 팀이었다. 그들은 국방부장관을 향해 힘찬 경례를 하였고, 장관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경례를 받아주었다.

“선의의 경쟁이 있겠군. 하나의 모체에 다른 연고를 지닌 두 팀이 서로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해주게.”

상무 팀을 인솔하여 경기장으로 향하던 감독에게 국방부장관이 한 마디 하였다.

“알겠습니다! 진정한 군인정신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몇 해 동안 봐 왔던 사람은 자신감마저도 달라 보였다. 상무 팀 감독은 일반인이다. 하지만 군인인 세령보다 더 힘찬 목소리로 그의 말에 답했다.

상무 팀 감독은 선수들을 이끌고 운동장으로 마저 향하였고, 그들의 뒷모습을 국방부장관 및, 군관계자가 모두 보고 있었다.

“상무는 군인과 민간인의 조합이라 할 수 있네. 하지만 자네가 이끌어가야 할 팀은 오로지 군인들만이 존재하는 팀이네. 모든 법도 군법에 의해 적용될 것이며, 단 한명의 민간인도, 그 팀에 속하지 않을 것이네.”

국방부장관은 다시 한 번, 세령이 맡을 팀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의 말처럼 세령이 맡은 팀은 모두가 군인이다. 하물며 차량까지도 국방부소속 차량이며, 차량을 운전하는 인물도, 국방의 의무를 수행중인 운전병이다.

국방부 관계자들이 모두 체육부대를 나섰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령에게는 군 생활 중에 겪을 긴장감은 모두 겪은 듯 한 시간이었다.

“너무 긴장한 것 같더군.”

그녀의 옆으로 정책기획관이 나란히 서며 말했다.

“미리…….언질이라도 주셨으면, 덜 긴장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 축구팀 연고가 국방부라니…….진정 이 내용은 처음 듣는 말입니다.”

세령은 그 중요한 말을 국방부장관에게 직접 들은 격이었다. 당연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멘트였으며, 그 순간이었다.

“미리 언질을 해 주고 싶었지만, 자네의 표정도 모두가 궁금해 하는 듯하여, 함구하고 있었네. 그리고 이 얼마나 짜릿한가. 이 보다 더한 스릴은 앞으로 없을 것이니, 앞으로 어떤 일을 겪어도 그 긴장감은 덜 하지 않겠나.”

일종의 배려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하였지만, 이 매는 아파도 너무 아픈 매였다.

“자. 이번 주라고 해봐야 오늘 수요일을 빼면, 목, 금, 토, 일. 나흘만이 남은 시간이네. 그 시간 안에 선수들 체크는 물론, 미비한 점을 모두 보완하고, 국방부로 들어가야 하니, 서둘러 움직이게나.”

정말 속편하게 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군대였다. 짬밥이 높을수록, 모든 것에 말은 너무나 쉽게 나온다. 일명…….까라면 까야하는 곳이 군대이기에, 보완하고 만들어라는 말만 던지면, 그 모든 것이 보완되고 만들어진다고 여기고 있다.

이는 자신들도 이미 겪어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 까라면 까는 것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세령을 건물 앞에 세워두고, 정책기획관과 체육부대장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세령은 세상천지 나 홀로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딴 곳에 덩그러니 혼자 던져진 듯 한 기분이었다.

“야! 똑바로 안 해!”

그리고 멍하니 있는 그녀의 귀에 연동훈의 악마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래…….그래도 저 놈들이라도 있으니 한결 낫구나…….”

세상천지 혼자라는 기분을 없애주는 연동훈의 목소리였다. 진정 저들마저 없었다면, 세령은 이곳에서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잠시 동안 빠져나가있던 혼이 다시 돌아온 듯. 그녀는 새로운 각오를 스스로 다짐하며, 운동장으로 향해 걸었다.

“모두 동작 그만!”

세령이 다가서는 것을 본 연동훈이 큰 소리로 외쳤고, 그 순간 모든 장병들의 움직임은 마치 영상을 일시정지 한 것처럼 칼 같이 멈추었다.

“대단한데…….”

세령은 그들의 움직임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연동훈을 보았다.

연동훈은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전국 각지에서 군사훈련을 받던 이들을 완벽하게 통솔하고 있는 연동훈이었다.

“10분간 휴식!”

그녀는 장병들을 보며 큰 소리로 외쳤고, 곧 연동훈을 손짓으로 불렀다.

“하사관들…….아니 코치진들만 모두 내 앞으로 모이라고 해.”

세령은 장병들에게 휴식을 준 후, 네 명의 코치진만 따로 자신의 앞으로 불렀다.

두 명의 중사와 두 명의 하사. 코치진에는 일반 사병이 없었다. 그리고 세령보다 높은 계급도 없었다. 이는 일종의 하극상을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였다.

프로축구 구단에서도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임명된 직급에 한하여, 그 레벨이 정해진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이는 필요치 않는 것이었다. 오로지 계급으로 모든 레벨이 정해진다.

세령이 감독이니, 세령보다 높은 계급을 가진 자가 코치로 있다면 절대 세령의 말은 통솔력을 잃게 된다. 코치진도 마찬가지다. 수석코치보다 1군 코치가 계급이 높다면, 수석코치의 힘은 약해진다. 그래서 모든 서열에 맞게 계급 순으로 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선수는 모두가 사병이다. 하사관이나 장교는 단 한명도 없다. 이 또 한 서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도 있지만, 선수 중에 간부가 있다면, 제대로 된 전술을 펼칠 수 없다.

이것은 오로지 군대스리가에 존재하는 하나의 이유에서였다. 짬밥이 되지 않으면 수비다. 그리고 계급이 높으면 공격이다. 거의 대부분의 군대가 그렇다.

“일단. 선수들의 단결력을 위해, 선수들의 계급은 이 순간부터 무의미하다는 것을 말한다.”

세령은 군대스리가의 습성을 없애고자 미리 그 발단을 없애버리는 말을 하였다.

“계급을 없앤다는 것은…….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미…….”

“아니. 없애야한다. 적어도 경기에 임하는 그 순간만은 없애야 한다. 비록 군대지만, 모든 포지션은 실력에 맞게 지정한다. 짬밥이 높다고 자신이 원하는 위치만을 고수할 수 없다. 이제부터는 군대스리가가 아니다. 비록 너희들은 군대스리거지만, 우리가 보여줄 축구는 군대스리가가 아닌, 진정 군인정신으로 뭉친 최고의 축구팀이어야 한다.”

하사의 말에 세령은 그의 말을 자르며, 다시 한 번 확고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순간 그들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이내 연동훈의 눈빛 한 방으로 그들의 표정은 다시 펴지고 있었다.

“불만도 있을 것이고, 즐거운 일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선택을 했으면, 적어도 겪어는 봐야 할 것 아니야!”

세령은 인상을 구긴 두 하사관을 보며 소리쳤다. 그리고 연동훈과 이민우의 날카로운 시선도 두 하사관을 향해 집중되었다.

“여…….열심히 하겠습니다.”

마지못해 나온 답변 같았다.

세령은 두 하사관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잠시 동안 그들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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