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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39화 (3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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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중사 연동훈. 앞으로 이세령 소위님을 따라 국방부 소속 전투축구단 수석코치로 임명되었음을 보고합니다. 충성!”

“뭐!”

세령은 진정 놀란 눈으로 그를 다시 보았다. 사고뭉치 소대의 보스였던 그가 제대한 후 또 다시 군복을 입고 세령앞에 선 것이었다.

“정말…….말뚝 박은거야?”

세령은 지난 날 자신이 한 말을 떠 올리며 물었다. 농담으로 던진 그 한마디에 연동훈은 진심으로 군대에 말뚝을 박아버린 것이었다.

“제대하고 집에 갔는데, 소대장님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서 말입니다. 악몽도 그런 악몽은 없었습니다. 해서…….어차피 겪는 악몽이라면, 차라리 현실에서 겪자고 여겨 하사관 지원하였습니다.”

세령은 다시 그를 보았다. 천천히 맺히고 있는 눈물이 보였다. 짧았지만, 많은 추억을 던져준 장본인을 다시 앞에서 보니,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제가 꼴찌입니까?”

연동훈을 보며 감격에 젖어 있을 때, 또 다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세령은 천천히 몸을 돌렸고, 보고 싶었던 또 하나의 인물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충성! 중사 이민우. 어찌하다보니 이렇게 다시 왔습니다.”

이민우였다. 움직이는 것을 그 어떤 것보다 싫어하던 인물이, 군대를 다시 왔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두 사람의 행동이었지만, 세령은 마음 속 깊이 함박웃음이 절로 지어지고 있었다.

“연동훈! 이민우!”

세령이 이민우를 보며 연동훈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격하게 안아주려 할 때, 체육부대장의 우렁찬 목소리가 두 사람을 부르고 있었다.

“중사 연동훈!”

“중사 이민우!”

두 사람은 곧 몸을 돌려 체육부대장에게 경례하였다.

“늦지 않게 잘 도착하였군. 어떤가? 이 소위. 이 두 놈이 함께 한다면, 결코 힘든 여정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세령은 체육부대장의 말을 들은 후, 다시 연동훈과 이민우를 보았다.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서로를 너무나 많이 알게 된 세 사람. 그리고 이 두 사람이 제대할 때, 세령은 부대를 나서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결국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입니까? 제대한 이놈들이 어째서 다시…….”

“이 두 놈에게 다시 군복을 입히는 것이 의외로 쉽더군.”

세령은 눈동자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물었고, 체육부대장이 두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냥 전화해서 딱 한마디만 하였더니, 자진해서 군복을 입었지.”

“그게…….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너희들이 다시 오지 않으면, 너희 소대장은 아주 힘든 군 생활을 하게 될 것이고, 자칫…….불명예제대를 할 수도 있다…….라고 했지.”

“네!?”

체육부대장의 말에 세령은 놀란 눈을 한 채 답했다. 두 사람을 다시 부대로 들어오게 하기 위하여, 아예 없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두 놈을 다시 보니 좋지 않아?”

거짓으로 젊은 두 사내에게 다시 군복을 입힌 것은 용서하기 싫었다. 하지만 보고 싶었던 두 놈을 다시 보게 해 준 것으로 용서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자! 이제 모두 모인 듯하니, 정식으로 창단식을 하기 위하여 준비하고, 이 소위는 지금 즉시 행정반으로 나와 함께 간다.”

“네 알겠습니다.”

체육부대장의 말에 세령이 답하였고, 세령은 연동훈과 이민우를 다시 본 후, 한 번 더 안아주었다.

“사내놈들 그리 안아주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 모습에 체육부대장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큰 아들과, 둘째아들이 집나갔다가 돌아왔는데, 따뜻한 밥은 못줘도, 따뜻한 어미의 품은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말은 청산유수군. 일단 연중사와 이 중사는 장병들 관리하고 있어, 만에 하나 물을 흐리는 놈이 있다면, 가차 없이 쳐 내도 무방하다.”

“알겠습니다! 충성!”

악마에게 진정한 검은색 날개를 달아주는 체육부대장의 말이었다. 말 듣지 않는 놈 내리치는 것은 연동훈이 최고였다. 단 한 번의 독한 눈빛으로 3소대에서 악마라 불렸으니, 그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체육부대장과 세령이 행정반으로 향한 뒤, 연동훈과 이민우는 몸을 돌려 장병들을 보았다.

모두가 멍하니 두 사람을 보고 있었고, 추강과 설태구, 용지현은 두 사람을 향해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연동훈과 이민우가 제대하기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 사람의 미소에 두 사람도 미소로 답을 주었다.

“정식으로 소개한다. 난 연동훈 중사며, 수석코치다. 앞으로 내 말은 곧 악마의 속삭임이 될 것이니, 악마에게 영혼을 내주기 싫다면…….말 잘 들어라.”

“아…….알겠습니다.”

“목소가 기어들어간다! 군바리 정신! 크게 답해라!”

“네! 알겠습니다!”

연동훈은 그들의 답을 들은 후, 미소를 지었다. 진정 악마와도 같은 미소를 지었다.

“난 중사 이민우다. 골키퍼 코치이며, 움직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내가 움직이며, 너희들의 곁에 다가서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라. 내가 직접 움직이며 다가서면…….그 놈은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연동훈과 비등한 공포를 단 몇 마디에 확실히 심어준 이민우였다.

장병들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고, 입가에 미소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1군 코치인 두 하사의 표정도 굳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새롭게 오는 수석코치와 골키퍼코치를 잘 구슬려 세령에게 힘든 군 생활을 보내게 하여, 자진하여 물러서도록 만든 후, 제대로 된 감독을 선임하도록 할 계획이었던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보다 진정한 힘이 될 두 인물이 그녀의 곁에 붙은 것이었다.

좌, 우 어느 한곳도 쉽게 칠 수 없는 막강한 보디가드 두 명이 생겨난 것이었다.

‘젠장…….꼬인다. 꼬여…….’

연동훈과 이민우의 미소와는 달리, 장병들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한 장병은 땅을 향해보며 인상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자! 그럼 이 참에 대한민국 63만 장병들을 대표하여 이곳에 모인 너희들의 축구 실력이나 한 번 볼까.”

연동훈은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장병들을 향해 말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듯 한 표정처럼 짓고 있지만, 보는 이들의 마음은 절대 환하지 않았다.

“뭣들해! 움직여!”

자신의 말을 듣고도 가만히 서 있는 그들을 향해 연동훈의 큰 목소리가 들렸고, 그 순간 깜짝 놀란 장병들은 후다닥 움직이며, 축구공을 가지고 다시 연동훈의 앞에 섰다.

“추강. 설태구. 용지현.”

“이병, 추강.”

“이병, 설태구.”

“이병, 용지현.”

모두가 서 있는 가운데, 연동훈은 세 명의 이름을 호명하였고, 그 즉시 관등성명을 말하며 한 발 앞으로 내딛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감격의 포옹은 잠시 후에 하겠다. 그러니 서운하더라도 참아라.”

“아…….아닙니다.”

연동훈의 말에 당황한 세 사람이었다. 결코 그의 입에서 나올 만한 느끼한 멘트는 아니었다. 지난 날, 악마의 표정을 생각하며, 조금 전, 그 말을 매치시키니, 더욱 더 이해가지 않는 순간이었다.

“지금부터! 너희들의 모든 정신 상태를 초기화시키고, 새로운 시스템을 주입시키겠다! 각오 단단히 해 둬라!”

연동훈의 폭탄선언과도 같은 말을 들은 후, 장병들의 표정은 진정으로 짐 싸서 자신들이 있던 부대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듯 한 표정이었다.

체육부대장과 함께 체육대대 행정반으로 들어선 세령은 멍하니 선 채, 자신의 눈앞에 보인 광경을 보고만 있었다.

“충성!”

멍하니 서 있는 그녀와는 달리, 체육부대장이 힘찬 목소리로 경례하였고, 그 때야 세령도 얼떨결에 손을 올려 경례하였다.

“많이 당황한 모양이군.”

그리고 들려오는 굵직한 목소리. 군복이 아닌 사복 정장을 입고 서 있는 한 사내의 말에 세령은 경례한 손을 내리지도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천하의 이세령 소위가 이렇게 긴장해서야 되겠나.”

“아…….아닙니다. 국방장관님.”

세령의 눈앞에 보인 인물은 군인들의 수장. 바로 국방부장관이었다. 그는 정장차림으로 서서, 세령을 향해 웃음을 보이며 말했지만, 세령은 머릿속이 온통 하얀 백지가 돼 버리는 듯하였다.

“딸꾹.”

이윽고 최고조의 긴장에서나 나온다는 딸꾹질까지 나오고 말았다.

“이거 안 되겠는데. 이 소위에게 물 한잔부터 주게나.”

일반인이라면, 국방부장관이라도 그냥 사람이다. 고위직 인물이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그들을 앞에 두었다고 목이 타는 듯 한 긴장감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군인은 다르다. 군인들의 수장인 국방부 장관을 바로 앞에서 보면, 관등성명은 물론이며, 심지어 자신의 이름마저도 까먹는 것이 군인이다.

그리고 당찬 여전사인 세령도 어쩔 수 없었다.

잠시의 긴장감을 흘려보내기 위하여, 국방부장관은 세령에게 그 어떤 말도 걸지 않았다. 그리고 체육부대장과, 정책기획관이 세령의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 되었는가?”

다시 국방부장관이 세령을 보며 물었다. 하지만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국방부장관에게 익숙해졌다 하여도, 그 곳에는 참모총장은 물론, 대한민국 국방부의 별이란 별은 거의 다 모여 있는 듯 보였다.

무수히 많은 별들 앞에서 다이아몬드 하나를 반짝거리고 있는 여인은 마치 거대한 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자신 앞으로 밀려 내려오는 듯 한,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래서야 창단식 축하 인사라도 전할 수 있겠는가? 어쩔 수 없는 듯하니, 일단 자네들은 행정반을 나가 있게나,”

국방부장관의 임시 처사였다. 수많은 별들을 앞에 두고 있어, 긴장감이 가시지 않는 것이라 여겨, 행정반에 있던 참모총장은 물론, 머리에 반짝거리는 별을 달고 있는 모두를 행정반에서 나가도록 하였다.

이는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였다. 다이아몬드 하나로 인하여, 장성들이 움직이는 꼴이니, 자존심에 스크래치는 팍팍 가는 것이었다.

“이제 좀 편한가?”

모든 장성들이 나간 후, 국방부 장관이 다시 물었다. 이제 주위에는 몇 번 보아서 안면이 있는 정책기획관과 체육부대장만이 남아 있었다.

“죄…….죄송합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군인들의 세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말 더듬이었다. 하지만 진정 자신 앞에 자신이 속한 소속의 수장이 노려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 어떤 인물이라도 떨지 않을 수 있을까. 세령은 그저 현실적인 반응이 스스로 찾아온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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