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38화 (38/163)

00038  히든리거  =========================================================================

“충성!”

네 명을 태운 차량은 어느새 경북 문경에 위치한 국군체육부대 정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위병소를 지키던 사병들의 우렁찬 경례소리에 네 명은 모두 차창 밖을 보았다.

그리고 곧 넓은 운동장이 보였다. 잔디까지 아주 곱게 깔려 있었다.

오로지 국군전투축구단을 위하여 모두 만들어 둔 듯 보였다. 월드컵도 치를 수 있을 정도의 규격과, 최상급의 잔디까지. 지금까지 전혀 느껴보지 못하였던 특급 대우였다.

차량이 정차하였고, 네 사람이 내렸다. 그리고 그 네 명 앞에는 이미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던, 정책기획관과 국군체육부대장이 있었고, 몇 장교들도 함께 서 있었다.

“전진!”

세령은 차량에서 내린 후, 세 명의 이등병을 정렬 시켰다. 그리고 곧 자세를 잡아 경례하였다.

“그래. 오느라 고생했네. 그리고 이제부터 경례구호는 충성으로 통일하게나. 자네가 1사단 출시이지만, 이제부터는 국방부 소속이네. 즉. 그 어떤 사단에 속한 장교가 아닌, 오로지 국방부 직할 장교임을 명심하게.”

“네 알겠습니다.”

“자네들도 마찬가지네. 이제부터 국방부 직할소속이니, 모든 것을 다 바꾸게나.”

“네 알겠습니다!”

세령에 이어, 세 명의 이등병에게도 말했다. 정책기횐관은 곧 그들의 앞에 선 뒤, 일일이 악수를 청하였고, 그 뒤로 국군체육부대장과, 몇 장교들이 모두 악수를 청하였다.

“이미 다른 선수들과 코치진은 어제 모두 들어왔네. 특별히 사령관님의 부탁으로 자네들만 오늘 아침에 들어오는 것으로 해 둔 것이네.”

간단한 신고를 받은 뒤, 정책기획관은 네 명을 데리고 축구장으로 향하며 말했다.

위병소를 통과 할 때는 빈 축구장이었다. 하지만 간단한 신고를 마친 뒤, 축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몇 인물들이 공을 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육, 해, 공 모든 곳에서 차출된 인물들입니까?”

세령은 그들을 본 후, 정책기획관에게 물었다.

“대한민국 63만 군 장병들 중에서 선출한 인물들이네, 말 그대로 축구에 미쳐 있는 놈들이라 할 수 있지. 군인이 아니면, 진정 프로축구 선수가 될 놈들도 있더군.”

정책기획관의 말을 들은 후, 세령은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세 명의 이등병은 달랐다. 마치 심장이 살을 뚫고 나올 것처럼 요동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곧 축구장에 도착하였다.

지금까지 용지현이 가장 큰 키를 가진 인물이라 생각하였던 세령의 눈에는 용지현보다 더 큰 몇 사람도 보이고 있었다.

우락부락한 체격을 가진 인물들도 있었고, 설태구처럼 야윈 몸을 지닌 인물들도 보였다. 하지만 추강처럼 육중한 몸을 지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늘부터. 자네가 이끌어야 할 자식들이네.”

정책기획관도 세령을 잘 알고 있었다. 소대원을 소대원이 아닌 자식으로 생각하며 대하였던 그녀였기에, 새롭게 생겨난 자신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말에 세령은 고운 잔디위에서 축구공을 다루고 있는 그들을 보았다.

“모두 집합!”

곧 국군체육부대장의 힘찬 목소리에, 축구장 위에 있던 모든 장병들이 일제히 달려왔다.

그 모습은 딱 군바리였다. 그것도 마치 조교들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단 한마디에 모두가 정렬하고 선 채, 가장 선임으로 지정된 장병이 경례하였다.

“뭐하나. 이제부터는 이들의 경례를 가장 먼저 받아야 할 인물은 자네네. 경례를 받고, 모두를 맞이하게.”

그의 경례를 정책기획관이나, 체육부대장이 받지 않았다. 체육부대장은 세령을 향해 말한 뒤, 그녀를 앞쪽으로 내 세웠고, 선임 장병은 몸을 돌려, 그녀를 향해 섰다.

세령은 그의 경례를 받은 후, 모두를 향해 보았다.

지금까지 봐 왔던 3소대원들과는 확연히 달라보였다. 마치 특전사를 앞에 두고 있는 듯 한 느낌이었다.

간단하게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세 명의 이등병도 그들과 함께 섰다. 세령의 옆으로 하사관 두 명이 서 있었다. 이들은 코치진이었다. 이들 역시 군인이지만, 축구에 미친 존재들이라 할 수 있었다.

“코치진은 총 네 명입니다. 수석코치와 1군 코치 두 명, 그리고 골키퍼 코치진입니다.”

세령의 시선이 두 명의 하사관을 향해 있을 때, 앞쪽에 선 하사관이 자신을 보고 있는 그녀에게 묻지도 않은 설명을 하였다.

“다 알아. 난…….왜 네 명의 코치가 있어야 하는데, 두 명밖에 보이지 않는가를 묻고 싶은 거야.”

세령은 그의 말을 들은 후, 자신이 그들을 본 이유를 말했다.

“그게…….저희 두 하사관은 1군 코치입니다. 그리고 수석코치님과 골키퍼 코치님은 지금 오고 있는 중입니다.”

“뭐? 이놈들이 빠져가지고. 감독인 내가 이 자리에 와 있는데, 코치라는 놈들이 아직 안와?”

세령은 이미 자신이 감독이며,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과 초기 기 싸움이라 여겼다. 그래서 더욱 더 강한 어조로 말하고 있었고, 코치진은 모두 하사관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더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모두. 간단히 몸부터 풀고 있어, 아직 정식 창단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훈련은 창단식 이후에 본격적으로 한다.”

세령은 선수들에게 말한 뒤, 정책기획관과 국군체육부대장이 있는 축구장 한쪽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코치 두 명이 그녀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너희들 코치잖아. 내 곁에 있지 말고, 선수들을 봐야지, 가르칠 것이 있으며 가르쳐야 할 것 아니야?”

그녀의 뒤를 따르던 두 명의 하사관은 곧바로 몸을 돌려 선수들을 향해 달려갔다.

“새로운 자식들을 맞이한 기분이 어떤가?”

“아직 실감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곧 실감 날 듯합니다. 그 보다…….이런 큰 운동장을 언제 마련하신 것입니까?”

세령은 체육부대장의 말에 답한 뒤, 곧 시선을 돌려 운동장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운동장은 상무 팀이 사용하는 운동장이네.”

“네? 그럼 저희들도 상무 팀과 함께 훈련을 해야…….”

“아니네. 미리 말하지 않았나, 자네가 맡은 팀은 상무와 별개네, 비록 모두가 국방부 소속이지만, 자네들은 이곳에서 창단식을 가진 후, 필요한 몇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곧 다른 곳으로 모두 이동할 것이네.”

국군체육부대에서 시작 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체육부대장의 말처럼, 이곳에는 상무가 있다. 이미 K리그 클래식에 올라있는 팀이 있기에, 한 구장에서 두 개의 팀이 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어디로 가는 것인지…….”

“그건 차차 알게 될 것이네. 뭐…….대충 언질을 해 주자면, 하나의 모체에 두 개의 팀이 다른 연고를 두고 경쟁한다고 할까.”

“K리그 클래식의 전북과 울산처럼 말입니까?”

체육부대장의 말에 세령은 현재 K리그 클래식에 소속되어 있는 전북과 울산을 말하였다. 이 두 곳은 한 모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으로 연고를 달리하고 있는 팀이었다.

“자세한 것은 차 후, 알려주겠네. 그러니 당분간은 이곳에서 자식들을 잘 관리해보게나.”

정책기획관이 그녀의 물음에 답한 뒤, 곧 운동장을 벗어나기 시작하였고, 세령은 두 사람의 뒤를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젠장…….여자가 감독이라 편하게 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독종이군…….젠장.”

두 장성이 운동장을 벗어난 뒤, 멍하니 서 있는 그녀를 보며, 한 장병이 말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만나자마자, 불만이 생겨버리는 상태였다.

한 사람의 투덜거림은 곧 몇 명의 투덜거림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는 추강과 설태구, 용지현의 귀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자신들마저 매섭게 노려보는 그들에게 뭐라

“모두 휴식. 한 쪽으로 모여.”

곧 하사관은 장병들 모두를 집합시켰고, 세령이 서 있는 곳과는 정 반대의 구석으로 모두를 끌고 이동하였다.

“억울해도 참아. 너희들이 공차자고 온 것이잖아. 그러니 여자가 감독이라도 그냥 참아. 그리고 정 꼴 보기 싫으면, 그냥 전 패를 해버리면 감독은 잘리지 않겠어?”

한 명의 하사관은 아예 드러내놓고 세령의 험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렇지. 모든 경기를 져 버리면, 저 기세등등한 여자감독은 안 봐도 돼지!”

그리고 곧 그들의 뒤로 악마의 음성과도 같은 목소리가 들렸고, 모두가 그를 향해 보았다.

중사의 계급. 큰 키. 매서운 눈매. 외모와 딱 맞는 체격. 그는 축구장 구석에서 세령의 험담을 늘어놓고 있는 그들의 뒤에 서서,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고, 곧 추강과 용지현, 설태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진!”

세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동안 그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향해 밝은 표정을 지으며 경례하였다.

전진이란 경례구호를 사용한 세 사람. 그 세 명의 앞에 선 인물은 연동훈이었다. 그는 제대 후, 곧바로 하사관 지원을 하였고, 군 시절 호봉수가 인정되어 중사계급을 얻은 채,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세 명의 힘찬 경례 구호에, 반대편 구석에 있던 세령이 몸을 돌려 그 곳을 보았다.

“누구한테 경례를 한거야?”

세령은 홀로 중얼거린 뒤, 천천히 반대편 구석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저 세 놈만 군인이고 나머지는 민간인이야? 상급자의 계급을 보면 자연스럽게 경례가 나와야 정상 아닌가?”

연동훈의 악마와 같은 음성이 다시 들리자, 자리에 앉아 있던 장병들과 하사관 두 명이 자세를 잡고 그에게 경례하였다.

“한 팀이 되고자, 서로 다른 곳에서 생활하던 장병들이 모였다. 당연히 불협화음이 있겠지. 하지만 그 선택은 너희들이 한 것이다. 스스로 선택하고도 불만을 나타낸다면, 당장 짐 싸서 나가라. 그런 놈은 필요 없다.”

역시 연동훈의 악마본능은 죽지 않았다. 단 한 번에 자신의 성격을 모두에게 알리는 그였다.

“큰 아들!”

잔득 어깨에 힘주며, 악마의 눈빛을 보내고 있던 그의 뒤로, 세령의 큰 목소리가 들렸고, 연동훈은 그 순간 인상을 구기며, 머리를 숙였다.

‘덥석’

“!!!”

머리를 숙이고 있던 그의 뒤로 세령이 다가와 격하게 안은 뒤, 머리를 마구잡이로 쓰다듬자, 그 곳에 있던 모든 장병들이 놀란 눈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제발…….좀! 이런 것은 고치라 하지 않았습니까!”

“시끄러 이놈아! 헤어졌던 큰 아들을 다시 만났는데, 이 정도는 기본이지!”

역시 연동훈의 말은 그녀에게 들어가지 않았다. 여전히 그녀의 자그마한 손은 그의 머리를 마음껏 쓰다듬고 있었고, 기강을 잡기 위하여 처음에 보여주었던 악마의 표정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장병들은 연동훈을 보며 놀랐지만, 그런 악마본능을 보여준, 연동훈을 아무렇지 않게 쓰다듬는 세령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런데.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나 보고 싶어서 온 거야?”

세령은 연동훈의 앞으로 서서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리고 잠시 동안 두 사람은 가만히 있었다.

“너…….계급이…….”

바로 연동훈의 모자에 달린 계급을 본 것이었다. 병장으로 제대하였던 그가, 중사의 계급을 달고 자신 앞에 서 있는 것이 적응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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