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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33화 (33/163)

00033  히든리거  =========================================================================

세령은 공을 몰고 골대를 향해 움직였다. 그녀가 패스를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화기소대원들은 쉽게 그녀 앞으로 다가서지 못하였다.

앞으로 다가서면, 다가선 인원이 있었던 곳에 공간이 생기고, 그 자리에 누군가 파고들면, 패스는 이루어지며, 골대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12중대 화기소대는 체계적이었다.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에게 무턱대고 붙는 경우가 없었다.

군대에서는 이 역할을 이등병이 하지만, 화기소대는 달랐다. 세령의 앞에는 두 명의 이등병이 있지만, 그들은 세령을 향해 달려가기보다는 연동훈과 지동현, 추강을 먼저 견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쉽지 않네.”

그녀는 마땅히 공을 연결할 곳을 찾지 못했다. 이미 세 명에게 수비가 모두 붙었고, 곧 자신에게도 전방 공격수가 수비로 가담하여 다가서고 있었다.

세령은 골대를 보았다. 거리는 약 13미터 정도, 다이렉트로 슛을 때리면 골키퍼나, 기타 수비에게 맞을 확률이 높았다.

‘펑’

그리고 곧 화기소대 공격수가 수비가담으로 자신의 가까이 다가왔을 때, 그녀는 골대를 향해 인사이드킥으로 공을 감아 올렸다.

결코 빠르지도 않은 공은 골대를 향해 뉘엿뉘엿 날아갔고, 모두의 시선이 그 공에 집중되었다.

‘팅!’

또 다시 골대를 명중시켰다.

“연동훈! 뛰어 올라!”

그 순간 세령이 외쳤고, 연동훈은 자신에게 붙은 수비수를 훼이크로 따돌린 뒤, 곧바로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는 공을 향해 뛰어 올랐다.

골대를 맞은 공은 약간 위로 퉁겨져 올라간 뒤, 골키퍼와 연동훈의 사이쯤에 떨어질 것 같았다.

‘콰당!’

“연동훈!”

연동훈의 점프력이 아무리 좋다하여도, 두 팔을 위로 치켜세우며 뛰어오른 골키퍼를 넘지는 못한다. 그로 인하여 공중에서 골키퍼와 충돌이 일어난 연동훈이 연병장에 강하게 떨어지며 쓰러졌고, 그 옆으로 골키퍼도 쓰러졌다.

‘삐~익!’

그 순간 작전장교가 휘슬을 불렀다.

후반전을 끝내는 휘슬이 아니었기에, 어느 쪽의 반칙인지가 관심사였다.

“괜찮아? 연동훈.”

하지만 세령에게는 연동훈만이 관심사였다. 바닥에 내리 꽂히듯 넘어진 연동훈은 어깨를 부여잡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의무장교님!”

세령은 소재은을 크게 불렀고, 소재은은 의무병과 함께 연병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작전장교님. 파울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엄연히…….”

“조용히 해. 지금 부대원이 다쳤는데, 그게 중요해!”

화기소대장이 작전장교 옆에서 어필하였지만, 작전장교의 매서운 눈빛과 함께, 저음의 묵직한 음성은 그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어깨가 빠진 것 같아. 일단 의무대로 데리고 갈게.”

충돌 후, 떨어질 때, 어깨를 다친 모양이었다.

소재은은 세령에게 말한 뒤, 연동훈을 부축하여 연병장을 나섰다.

세령은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고, 연동훈은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3소대장! 경기 중에 어디를 가나!”

연동훈이 걱정되어 따라 움직인 것이 그만, 골라인 바깥쪽까지 나가버렸다. 작전장교가 큰 소리로 부르자, 그녀는 작전장교를 본 뒤, 다시 연동훈을 보았다.

“쉬어.”

그리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 뒤, 작전장교 앞으로 갔다.

“조금 전 파울은 골키퍼 차징이다. 즉…….연병장의 반칙이야.”

화기소대장은 미소를 지었다. 반면에 3소대원들의 표정은 구겨졌다. 하지만 세령은 그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또 다시 연동훈에게 향하였다.

“경기…….포기 할 참이야?”

멍하니 있는 그녀에게 작전장교가 물었다.

“아닙니다. 끝까지 하겠습니다.”

한 명이 빠진 3소대는 다른 대체인원을 들여보내야 하였다.

“작전장교님.”

“왜 그러는가?”

“저희 3소대의 인원이 없습니다. 면회자에 근무자를 빼면, 12명입니다. 그러니…….조금 전 교체 아웃된 이민우 병장을 다시 들어오게 할 수 있습니까?”

어쩔 수 없었다. 3소대는 인원이 부족하였다. 작전장교는 잠시 생각을 한 후, 골라인 외부에 서 있는 이민우를 보았다.

그리고 휘슬을 불며, 그를 들어오라 손짓하였다.

“화기소대장. 괜찮지?”

“상관없습니다. 연동훈 보다야 이민우가 더 상대하기 수월합니다.”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실력으로 보나, 뭐로 보나, 연동훈보다 한 수 아래가 이민우였다.

연동훈이 빠지면서 중앙에 세령이 섰다. 그녀는 몸을 돌려 3소대원을 보았다. 조금은 지쳐 보이는 눈빛들. 조금 전 일어난 충돌로 연동훈이 빠지면서, 이들의 기운도 함께 빠져나가는 듯 보였다.

“젠장! 군바리 정신이다! 우승하면…….너희들 유격훈련 때, PT 8번. 단 한번만 하고 넘겨준다!”

세령의 말에 3소대원의 표정이 변하였다. 하지만 이민우와 지동현의 표정은 어이가 없는 듯 한 표정이었다.

비단 두 사람만 어이없어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모든 군 간부와 짬밥 좀 되는 장병들은 모두 어이없어 하였다.

하지만 이등병이나, 일병 중, 아직 유격훈련을 뛰지 않은 장병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그 만큼 유격훈련의 PT8번은 뱃가죽의 잔 근육마저도 모두 긴장하게 만들 최고의 유격체조훈련이었다.

“여전히 맹랑하군.”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너털웃음을 지어며 말했다.

그 어떤 경우에서도, 중환자가 아니고서야 유격 열외는 꿈도 못 꾼다.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이민우마저도, 유격에서는 열외가 없었다.

잠시 중단되었던 경기가 재개되었고, 화기소대는 공을 천천히 돌리고만 있었다.

“우우우우우”

화기소대의 공 돌리기에 민간인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이제 남은 시간은 거의 7분 여 정도, 그 시간만 잘 버티면 화기소대의 우승이었다.

“저 딴 야유에 귀 열지마라. 우승하면 휴가증이 다섯 장이다. 적어도 다섯 놈은 집에 간다. 그러니 저 딴 야유에 현혹되지 마라.”

화기소대장은 야유로 인하여, 작전이 무너질 것을 염두하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역시나 휴가증의 위력은 대단하였다. 계속되는 야유 속에서도 그들은 공을 차분하게 돌렸다.

“이민우와 지동현은 앞으로 전진만 해. 추강! 넌 내 뒤를 따라 저 공을 뺏는다!”

세령은 이민우와 지동현을 양 사이드에서 더 오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중앙으로 다가서며, 공을 돌리고 있는 소대원의 중앙으로 뛰어 들어갔다.

화기소대는 그녀가 계속하여 이리저리 뛰고 있는 것을 즐기는 듯하였다. 이쪽으로 공을 보내고, 다가서면, 다시 다른 쪽으로 공을 보내, 그녀를 계속하여 돌리고 있었다.

“사내자식들이 쪼잔 하게 그게 뭐야!”

그러다 한 민간인의 큰 목소리에 화기소대장의 표정이 굳어졌고, 곧 그 민간인을 향해 달려갈 듯, 노려보았다.

“헉 헉”

지칠 것 같지 않았던 세령의 호흡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그녀의 거친 호흡에 이민우가 표정을 구기며, 중앙으로 달려들었고, 지동현도 곧바로 공을 뺏기 위하여 달려들었다.

“뭐야! 갑자기 이러면!”

화기소대장은 양 사이드에 있던 두 사람이 갑자기 정중앙으로 빠르게 다가서자 당황한 듯, 공을 다시 옆으로 밀었고, 그 공을 받은 화기소대원은 자기 진영에 이미 세령과 이민우, 그리고 지동현이 떡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시선을 돌려 상대진영을 보았다.

그리고 툭툭 차며 빠르게 오르기 시작하였다.

“뭐해! 우리 아군이 모두 밑에 있는데 혼자 올라가서 뭐하는 거야!”

그의 돌발 행동에 화기소대장이 소리쳤고, 곧 그의 앞으로 설태구가 빠르게 다가섰다.

‘촥!’

역시 설태구였다. 그의 발아래에 있던 공을 눈 깜짝 할 사이에 낚아채듯 빼앗은 후, 곧바로 전방을 보았다.

하지만 중앙에 모두 몰려 있는 것이 역습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다시 빠르게 각기 자리로 이동한 이민우와 지동현이었지만, 이미 설태구의 앞으로 화기소대원 두  명이 달라붙었다.

설태구는 전방으로 공을 뿌려줄 공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시선을 뒤로 돌렸고, 용지현을 보았다.

그리고 백패스로 용지현에게 공을 돌렸다.

모두가 의아해했다. 천하의 설태구도 공간이 보이지 않아 패스를 하지 못한 상황에 공을 골키퍼에게 전달하니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용지현은 설태구가 패스해 준 공을 발로 잡은 뒤, 전방을 주시하였다.

“길게 한 방 먹여!”

이등병 나부랭이가 경기하며 내 뱉을 말은 아니었다. 설태구는 용지현에게 큰 소리로 말했고, 그의 말에 화기소대는 놀랐지만, 세령은 미소를 지었다.

“이민우와 지동현, 그리고 추강까지 오른다!”

“뭔소리야!”

세령의 갑작스러운 공격 신호에 당황한 인물은 화기소대장이었다. 제 아무리 킥력이 좋다고 하여도, 전문 프로선수가 아니고서야, 여기까지 공을 차는 것도 벅차보였고, 만에 하나 넘어온다고 하여도, 자기편의 발 앞에 공을 떨어뜨려 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펑!’

하지만 용지현이 바닥에 두고 차 올린 공은 중앙선을 지나, 화기소대장의 머리 위마저도 지났고, 화기소대진영 정 중앙에 떨어진 뒤, 다시 높게 원바운드 되어 퉁겼다.

세령이 재빨리 움직여 또 다시 바운드 되는 공을 정확하게 컨트롤하여 잡아낸 뒤, 멍하니 서 있는 화기소대장을 지나치며, 달려오고 있는 추강에게 뒤로 패스해 주었다.

‘펑!’

거리는 약 20미터 정도, 추강은 육중한 몸을 이끌고 자신에게 굴러오는 공을 그대로 찼다.

‘팅!’

“젠장!”

또다시 공은 골대를 강타하였다. 벌써 결승전에서만 3번째 골대 강타다. 그리고 민간인들이 더 안타까운 듯 소리쳤다.

‘펑!’

공은 아직 골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다. 골대를 맞고 왼쪽으로 흐른 공은 이민우를 향해 떨어졌고, 이민우는 왼쪽에서 그대로 다시 슛을 때렸지만, 또 다시 골대 강타였다.

“미치겠네.”

이번에도 민간인이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오히려 당사자보다 더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그들이었다.

공은 또 다시 골라인을 벗어나지 않은 채, 세령에게로 떨어졌고, 세령은 다시 골대를 향해 시선을 준 뒤, 슛 할 자세를 취하였다.

“어림없지.”

그녀가 슛할 타이밍에 맞춰, 화기소대장이 발을 뻗었고, 그녀가 공을 차는 순간에 화기소대장의 근육진 다리도 공 가까이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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