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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31화 (31/163)

00031  히든리거  =========================================================================

연동훈의 화려한 개인기에 4대대에는 아주 큰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화기소대장과 소대원은 멍한 눈으로 공을 끌고 침투하고 있는 연동훈의 뒷모습만을 보고 있었다.

“저 놈이 원래 저리 공을 잘 찼나?”

심지어 15중대의 각 소대장들도 그의 놀라운 발재간을 처음 보았다.

당연히 그 동안 단 한 번도 연동훈에게 공차 자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 그의 숨겨진 실력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서재호는 멍한 눈을 깜빡거리지도 않았고, 강찬호는 자신의 옆에 있는 막걸리를 집어 들었다.

“내려 놔.”

그러자 곧바로 의무장교 소재은이 그의 손목을 툭 치며 말했다.

연동훈의 플레이에 넋을 잃어, 그 순간 심한 갈증을 느낀 탓에 제대로 보지도 않고, 사발을 들어 올린 것이었다.

“들어가라 지동현!”

절대 열릴 것 같지 않았던, 화기소대의 진영이 열리고 있었다.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따라 빠르게 움직이고 있던 지동현에게 외쳤고, 그는 그 즉시 자신을 개인마크하고 있는 화기소대원을 따돌린 채, 침투하였다.

그의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에 맞추어 연동훈의 발끝을 떠난 공이 정확히 지동현의 발끝으로 자석처럼 다가와 붙었고, 지동현은 골대를 향해 시선을 돌린 뒤, 그대로 센터링을 차 올렸다.

“너무 긴데…….”

민간인의 말처럼, 그 공은 골대 앞을 더 지나쳐가고 있었다.

“어라…….”

하지만 곧바로 길게 올려진 센터링에 대한 이해가 왔다.

이민우였다. 화기소대 진영, 골대 앞으로 들어가던 연동훈을 지난 공은 반대쪽에서 빠르게 침투하고 들어선, 이민우에게 향하였고, 이민우는 공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강하게 밀어 찼다.

‘팅!’

“젠장!”

“흐미! 아까비라!”

이민우가 격하게 말을 뱉었고, 그를 대신하는 듯, 민간인석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퍼져나왔다.

“놀랐다…….연동훈.”

골대를 강타하며 공은 라인 밖으로 나갔고, 골킥이 선언되었다.

화기소대장은 다시 자기진영으로 움직이고 있는 연동훈이 자신의 옆을 지나쳐 갈 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 그의 축구 실력에 감탄한 그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적이기에 칭찬은 딱 거기까지였다.

“아직…….끝나지 않았습니다.”

연동훈은 그의 말에 답한 뒤, 그대로 자기 진영으로 움직였고, 화기소대장은 연동훈과 지동현. 그리고 이민우를 한 번씩 훑어보았다.

정확히 공격편대를 이루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각도까지 측정한 후, 움직이는 최고의 조합으로 보였다.

“젠장! 전반전 끝나기 전에 3소대의 기세를 꺾어버리자!”

마냥 감탄만하고 있을 수 없었다. 화기소대장은 큰 소리로 외쳤고, 다시 화기소대의 공격이 이어졌다.

“이민우. 넌 네 자리를 지켜라. 지동현! 수비에 가담한다!”

연동훈이 화기소대의 공격을 저지하려 먼저 움직였고, 곧 이민우와 지동현에게도 각기 임무를 주었다.

연동훈의 말에 이민우는 천천히 수비 진영으로 내려오다 멈췄고, 지동현은 빠르게 수비에 가담하기 위하여 움직였다.

화기소대장이 역시 중앙에 있었고, 양 사이드로 빠르게 네 명의 화기소대원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물이 촘촘하다고, 그 그물 속에 모든 고기가 걸리지는 않는다.”

화기소대장은 이민우를 제외하고 모두 수비로 전환한 듯, 빠르게 내려온 3소대를 빗대어 말했고, 연동훈은 그와 바짝 붙어 그의 발에 있는 공을 뺏고자 하였다.

“추강! 올라가!”

갑작스레 세령의 큰 목소리가 들렸다. 추강은 자신을 부른 세령을 보았고, 그 순간 그녀가 손가락으로 상대진영을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

“중앙이…….”

중앙이 비어있었다. 화기소대의 포백은 전진배치를 하지 않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이 일병과 이등병으로 구성된 포백은 처음 화기소대장이 지정해 준, 그 자리에 거의 서 있다시피 하였다.

그로 인하여,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화기소대의 공격진과 미들진이 모두 3소대 진영으로 들어와 있었다.

“추강. 올라가라.”

곧 연동훈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고, 추강은 자신의 앞 쪽에서 연동훈과 함께 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화기소대장을 본 후, 곧바로 앞을 향해 달렸다.

“뭐야!”

연동훈만 신경 쓰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땅이 내려앉을 듯, 쿵쿵 거리는 느낌을 전달하며, 추강이 다가서자, 화기소대장은 당황한 듯, 몸을 돌려, 양쪽 사이드를 보았다.

자신에게 공을 달라는 듯, 설태구가 있는 쪽에 위치한 소대원이 손을 들었고, 그 즉시 화기소대장은 몸을 한 번 회전시키며, 공을 낮게 뿌렸다.

발만 살짝 더 내밀었어도, 그의 앞을 지나쳐, 화기소대 진영으로 진격하던 추강의 말에 걸릴 뻔 하였지만, 걸리지 않았고, 추강 역시 아쉬웠지만, 멈추지 않고 상대진영으로 움직였다.

공은 오른쪽으로 빠르게 내려깔리며 굴러갔고, 화기소대원이 그 공을 잡으려 할 때, 설태구가 바로 낚아챘다.

“공을 기다리지 말고, 마중을 나오란 말이야!”

화기소대장은 자신의 패스가 짧았던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대원이 공을 마중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큰 소리쳤다.

설태구가 공을 잡자마자, 지동현이 빠르게 움직였고, 곧 이민우도 상대진영을 더 파고들었다.

“태구! 추강에게 넘겨줘!”

지동현과 이민우를 본 뒤, 연동훈의 큰 목소리에 중앙으로 뒤뚱거리며 달려가는 추강을 보았다.

그리고 여전한 패스실력으로 땅에 깔리며, 빠르게 굴러가는 공은 추강의 걸음에 맞추어 그의 앞으로 온 뒤, 서서히 속도가 줄고 있었다.

“그냥. 할 말이 없다.”

설태구의 패스는 모두의 말문을 막기에 충분하였다. 꽤 거리가 있었지만, 정확히 추강에게 패스 해 준 것도 놀라웠고, 딱 그의 앞에서 공의 속도까지 줄어들도록 하는 것은, 프로무대를 밟고 있는 선수라도 어려운 패스였다.

“빨리 수비에 가담해!”

화기소대장이 소리쳤다. 자신을 포함하여 이미 3소대 진영까지 넘어와 있는 인물은 다섯 명이었다. 골키퍼를 제외하면 수비를 보는 인물도 다섯 명. 하지만 추강의 뒤로 연동훈이 빠르게 따라붙고 있었고, 양 사이드로 지동현과 이민우가 진영을 파고들고 있었다.

추강은 육중한 몸으로 상대진영 중앙까지 침투하였고, 양 사이드를 보았다.

이민우의 곁에 한 명. 지동현의 곁에도 한 명의 수비수가 붙어 있었고, 자신 앞에 두 명의 수비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추강은 곁눈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본 후, 곧 자신의 뒤로 연동훈이 빠르게 붙고 있는 것을 보았다.

추강은 공을 앞으로 살짝 툭 밀어둔 뒤, 그대로 진격하였다.

“뭐…….뭐야!”

순간 모두가 놀란 눈들이었다. 공을 앞으로 살짝 밀어둔 뒤, 그 자리에 공을 버려두고, 추강 홀로 수비수 두 명을 향해 달려갔다.

어이없는 그의 행동에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 있었고, 수비수 두 명은 자신의 앞으로 그냥 달려오고만 있는 추강을 피한 뒤, 데굴데굴 굴러오는 공을 향해 달렸다.

“사람을 막아!”

그 순간 화기소대장의 큰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늦었다. 추강은 두 수비수를 아무런 방해도 없이 지나쳤고, 제자리에 두고 온 공은 수비수 두 명에 앞서 연동훈이 먼저 낚아챘다.

그리고 연동훈은 그 공을 잡지 않은 채, 그대로 툭 밀어서 앞쪽으로 전달해 주었고, 이미 수비수를 모두 지나쳐 온 추강 홀로 그 공을 편히 받았다.

“오프사이드! 오프사이드!”

화기소대장이 큰 소리로 어필하였지만, 작전장교는 휘슬을 불지 않았다.

그리고 그냥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젠장…….”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코너 끝까지 다가간 지동현을 마크하고자, 한 소대원이 그의 앞까지 따라붙어 있었다. 즉. 업사이드가 아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군대스리가에서 정식으로 업사이드란 판정을 내린 경기는 없을 것이었다.

골키퍼와 단 둘이서 마주한 상황이었다. 추강은 편히 받은 공을 끌고 한 발짝만 더 전진하였다. 그리고 상대 골키퍼는 슛 공간을 줄이기 위하여 앞으로 나섰다.

‘툭…….’

“하하하! 만세 골이네!”

조금 우스운 골이 나왔다. 추강을 향해 앞으로 움직였던 골키퍼는 몸을 낮춘 후, 공간을 줄였지만, 한 쪽의 공간은 줄이지 못하였다.

바로 하늘. 자신의 머리 위는 모두 오픈 한 채, 추강에게 다가섰고, 추강은 좌, 우를 보기 위한 제스처를 크게 한 뒤, 그의 머리 위를 넘기는 로빙슛으로 공이 편하게 골대 안으로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일명 만세 골이 나온 것이었다. 프로무대에서도 가끔 나오기는 하지만, 킥커가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쉽게 도전하지 않는 슛이기도 하였다.

“삐익!”

작전장교의 휘슬소리로 골이 인정되었다. 추강의 재치 있는 골로 1대1을 만드는 순간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울려 퍼지게 만든 골이었다.

그리고 자신에 의해 잃었던 한 골을 만회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휴…….다행이네. 그래도 전반 끝나기 전에 동점골을 넣었으니 말이야.”

세령보다 강찬호가 더 가슴을 쓸어내리는 듯 말했다. 그는 또 다시 손이 더듬거렸고, 그 즉시 소재은이 그의 손등을 쳤다.

갈증이 나는 것은 이해하지만, 먹지도 못하는 술을 계속 찾으니, 매를 맞는 것이었다.

“잘했어! 이대로 한 골 더 넣자!”

세령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곧 서재호가 자신의 손목시계를 그녀에게 보였다.

“전반전 끝이야. 그래도 3소대…….전혀 다른 놈들 같다. 어떻게 저런 실력들을 다 숨기고 있었던 거야.”

서재호는 세령에게 물었다.

“숨기려고 숨긴 재주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저 모두가 외면하니 자연스럽게 숨겨진 것입니다.”

알고 있는 답이었고, 자신이 왜 그런 물음을 했는지도 몰랐다. 괜한 물음으로 세령에게 한 소리 듣는 기분이었다.

“삐익~ 삐익~ 삐익~”

서재호의 말처럼 중앙선에 선, 화기소대가 공을 다시 차자마자, 전반전을 끝내는 휘슬소리가 울렸다.

화기소대는 표정이 굳어진 채로 막사로 들어섰고, 반대로 3소대는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막사로 돌아온 뒤, 세령을 향해 경례까지 하였다.

“잘했어 내 새끼들! 이대로만 하면, 우승컵을 안을 수 있다!”

세령은 가장 앞쪽에 선 연동훈을 보며 말했고, 곧 지동현과 이민우에게도 미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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