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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28화 (28/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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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공을 몰고 앞으로 나서자, 2소대 소대장이 앞으로 나서며 그의 공을 뺏기 위하여 움직였다.

하지만 추강은 그 즉시 공을 설태구에게 연결하였다.

마른 장작과도 같은 그에게 공이가자, 기다렸다는 듯 2소대장과 2소대 전방 공격수 한 명이 설태구에게 붙기 위하여 움직였다.

하지만 설태구의 발에 공은 오래 붙어 있지 않았다. 추강에게서 공을 받자마자, 전방을 본 뒤, 그대로 차 올렸고, 그 공은 정확히 세령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이런…….”

2소대장은 멍하니 자신의 머리 위를 지나, 세령에게 향하고 있는 공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세령의 발에 떨어진 공. 몇 번을 보았지만,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그의 정확성이었다.

공을 받은 세령은 그대로 빠르게 좌측을 파고들기 시작하였고, 그녀의 날쌘 움직임과, 화려한 드리블은 민간인들 중, 수많은 남성의 환호성을 자동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2소대 수비수가 그녀를 막기 위하여 움직였지만, 이미 그들을 지나친 후에 움직이고 있었고, 골라인 끝까지 몰고 온 뒤, 중앙을 향해 센터링을 올렸다.

‘철렁!’

두 번째 골. 세령의 센터링은 중앙에 있던 연동훈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고, 공은 정확한 타이밍에 몸을 띄운 연동훈의 머리에 맞은 후, 골망을 흔들었다.

스코어 2대0. 3소대를 알고 있는 모두는 지금까지의 이 모든 것이 환상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3소대가 축구연습을 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당연히 비밀리에 연습하였으니, 그들의 눈에는 그저 놀고먹은 3소대였을 것이다.

하지만 숨어서 연습한 결과는 모든 이들을 혼동에 빠뜨리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5분. 경기를 뒤집기는 어려웠다. 막강 화력을 지니고 있는 2소대였지만, 중원을 책임지며, 중앙 수비수 역할까지 하고 있는 추강이란 괴물을 뚫기가 힘들었고, 빠른 발재간으로 공을 뺏은 후, 정확한 센터링으로 아군에게 공을 연결하는 설태구를 감당하기도 힘들었다.

무엇보다 인간이라 볼 수 없는 철벽 수문장 용지현을 꺾을 자신이 없었던 2소대였다.

“삐익! 삐익! 삐익!”

경기는 끝났다. 이변은 이어졌고, 3소대는 결승에 진출했다.

모두가 기립박수였다. 민간인들 중, 사내는 모두 세령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녀의 앳된 외모에 볼륨감 있는 몸매, 그리고 예쁜 외모까지. 사회에 남은 미필 남성들을 군대로 몰리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는 세령이었다.

“남은 결승전은 중식 후,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대대원들은 막사에 준비된 중식을 드시고, 면회 오신 모든 분들도 맛있는 식사하시기 바랍니다.”

금일 면회 온 모든 사람들은 횡재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보통 면회가 끝나면 다시 돌아갈 생각에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금일 면회 온 사람들은 중심마저 대대에서 해결할 모양으로 모두 자리 깔고 앉아, 바리바리 챙겨온 음식을 늘어놓고,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앉아 웃으며 식사를 하였다.

식사 중, 대화꺼리는 당연히 조금 전 끝난 경기였다.

세령의 외모에 반하고, 그녀의 당당함에 반하며, 그녀의 강함에 또 반한 남자들은 연신 세령에 관한 말들만 하였고, 심지어 현역 군인으로는 처음으로 민간인 남자들이 팬클럽까지 만들어버릴 기세였다.

“우리도 식사하며, 결승전이 있기 전까지 나눌 대화를 마무리 합시다.”

사령관이 일어서며 말했고, 곧 모두는 간부식당으로 향하였다.

이해석과 최태윤은 사령관의 말 끝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눌 대화의 마무리란 것이 대체 무엇이기에, 고작 대대체육대회에, 사령관과 사단장, 그리고 국방부와 국군체육부대 관계자까지 모두가 다 찾았는지, 아직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잘했어! 아주 잘했어 요놈들!”

3소대 막사는 축제였다. 이세령이 소대원들의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으며 말했고, 곧 연동훈의 머리를 만지를 할 때, 연동훈은 재빨리 몸을 뒤로 빼며 물러났다.

“어쭈. 나 소대장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 머리 쓰다듬는 일은…….”

-쓰담, 쓰담-

세령의 손을 피한 뒤, 그녀의 말에 답하다 말고, 누군가 자신의 뒤에서 머리를 쓰다듬자, 몸을 또 다시 재빨리 돌리며 섰다.

“소대장이 귀엽다고 예뻐 해주는데, 그 사랑 좀 받아주면 덧나냐?”

화기소대장 강찬호였다. 큼직한 손바닥으로 연동훈의 머리를 다 감싸듯 쥐며 쓰다듬은 것이었다.

“이 소위”

“소위 이세령.”

강찬호는 세령을 불렀다.

“여기까지 온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되겠지?”

“물론입니다!”

“12중대 화기소대는 힘이 있다.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야. 그런다고 겁먹는 놈이 내 눈에 띄면…….그 놈은 군장구보로 다음 날을 시작할 것이다.”

강찬호는 큰 주먹을 꽉 쥐며, 3소대원을 보며 말했다.

이 역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타 소대장의 관심이었다. 언제나 미운오리새끼처럼 저 멀리 던져놓기만 하였던 3소대를 이제는 오리새끼가 아닌, 백조로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 왕. 결승이라는 자리까지 왔으니, 왕좌에도 올라봐야지.”

곧이어 서재호와 이연호도 막사를 찾았고, 서재호가 막걸리 한 사발을 들고 말했다.

“연동훈.”

“병장. 연동훈.”

그리고 연동훈을 불렀다.

“마셔라.”

“자…….잘 못 들었습니다.”

당연히 잘 못 들었을 것이었다. 강찬호에 이어 이번엔 언제나 3소대를 잡아먹고 싶어 했던, 1소대장 서재호가 꼴통소대 선임분대장인 연동훈에게 막걸리를 권하고 있는 것이었다.

“먹고…….잊지마라. 내가 너에게 했던 독한 짓들. 모두 기억해. 군대는 원래 그런 것이다. 하지만…….그 독한 놈들 사이에서도 너희들은 잘 버텨왔다. 그리고 곧 제대도 하잖아. 오늘처럼 좋은 기억도 가지고, 지난날처럼 죽고 싶었던 기억도 모두 가지고 제대해라.”

연동훈은 서재호의 미소를 처음 보았다. 그의 말처럼 지금까지 서재호만큼 독한 인물을 보진 못했었다. 스스로 독한 놈이라 말하니, 그 독함이 어떤 정도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연동훈은 그의 말을 들으며, 그가 건넨 막걸리를 마셨다.

‘탁’

“뭐하는 거야 3소대장.”

연동훈이 막걸리를 입에 데고 난 뒤, 한 모금을 마시자마자, 막걸리 사발을 세령이 뺏었다. 그 모습에 당황한 서재호가 세령을 보며 말했고, 연동훈도 당황한 듯 그녀를 보았다.

“곧 결승입니다. 음주 축구를 원하십니까?”

세령이 연동훈의 손에 들린 사발을 뺏은 이유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조금 전 한 말로 충분하였다.

“하하…….내가 생각이 짧았군. 연동훈.”

“병장 연동훈.”

“남은 막걸리는 우승하면, 네 머리에 뿌려주겠다.”

서재호의 말에 연동훈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연동훈의 표정에서 미소란 것은 의외로 쉽게 볼 수 있었다.

“결승전이 정말 기대됩니다.”

같은 시각. 간부식당에서는 때 아닌 별들의 등장으로 간부식당 취사병들은 손이 떨리고, 간도 떨려오고 있었다.

만에 하나, 밥이나 반찬에서 돌이 씹히거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나오는 날에는, 두 말 할 필요 없이 그냥 최소 군기교육대로 직행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사실. 축구 전통으로 따지면 군대스리가의 전통은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식사 도중 정책기획관이 말했다. 그의 말에 이해석과 최태윤은 그를 보았고, 사단장은 수저를 잠깐 내려놓았다.

“일단. 1사단 15연대, 4대대의 체육대회를 끝으로,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군인 육군과 공군, 해군의 몇 부대를 선정하여, 그들의 체육대회를 모두 관전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축구 실력도 모두 보았습니다. 그리고 결정을 짓기까지 기간이 5년이나 걸렸습니다.”

사단장이 자신의 앞에 앉은 국군체육부대장을 보며 말했다.

“해서…….5년간 준비한 결과물을 내년에 실천하고자 합니다.”

곧이어 체육부대장이 사단장의 말을 이어갔다.

이해석과 최태윤은 아직도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말씀 도중에 죄송합니다. 말씀하시는 내용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겠습니다.”

최태윤이 물었다.

“언제까지 숨겨진 리그로만 있게 할 수 없다는 뜻이네. 군대스리가의 명성을 이제부터…….세상에 보이도록 할 참이네.”

“!!!”

그제야 그들의 말을 두 사람은 이해할 수 있었다.

군대스리가. 말 그대로 군대에서만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숨겨진 리그다. 하지만 그 숨겨진 리그를 만천하에 공개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럼…….혹시 프로축구 무대에…….”

“그러네. 5년간 준비하였고, 그 모든 발판도 마련해 두었네. 이미 축구협회에 정식으로 출범 의사를 전달하였고, 협회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뜻을 보내왔네.”

이해석이 말을 더듬거리며 다시 묻자, 곧바로 정책기획관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하였다.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문제였다. 비록 군대스리가라는 비정식 명칭을 말하고 있지만, 엄연히 군대 내에서 군인들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일종의 체육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 군대스리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자는 뜻이었다.

“오늘 4대대의 두 경기를 보았네. 이미 그 두 경기만으로도 충분히 프로무대를 연상케 할 정도의 실력들이었어. 그러니 전국의 60만 장병들 중, 뛰어난 인재들을 소집시켜, 한 데 뭉쳐놓는다면, 그 보다 더 막강한 클럽이 탄생하지 않겠는가?”

말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 순간이었다. 60만 군 장병들 중에, 필시 프리미어리거들이나, 분대스리거들과 버금가는 인재는 꼭 있을 것이다. 단지 그들의 천재성을 발굴해 내지 못한 것이 문제였을 뿐이다.

“정책기획관과 체육부대장이 그 동안 전국 대대를 다 돌며, 그들의 실력을 모두 보았네. 그리고 충분히 하나의 축구 클럽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결론 내렸고, 국방부의 마지막 승인을 남겨둔 채, 오늘 이 곳에서 마지막 확신을 다시 확인한 것이었네.”

사령관이 말을 이었다. 사단장의 말로도 그 파워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니 별이 3개인 사령관의 말은 더 큰 파워를 보일 것이었다.

“바로 다음 주부터, 국방부에 승인요청을 할 것이며, 국방부장관님의 승인이 있다면, 내년부터 프로리그에 정식으로 국방부소속 클럽이 등장할 것이네.”

국군체육부대장이 또 다시 말을 이어하였다.

군인들만이 모인 구단. 막강 체력으로 뭉친 구단. 진정 그런 구단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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