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27화 (27/163)

00027  히든리거  =========================================================================

소용수는 그에게 땅으로 깔리는 패스를 밀어주었고, 이연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공을 보며 미소를 지은 뒤, 강하게 디딤 발을 짚은 후, 슛을 날릴 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

하지만 그가 슛을 지르기 바로 전, 상대 수비수가 태클로 미리 공을 빼냈고, 그 즉시 12중대 화기소대의 공격은 빠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막아라!”

제대로 된 역습이었다. 공격을 하고자, 이미 15중대 2소대의 인원 7명이 상대진영을 넘어와 있었고, 그로 인하여 수비수 3명과 골키퍼 한 명만이 진영을 지키고 있는 꼴이 되어버렸다.

“끝내자!”

화기소대는 힘찬 함성을 지르며 세 명이 골대를 향해 한 줄을 서서 움직였고, 중앙으로 침투하던 병장이 슛을 때리려다 말고, 자신에게 다가서는 나머지 세 명의 수비수를 보고, 공을 뒤로 빼 주었다.

“젠장! 한 쪽으로 몰리면 어떡해!”

이연호의 격한 한 마디가 나왔다.

수비수 세 명을 제외하면 남은 인원은 골키퍼 한 명이었다. 그리고 화기소대의 공격진이 뒤로 공을 내준 곳에는 화기소대장이 떡 하니 버티고 있었고, 자신에게 공이 와서 멈추자, 골대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거리는 약 17미터, 이미 공 좀 차 본 소대장이라면, 먼 거리가 아니었다.

화기소대장은 공을 앞으로 툭툭 차며 더 끌고 움직였고, 태클 후, 다시 일어선 수비들이 소대장을 향해 다가섰지만, 이미 그 세 명의 덩치보다, 화기소대장 혼자의 덩치가 더 크게 보였다.

그가 공을 감싸며 좌우로 막아버리자, 수비수 두 명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툭’

그리고 자신에게 쏠린 수비수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툭하고 밀었고, 곧 중앙에서 2선 침투로 들어온 화기소대원이 아주 강하게 공을 찼다.

거리는 10미터. 강력한 슛이라면, 골키퍼 정면으로 가도 골인이 될 정도의 거리였다.

‘통 통’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하였다. 공은 골키퍼에게 정면으로 향하였지만, 공을 잡으려던 골키퍼는 손에서 공이 미끄러지며, 자신의 어깨너머로 공이 살짝 넘어갔다.

“와아!”

12중대 화기소대의 드라마틱한 골이었다. 경기종료 1분도 채 남기지 않은 채, 공격의 마지막을 골로 장식하였다.

이연호는 고개를 숙였고, 15중대원들도 고개를 숙였다.

“삐익! 삐익! 삐익!”

경기가 끝났다. 접전 끝에 12중대 화기소대가 15중대 2소대를 2대1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짝짝짝‘

사령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쳤고, 그 뒤로 사단장은 물론, 모든 장교들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쳤다.

“나…….손에 땀난 거 봐라.”

민간인이 앉은 곳에서도 조금 전 끝난 경기는 아찔함을 주는 경기였다.

손에 땀을 쥐며 봐야 할 정도로 명승부였다.

“정말 대단합니다.”

경기가 끝난 후, 두 소대는 중앙선에 모여 단상을 향해 경례하였고, 곧 사령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치며 말했다.

두 소대는 다시 몸을 돌려 민간인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경례하였고, 민간인들은 그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다.

“다음으로 4강 두 번째 경기인 12중대 2소대와 15중대 3소대의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곧바로 다음 경기가 진행될 준비를 하였다.

12중대 2소대역시 우승후보이며, 그들의 능력은 이미 16강전, 8강전을 통해 입증되었다.

15중대 3소대는 이세령이 빠진 상태로 이민우가 그 자리를 채운 뒤, 연병장에 입장하고 있었다.

심판은 또 다시 의무장교가 맡았다.

“이변은 여기까지야. 더 이상은 안 돼.”

12중대 2소대장이 중앙에 섰고, 연동훈을 향해보며 말했다.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이미 우리 소대원들이 결승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동훈은 2소대장의 말에 웃으며 말하였고, 곧 소재은은 동전을 던져 선축을 정했다.

12중대 2소대의 선축으로 두 번째 4강경기가 시작되었다.

“화끈하게 밀어붙이고, 여유롭게 결승전 준비하자!”

2소대장의 힘찬 소리에, 소대원들 전부 큰 소리로 소대구호를 외쳤다.

그에 반해 3소대는 아무런 구호도 외치지 않은 채, 서로의 눈빛만을 한 번씩 마주쳤다.

2소대의 선축으로 시작되자마자, 2소대의 공격은 매섭게 이어졌다.

이미 2소대도 3소대의 요주의 인물을 미리 파악하였기에, 연동훈과 지동현을 피하며, 중앙의 추강을 넘어, 골문을 열겠다는 뜻으로 정면 돌파를 하였다.

“!!!”

하지만 역시 거구의 추강이었다. 정면으로 들어오는 상대에게 이등병인 신분을 잊고, 그대로 맞부딪혔고, 공을 몰고 들어서던 2소대원이 그 자리에서 뒤로 밀려 넘어졌다.

“삐익!”

수비 파울을 선언하였다. 공격자가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한 부분이 보였지만, 넘어진 인물이 공격자라 수비파울을 선언한 듯 보였다.

군대스리가의 심판은 전문 심판이 아니기에, 모든 것을 자세히 보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심판이 의무장교라 넘어진 인물에게 호의적인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거리는 약 15미터 정도 되었다. 추강이 중앙에 그대로 위치하고 있었고, 용지현의 시선은 공에 집중되어 있었다.

‘펑!’

심판의 휘슬소리와 함께, 큰 마찰음을 내며 공은 골대를 향해 그대로 날아갔다. 정확히 골대 모서리를 향해 날아갔고, 누가 봐도 골인이었다.

‘탁!’

하지만 3소대에는 철벽 수문장, 용지현이 버티고 있었다. 거의 골과 다름없는 프리킥을 한 손으로 막아냈다.

“잘한다. 용지현! 휴가증 받으면 한 장은 무조건 네 것이다!”

용지현의 선방으로 한 골을 막아내자, 세령은 막사에서 큰 소리로 외쳤고, 그녀의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단상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은 물론, 민간인의 시선까지도 모두 받았다.

“요즘은 소대장들도 모두 신세대라 활기찹니다.”

사단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이해석은 요동치는 심장을 겨우 붙잡고 있었다.

“군대에는 여자들도 다른 것 같다. 이런 남자들의 틈에서 저리 당당할 수 있다니.”

민간인들의 시선에도 세령은 놀랍게 보였다.

공을 막아낸 용지현은 전방을 보며 힘차게 공을 던졌다.

정확히 이민우의 곁으로 날아간 공은 그의 발에 딱 붙듯이 떨어졌고, 이민우는 공을 받자마자, 중앙에서 상대진영으로 오르고 있는 추강에게 밀어주었다.

상대 수비수가 이민우에게서, 다시 추강에게로 몸을 돌려 움직였고, 추강은 그들이 다가오자 공을 다시 이민우에게 주었다.

“뭐하는 거야! 공을 쫒지 말고 사람을 막아!”

2소대장은 수비수들의 행동을 보며 화가나 소리쳤다.

주고받는 공을 따라 움직이는 것은 진정한 동네축구의 기본이었다.

지금 그 기본을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시 공을 받은 이민우에게 수비가 붙었고, 이민우는 다시 공을 추강에게 주었다.

하지만 이번엔 수비수들이 그에게 붙지 않았다.

추강은 자신에게 수비가 붙지 않자, 그대로 공을 몰고 상대진영으로 들어섰다.

“막아!”

2소대장은 짜증 섞인 어투로 소리쳤고, 그 때 또 다시 수비수들이 추강을 향해 3명이 몰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추강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 명을 본 뒤, 이민우를 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을 2소대장이 놓치지 않았다.

2소대장은 재빨리 이민우의 곁으로 붙었고, 추강은 그를 본 뒤, 공을 밀어주었다.

“!!!”

2소대장이 놀란 눈으로 공을 보았다. 추강의 발에서 떠난 공은 이민우가 아닌, 반대쪽 지동현에게 연결되었고, 지동현은 공을 받은 후, 자신에게 다가서는 수비를 본 뒤, 곧바로 중앙에 홀로 서 있는 연동훈을 보았다.

“뭣들해! 수비가 몰리면 상대 공격수가 자유롭잖아!”

2소대장이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추강과 지동현에게 이미 여섯 명의 수비가 몰려버렸고, 그 탓에 진영 한 복판에 서 있는 연동훈은 자유의 몸이 되어 있었다.

공은 연동훈의 발에 멈추었고, 그 즉시 연동훈의 시선은 골대를 향한 뒤. 최종 수비수 한 명을 쉽게 제친 후, 강하게 골대를 향해 공을 찼다.

‘철렁!’

이변의 연속은 끝이 없었다. 막강 2소대를 상대로 선취득점을 한 3소대였다.

세령은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막사 안에 있는 소대원들을 안아주었고, 연동훈은 골을 넣은 뒤, 자신에게 공을 연결시켜준, 지동현을 향해 엄지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추강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이민우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3소대의 선취 득점이었다.

곧 전반전을 끝내는 휘슬소리가 울렸고, 가벼운 걸음으로 3소대 막사로 돌아오는 대원들을 보며 세령은 하나같이 모두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곧 경기를 뛰지 않은 소대원들이 물을 건네주었다.

“군대스리가가 이렇게 재밌는 것인지, 난 오늘 알았다.”

민간인들은 경기 소감으로 군대스리가의 스릴 넘치는 경기를 칭찬하고 있었다.

짧은 5분의 휴식이 지난 후, 후반전에 들어섰다.

“3소대장인가?”

8강전과 마찬가지로, 전반전을 뛰었던 이민우 대신, 세령이 경기에 투입되었고, 그 모습에 사단장이 물었다.

“네. 3소대장 소위 이세령입니다.”

이해석이 답했다.

“이세령? 이세령…….설마 자네 딸인가?”

“네…….사단장님.”

사단장도 이해석과 오랜 친분이 있었고, 당연히 그의 딸도 잘 알고 있었다.

“허허. 그 맹랑한 꼬맹이가 벌써 저렇게 자랐나.”

사단장은 연병장에 들어선 세령을 보며 웃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을 잘 알고 있는 그의 눈에는, 그녀가 어린 시절 공 하나를 들고, 자신 앞에 섰던 기억도 떠 올렸다.

“3소대장의 실력은 여전하겠지?”

“물론입니다. 직접 보시면 더 잘 아실 것입니다.”

사단장의 말에 이번엔 최태윤이 답하였다.

후반전이 시작되었고, 시작과 동시에 연동훈은 곧바로 공을 2선에 서 있는 추강에게 연결하였다.

군대스리가에서 자주 볼 수 없는 것이 공을 뒤로 돌리는 것이다. 하지만 3소대는 지난 번 경기 때도 공을 뒤로 돌렸고, 이번에도 추강에게 중원을 맡기는 듯하였다.

공을 받은 추강은 전방을 보았다. 왼쪽으로 세령과 오른쪽으로 지동현이 있고, 중앙으로 연동훈이 천천히 상대진영을 파고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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