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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26화 (26/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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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대대에 무슨 일이 있나봅니다.”

일반 몇 민간인과는 달리, 한 쪽에 앉아 닭다리를 뜯어 힘든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식에게 주고 있는 중년 사내가 말했다.

“얼핏 보니, 저 세 사람이 타고 온 차에 별이 보이지 않습니까? 별 개수로 보아하니 사단장이나, 사령관 정도 되는 인물들인 듯 하네요.”

그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은 위병소 옆 주차장으로 돌아서 들어가고 있는 세 대의 차량을 보았다.

한 대는 아니었지만, 두 대의 차량에는 그의 말처럼, 두 개의 별과, 세 개의 별이 떡하니 번호판 붙는 곳에 번쩍거리며 붙어 있었다.

곧. 이해석의 안내로 사령관과 사단장은 단상으로 향하였고, 때 아닌 고위급 장성들의 등장에 대대 분위기는 초긴장 상태가 되어버렸다.

무궁화가 아닌, 별. 쉽게 보기 힘든 것이었다. 비록 사복 복장이라, 견장이나, 모자에서 반짝거리는 별은 볼 수 없었지만, 필시 그들은 별이 두 개고, 세 개를 가진 인물들이었다.

단상 위에는 대대 회의실에 있던 소파까지 나왔다.

사령관을 중심으로 사단장과 정책기획관, 그 옆으로 연대장과 이해석의 자리가 마련되었고, 지난날까지 전면에 앉아 편히 경기를 관람하던, 대대 장교들의 자리는 아예 단상위에 배치되지도 않았다.

지난날과는 대대 분위기가 굉장히 엄숙하였다.

연병장 사방으로 설치된 각 중대 및, 소대 천막아래에는 모두가 각 잡고 앉았고, 지난 날, 막걸리 한 사발에 쓰러져버렸던, 강찬호마저도 각 잡고 앉아 있었다.

“이거 살벌해서 구경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나.”

강찬호의 말에 서재호도 공감하는 듯, 침만 꿀꺽 삼킨 채, 고개를 좌로 조금 돌려 단상 위를 보았다.

감히 다이아몬드 하나를 머리에 달고, 고개를 들 수 없는 인물들이 단상위에 줄줄이 앉아 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마음 편히 소리 지르며, 오랜만에 군대스리가의 멋진 모습을 보려 하였는데, 이건 뭐, TV소리를 줄이고, 월드컵 시청하는 기분이니…….”

함부로 함성마저 지를지 모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와아~ 잘 들 해봐!”

하지만 면회 온 민간인들에게는 이미 이 쪽 세상은 딴 세상이었다. 그들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계급일 뿐이었다.

머리에 별 두 개를 달고, 세 개를 달면 뭐하나. 어차피 그들도 군바리인 것이었다.

민간인들은 자식이나, 친구, 애인을 면회 온 상황에 때 아닌 대한민국에 숨겨진 또 하나의 리그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에 흥분하며 소리쳤다.

“보기 좋습니다. 민간인들도 군대에 대한 하나하나를 이해해가며, 서로 어울리는 이런 장을 많이 마련하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단장이 그들의 함성소리를 듣고,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해석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고, 곧 4강 첫 경기를 진행할 두 소대가 연병장으로 입장할 준비를 하였다.

“4강 첫 경기는 12중대 화기소대와, 15중대 2소대의 경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안내 방송이 나온 뒤, 연병장으로 두 소대원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었다.

“어제의 경기는 어땠나?”

사단장이 이해석에게 물었다.

“어제는 많은 이변이 있었습니다. 항상 1사단 전체를 통틀어 강력한 우승후보라 꼽혔던 15중대 1소대가 탈락했고, 모두가 무시했던 15중대 3소대가 4강까지 올랐습니다.”

이해석의 답을 들은 후, 사단장의 시선은 단상 오른쪽 아래에 위치한 15중대 3소대의 막사를 보았다.

다른 소대에 비해, 그들은 자연스러운 행동과 여장교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소대원들이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많은 일을 겪은 소대라 보이지 않는군. 4대대장이 고생 많이 했어. 앞으로도 더 좋은 발전 기대하겠네.”

사단장은 3소대의 막사를 보며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지은 뒤, 이해석에게 말했고, 이해석은 그의 입에서 말 한마디 나올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리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간 떨려서 경기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앙선에 선 이연호가 심호흡을 크게 하며 중얼거렸고, 12중대 화기소대장도 그와 함께 심호흡을 하며, 단상 위를 힐끔 보았다.

“그냥 하던 대로 그대로 해. 그게 군대스리가다.”

두 소대장의 긴장과는 달리, 심판을 보는 통신장교는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삐익!”

드디어 4강 첫 경기가 시작되었다.

휘슬 소리와 함께, 민간인들이 모인 곳에서부터 큰 함성이 시작되었고, 곧 그 함성은 하나, 둘, 소대 막사로 전달되며, 그들도 큰 함성을 질러주었다.

이미 모든 소대가 탈락한 13중대와 14중대도 힘차게 각기 다른 중대를 응원하였고, 12중대와 15중대는 자신들의 중대를 응원하기 시작하였다.

본격적으로 군인들의 응원함성이 시작되자, 민간인들은 놀란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불과 2백여 명이 발산하는 아주 큰 목소리는 진정, 상암구장 5만관중의 응원보다 더 웅장하게 느껴졌다.

경기 초반부터 두 소대의 공방은 치열하였다. 두 소대모두 우승후보였기에,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공은 중앙선에서 각자, 상대 진영으로 쉽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었고, 공격과 방어는 모두 중앙선 인근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단하네. 이건 뭐. 프로축구보다 더 실감나잖아.”

민간인들은 군대스리가라고해서, 단순한 경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경험하니, 자신들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우리나라에 이름 좀 날린, 조기축구회나, 기타 축구동아리는 상대가 안 될 것은 자명하고, 프로축구에 내 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전개였다.

“쉽지 않네.”

이연호는 상대의 강함을 점차 느끼고 있었다.

전반 10분이 지나는 동안, 두 소대 모두 단 한 차례도 슈팅을 시도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상수! 들어가라!”

이연호는 상대 수비를 뚫고, 진영을 파고들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에, 이상수를 불렀고, 오른쪽 사이드를 치고 올라가던 이상수는 그의 목소리를 들은 후, 곧바로 중앙으로 움직였다.

이연호는 이상수의 움직임을 보며, 중앙으로 공을 띄워주었지만, 그 공은 이상수의 곁에 가기 전, 12중대 화기소대의 장신 미드필드에게 차단당했다.

“역습이다!”

그의 말대로 역습이 진행될 상황이었다. 공을 가로챈 그는 곧바로 큰 소리로 외쳤고, 그의 목소리에 12중대 화기소대의 공격진은 빠르게 2소대의 진영으로 침투하기 시작하였다.

‘펑!’

공은 강한 마찰음을 내며, 높게 떠올랐고, 쭉쭉 뻗어나가며 골대 근처까지 날아가고 있었다.

‘철렁!’

어이없는 골이 나왔다. 골대 근처까지 날아간 공을 보며, 12중대 화기소대의 공격진과 2소대의 수비진이 모두 몰리며, 뜬 공을 먼저 캐치하려 하였고, 그 상태에 골문을 비워두고 골키퍼마저 주먹을 뻗어 뛰어 올랐다.

하지만 공은 그 어떤 누구에게도 스치지 않았고, 그대로 바닥에 원바운드 된 뒤, 활짝 열린 골대 안으로 통통 퉁기며 들어갔다.

“젠장…….”

이연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고, 반대로 화기소대는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얼싸 앉았다.

전반 시작 후, 17분여가 지난 상태에서 첫 골이 나왔다.

전반전 남은 시간동안 만회골을 넣고자, 2소대의 맹공이 이어졌지만, 슛을 때릴 타이밍조차 그들에게 허용되지 않고 있었다.

“삐익! 삐익! 삐익!”

전반전이 마무리 되었다.

2소대는 단 한차례의 슛도 지르지 못한 채, 전반전을 마쳤고, 화기소대 역시, 단 한차례의 슈팅 아닌 슈팅에 1득점을 올리며, 리드를 잡은 채, 전반전을 마쳤다.

“와우…….이거 손에 땀나는데. 군대스리가…….군대스리가 하기에 그냥 무시했는데, 진짜 살벌하군.”

전반전을 마친 후, 민간인들도 서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난생처음 군대스리가를 접하는 민간인들은 전혀 새로운 느낌을 받고 있었고,

하나, 둘 PX를 찾아 시원한 음료나 맥주를 사기 바빴다.

민간인에게 맥주 판매를 하지 않지만, 그날은 대대장 특별 지시로 인하여, 인원 당 정해진 수량만을 판매하도록 허락하였다.

“삐익~”

후 반전을 알리는 휘슬소리에 또 다시 민간인과 군인의 큰 함성이 대대에 울려 퍼졌다.

후반전도 전반전과 별 다른 것 없이 시작되었다.

여전히 중앙선 인근에서부터 서로 공방은 치열하였고, 몸싸움도 프로무대보다 더 격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소용수! 올라가!”

이번엔 2소대 소용수였다. 이연호는 이상수가 수비들에 의해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본 뒤, 소용수에게 공을 연결하였다.

소용수는 이연호에게 받은 공을 툭툭 앞으로 치며 상대진영에 들어섰고, 곧 중앙에 들어서야 할 이연호 대신 2소대 신병인 축구동아리 회장이었던 여지석이 보이자, 그를 향해 가운데로 공을 찔러 주었다.

그 공은 정확히 달려오던 여지석의 발에 맞도록 걸렸고, 여지석은 앞에 보이는 수비수를 간단히 제친 후, 시야에 들어온 골대를 보았다.

‘철렁!’

“와와아아아아!”

신병 여지석의 동점골이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여지석의 돌파로 인하여, 꽉 막혔던 2소대의 공격루트가 열리게 된 것이었다.

‘탁!’

그 순간 서재호는 자신이 데리고 온 신병 두 명에게 또 다시 나란히 꿀밤을 한 대씩 먹였다.

“내가 원하는 것이 저런 것이야! 신병이 뭔가 큰 것 하나 해결해주는 것! 그걸 원했는데…….”

서재호는 고함을 지르다 말고, 고개를 숙였다. 그들을 나무라며 꿀밤을 때렸지만, 생각해보면, 서재호는 물론 1소대 선임들이 신병에게 제대로 공을 준 적이 없었다.

당연히 그들이 제 기량을 마음껏 펼 칠 모든 것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정말 재밌군요. 진정 군인들의 패기 아닙니까?”

정책기획관의 말에 사단장과 사령관도 미소를 지었다. 연대장과 이해석은 가시방석이었지만, 두 장성이 밝은 표정으로 관람 하고 있는 것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상수야! 한 골 더 놓고 결승가자!”

후반전도 남은 시간은 고작 3분여였다. 이연호는 다시 공을 잡았고, 이상수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이상수는 오른쪽의 끝 라인을 따라 상대진영으로 파고들었고, 그가 빠르게 움직이자, 두 명의 수비수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연호는 이상수에게 소리친 뒤, 오히려 반대방향인 왼쪽 진영을 파고들고 있는 소용수에게 공을 길게 연결하였다.

소용수에게는 의외로 수비수가 붙어있지 않은 것을 본 것이었다.

소용수는 상대골대를 향해 천천히 이동하였고, 두 명의 수비수가 바짝 붙으려 하자, 중앙으로 침투하고 있는 이연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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