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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25화 (25/163)

00025  히든리거  =========================================================================

오후에는 단 4경기만 치러졌기에, 오후 시간이 남았다.  18시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졌으며, 남은 고기와 음식 등을 모두 배불리 먹고 즐기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었다.

“내일 경기가 기대됩니다.”

남은 경기는 세 경기, 각 토너먼트 두 경기와 결승전이 남아있었다. 최태윤은 이해석을 보며 말하였고, 15중대에서는 두 팀이 4강에 올랐다.

“내일 기대됩니다, 15중대장님.”

그리고 곧바로 12중대장이 간부 막사로 들어서며 말하였다. 12중대 역시 15중대와 마찬가지로 두 소대를 4강에 올려놓았다.

“그러고 보니 내일 경기는 12중대와 15중대의 경기군. 그리고 오후에 있을 결승전 때는 연대장님까지 오신다는 보고를 받았네. 아무쪼록 사고 없이 훌륭한 경기 부탁하네.”

내일은 부대 내에서도 큰 잔치가 있는 날이었다. 보통 대대체육대회에 연대장은 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대대장님. 내일 있을 귀빈안내입니다. 그리고 연대장님께서 특별히 내일 체육대회에 인근 마을주민들은 물론, 면회 오시는 분들까지 축구 결승전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조치 바란다는 내용이 조금 전 연대 행정반에서 내려왔습니다.”

“뭐? 민간인들까지?”

이해석은 통신장교의 말을 듣고,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연대장이 오는 것도 참으로 불편한 자리인데, 마을 주민들과 면회자들까지 다 초빙한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내용을 각 중대에 전했나?”

“아직 입니다.”

대대장은 고민에 빠졌다. 이 내용을 알리면, 필시 부대 내 전화기는 하루 종일 긴 줄이 이어져 있을 것이었다. 바로 면회강요로 인한 전화가 이어질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 내용은 부대원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네. 면회자들 대부분은 적어도 외출이라도 보내야 하는데, 면회인원이 많으면, 그 수가 초과되어 누군 나가고, 누군 나가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네. 그러니 이 일은 함구하도록.”

“알겠습니다. 대대장님.”

이 또 한 군대라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보통 주말이나 기타 휴일에는 부대를 찾는 면회자가 많다. 자식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오시는 부모. 그리고 애인, 친구 등을 보기 위하여 오는 이들을 위해 적어도 외출증을 부대원에게 내어준다.

하지만 그 모든 것도 정해진 수가 있다. 그 정해진 인원을 초과하면 절대 외출, 외박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해석은 그런 낭패를 사전에 막고자 연대에서 내려온 공문에 적힌 것 중, 일부는 공개하지 않기로 하였다.

“금일 취짐점호는 일직사관님의 지휘 하에 각소대별 인원보고와 함께 이상 유,무만을 전달받도록 하겠습니다. 각 소대 선임분대장께서는 소대 앞에서 일직사관님께 단독보고를 하는 것으로 금일 점호를 마치겠습니다.”

하루를 즐겁게 보내며, 열심히 뛰어준 장병들을 위하여 특별히 일직사관이 베풀어준 은혜였다.

항상 가장 긴장되는 것은 점호였다. 그것도 저녁에 이루어지는 점호는 매우 엄숙하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었다.

취침점호가 끝나고 소등이 실시되자, 소대원들은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뜬 눈으로 어두운 소대 내 천장을 보고 있었다.

“오늘…….우리 3소대의 새로운 면을 봤다.”

조용한 가운데 연동훈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나왔다.

“꼴통이고, 고문관이고 다 좋다. 남자라면 인생에 한 번 겪는 군 생활. 후회 없이 하다가자.”

변한 연동훈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군대 입대한 후, 제대할 때까지 겪지 못할 것 같았던 일을 오늘 하루에 다 겪었다. 공도 차보았고, 부대원의 단합도 보았다. 진정으로 소대원을 아끼는 소대장을 보았고, 그런 소대장을 따르는 소대원을 보았다.

그에게 오늘 하루는 자신의 기나긴 군 생활 중,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을 단 하루였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점호를 마친 후, 조식을 끝내고, 대대 행정병들은 4강 및, 결승 준비를 위해 연병장을 다듬고 있었다.

“전진.”

대대장도 아침 일찍 대대행정반으로 나섰고, 그의 등장에 대대 내, 간부들이 일제히 경례하였다.

“금일, 연대장님께서 직접 관전하실 자리배치를 잘 하고, 아무런 사고 없이 대대체육대회가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심려를 기우려 주기 바라네.”

대대장은 간략하게, 당부의 말을 전하였다.

“위병소 새끼들은 뭐하는 거야! 민간인이 어찌 대대막사까지 들어오게 내버려 둬!”

행정반에 모여, 체육대회에 관한 몇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 대대막사 복도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15중대장, 최태윤이 이해석에게 말한 뒤, 행정반을 나섰고, 문 바로 앞에서 얼어버린 듯, 멍하니 선 채, 정면만 주시하고 있었다.

“전진!”

그리고 곧 힘찬 목소리로 경례하였고, 그의 경례소리에 해당 민간인의 앞을 막고 있던, 중사가 놀란 눈으로 최태윤을 본 뒤, 다시 민간인을 보았다.

“내…….얼굴이 좀 평범하긴 하지?”

민간인은 약 4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사내였고, 그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누가 오셨는가?”

최태윤의 경례에 이해석도 행정반을 나섰다. 그리고 중사가 가로 막고 있는 사내를 보았다.

“전진!”

이해석마저 그에게 힘찬 목소리로 경례를 하였고, 곧 행정반에 있던 모든 간부가 다 나왔다.

그리고 최태윤과 이해석은 물론, 행정반을 나온 모든 간부들의 힘찬 경례소리에, 가장 당황한 인물은 중사였다.

“자네…….”

“중사 민강현!”

중년 사내가 중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한마디 하자, 중사는 조금 전과는 달리, 막사가 내려앉을 정도의 큰 목소리로 관등성명을 말했다.

“그런 자세는 좋아. 아무리 사회적 위치가 높은 사람이라도, 군 막사를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것이지.”

중년 사내는 그의 어깨를 마저 토닥거린 뒤, 행정반으로 향하였고, 그 사내의 뒤로 몇 명의 사내가 함께 움직였다.

최태윤은 곧 장, 민강현 중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말없이 중사를 향해 보았다.

“사복으로 군 막사를…….”

“현 국방부 정책기획관님이시네.”

“!!!”

실수도 이런 실수는 없었다. 국방부 정책기획관이면, 적어도 별 하나를 달고 있는 인물이었다.

최태윤을 말을 들은 후, 민강현은 놀란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른 채, 이리저리 안절부절 하였다.

“일단. 나중에 다시 얘기하지.”

최태윤은 굳은 표정으로 말한 뒤, 곧 행정반으로 들어섰다.

“내가 사복을 입으니, 그냥 동네 노인 같아 보이지 않는가?”

“그 어떤 보고도 듣지 못했습니다. 정책기획관님께서 직접 저희 대대를…….”

정책기획관의 말에 이해석은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자세로 서서 그의 말에 답하고 있었다.

“4대대장.”

“중령! 이해석!”

“군 하사관들의 교육이 아주 좋아. 군대는 이래야 하는 것이야. 비록 군 장성이지만, 사복을 입은 자를 어찌 다 알겠나. 군복을 입고, 어깨에 달린 계급장을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네.”

정책기획관은 이해석에게 웃으며, 조금 전의 일에 대한 칭찬 아닌 칭찬을 해 주고 있었다.

“헌데…….이런 아침이며, 금일은 휴일입니다. 이곳까지는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이해석이 물었다.

“금일. 이곳에 1사단장님은 물론, 제 3 야전군 사령관님도 오시네.”

“네!”

이 또 한 듣지 못한 말이었다. 지난 날, 통신장교에 들은 말은, 연대장의 참석에 관한 말이었다.

하지만 연대장의 계급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장성들이 찾아온다는 말은 4대대 전체의 충격이었다.

“있는 그대로를 보시려 하는 것이니, 애꿎은 사병들에게 잡초를 뽑게 하고, 위병소 앞을 청소하라는 명령은 내리지 말게, 또 한. 면회 오신 분들에게도 이 말을 하지 말게나. 그 사람들이 군대 계급사회를 어찌 다 알겠는가? 괜히 자식들에게 폐를 끼칠까, 자식들 얼굴마저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이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군대에서는 절대 이런 일은 없다.

연대장이 대대에 온다면, 위병소 입구와 인근 청소 및, 잡초를 뽑는 것은 기본이다. 하물며, 별을 단, 장성이 온다면, 정말 대대 앞에 산이 막고 있다면, 산도 치워야하는 곳이 군대다.

“여러모로, 많은 분들도 오시며, 국방부 홍보실은 물론, 국군체육부대장도 오시네. 그리고 대한민국 국방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내용을 오늘 결정짓고, 모든 준비를 마치려 하는 것이네.”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는 그의 말이었다. 고작 대대 체육대회를 관전하기 위하여, 국방부의 고위관계자는 물론, 사단장에 사령관까지 온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국방부 정책기획관이 없는 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의 계급은 준장이다. 별이 하나 달린 장성이다. 그런 인물이 쓸데없는 말을 던지려, 휴일 아침 일찍, 일개 대대를 찾을 리 없었다.

“일단. 금일 4강과 결승전이 있다고 하니, 오전에 치러지는 4강 경기부터 관전을 시작할 참이네. 그리고 결승전까지 끝난 후, 국방부에서 5년간 준비하였던 모든 내용을 대한민국 장병들에게 다 알릴 것이네.”

미리 귀띔이라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가 하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답답하였다.

“곧 4강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오전 9시, 4강 첫 경기를 시작한다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그럼 가실까요? 아마…….국방부 홍보실과 국군 체육부대에서 나오신 분들은 사복을 입고, 일반 민간인과 함께 체육대회를 관람할 것입니다. 그리고 …….”

‘띠 띠 띠 띠!’

정책기획관이 말하고 있던 중, 행정반 전화가 울렸다.

“통신보안. 4대대 행정반…….”

“위병조장인데. 급해! 대대장님 계시면 속히 위병소로 좀 나오시라 전해줘! 연대장님과 함께, 사단장님, 그리고 사령관님까지 오셨다!”

정책기획관은 아무런 말없이 전화를 들고 있는 사병을 보았다. 사병은 마치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 마냥,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전화를 들고 멍하니 있었다.

“무슨 일인가?”

이해석이 물었다.

“네? 아…….상병 조무식. 지금 위병소에 사단장님께서…….”

통신병 조무식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정책기획관은 물론, 행정반에 있던 모두가 빠르게 위병소로 향했다.

“전진!”

위병소 옆, 만남의 장소에는 아침 일찍 면회 온 민간인도 꽤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귀와 눈이 휘둥그레지는 힘찬 경례구호가 들리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위병소를 보았다.

위병소 앞에는 사복복장을 한 세 명의 사내가 서 있었고, 그들의 뒤로 몇 사내들이 우르르 서 있었다.

휴일이라, 군 장성들도 사복으로 대대를 찾은 것이었다.

“대단한 사람인가 보네.”

민간인들은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경직된 듯 한 자세로 경례하자, 세 사람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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