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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23화 (23/163)

00023  히든리거  =========================================================================

“아무리 축구를 좋아한다지만, 이건 다릅니다. 조기축구도 아니고, 저기 보십시오. 저 덩치들이 한 번씩만 툭 밀어도 소대장님은 전치 4주입니다. 그런데…….”

“내 걱정해주냐?”

“네? 잘 못 들었습니다.”

“내 걱정해주냐고?”

연동훈은 다시 얼굴이 빨개지고 있었다. 진정 걱정되어 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귀에는 걱정해주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거…….걱정은 무슨! 괜히 공 찬 답시고…….”

“시끄럽고!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진다! 아니! 최선을 다해서 이긴다! 모두 파이팅!”

역시 긍정적 마인드의 막판보스 격이었다.

후반전 시작 전에 주어지는 짧은 휴식이 끝난 후, 연동훈을 제외하고 모두 연병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연동훈은 단상위에 앉은 중대장을 향해 보았다.

“들어가 이놈아. 그리 나를 본다가 내가 힘이 있냐?”

중대장이라고 별 수 없었다. 그 옆에 앉은 대대장도 별 수 없었다. 그 누구도 소대장 이세령을 막을 인물은 없었다.

연동훈은 땅을 힘껏 차며 연병장 안으로 들어섰고, 이민우의 자리에 떡하니 서 있는 세령을 다시 보았다.

“미인계로 승리를 잡겠다? 너무한 거 아냐?”

강찬호가 세령을 한 번 힐끗 본 뒤, 연동훈을 보며 말했다.

“그 말은 소대장님께 직접 하십시오. 그리고 군 검찰도 한 번 구경해 보시기 바랍니다.”

강찬호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일개 병사 나부랭이가 소대장에게 하는 말투라고 보기 힘들었다.

“아무리 꼴통 소대라지만, 이제 제대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인간이 돼서 나가야 너희 부모님께서 미소라도 지어주시지 않겠냐?”

‘척!’

“엥?”

강찬호는 연동훈을 향해보며 계속 말하였고, 그 말은 경기 시작을 알리기 위하여 중앙에 선 소재은의 귀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강찬호는 조금 전 연동훈의 말에 의해 이성을 잃은 듯, 자신의 주위에 소재은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소재은은 여지없이 레드카드를 꺼내들었고, 그 카드를 꺼낸 이유를 말하려 할 때, 강찬호가 꾸벅 경례를 하고, 칼 같이 연병장을 빠져나갔다.

“인격모독에는 계급이고 나발이고 없다. 확 실격패를 내리려다 3소대의 폭풍 변화를 기대하며 봐준거야. 이봐, 연병장.”

“병장 연동훈.”

연동훈은 세령이 연병장이라 불렀을 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지만, 소재은이 그를 연병장이라 부르자, 칼같이 답하였다.

“너의 소대장이 저런 말을 들어야 해? 아니지? 그럼 제대로 해라. 이제 꼴통소대 3소대에서 더 이상의 사고는 만들지 말자.”

소재은의 말에 연동훈은 다시 세령을 향해 보았다. 그녀가 있는 곳까지 이 대화는 들리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자신을 보고 있는 연동훈을 향해 미소 지었다.

“자 가자!”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세령의 큰 목소리가 울렸고, 연동훈은 공을 가진 후, 양 쪽 사이드를 보았다. 그리고 지동현에게 공을 전달하였다.

지동현은 공을 받자마자, 빠르게 오른쪽을 뚫고 안으로 들어섰으며, 그의 공격 라인에 맞추어 중앙에 선 연동훈과 끝에선 이세령이 동시에 공격라인을 갖추고 밀어붙였다.

지동현은 골라인 끝에까지 온 후, 골대 앞으로 센터링을 올렸고, 공중에 뜬 채 넘어오는 공을 향해 연동훈을 포함 수비수 세 명이 함께 뛰어 올랐다.

공은 연동훈보다 먼저 수비수 머리를 맞고 왼쪽 라인으로 흘렀고, 그 끝에 서 있던 세령이 다시 공을 잡았다.

그 순간 화기소대 윙어는 물론, 풀백과 중앙수비수까지 그녀를 향해 마치 굶주린 야수마냥 달려가기 시작하였고, 세령은 그들을 본 후, 연동훈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중앙선 방향으로 돌리자, 육중한 몸을 이끌고 진격하고 있는 추강이 보였다.

“한 골 부탁한다.”

세령은 연동훈과 지동현이 아닌, 화기소대 진영 중앙에서 2선침투를 하고 있는 추강에게 땅으로 바짝 깔리는 패스를 보냈고, 그 순간 세령을 향해 달려들던 수비수들은 이미 세령의 발에서 공이 떠났지만, 그녀의 몸과 자신들의 몸을 살며시 툭 부딪혔다.

하지만 세령은 워낙 왜소한 체격이었고, 반대로 화기소대원은 거구의 몸들이라, 세령은 가벼운 충돌에도 뒤로 밀려나 넘어졌지만, 소재은은 공이 정확히 추강을 향해 가는 것을 보고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철렁!’

그리고 또 다시 모두를 놀라게 한 추강의 슛. 굴러오는 공을 정지시켜 둔 것도 아닌, 다이렉트로 공을 향해 육중한 체중을 실어 슛을 날렸고, 추강의 몸에 비해 작아 보이는 축구공은 마치 그물을 찢어버릴 듯, 골망을 흔들었다.

“삑~”

소재은은 골인을 인정하는 휘슬을 불었다.

“괜찮으십니까? 소대장님.”

그 즉시 연동훈이 세령에게로 달렸고, 추강도 쿵쿵거리는 듯 세령에게로 움직였다.

단상위에서는 경기를 관람하던 이해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뭔가 소리치려 하였지만, 곧 두 손을 불끈 쥐는 것으로 진정하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화기소대 이놈들을…….”

그리고 이를 꽉 깨물고 중얼거렸고, 최태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았다.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2대2. 모두가 승점지급기라 여겼던 3소대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놀란 눈들이었다.

소대장의 분투도 놀라웠고, 무엇보다 1소대와 2소대가 눈길도 주지 않았던 추강의 실력에 놀란 눈들이었다.

“너희 두 놈은 축구 잘한다고 나한테 큰소리치더니, 그게 축구냐! 동네 개도 그것보다 잘 하겠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1소대장 서재호가 자신이 기쁜 마음을 한 아름 담고 뽑은, 두 신병의 개발에 화가 치밀어 소리쳤다.

물론 두 신병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사회에서의 축구와 군대에서의 축구는 그 느낌부터가 다르다. 두 신병은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 것이었다.

다시 화기소대의 공격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남은 시간은 약 10여분. 또 다시 거친 몸으로 3소대 진영을 파고드는 화기소대는 이번에 설태구가 맡고 있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너도 날아간다.”

체격이 작은 설태구가 화기소대 막강 덩치인, 지용식 상병을 막아섰고, 그는 너무나 작은 체격으로 보이는 설태구에게 웃으며 말하였다.

“축구는 덩치만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병이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말이었고, 행동이었다.

설태구는 지용식의 발아래 있는 공을 삽시간에 낚아챘고, 그 즉시 공을 몰고 앞으로 내 달렸다.

순식간에 자신의 발아래 있던 공을 빼앗긴 지용식은 멍하니 서서 자신을 지나쳐 간 설태구를 보고만 있었다.

설태구가 공격으로 접어들자, 최전방 공격을 책임지고 있던 연동훈이 빠르게 중앙으로 자리 잡았고, 그 뒤로 지동현이 빠르게 라인을 타고 움직이고 있었다.

설태구는 두 사람을 고루 본 뒤, 왼발로 공을 차 올렸고, 그 공은 공중에 높이 떠 한 참을 날아가더니, 원바운드 된 후, 지동현의 발 앞에 두 번째 바운드를 하며 떨어졌다.

또 다시 모두가 놀란 눈이었다. 거리상으로는 30미터 정도 넘는 거리를 아주 정확한 패스로 연결시켜준 설태구를 향해 모두의 눈이 돌아갔다.

서재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이 직접 뽑은 두 명의 신병에게 각각 꿀밤을 한 대씩 먹였다.

설태구가 정확히 보내준 공을 잡은 지동현이 중앙에 있던 연동훈에게 바로 밀어주었고, 연동훈은 골대를 정면에 두고,  공을 툭툭 찬 뒤, 슛을 때릴 자세를 취하였지만, 이내 수비수가 붙자, 그 공을 측면에서 파고들어오는 세령에게 내주었다.

‘철렁!’

모두를 놀라게 하는 일 연속이었다. 단상위에는 대대장이 벌떡 일어나 아주 큰 모션을 취하며 박수를 쳤고, 최태윤도 덩달아 큰 박수를 쳤다.

연동훈이 살며시 내준 공은 반대쪽에서 달려오던 세령의 발에 아주 정확히 꽂혔고, 그 공은 과히 여인이 찬 공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골문을 향해 날아가 골망을 흔들었다.

세령은 기쁜 나머지 연동훈을 향해 달려가 그를 꽉 안았고, 그 모습에 모두의 행동과 말이 멈추었다.

“소…….소대장님.”

연동훈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나무 장작처럼 곧게 서서 세령을 불렀지만, 그녀는 너무나 기뻐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이소위.”

연동훈의 말을 듣지 못한 세령에게 연동훈 대신 소재은이 그녀 가까이 다서선 후 불렀다.

“네 의무대장님.”

“아무리 좋아도, 이놈은 사내다.”

“뭐 어떻습니까! 엄마가 새끼 껴안는 다는데, 누가 뭐라 그럽니까!”

역시 멘탈이 강한 여인이었다. 소재은의 말에도 그녀는 연동훈을 몇 번 더 격하게 안아준 뒤, 골을 축하하기 위하여 다가선 지동현과 추강도 안아주었다.

그리고 이골의 시발점 역할을 한 설태구는 자신과 비슷한 체격이라 아주 꼭 안아 주었다.

“동기부여가 확실하군.”

뭔가 패널티를 먹고 경기를 하는 듯 한 느낌이었다. 화기소대는 소대장이 퇴장당해 인원수도 적었고, 무엇보다 조금 전 세령이 소대원을 안아준 것으로 인하여, 3소대원 전체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상승한 것을 두고, 퇴장당한 화기소대장이 홀로 중얼거렸다.

스코어는 3대2. 꼴통소대란 불명예를 안고 지냈던 3년 만에, 처음으로 타 소대를 앞지르는 결과를 만들고 있는 3소대였다.

남은 시간은 3분. 이대로라면 정말 1소대의 탈락과 함께, 최대 이변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화기소대는 매서운 눈빛을 한 채,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공격을 감행하기 위하여 휘슬 소리가 울리기 전 마지막 작전을 서로 모색하였고, 곧 경기재개 신호와 함께, 민관식이 공을 뒤로 돌렸다.

항상 치고나가기만 했던 것과는 달리, 후방에서 공을 돌리고 있는 화기소대였다.

“오너라…….”

민관식은 일단 자신이 다시 공을 받은 후, 3소대를 향해 홀로 중얼거렸다.

자신을 제외한 양쪽 측면 윙어 두 명과, 자신의 뒤를 받추고 있던 쉐도우 스트라이크도 앞으로 전진시켰다.

연동훈이 그의 공을 뺏기 위하여 점차 다가서고 있을 때, 민관식은 3소대 진영 중앙까지 침투한 대원에게 곧바로 공을 넘겨준 뒤, 빠르게 공격진형으로 들어섰고, 공을 받은 대원은 다시 오른쪽진형, 즉 설태구가 있는 곳을 파고들던 지용식에게 전달하였다.

지용식이 공을 잡자마자 설태구가 바로 접근하였지만, 지용식은 다시 공을 완전 반대인, 왼쪽에 자리한 박호연 병장에게 넘겨주었다.

갑작스러운 공격 패턴이었다. 항상 경기장을 좁게 사용하던 화기소대가 막판 긴 패스로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고 있었다.

박호연이 공을 잡자, 다시 수비가 그에게 붙었지만, 공은 그 즉시 중앙으로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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