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21화 (2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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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렁’

팽팽한 접전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0대0으로 전반전이 끝날 것 같았지만, 막판 소형석의 골로 인하여 1소대가 선취득점을 하였다.

“젠장!”

이연호는 땅을 차며 소리쳤고, 소대원들을 향해 인상을 찌푸렸고. 곧 전반전이 종료되었다.

“오히려 기회는 2소대가 더 많았는데, 이연호 소위의 욕심이 화를 부른 것 같군.”

단상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던, 대대장의 말에 최태윤도 공감하는 듯하였다. 누구나가 경기를 보고 있었다면 충분히 2소대가 더 많은 득점을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연호의 개인적인 플레이로 인하여 득점기회를 날려버린 것이 몇 차례 있었던 전반전이었다.

5분의 휴식이 지난 후, 후반전 시작을 위하여 두 소대는 다시 중앙선을 중심으로 전반전과 진영을 바꾸어 섰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라.”

이연호는 또 다시 서재호에게 도발하고 있었다.

“운도 두 번이면 실력이다. 후반전에도 기꺼이 그 운을 보여줄게.”

서재호는 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으며 웃었고, 곧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전반전에 비해 2소대의 공격방식이 조금 변화되었다. 개인플레이 위주였던 이연호가 양 쪽 사이드를 휘젓고 다니는 소대원에게 공을 뿌려주었고, 생각지 못한 그의 패스에 서재호가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이상수! 질러버려!”

왼쪽 윙어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이상수 병장에게 공이 전달되자, 전반전과 달리 자신에게 결정권을 맡긴 이연호의 말에 이상수는 미소를 띠며 골대를 향해 보았다.

약 2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골대가 보였고, 자신의 앞에 선 수비수 한 명을 간단히 제친 후, 한 차례 공을 툭 앞으로 밀었다. 그리고 천천히 굴러가는 공 바로 옆에 디딤 발을 놓은 후, 아주 강하게 골대를 향해 찼다.

‘철렁!’

“와우!”

최태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쳤다. 약 17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내지른 이상수의 슛은 앞에 있던 수비수 두 명 사이를 빠져나간 뒤, 골키퍼가 꼼짝도 못 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골대 모서리 바로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후반 시작과 함께 동점골을 넣은 2소대는 환호하며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였고, 서재호의 눈빛이 변하였다. 줄 곧 개인플레이로 화려한 2소대의 능력을 깎아먹었던 전반전과는 달리 단 한 번의 패스로 골망을 흔든 것이었다.

“한 번 더 몰아붙이자.”

한 점차 리더를 지키고 있던 1소대는 후반 시작과 함께 동점을 허용하여, 분위기가 가라앉은 반면에, 2소대의 분위는 상승세였다.

서재호는 또 다시 공을 끌고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였고, 양쪽 사이드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자신의 앞에 이연호가 갑자기 모습을 보였다.

“혼자 공 몰고 가기가 심심하지?”

“!!!”

이 또 한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이연호는 절대 수비 진영까지 내려온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진영 중간까지 내려왔고, 공격기회를 엿보고 있던 서재호의 공을 낚아채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역습 상황이었다. 이연호는 서재호에게 뺏은 공을 곧바로 왼쪽 윙어 이상수에게 전달하였고, 이상수는 또 다시 폭풍드리블로 1소대 수비수 3명을 순식간에 제친 후, 골대를 향해 달렸다.

“막아!”

서재호의 큰 목소리에 최종수비수가 이상수에게 다가섰지만, 그 순간 이상수는 강하게 슛을 찰 행동을 취하였고, 그의 행동에 놀란 수비수가 몸을 움츠리는 행동을 하자, 이상수는 골대 반대방향으로 들어서고 있는 오른쪽 윙어 소용수 상병에게 땅볼로 천천히 패스하였다.

공은 데굴데굴 굴러, 소용수의 발 앞에 딱 멈췄다. 그리고 소용수는 인사이드로 아주 편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2소대의 전술이 아주 좋습니다.”

최태윤이 다시 박수를 치며 말하였고, 대대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공에 맞아 죽냐! 왜 공을 보고 몸을 사려 새끼야!”

서재호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즉시 심판이 서재호에게 다가갔다.

“내가 뭘 했다고 옐로카드를?”

심판이 내민 것은 옐로카드였다. 골을 뺏긴 것에 화가나 자신의 소대원에게 소리친 것을 두고, 왜 옐로카드를 내민 것인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리 군대지만, 이건 스포츠다. 다치지 않는 것이 우선이야. 무서우면 숨을 수도 있는 거지, 그런다고 이 새끼, 저 새끼하면 되나?”

심판을 맞은 인물은 통신장교로 계급은 중위다. 즉 소위인 서재호가 강력하게 어필할 인물은 아니었다.

후반전이 시작된 지 고작 5분 만에 2골을 내주었다. 오히려 점수는 2대1로 역전되었고, 서재호는 옐로카드까지 받은 상황이 돼 버렸다.

“올해는 1소대가 조기 탈락 할 것 같은데.”

“그래도 1소대 아닙니까? 우리 1사단 최고 소대인데, 반격은 하지 않겠습니까.”

대대장의 말에 최태윤이 1소대를 두둔하는 말을 하였다. 모두 자신이 지휘권을 가진 소대였다. 어떤 소대에게 더 많은 관심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최태윤은 1소대의 화려한 전적을 돌려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후반전 남은 시간은 약 5분여였다. 2소대는 최전방에 왼쪽 윙어인 이상수만을 제외한 모든 대원을 수비로 끌어내렸고, 반대로 1소대는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대원을 공격적으로 배치하였다.

이 전술은 모 아니면 도였다. 모두 공격에 가담하여 공을 넣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대신, 역습 시에는 거의 80%이상 한 골을 헌납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서재호는 계속하여 기회를 보고 있었고, 각 윙어인 소형석과 나석호에게는 두 명의 2소대 수비수가 밀착마크를 하고 있었다.

서재호는 두 사람에게 공을 줄 형편이 되지 않자, 자신이 직접 공을 몰고 중앙으로 들어섰다. 두 수비수가 서재호에게 붙었지만, 그들을 따돌리는 것은 쉬었다. 그리고 또 다시 2소대장 이연호와 마주쳤다.

“지나가봐.”

“원한다면…….”

이연호의 말에 서재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 뒤, 몸을 오른쪽으로 빠르게 돌렸다. 그 순간 이연호도 왼쪽으로 몸을 돌렸지만, 어느새 서재호의 몸은 이연호와 반대인 왼쪽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가고 있었다.

순간적인 훼이크에 당한 이연호가 몸의 균현을 잃고 넘어졌고, 이연호를 지나자, 서재호의 눈에는 골대가 들어왔다.

“일단 동점으로 가자.”

서재호가 마저 남은 중앙수비수를 제친 후, 골대를 향해 강한 슈팅을 날렸다.

‘팅!’

“젠장!”

완벽한 골이라 생각하였다. 공은 정확히 골대 모서리로 향하였고, 골키퍼는 움직이지 못하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공은 골대 모서리에 맞은 뒤, 골라인을 벗어나 골대 뒤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빨리 공 가져 와!”

시간은 없었다. 골대 뒤로 한 참을 굴러가는 공을 사병이 줍기 위하여 달렸지만, 약간 내리막이 형성된 길까지 가버린 공은 더 아래로 굴러갔고, 그 모습을 본 서재호가 소리쳤다.

서재호의 고함소리에 다른 공이 골키퍼에게 던져졌고, 골키퍼는 바닥에 공을 놓은 뒤, 전방을 주시하였다.

“빨리 차! 시간 끌지마라!”

서재호는 또 다시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의 큰 목소리에 골키퍼가 골을 찼지만, 천하의 1소대를 이기고 있다는 긴장감에 공은 제대로 맞지 않았다.

멀리가지 못한 공은 공교롭게도 서재호 앞에 떨어졌고, 그는 공을 잡자마자, 골대를 향해 다시 강하게 슛을 날렸다.

‘철렁!’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이었다. 2소대 골키퍼의 실책으로 인하여 거의 승리를 잡았던 2소대는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고, 분위기는 또 다시 상반되었다. 1소대는 마치 우승한 것처럼 날뛰었고, 2소대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병사가 꽤 있었다.

“삐익~”

2대2 상황이었고, 경기가 다시 재개되자마자 종료휘슬이 울렸다. 시간관계상 연장전은 없으며, 곧바로 승부차기로 다음 라운드 진출팀을 가리기로 하였다.

두 소대는 각기 다섯 명의 키커를 준비하였고, 긴장된 순간을 맞이하며 서로 손을 잡고 섰다.

“난 말이야. 축구 경기를 보면서 꼭 없애고 싶은 것이 바로 승부차기였어. 이건 뭐. 전, 후반에 연장전까지 하면 총 120분간 겪은 긴장감보다 수십, 수백, 수천 배가 넘는 긴장감을 다 압축해 놓은 듯하니, 심장 약한 사람은 그냥 죽을 것 같아서 말이야.”

대대장의 말은 축구를 좀 안다는 사람에게 모두 공감가고 있었다. 90분간의 혈투,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30분간의 연장전. 그 때까지 승패가 갈리지 않으면 승부차기가 이어진다.

축구는 16강부터는 무조건 승부를 가려야 하는 것이다. 다른 구기종목도 그렇지만, 특히 축구는 피를 말린다. 만약 축구도 골을 넣은 점수 외에, 공격성에 관한 점수를 따로 평가하여 동점일 경우 승패를 좌우하는 좋은 수단으로 사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인 골을 넣은 것에 대해 승패를 나누는 경기에서도 조작이 일어나고 있는 판국에, 골 외에 다른 점수를 첨가하는 것은 월드컵 같은 아주 큰 경기에서는 엄청난 물밑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1소대의 선축으로 승부차기가 시작되었다. 두 소대 모두 첫 두 대원씩 총 네 명이 모두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1소대의 세 번째 키 커 인 소형석 병장이 섰다.

소형석은 골키퍼를 한 동안 보고 가만히 서 있었고, 심판의 휘슬 소리와 함께, 천천히 달려가 인사이드로 골대 중앙을 노렸다. 골키퍼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고, 공은 천천히 데굴데굴 굴러 골대 중앙으로 들어갔다.

다음으로 2소대 세 번째 키커가 나섰다. 소용수 상병으로 오른쪽 윙을 맡았던 인물이었다. 소용수는 공을 세워둔 채, 뒤로 물러나지 않고 있었고, 심판의 휘슬 소리가 울리자, 그 자리에서 바로 공을 찼다.

강한 힘이 전달 될 것 같지 않았던 공은 골키퍼가 움직이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향한 뒤, 골망을 흔들고 땅에 떨어졌다. 제자리에서 찬 공이 꽤 빠른 속도로 날아가, 골대 구석에 꽂힌 것이었다.

승부는 팽팽하였다. 지금까지 각 세 명씩 모두 성공하였고, 이제 남은 인원은 두 명씩이었다. 다시 1소대는 오른쪽 윙을 많았던 나석호가 찰 준비를 하였다.

‘삑’

휘슬 소리와 함께 공을 세워둔 곳에서 약 5미터 정도 물러나 있던 그가 빠르게 달려오며, 아주 강한 아웃사이드 킥을 날렸고, 공은 골키퍼가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꽂혔다. 웬만한 프로축구 선수도 PK때 아웃사이드로 킥을 날리는 인물은 몇 없었다. 하지만 나석호는 보란 듯이 아주 강하게 날렸고, 그 공은 눈 깜빡할 사이 골대에 꽂혔다.

2소대의 네 번째 키커로 서용수 상병이 나섰다. 그 역시 공을 세워둔 뒤, 나석호보다 더 멀리 뒤로 움직였다.

‘철렁!’

그리고 심판의 휘슬 소리와 함께 아주 빠르게 달려와 발등으로 그대로 밀어 찼고, 공은 일직선으로 곧바로 날아가, 왼쪽으로 몸을 날린 골키퍼의 두 다리 사이를 지나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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