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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18화 (18/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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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태구의 정확한 센터링도 뛰어났지만, 설마 추강이 몸을 공중에 띠운 채, 헤딩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더욱 더 들지 않았었다.

세령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이었다. 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 것보다. 될 것이니, 해 보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로 인하여 단 보름이라는 시간에 이들은 자신들의 특기를 모두 살려내고 있는 것이었다.

추강은 공을 정확히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였고, 육중한 체중을 실어 때리는 슛은 그 강도가 강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하였다.

설태구는 태권도의 장기를 축구에 접목한 것이다. 자유자재로 양발을 다룰 수 있는 그에게, 축구공 하나를 던져주고, 그 공에 익숙해져라 라는 것은 어려운 주문이 아니었다.

발을 휘두르는 강약 조절을 할 수 있기에, 축구공에 어느 정도의 힘을 가하면 원하는 위치까지 갈 수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은 설태구에게 그다지 어려운 주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너희 셋. 이리 와.”

세령은 신병 세 명을 자신의 앞에 모이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뚫어지게 보았다.

“용지현. 넌 충분히 우리 3소대의 골문을 절대 열어주지 않을 철벽 수문장이 될 수 있다. 너의 운동신경이 그 답을 가지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용지현은 그녀의 말에 큰 소리로 답하였고, 이미 그의 반사 신경을 모두 보았기에 세령의 말에 반박할 인물은 없었다.

“설태구.”

“이병 설태구.”

“너도 너의 재능을 활용한 노력으로 지금의 능력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

“감사합니다.”

설태구를 보면서도 노력의 대가를 스스로 지급받았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강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육중한 몸으로 절대 불가능 할 것 같은 일을 가능케 만든 그를 세령은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넌…….그냥 천재야. 그걸로 끝.”

세령은 묻지 않았다. 그냥 천재가 아니고서야 그런 몸으로 공을 따라 쫒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는데, 조금 전 모두의 고정관념을 깨버린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이미 1소대와 2소대에서 인재는 빼 갔을 것이라 모두가 생각하였지만, 세령의 말처럼 진정한 인재는 만들어지는 것이며, 어찌 보며 모두 3소대에 모이게 된 것이었다.

모두가 포기했던 3소대원들. 그 사람들 속에 또 다시 누군가 버렸던 세 사람이 왔을 뿐이었다.

모두가 가능성이 없다고 여겼던 이들에게, 단 한 사람의 긍정마인드 추가되었고, 그 마인드는 꽉 막혔던 이들의 마음을 열어주고 있었다.

어느 덧 석식 시간이 다가왔다. 세령은 모두에게 식사집합을 할 것을 말하였고, 연동훈을 따로 불렀다.

“소대원들 각기 성격과 함께 집안사정등, 내가 알면 도움이 될 만한 것 좀 만들어 줘.”

연동훈은 그녀의 말에 잠시 동안 그녀를 보고만 있었다.

“이런 꼴통들을 데리고 군 생활 하실 자신 있으십니까? 그럴 자신이 있다고 먼저 자부하시면 기꺼이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적어도…….너희들이 내 품에 있는 동안은 내가 보호자야. 자식이 꼴통이라고 내버려두는 부모가 부모자격이 있을까? 난 아직 어리고 시집도 가지 않았지만, 그런 무책임한 엄마가 될 생각은 없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딱 좋은 비유였다. 연동훈은 이와 같은 말을 남긴 후, 테니스장을 나서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서 있었고,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소대원들과 함께 석식을 먹기 위하여 대기 중인 소대원들 곁으로 이동하였다.

연동훈은 이미 지난 보름간 겪어온 그녀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자신이 물은 질문이었지만, 그녀는 진정 이 꼴통소대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자신이 있는 여인이라 여겼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제야 그 확답을 받은 것 같았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생겨나고 있었다.

“모두 고생했다. 자…….밥 먹으러 가자!”

연동훈이 인솔하여 가야 하는 것이지만, 인솔자 자리에 연동훈이 아닌 세령이 섰다. 세령의 출발 구호와 함께 식당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소대원들 모두 세령이 직접 자신들을 인솔하여 식당으로 향하는 것을 보름 만에 다시 보고 있었고, 모두 미소를 지었다.

“3소대네. 설마 저 인솔자 소대장 아냐?”

먼저 식당 앞에 도착해 있던 다른 소대원들이 3소대를 인솔하여 식당으로 오고 있는 세령을 보며 놀란 눈을 하였다.

이미 지난 보름 전에 단 하루 동안 이들과 함께 사병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을 보았지만, 또 다시 사병들과 함께 식사를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인솔만 해서 오나보지. 설마 그 맛난 간부식당의 음식을 버려두고 이런 밥을 먹겠어.”

간부가 사병식당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였다. 식당 입장을 대기 중인 사병들도 현재 3소대를 인솔하여 오는 세령이 그 종종 있는 경우를 또 한 번 하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오늘 메뉴가…….음. 닭볶음탕이네.”

금일 식단을 확인한 세령이 닭볶음탕 냄새가 나는 식당 안으로 코를 훌쩍거리며 말하였고, 곧 뒤 늦게 출발한 연동훈이 인솔자의 자리에 다시 섰다.

“소대장님께서도 여기서 식사를 하실 것입니까?”

주위 모든 병사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을 연동훈이 하였다.

“내가 너희들과 땀 흘리며 뛰고 목욕까지는 함께 할 수 없지만, 이렇게 밥은 함께 먹을 수 있다!”

세령의 거침없는 말에 오히려 사내들이 더 얼굴을 붉히는 꼴이었다. 일부 병사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음흉한 눈빛으로 세령을 보고 있었고, 그들의 눈빛을 본 연동훈은 주먹을 불끈 쥐며 그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하나, 둘. 타 소대원들이 식사를 하기 위하여 식당 안으로 들어섰고, 남은 소대원은 가장 뒤 늦게 집합 한 3소대뿐이었다.

“우리가 막타야?”

세령이 더 이상 식당으로 오는 부대원이 보이지 않아 물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연동훈도 뒤를 보며 아무도 오지 않자 답을 주었다.

“젠장. 막타로 들어가면 먹을 것이 없는데. 혈기 왕성한 사내들이 얼마나 많이 먹겠어. 이러다 먹을 밥조차 없는 것 아냐?”

세령은 식당 안을 기웃거리며 중얼거렸고, 그 모습에 소대원들의 눈에는 마치 소대장이 아닌 말괄량이 여인으로 보이고 있었다.

“3소대 입장하십시오.”

곧 입장이 알려지자, 그 누구보다 먼저 세령이 후다닥 달려 들어갔다. 그 모습에 소대원들의 눈이 그녀의 뒤를 따랐고, 잘 세워진 줄이 어느새 엉키기 시작하였다.

“줄 서!”

세령에 의해 너도나도 갑작스레 앞으로 들어가려는 바람에 줄이 엉망이 되자, 연동훈이 큰 소리로 외쳤고, 그의 목소리에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섰던 세령마저 동작이 멈추었다.

“소대장님께 한 말은 아닙니다. 식사 하십시오.”

연동훈이 정말 변하였다. 독하며, 말이 없고, 매사 모든 것이 부정적이었던 그가 미소까지 보였고, 세령을 소대장으로 인정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허겁지겁 모두가 바삐 식사를 하였다. 세령은 자신이 먹은 식판을 직접 씻은 후, 식판꽂이에 꽂아 두었고, 식사를 마친 후, 줄을 서 있던 소대원들 곁으로 이동하였다.

“잘 먹었어?”

“네! 잘 먹었습니다.”

힘찬 목소리였다. 그녀는 소대원들을 보며 씨익하고 웃었고, 곧 마지막으로 연동훈을 비롯하여 신병 세 명도 식사를 끝내고 나왔다.

“추강.”

“이병 추강.”

“넌 배가 안차지?”

“네 차지 않습니다!”

“그 대신 내일 조식은 우리가 첫타로 가서 먹는다!”

그녀는 큰 소리로 말하였지만, 소대원들은 그녀를 보고만 있었다.

“우리가 첫타로 먹는다는데, 기쁘지 않아?”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소대장님.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그 순서도 정해져 있습니다. 각 중대별로 나눠서 입장하고, 그 중대에서도 소대별로 나눠서 입장합니다. 오늘 석식이 저희 3소대가 15중대에서 가장 첫 번째로 식당에 입장하는 순서였는데, 그 순서를 놓쳤으니, 다음 조식 때는 15중대에서 두 번째로 입장하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 뭐…….그래도 나쁘진 않네. 설마 첫타로 입장하는 놈들이 다 먹기야 하겠어. 그리고 우린 두 번째로 들어가지만, 세 번째 들어오는 놈들이 먹을 것까지 다 먹는다.”

보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도저히 그녀의 정신세계가 이 군 생활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고 있었다.

천진난만은 결코 군대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보면, 결코 절대…….라는 말은 없는 듯하였다.

“우리 딱 1시간만 더 연습하자. 내가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석식을 마친 후면 보통은 개인정비를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여러 소대도 석식 후, 축구연습을 하고 있었기에, 세령은 소대원들을 향해 보며 부탁하였다.

이제 세령의 부탁은 그들에게 꼭 이행해야 할 명령과도 같았다. 모두가 세령의 말에 흔쾌히 석식 후, 개인시간을 맡겼다.

“먼저…….연습에 들어가기 전에 묻겠다.”

테니스장에 도착하자마자, 각기 앞에 축구공이 하나씩 놓여 진 뒤, 세령이 모두를 향해 말했고, 시선이 집중되었다.

“난. 죽어도 공차는 것이 싫다…….하는 사람 손들어.”

지난번에 이어, 다시 한 번 묻는 것이었다. 아무리 단합도 좋지만, 싫다는 것을 강제로 하게끔 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자라고 모든 여자가 보석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남자라고 무조건 축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에 소대원들 다시 묻는 그녀였다.

잠시 동안 소대원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들의 마지막 눈빛은 모두 연동훈에게 집중되었다.

연동훈은 자신에게 집중된 모든 시선에 같은 답이 담긴 눈빛을 주었다. 바로 독사 같은 날카로운 눈빛. 마치 손을 들면 군 생활 꼬일 것이라는 말을 전달하는 듯 한 눈빛이었다.

연동훈의 강력한 눈빛에 의해 단 한명도 손을 들지 않았다. 세령은 손을 들지 않은 대원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곧 연동훈에게 다가섰다.

“눈에서 레이저 나가겠더라. 하지만 도움이 된다. 분명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모두 함께 어울리는 것을 즐기도록 해주면 돼. 그 중대 임무는 너에게 넘겨주마.”

“네? 그건…….”

“명령이다. 명령불복종은 영창이니 선택은 네가 해.”

권력 남용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상관이라고 무조건적이 명령은 불합리 한 것이었다. 타당성이 없을 경우 분대장도 녹색견장이라 전시에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인물 중 한명이다. 연동훈은 살짝 명령을 어길 생각도 있었지만, 그냥 어이없는 미소를 지은 뒤, 넘어갔다.

든든하게 석식을 먹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모두가 공 하나를 자신의 발 앞에 두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정말…….3소대가 이러다 사고치는 것 아닙니까?”

석식을 마친 후, 중대장과 함께 테니스장을 잠시 들린 박만둘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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