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6 히든리거 =========================================================================
‘덜컥’
모두가 뒤척이고 있을 때, 연동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대문을 열고 나섰다.
“분대장님.”
그의 행동에 지동현이 불렀지만, 연동훈은 그 길로 행정반으로 향하였고, 노크와 함께 행정반으로 들어섰다.
“뭔가? 내가 분명 3소대는 절대 유동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뭐가 잘 못입니까? 잘 못 된 것을 바로 잡은 것이 잘 못입니까?”
“뭐야? 이 새끼가 미쳤나? 야 연동훈. 여긴 군대다. 네 놈 멋대로 지껄일 수 있는 곳이 아니야? 하극상으로 영창이라도 가고 싶어? 가고 싶다면 내가 내일 바로 입소시켜주겠다.”
서재호는 독한 눈빛의 연동훈보다 더 독한 눈빛과 미소를 보이며 말하였다.
“기꺼이 가라면 가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결코 또 다른 사고를 가지고 올 것입니다. 1소대장님께서는 그런 사고를 바라시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뭐야! 내가 마음이 넓어 고작 이정도로 끝내려했는데, 넌 안 되겠다. 너 새끼 당장 군장 싸서 나와!”
이미 점호를 끝냈고, 모든 군인은 근무자 외 절대 막사 밖으로 나서서는 안 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서재호는 연동훈에게 완전군장을 명령 내렸고, 잠시 동안 그의 독한 눈을 보고 있던 연동훈은 소대로 돌아가 군장을 싸기 시작하였다.
“저 미친 새끼가 결국 나를 긁는구나.”
서재호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사령실로 내려가 현 상황을 보고하였다.
“그래? 사병이 일직사관의 명령을 무시한 것도 모자라, 행정반으로 찾아와 따졌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일직사령님의 허락 하에 해당 사병의 군장구보를 명령내릴 까 합니다.”
“그건 내일하게.”
일직사령이 해당일의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곧 사령실 문이 열리며 대대장 이해석이 들어서며 말하였고, 그의 모습에 사령과 서재호는 경례하였다.
“대대장님께서 이 시간에…….”
“잠이 안와서 말이야. 그보다 얼핏 듣기로는 군장구보를 이 시간에 돌린다는 말 같은데. 그건 내일 조식이 끝난 후, 하게.”
서재호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대대장의 명령이니 그 어떤 것도 따라야 하는 것이었다. 일직사령은 대대장의 말에 서재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서재호는 소득 없이 다시 15중대 행정반으로 들어섰다.
“준비 마쳤습니다.”
곧 연동훈이 완전군장을 멘 채 행정반에 들어섰고, 서재호는 그를 매서운 눈으로 보기만 하였다.
“돌아가. 그리고 그 군장은 풀지마라. 내일 아침…….너의 첫 일과 시작은 뒷동산을 오르는 것이다.”
연동훈은 또 다시 아무런 말없이 그에게 경례까지 한 후, 소대로 향하였다.
“화장실 다녀 올 놈은 지금 다녀와.”
소대에 들어서자마자 말하였고, 그의 말에 소대원들은 우르르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였다.
“진정…….꼴통새끼군…….”
자신의 명령을 완전히 무시해버린 연동훈이었고, 이를 꽉 깨문 채, 이가 어스러질 정도로 이를 갈며 말하는 서재호였다.
일요일아침. 군대 내, 중대한 잘 못을 저지르지 않은 경우에는 군기교육대도 휴식을 취하는 휴일이다. 하지만 아침 일찍 연동훈은 조식을 마친 후, 막사 뒤 쪽 동산 앞에서 완전군장을 한 채 대기 중이었다.
“딱…….어제 내가 오르내린 횟수만큼만 왕복해라.”
서재호는 그를 보며 말하였고, 이미 대대장이 말한 것처럼 휴일인 일요일 아침, 연동훈에게 동산을 오르도록 명령하였다.
서재호는 의자를 가져와 한쪽에 놓았고, 그 자리에 앉았다. 날 밤을 새워 일직을 섰지만, 그대로 B.O.Q로 향하지 않았고, 연동훈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다들 잘 잤어?”
세령은 조식을 마친 후, 곧바로 소대로 향하였고, 소대에 들어서자마자 밝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하지만 소대의 분위기는 침울하였고, 간밤에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연동훈은?”
“지금 군장 싸서 동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
지동현의 말에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고, 곧바로 동산으로 향하였다.
그녀가 나간 뒤, 소대원들도 따라 나서려 하였지만, 이민우가 모두를 멈춰 세웠다.
“지금 즉시 활동복으로 갈아입고 테니스장으로 향한다. 근무자나 면회자를 제외한 모두이고, 열외는 없다.”
지동현이 이민우를 보았다. 연동훈에게 향한 세령을 따라 나서는 것이 올바르다고 여겼지만, 이민우의 말이 더 옳은 것으로 들렸다.
소대원들은 모두 테니스장으로 향하였고, 그 인솔을 이민우가 맡았다.
“너희 대빵은 어디가고 네가 인솔 하냐? 이제 말년이라 작업도 빼 달라고 하디?”
이상수는 아직 3소대가 테니스장에서 축구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또 한 서재호에 의해 연동훈이 군장을 메고 동산을 오르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아주 내 말은 자근자근 잘 도 씹어 드시는군. 선임이 그 모양이니, 애들이라고 별 수 있겠어. 잘 들 해봐.”
이상수는 자신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테니스장으로 향하는 3소대원을 보며 비웃었고, 1,2소대원들도 덩달아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
“이상수.”
“병장 이상수.”
그의 언행을 본 화기소대장 강찬호가 굵직한 목소리로 그를 부르자, 이상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렷 자세로 관등성명을 외쳤다.
“제대하기 전, 화끈하게 군장한 번 돌까?”
“아…….아닙니다!”
“잘해라. 중대 최고선임이면, 제발 선임답게 행동해.”
아무리 말년 병장이라 고해도, 강찬호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생쥐였다. 그의 외모만으로 오금이 저릴 정도인데, 그의 눈을 보며 대화하는 것은 저절로 살이 빠져버릴 정도였다.
“적당히 좀 하지…….”
강찬호는 서재호가 연동훈을 군장 돌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나서서 말리고 싶지만, 그 당시의 모든 권한은 일직사관이었던 서재호에게 있기에, 아무리 계급이 높아도 자신이 나서지 못하는 것이었다.
“1소대장님. 대체 무슨 연유로…….”
“어 왔어? 마침 3소대장에게도 알리려 했는데, 이렇게 왔으니 내 말이나 좀 들어 줘.”
강찬호보다 조금 늦게, 동산으로 간 세령은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서재호를 불렀고, 서재호는 태연한 척 그녀를 보며 손까지 흔들었다.
그리고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해주었고, 세령의 눈동자가 매섭게 변한 뒤, 동산에서 내려오고 있는 연동훈을 보았다.
“엎드려!”
연동훈이 동산 아래까지 내려오자마자, 세령의 큰 목소리가 들렸고, 연동훈은 그녀를 빤히 보고만 있었다.
“3소대장. 지금 뭐하는 거야? 연동훈은 …….”
“제가 잘 못 가르친 것입니다. 그리고 군장 메고 오르내린다고 정신이 들겠습니까? 감히 사병이 간부의 명령을 어긴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뭐해! 엎드려!”
세령이 서재호의 말에 답한 뒤, 다시 연동훈을 보며 큰 소리로 말하였고, 연동훈은 군장을 멘 채로 엎드렸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등위에는 20kg이 넘는 군장이 올라 있으니, 몸이 지탱하는 것은 어려웠다.
“이 일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러니 피곤한 몸으로 있지 마시고, 들어가 쉬십시오.”
“아니…….난 저 놈을…….”
“오후에 소대원 축구연습을 더 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전에 휴식을 취하셔야 오후에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이놈은 제가 교육시키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1소대장님께서 보지 않으신다고 여유 부리지는 않겠습니다. 소대장님께서 원하시는 만큼. 이놈을 훈계하겠습니다.”
서재호는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그녀의 말처럼 오전에 휴식을 취해야 오후에 소대원들과 공을 찰 수 있는 체력이 비축되는 것이었다. 오늘을 넘기면, 또 다시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축구연습을 할 수 있기에, 서재호는 시계를 본 후, 천천히 일어섰다.
“그럼 1소대장을 믿고 가겠다. 내가 돌아왔을 때, 그 때 이놈의 정신 상태를 보고 마음을 달릴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세령은 그에게 경례한 후, 다시 연동훈을 보았고, 서재호는 잠시 동안 두 사람을 보고 있은 후, 곧 B.O.Q로 향하였다.
“일어서!”
서재호가 그 곳을 벗어난 후, 세령은 연동훈에게 큰 소리로 말했고, 그녀의 목소리에 서재호는 막사 모서리에서 몰래 두 사람을 다시 보았다.
“다시 올라가!”
그리고 세령은 연동훈을 다시 동산위로 오르게 하였다. 서재호는 자신이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일어서라는 말과 함께 혹시나 하였지만, 세령은 연동훈을 다시 동산위로 오르게 하고 있었다.
“융통성 없이…….뭐…….지 새끼를 본인이 다스린다는데 어쩌겠어. 가서 좀 쉬어야겠다.”
서재호는 하품을 하며 움직였고, 세령은 연동훈과 함께 동산을 오르고 있었다.
“내려가십시오. 길이 험합니다.”
“시끄러. 그냥 조용히 올라가.”
연동훈은 군장을 멘 몸이 잠깐 잠깐 휘청거리며 말하였지만, 세령은 휘청거린 그를 잡아주며 말하였다.
동산에 중간 정도 올랐을 때, 세령은 그를 붙들어 세웠다.
“군장 벗어.”
“잘 못 들었습니다.”
“벗어. 이게 네 잘 못만은 아니잖아! 쓸데없이 나선 내 잘 못이 발단이야. 그러니 벗어.”
“아닙니다. 이건 제가 명령 불복종으로…….”
“그 발단이 나잖아!”
세령은 버럭 화를 내며소리쳤고, 강제로 연동훈이 메고 있던 군장을 뺐었다.
세령은 군장을 메고 가파른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고,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던 연동훈의 눈빛이 흔들렸다.
중식 시간이 되기 전, 짧지만 달콤한 휴식을 취한 서재호가 다시 동산 쪽으로 향하였고, 때마침 동산에서는 세령이 메고 있던 군장을 다시 받아 메고 내려오는 연동훈과, 그의 옆에 서서 함께 내려오고 있는 세령을 보였다.
“동참이야?”
서재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물었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명령이니 이행하는 것입니다. 만에 하나 이 모든 것이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행하여지는 것이라면, 이 역시 위법임을 알아 두십시오.”
세령의 말은 서재호의 덜 깬 잠마저 확 달아나게 만들었다. 이미 그녀를 한 번 겪었기에, 이 일로 인하여 그녀는 필시 중대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 여겼다.
“이제…….그만해.”
서재호는 두 사람이 다시 산으로 오르려 할 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쯤이면 됐다. 연동훈. 잘해라. 괜한 것으로 서로 오해 살 짓은 하지말자.”
서재호가 한 발 물러나는 듯, 짧게 말 한 뒤, 중대로 향하였고, 그가 벗어나자, 세령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곧 연동훈도 그의 옆에 앉았고, 군장을 등받이 삼아 드러누워 하늘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