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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15화 (15/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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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근무현상이 만들어졌지?”

“대장이 없으면, 그 부대는 오합지졸입니다. 소대장이 없는 소대는 타 소대의 종노릇 밖에 하지 못합니다. 소대장이 명령 내리는데. 사병이 거절하면, 그건 하극상이 됩니다. 하지만 소대장이 있다면 그런 불평등 명령은 막지 않겠습니까? 이 모든 것이 소대를 이끌어 갈 소대장이 없었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최태윤의 질문에 강찬호가 답하였다. 그의 말은 단 한 치의 거짓도 없었고, 틀린 말도 아니었다.

자신의 소대원을 아끼기 위해서, 험한 일은 타 소대에 떠넘기는 소대장이 있다. 하물며 하찮은 것도 막아주지 못할 소대장이 없기에, 강찬호의 말처럼 3소대는 그냥 타 소대의 종 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소대 경쟁도 있지만, 더 큰 집단으로 보며 같은 중대입니다. 또 같은 대대소속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며 인사를 나눕니다. 그런데…….고작 타소대란 이유만으로 애들을 그리 대하십니까?”

세령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방울이 맺혀 있었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울먹임도 함께 묻어나고 있었지만, 아주 강한 어조로 자신의 뜻을 내비쳤다.

“지금까지 잘 해 왔잖아. 아무 일도 없었고…….”

“지금 당장! 3소대 근무자 변경하고, 3소대를 제외한 각 소대장은 완전군장으로 집합한다!”

“!!!”

서재호의 말이 직격탄을 때렸다. 사과하는 것도 아니며, 잘 못을 뉘우치는 것이 아니었다. 과거를 합리화 하려는 말이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최태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세령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소대장들에게 완전군장을 명령 내렸다.

“중대장님…….그래도 이건…….”

“명령을 어길 텐가? 그래? 지금 즉시 헌병대에 연락하여 하극상을 알려야 하겠나?”

1,2소대장의 표정이 날카롭게 변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화기소대장은 최태윤에게 경례를 한 후, 완전군장을 꾸리기 위하여 소대로 향하였다.

“저게 무슨 일이야?”

주말이라 면회자가 있기에, 세 명의 소대장은 대대막사 뒤 쪽 동산으로 향하였다, 지난 날 세령이 소대원들을 군장구보 시킬 때, 서재호가 말했던 바로 그 곳이었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왕복 20회다. 실시.”

최태윤의 지시가 있은 후, 강찬호가 가장 먼저 앞서 움직였고, 그 뒤로 두 소대장이 나란히 움직였다.

“젠장. 체육대회 보름 남았는데, 근육에 알 베기면 낭팬데.”

완전군장으로 동산을 오르며,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고작 체육대회에 관한 대화였다. 그 순간에도 두 사람은 자신들이 무엇을 잘 못 했는지, 그에 대한 죄를 뉘우치는 것은 없었다.

“젠장…….”

그냥 지금부터라도 근무편성을 바로 잡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결코 타 소대장들과 껄끄러운 상황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일은 터져버렸고, 그로 인하여 또 다시 소대원들에게 타 소대장의 압박이 있을까 하여 걱정된 세령은 테니스장으로 들어서자마자 격한 한 마디를 내 뱉었다.

“소대장님…….”

그녀의 표정으로 보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감지한 연동훈이 나지막이 불렀다.

“병신같이 왜 당하고만 있었어! 잘 못 되었으면 중대장님께 말하고, 대책을 세웠어야 할 것 아냐! 그게 선임분대장이 공석인 소대장을 대신해서 해야 할 일 아니야!”

세령은 다짜고짜 연동훈을 향해 큰 소리쳤다. 테니스장에 있던 소대원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고, 이유를 알지 못하는 모두는 세령의 표정만 보고 있었다.

“절대…….지금부터라도 다른 소대에 꿀리지마라. 내가 아는 너희들은. 그 어떤 소대원보다 더 뛰어나다.”

세령은 무섭게 대원들을 향해 쏘아보며 소리친 뒤, 다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끝내고 테니스장을 나가버렸다.

한바탕 폭풍우가 불고 지나간 것처럼 테니스장 안은 조용하였다. 이민우는 테니스장 한 쪽 구석으로 가 담배를 꺼내 물었고, 연동훈과 지동현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다른 일병과 이등병도 움직이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하였다.

“젠장…….”

엉망이 되어버린 심정으로 B.O.Q에 들어선 세령은 다시 격한 말을 내 뱉은 후, 샤워실로 향하였다.

중대장의 명령으로 주말 및 휴일 근무자 편성이 재조정되었고, 중식을 먹은 후에도 석식 시간 전까지 세 명의 소대장은 계속하여 완전군장으로 동산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세령은 B.O.Q에서 석식 전까지 나오지도 않았고, 3소대원은 중식을 마친 후, 석식 전까지 소대에서 개인정비를 하고 있었다.

면회를 간 이병 최만식은 외박증을 끊어 외박을 나갔고, 석식 전, 추강은 난생처음 통신교육을 받고 소대로 들어섰다.

“이병 추강. 교육 마치고 왔습니다.”

“쉬어.”

추강이 교육을 마치고 들어선 후, 이민우가 그의 인사를 받아주었고, 추강은 침울한 분위기의 소대를 보며, 동기인 설태구에게 다가가 이유를 물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어?”

“일단 조용하자. 지금 분위기보다, 나중의 분위기가 더 무서울 것 같다.”

설태구가 말하는 차후의 분위기는 군장을 돌고 난 후, 타소대장들에 의해 돌아 올 대가를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쾅!’

아니나 다를까, 설태구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대바닥에 1소대장 군장이 내동댕이쳐지고 있었고, 입구에는 온 몸이 땀에 젖어 씩씩거리고 있는 서재호가 보였다.

“연동훈.”

“병장 연동훈.”

“억울했냐? 주말에 근무서니 억울했어? 말하지 그랬냐? 억울해서 또 사고 칠 것 같다고 말이야. 그런 말이라도 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 근무편성을 다시 해 줬을 것 아니야!”

서재호의 큰 고함소리에 중대 내, 중대원들이 모두 나와 3소대를 보았다.

“그만해라. 뭐 잘 한 것이 있다고 애들한테 꼬장이야.”

그의 옆으로 화기소대장이 지나가며 말하였지만, 서재호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3소대가 잘 굴러가나 보자. 앞으로 너희에게 혜택은 없다.”

그리고 연이은 이연호의 한마디. 화난 얼굴은 아니었지만, 말 속에 굉장한 가시를 담고 있었고, 3소대에게 마치 폭탄을 하나 던져주고 가는 듯 한 그였다.

“어찌합니까?”

두 소대장이 돌아간 후, 지동현이 연동훈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그 누구의 잘 못도 아니다. 어차피 잘 못 된 것을 바로 잡았을 뿐이야. 타 소대장님들이 우리에게 막 대하는 것은 넘어간다. 어차피 군대는 계급사회니까. 그리고 지금까지 우린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이 일로 인하여 우리 소대장에게 피해가 간다면, 그건 고스란히 돌려줘야 한다.”

연동훈의 눈빛이 매서웠다. 제대 3개월 남은 말년이 사고를 치겠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민우는 연동훈을 다시 보았다. 불과 3일전까지 악만 남은 3소대 선임분대장의 입에서 소대장을 위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었다. 비록 세령의 성격으로 모두가 변화고 있지만, 이토록 빠르게 변화될 줄은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

중대의 분위기는 지옥이었다. 곧 점호를 앞두고 있지만, 3소대원은 쉽게 점호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금일 점호는 1소대장님께서 하시겠습니다.”

우려하던 일이 찾아오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금일 일직사관은 1소대장이었고, 독기를 품은 표정으로 점호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각 소대 점호!”

곧 점호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고, 소대별로 선임분대장은 소대 입구에 서 있었다.

“1소대 인원보고 해!”

하지만 서재호는 각 소대를 찾지 않았다. 행정반 앞에서 큰 소리로 외쳤고, 1소대 선임분대장인 소형석이 큰 소리로 인원보만 하였다.

“다음 2소대!”

2소대 역시 선임분대장 이상수가 인원보고만 하였다.

“다음 화기소대!”

예상대로 3소대는 건너뛰었다. 화기소대 민관식이 인원보고를 하였고, 곧 서재호는 3소대를 향해 걸었다.

“3소대 점호.”

“점호.”

3소대 앞에 선 서재호를 향해 연동훈이 말하였고, 서재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점호 신고를 받았다.

“총 인원 19. 사고 1. 근무1. 현 17명 점호 준비 끝, 번호!”

“하나, 둘. 셋. 넷. 다섯…….열일곱 번호 끝!”

연동훈은 괜한 질책을 받지 않으려 FM점호를 단 한 치의 오차 없이 신고하였다.

“사고는?”

“외박자 1명입니다.”

“외박? 누군가?”

“이병 강만식입니다.”

“이병? 100일은 지났나?”

“…….”

예상치 못한 그의 질문이었다. 사고가 잦았던 때, 이등병의 군 생활 적응을 돕고자 입대 100일전까지 외출 및 외박에 관해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모두 자재되었다.

그리고 연동훈은 강만식이 입대한 날을 모르고 있었다.

“대답이 왜 없는가? 소대 선임분대장이 소대원의 신상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는가? 그게 선임분대장이야!”

억지도 이런 억지는 없을 것이었다. 아무리 선임분대장이라 하여도, 소대원들의 입대날짜까지 모두 암기하고 있는 인물은 없을 것이었다. 서재호는 연동훈을 잘 알기에, 그가 웬만해선 허점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생각지 못한 질문을 한 것이었다.

“연동훈…….”

“병장 연동훈.”

“군 생활 얼마 안 남았지? 그 얼마 남지 않은 군 생활에 내가 제대로 된 추억하나 심어줄게. 기대해라.”

“…….”

연동훈은 마치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노려보는 서재호를 바로 앞에서 보면서도 눈을 깜빡거리지도 않았고,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3소대를 제외한 모든 소대는 취침 준비한다! 3소대는 정각 22시에 소등과 함께 취침한다!”

서재호의 어이없는 말에도 연동훈은 참고 있었다. 서재호는 미소를 지은 뒤, 소대를 나섰고, 3소대원들은 굳은 자세로 가만히 서 있었다.

“쉬어.”

연동훈의 짧은 말에 굳은 자세를 풀었고,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다.

“미치겠네.”

그리고 이민우의 짧은 말이 나왔고, 그는 곧 자리에 덜썩 주저앉았다.

“일어나라 이민우. 아직 점호가 끝나지 않았다. 점호가 끝날 때까지…….절대 밑보이지 마라.”

연동훈의 날카로운 음성을 들은 이민우는 다시 일어나 자세를 잡았고, 타 소대는 취침 전, 화장실 및, 기타 개인정비를 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지만, 3소대는 마치 모든 것이 정지된 마냥 그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22시 등화관제 하겠습니다. 각 소대는 소등해 주십시오.”

곧 등화관제를 알리는 방송이 나왔고, 소대별로 소등에 들어갔다.

“3소대는 소등 후, 유동인구 허락하지 않는다. 그대로 자라. 점호 끝.”

참 치졸한 복수라 할 수 있는 그의 행동이었다. 계급을 이용한 복수이며, 인간의 생리현상을 이용한 복수였다.

“모두 취침해.”

연동훈은 짧은 말을 내 뱉었고, 22시가 되어서야 모포를 깔고 자리에 하나, 둘 눕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취침 전 화장실을 가지 못한 소대원들은 쉽게 잠을 청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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