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4화 (1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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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통신이나, 기타 관련한 업무를 보고 온 사람 손?”

세령의 말을 들은 후, 소대원들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손든 사람이 없었다.

“통신병은 다른 소대원들보다 더 부지런해야하고, 헌신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러니…….추강. 네가 해.”

“이병 추강. 잘 못 들었습니다.”

“소대장님. 그건 무리입니다. 추강의 몸을 보십시오, 저런 몸으로 빠르게 상황전달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선입견 금물. 추강은 오늘부로 3소대 통신병이다. 그 어떤 소대보다 먼저 대대정보를 소대에 알리며, 그 누구보다 먼저 움직인다. 이의 있는가?”

모두가 추강을 보았다. 175센티, 125kg. 누가 봐도 그 누구보다 느릴 것이었다. 하지만 세령은 빨라 보이는 설태구나, 듬직해 보이는 용지현이 아닌, 모든 것에 뒤쳐져 보이는 추강을 통신병으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말한 것도 무시하였다. 통신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라 아니라 스스로 말하고서는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은 추강을 내세운 것이었다.

추강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통신병이 결코 나쁜 보직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보직인 것은 자신 스스로 알고 있었다.

“추강은 지금 즉시 통신대로 가서 3소대 통신병임을 알리고, 통신교육을 받아. 나머지는 공 차러 간다.”

세령은 소대를 나서며 추강앞에 섰다.

“넌…….할 수 있다. 그리고 통신병만큼 많은 움직임을 해야 하는 보직도 없다. 꼭…….그 뱃살 밀어 넣도록 하자.”

그때야 세령이 추강을 통신병으로 뽑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두와 같은 움직임을 한다면, 결코 추강의 배는 등짝과 가까워지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 보다 더 많은 움직임과 신경을 쓴다면, 충분히 자신의 발 옆에 있는 공은 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테니스장을 계속 사용해도 되는 것입니까? 이곳은 대대장님께서…….”

“시끄러.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공만 차.”

추강을 제외하고 테니스장으로 모인 후, 연동훈이 말하였고, 세령은 그의 말을 단 번에 무시해버렸다.

“그런데 소대장님.”

“왜 또?”

“소대장님께서는 공을 차 본 경험이 있습니까?”

항상 질문만 하였지만,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았다. 물론 세령은 아주 어릴 때부터 군대스리가를 접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소대원 중, 그 누구도 그녀의 전적을 아는 이는 없다.

“적어도. 너희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다. 나에게 축구는 한 남자만 바라보게 만든 스포츠다.”

괜한 질문이었다. 연동훈의 질문에 분위기는 다시 냉랭해졌다. 그들은 지금 자신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표정으로 보이고 있었다.

“오늘과 내일. 혹여 면회가 있는 사람 손?”

주말에는 가족이나 친구, 애인이 면회 오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처럼 테니스장에 모두 모여 있으면, 면회 온 사람이 있어도, 마땅히 그 전달을 받을 길은 없었다.

“이병 최만식! 금일 부모님께서 면회를 오신다 하였습니다.”

“그래? 그럼 넌 소대로 돌아가 대기한다. 면회 신청이 알려지면 곧바로 일직사령께 보고하고 면회 실시해.”

“알겠습니다.”

최만식은 테니스장을 나와 소대로 향하였다.

“인원이 일곱 명입니다.”

최만식이 빠진 후, 인원을 체크한 연동훈이 말하였다. 세령은 그의 말에 테니스장 안에 있는 소대원을 보았다.

“총 인원 19명 중, 근무자 10명과 면회대기자 한 명. 그리고 추강이 빠져있습니다.”

“지난번에도 느낀 것이지만, 뭔 주말에 근무자가 많아.”

“…….”

세령의 짜증 섞인 어투에 연동훈과 이민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세령은 두 사람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말해.”

“잘 못 들었습니다.”

“왜 주말에 3소대만 근무자가 많은지 말해.”

연동훈은 그녀의 매서운 눈빛을 보며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이내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이게 말이 됩니까!”

“!!!”

세령은 연동훈에게 그 사유를 들은 후, 곧바로 행정반으로 향하였고, 인사도 없이 행정반을 향해 큰 소리로 물었다.

“깜짝 놀랐습니다. 3소대장님.”

“너 혼자야?”

씩씩거리며 당차게 행정반을 향해 소리쳤지만, 행정반에는 행정병 이무연만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헌데 왜…….”

“시끄럽고, 중대 근무지의 근무자 배치는 누가하는 거야?”

“그건 제가 합니다.”

세령의 물음에 이무연은 망설임 없이 말하였다.

“한 가지만 묻자. 왜 주말 및 휴일에 3소대의 근무자가 많아? 다른 소대 근무자 명단 좀 줘봐.”

이무연은 그제야 세령이 씩씩거리며 행정반을 찾은 이유를 알았다. 그녀의 말에 이무연은 선 듯 근무자명단을 내 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가 뭐야?”

근무자 명단을 건네지 않고 있는 그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실…….이미 오래전부터 이랬습니다. 평일에는 보통처럼 각 소대가 일정한 비율로 나눠서 근무를 서지만, 사고가 있은 후, 타 소대장님들께서 주말 근무를 3소대에 몰아서 작성하라는 말씀을 하셔서…….”

“그게 말이 돼! 군대가 장난이야! 지들 멋대로 할 것이면 회사나 들어가서 과장, 부장이나 될 것이지! 왜 군대에서 쓸데없는 권력 질이야!”

이무연의 말에 세령의 목소리는 더욱 더 커졌고, 중대에 남아 있던 몇 중대원들이 하나, 둘 행정반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저한테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전 그냥 사병입니다. 간부가 까라면 까야합니다. 제가 무슨 힘이…….”

“힘이 없으면, 이딴 식의 편법 근무일지를 만들어도 되는 거야!”

“그게 그렇게 큰 일 날일은 아니잖아 3소대장.”

이무연이 말을 얼버무렸고, 세령이 다시 큰 소리로 그에게 소리치자, 곧 행정반 앞에 모여 있던 사병들 사이로 1소대장 서재호가 나서며 말하였다.

“주말에 할 일없고, 면회도 오지 않고, 또 체육활동도 하지 않는 3소대가 다른 소대원들을 위해 근무 좀 선 것 가지고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 아냐?”

“예민하다 하셨습니까?”

서재호의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스러운 행동과 어투에 세령의 눈빛은 더 매서워지고, 날카로운 음성으로 다시 물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마라. 이무연의 말처럼 이미 오랫동안 해 오던 일이야. 3소대도 그동안 아무런 말도 없었고, 그런데 이제와서…….”

“이제 와서는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소대장도 임명되었고, 또 소대원들도…….”

“그거야 지켜봐야 알 일이지. 혹시 알아…….이번 소대장도 얼마가지 않아…….”

“1소대장님!”

“무슨 말인가 1소대장!”

세령의 말을 무시하며, 오히려 3소대의 과거가 연장되어 쭉 이어갈 것 같다는 뜻으로 말하자, 세령은 화를 참지 못하고 그를 향해 큰 소리를 쳤다. 그리고 곧바로 행정반 문 앞에서 최태윤의 더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진.”

서재호는 놀란 눈으로 그에게 경례하였다.

“조금 전 말이 무엇인가? 3소대의 지금 상황이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인가? 또 지난날의 그 사고가 생길 것이란 말을 하는 건가?”

최태윤의 표정은 세령마저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이를 꽉 물고 있었고,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거리는 듯, 진정 화가 치밀어 오른 그의 표정이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근무자에 관한 말이 나와서…….”

“말이 나온 김에 모두 말하겠습니다. 왜 3소대가 주말이나 기타 휴일에 중대 관할 근무지를 모두 맡아야 합니까? 그건 대체 누가 만든 근무표입니까!”

서재호의 표정은 난처하였다. 지금까지 근 1년 넘게 아무런 탈 없이 잘 이어져오고 있었던 근무편성이었다. 하지만 세령에 의해 1년 만에 밝혀진 내용은 최태윤의 표정을 더욱 더 날카롭게 변화 시켰다.

“이무연.”

“상병 이무연.”

“지난 1년간의 모든 근무일지와 함께, 근무자 명단을 가져와.”

“알겠습니다.”

이무연은 세령이 말했을 때는 망설였다. 하지만 중대장의 명령에는 단 1초도 망설이지 못하였다. 서재호의 날선 눈빛을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난 과거의 모든 근무일지를 최태윤에게 건네주었다.

“지금 즉시, 각 소대장은 중대장실로 모이도록 해.”

근무일지를 건네받은 최태윤이 말한 뒤, 먼저 중대장실로 향하였고, 이무연은 곧 각 소대장에게 중대장실 집합을 전령을 통해 전달하였다.

“지금…….자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서재호는 이를 꽉 깨물고 그녀를 노려보며 말하였다.

“제가 무슨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소대장님들께서 무슨 짓을 하였는가를 먼저 생각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서재호의 눈빛에도 그녀는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히 자신이 할 말을 모두 말한 뒤, 가장 먼저 중대장실로 향하였다.

“무슨 일이야?”

잠시 후, 2소대장 이연호가 행정반으로 들어서며 서재호에게 물었다.

“3소대의 햇병아리 소대장이 지난 과거를 들추어냈어.”

“지난 과거? 그게 뭔데.”

서재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이연호가 이무연을 보며 물었다.

“지난 1년 동안 주말 및 휴일 근무를 3소대에 몰빵 시킨 것이 들통 났습니다.”

서재호 대신 이무연이 이연호에게 현 상황을 말하였다.

“뭐야! 그게 왜 들통 나? 야 이무연! 네가 말했어?”

“아닙니다! 전 절대 입도 열지 않았습니다. 3소대장이 갑자기 행정반으로 들어서며 큰 소리로 먼저 물었습니다.”

이연호는 현 상황을 모두 들은 후,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리고 서재호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잘 들 한다. 그러기에 진작 제 할 일은 직접 좀 하지. 이제와서 무슨 꼬락서니냐.”

온갖 인상은 다 찌푸린 채, 서 있는 두 사람을 보며, 강찬호 중위가 남의 일인마냥 비꼬듯 말하였다.

“화기소대도 동참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동참했지. 그러니 당연히 벌도 받아야지. 난 언젠가 이런 일이 올 것 같았다. 그리고 어제 이 소위를 보는 순간. 그 날이 곧 올 것이라 여겼지. 그런데 오늘이네…….참 빠르기도 하지.”

진정 남의 일인 듯 말하고 중대장실로 향하는 강찬호였다. 두 사람은 그의 정신세계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였고, 곧 두 사람도 중대장실로 향하였다.

“단 한치도 거짓 없이 보고한다.”

네 명의 소대장이 모두 중대장실에 보였고, 최태윤은 네 명을 고루 본 뒤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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