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5화 (5/163)

00005  히든리거  =========================================================================

“1소대 점호.”

일직 사관이 1소대를 시작으로 점호에 들어갔다.

“점호 시작하기 전에, 금일 자대배치 받은 신병들은 각 소대 앞으로 나온다.”

일직사관의 말에 일곱 명의 신병들이 후다닥거리며 서둘러 소대 문 앞에 나란히 섰다.

“신병들을 본 사람도 있고, 아직 보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1소대 신병부터 각자 큰 소리로 관등성명을 말하고 들어간다.”

곧 1소대 강만식을 시작으로 신병들의 관등성명이 울려 퍼졌다. 1소대 강만식과 지태호, 2소대 여지석과 태만식, 그리고 3소대 추강. 설태구. 용지현을 끝으로 일곱 명의 소개가 끝나자 점호가 시작되었고, 긴장 속 첫 점호는 아무 탈 없이 마무리 되었다.

“22시 정각까지 등화관제 하겠습니다. 각 소대는 22시 이전에 소등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행정반에서 이무연의 하루 일과 마지막 멘트가 흘러나왔고, 곧 각 소대별로 모두 소등되고 있었다.

모두가 편히 누웠지만, 3소대원들은 발목과 무릎에 심한 고통이 전해지고 있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돈 것이, 이제야 온 몸에 퍼지며 피로감을 전달시키고 있었다.

“금일은 이번 달, 마지막 주에 있을 체육대회를 대비하여 근무자와 면회자를 제외하고, 간단한 축구 및 족구 연습을 하도록 하겠다. 모두 활동복으로 환복한 후, 활동화를 신고 연병장으로 집합한다.”

다음 날. 아침 점호와 조식을 마치자마자, 1소대와 2소대는 연병장으로 내려와 5월 5일 휴일인 금일, 5월 마지막 주에 있을 체육대회를 대비한 연습을 준비하였다.

“역시 이번에도 1소대와 2소대의 접전이 예상되지 않습니까?”

휴일이지만, 영외로 나가지 않고, 중대장실에 앉은 최태윤이, 박만둘을 보며 물었다.

“전진. 3소대장 이세령, 중대장님께 볼일 있어 왔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 중, 중대장실을 찾은 세령은 경례와 함께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무슨 일인가?”

최태윤은 그녀의 힘없는 목소리를 들은 후, 시선을 그녀의 발아래로 돌렸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군화를 신고 완전군장을 한 채, 연병장을 돌았으니, 그녀의 발꿈치나 발바닥은 십중팔구 물집이 잡혀 있을 것을 걱정하여 본 것이었다.

“이번 체육대회에는 그 어떤 소대도 열외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3소대도 꼭 참가하는 것입니까?”

이미 어제 모두 알려준 말이었다. 작년까지는 시간 관계상 중대별로 인원을 선별하여 대회를 치렀지만, 금년부터 시행되는 대대체육대회는 중대 내, 소대별 경기로 치러지며, 그 어떤 소대도 열외 없이 참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3소대는 4대대에 속한 소대 아닌가? 비록 시간이 20여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오합지졸이라도 출전을 해야 하는 것이네. 그 날 대대장님이 관전하시고, 그 다음날 있을 결승전 때는 연대장님까지 방문할 예정이네.”

“네? 연대장님께서 대대 체육대회를 관전하신단 말씀이십니까?”

세령은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대대체육대회는 그 대대의 단합과 병사들의 사기충전을 위해 대대자체에서 행해지는 행사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연대장까지 관전한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연습 제대로 하게. 혹시 아나. 자네의 3소대가 결승까지 올라, 연대장님 앞에서 휴가증까지 받을지 말이야.”

세령의 표정은 조금 전까지 세상 슬픔 다가지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최태윤의 마지막 말을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바로 모든 군인이라면 꼭 받고 싶어 하는 종이 한 장. 이 한 장의 종이에 모든 사활을 거는 군인이 꽤 있다. 더군다나 연대장님 앞에서 받는 휴가증이라면 적어도 5박6일. 꿈의 닷새를 사회에서 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는 찬스이기도 하였다.

“설마. 3소대장도 휴가증을 받고자…….”

그녀의 표정변화는 너무나 잘 보이고 있었다. 우울한 표정대신 금세 환해지는 표정에 최태윤이 물었다.

“아닙니다. 휴일이면 영외로 나갈 수 있는 제가 휴가증을 받아 어디에 쓰겠습니까? 단지 소대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고, 또 휴가증을 받으면 누구를 줘야하나 망설여져서…….”

세령의 횡설수설에 두 사람은 그녀를 물끄러미 보고만 있었다.

“꿈을 꾸는 것은 좋은데, 너무 앞서가지는 말게. 1소대와 2소대. 그리고 12중대의 화기소대와 13중대의 3소대. 이  네 곳이 우승후보야. 언제나 최강 군대스리거들을 보유한 명문 소대지.”

“하하…….꿈…….그래도 공은 둥글다는 말이 왜 나왔겠습니까. 월드컵을 봐도 우승후보 0순위가 탈락후보 0순위에게 발목 잡히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이번엔…….저희 3소대가 이변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세령은 어색한 미소를 계속 띤 채, 최태윤에게 경례한 후, 여전히 실실거리며 중대장실을 나섰고, 그녀의 모습을 한 동안 보고 있던 두 사람도 서로 눈을 마주친 뒤 웃었다.

“3소대장이 어릴 때 보았던 그 군대스리가의 중심에 서고 싶은 모양입니다.”

박만둘이 차창 밖으로 시선을 다시 돌리며 말하였다.

“대대장님과 함께 어렸을 때부터 봐 왔던 것이 바로 군대축구지 않습니까? 그로 인하여 학창시절 프로축구를 보러 관사를 몰래 빠져나가 난리난 적도 있었고, 아무튼 이소위의 경력이 화려하지 않습니까.”

최태윤은 15중대에 부임하기 그 전부터  세령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한 편으로는 그녀가 이끄는 3소대의 이변을 기대 해 볼 만하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자자! 우리 3소대도 축구 연습을 한다.”

다른 소대와는 달리, 휴일이지만 다들 책이나 TV등을 보고 있며, 개인적 시간을 갖고 있던 3소대에 세령의 목소리가 들리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하였다. 하지만 소대장이 소대를 방문하여도, 그 어떤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하는 이가 없었다.

“왜 그런 눈들로 나를 봐? 내가 하지 못할 말 했어?”

세령은 경례는 둘째 치고, 그들의 모든 시선을 고루 받으며, 어색한 미소를 띠고 물었다. 어제 그 난리를 친 후,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행동하는 그녀를, 모두는 이상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연습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3년간 우리 3소대에서 대대체육대회 때, 선수로 발탁된 인물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그리고 작년 연습시합 때 11중대에 30대 0으로 깨졌습니다. 그게 축구 스코어입니까? 아무리 개발이라도 어찌…….”

연동훈이 누운 몸을 일으키며 말하였다.

“그래도. 한 번 해보자. 30대 0이 아닌 15대 0으로 진다고 해도, 작년보다는 좋은 성적을 낸 것이잖아. 그렇게 하나하나…….”

“관심 없습니다. 전 제대 세 달 남았으니, 내년까지 걱정할 필요도 없고, 또 여기에 있는 놈들 중, 공을 차 본 놈이 몇 놈이 있는지 아십니까? 고작 해봐야 두, 세 명 정도입니다. 그것도 다들 개발…….나머지 놈들은 공부만 하다 왔는지, 뭘 해도 어리숙해서 답답해 미칩니다.”

연동훈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그의 말에 소대에 있던 그 누구도 반박하는 이가 없었다. 즉 연동훈의 말을 모두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어이 신병!”

세령은 무반응인 그들을 제외하고, 한 쪽 구석에 앉아 있는 신병을 불렀다.

“이병…….”

“너희 셋이라도. 공 차자.”

관등성명이 나오기 전, 세령은 침상에 걸터앉아 그들을 보며 말하였다. 그 순간 세 명의 신병은 약속이나 한 듯, 침상 위에서 약간 뒤로 엉덩이를 빼며 물러났다.

“이 놈들이 감히 소대장이 말하는데, 엉덩이를 빼!”

세령은 버럭 소리치며 조금 더 다가가 앉았다.

“소…….소대장님! 소대장님의 말씀을 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소대장님의 얼굴을 보면…….”

“내 얼굴? 내 얼굴에 뭐 묻었냐?”

“이 새끼들이 빠져가지고! 소대장님께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설태구의 더듬거리는 어투를 이해하지 못한 세령이 자신의 얼굴을 이곳저곳 만져보며 말하자, 곧바로 연동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왜 소리를 질러!”

그의 큰 목소리에 세령도 놀란 나머지 그를 향해 소리쳤다.

“다들 활동복으로 환복해! 그리고 너희 세 놈도 환복해서 나와!”

조금 전까지 세령의 모든 것에 반박한 인물이 연동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유 없이 모두를 연병장으로 나서게 만들었고, 그의 행동에 세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갔다.

“멋진데.”

“제…….제가 뭘…….그…….그리고 말입니다.”

“뭐?”

“다음부터 소대에 들어오실 때, 향수는 빼 주십시오. 사내들만 득실거리는 곳에서 여인의 향기는 괜한…….”

“자식. 꼬래 남자라고. 알았어. 자자…….잠시 후 연병장에서 보자!”

세령은 연동훈의 복부를 주먹으로 밀듯이 툭 친 후, 소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연동훈을 향해 미소를 지은 뒤, 소대를 나갔다.

“무슨…….바람이 불었습니까? 설마…….소대장을.”

“시끄러! 이래저래 세달 남은 기간 동안은 아무 사고 없이 지내고 싶다. 그러니 세 달간만이라도, 나 제대하는 그 순간까지 편하게 지내자. 제발 좀…….이 꼴통 새끼들아.”

지동현 상병이 그의 옆으로 이동하여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말을 흐렸지만, 연동훈은 버럭 화를 내며 자신도 환복 할 준비를 하였고, 그의 행동을 일부 소대원이 본 후,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3소대. 폭행과 함께 전출자도 생기고, 문제가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후로 3소대에서는 웃음이 없었고, 늘 다른 소대에서 보내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었다. 그로 인하여 소대원들도 서로에게 과민반응을 보였고, 선임인 연동훈은 자신의 소대원들에게 항상 악마의 선임이라는 별명까지 함께 얻었던 과거였다.

하지만 이제 남은 군 생활은 세 달. 그 기간 동안 더 이상의 사고를 바라지 않은 그였다. 모두가 꼴통소대며, 고문관소대라 말하고 있지만, 이들의 내면은 지난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1소대와 2소대가 연병장을 장악한 후,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로 인하여 타 중대에서 연병장을 쓰려 대기하고 있었고, 환복한 후 연병장으로 나온 3소대원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뭐야? 3소대도 연습하게?”

연동훈을 비롯하여 3소대원들을 본, 2소대 이상수 병장이 또 다시 연동훈을 건드리는 말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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